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그녀의 손이 가슴의 따뜻함을 가지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큰 풍랑이 일고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내 앞에 놓인 푸른 하늘은, 폭풍이 검은 구름을 쫓아내고 있는 지금처럼 아름답게 보인 적은 일찍이 한 번도 없었다.
"당신은 왜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건가요?"
그녀는 이 결정적인 순간은 좀더 지연시키려는 듯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왜냐구요?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어째서 태어났는지 물어보십시오. 꽃에게 왜 피었느냐고 물어보십시오. 태양에게 왜 비추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대답이 부족하다고 말한다면 여기 있는, 당신이 좋아하는 이 책이 대신하여 말해 줄 것입니다.
가장 선한 것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사랑 속에는 유용성이나 무용성, 이익이나 손해, 얻음이나 상실, 명예나 불명예, 칭찬이나 비난, 그밖에 그런 종류의 모든 것들을 고려해 넣어서는 안 된다. 가장 고귀하고, 가장 선한 것은 다만 그 고귀함과 선함 때문에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이에 따라 외면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그 삶을 규제할 수 있다. 외면적이라고 함은, 모든 피조물에는 선한 것과 악한 것이 있어 영원한 선은 다른 것보다 더 반짝인다. 그리하여 영원한 선이 가장 빛난고 반짝이고 활동하고 알려지고 또한 사랑받는 것은, 이것이 모든 피조물 가운데 가장 선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이 가장 적은 것은 가장 악한 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피조물을 다루고 이와 사귐에 있어 이러한 구별을 알고 있으면 가장 선한 피조물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 될 것이니, 그와 사귀고 하나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pp149-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