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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과 옌
판위 지음, 이정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3.8
366페이지, 23줄, 25자.
한라도서관의 분류는 823이니 중문학입니다. 아마도 작가가 중국인 출신이여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 원제도 그렇고 쓰여진 언어도 영어이기 때문에 영문학에 넣어야 할 것입니다. 언어가 사고를 좌우하지요. 다른 작가들-예를 들어 한국인이나 아랍인, 중동인 등이 영어로 쓴 책-은 다 영문학에 포함시켜 놓았는데 왜 이 책(동일 작가의 다른 책은 모르니 일단 이 책만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중문학으로 분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서점들도 중문학으로 분류했는데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1992년 24살이자 3학년인 먀오옌(苗雁)과 열일곱이고 1학년인 천밍(晨明)은 광저우에 있는 어떤 대학교에서 만납니다. 천밍은 중학교 때 2번 월반을 해서 어립니다. 먀오옌은 소수민족 특례로 입학하였기에 늦고요. 읽다 보니 소수민족들은 졸업 후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네요.
천밍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인 모든 정보는 불명확한 것들입니다. 즉, 남이 한 말 그대로입니다. 천밍의 삶은 전적으로 모범생의 그것이었기에 아직 어린 편입니다. 사리분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지요.
옌은 반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야생화 같은 존재. 옌이 말했듯이 깨끗한 것은 오염되기 쉽습니다. 근묵자흑이라 했으니 처음엔 옌이 싫었던 밍이지만 어느듯 옌이 없으면 허전하기까지 합니다.
이 연령대의 사람들은 대부분 문화혁명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즉 지식인 부모는 지방으로 내려가 학습(?)을 받고, 기존의 질서가 무너졌던 시기였습니다. 이젠 대부분 원래의 자리(나 근처)로 돌아갔고 조금씩 개방이란 것을 겪는 시기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면 보통 다음 세대에선 반대의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으니 개인들의 삶에도 반영됩니다. 이야기는 어찌 보면 작가의 삶(직접 겪었거나 가까이에서 본 것)이 아닐까 싶은데 왜냐하면, 그게 제일 쉽기 때문입니다.
옌은 밍을 이용했을 수도 있고, 밍도 옌을 (나름대로) 이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헤어진 다음에 서로 풍문만으로도 만족하는 것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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