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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초고왕을 고백하다 ㅣ 백제를 이끌어간 지도자들의 재발견 1
이희진 지음 / 가람기획 / 2011년 4월
평점 :
자극적인 제목에 확 끌려 신간 신청한 책.
230여 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인데 4~5세기 한반도 남부로 주제를 한정시켰기 때문에 부족하지 않다.
분량에 비해 책값이 비싼 게 흠이랄까?
이희진씨의 책은 <전쟁의 발견> 을 통해 오래 전에 접했고 백제와 고구려, 왜, 신라 등이 대립한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해 관심있었던 차다.
학위 주제였던 임나일본부설에 관한 책도 읽어 보고 싶었는데 너무 오래 된 책이라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머릿말을 보니 아마도 그 책을 다시 손봐서 시류에 맞는 제목으로 편집한 것 같다.
급조된 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은 신뢰가 간다.
그러나 제목과는 다르게 근초고왕에 대한 고백은 거의 없고 5세기 무렵의 한반도 정세에 관한, 더 정확히는 임나일본부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근초고왕에 대한 자료가 워낙 적기 때문에 가필을 하지 않는 이상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뒷쪽의 성왕 부분이 더 자세하고 흥미롭다.
성왕의 관산성 전투야 말로 가장 극적이고 백제 역사를 바꾼 일대 사건이지 않았나 싶다.
일본서기가 아니었다면 결코 알 수 없는 진실이다.
사실 그 점에서 자료의 취사선택이 공정했나 의문이 생긴다.
저자는 일본서기의 기록을 신뢰하지 않는데 특정 부분에서는 그 쪽 자료를 근거로 대고 있어 자칫 아전인수 격의 해석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신공황후조의 기록은 아다시피 다 날조다, 이렇게 끝내고 마니 일본 역사가의 입장에서는 과연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다.
식민사학자들도 김부식의 삼국사기 중 삼국의 성립 시기는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기록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저자는 광개토대왕비문에서 5만 대군을 신라에 원조하려고 보낸 부분에 대해, 실제 왜의 세력이 그만큼 강했던 것이 아니라 한번에 기선을 제압하려고 엄청난 대군을 파병했다고 해석하는데, 그다지 매끄럽지가 않다.
이런 식으로 정황적 해석을 하려면 그에 따른 실제적인 증거, 이를테면 다른 기록이나 고고학적 발굴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비문에 왜구 세력이 신라을 에워싸 5만이나 되는 대군을 보내 물리쳤다고 쓰여 있다면 (그것도 일본이 아닌 고구려쪽 기록에) 그만큼 왜의 침공 규모가 컸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임나일본부의 정체도 참 모호하다.
우리 역사에서 임나라고 하면 일본의 고대사 왜곡이라고만 알려져 그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책일 보니 아마도 백제를 주축으로 한 가야, 왜 연맹체 정도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일단 가야가 한 국가가 아니고 마한처럼 여러 소국의 연합체이기 때문에 이들을 하나의 공동 집단으로 묶은 것이 임나이고, 거기에 같이 끼여서 대표를 보낸 게 왜, 주도자는 바로 백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에 의해 움직이는 오늘날의 나토와 같다고 비유했다.
삼국사기에도 임나라는 얘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대체 임나의 정체가 뭔지 좀 더 알아보고 싶다.
일본측에서는 이 기록을 들어, 한반도 남부를 일본이 지배했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어찌 됐든 고대 한반도와 왜가 이렇게까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지 미처 몰랐고 상당히 신선하다.
일본 식민지 시절 이 기록이 악용되어 내선일체 등의 어이없는 구호 등으로 연결되긴 했지만 고대사에서 일본의 존재는 한반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낙랑군처럼 임나 역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어쨌든 우리 땅에 존재했던 역사의 일부이니 보다 객관적이고 치밀한 고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