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옮겨 다니며 살았나 - 인류의 이민 2만년 사
기 리샤르 지음, 전혜정 옮김 / 에디터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무척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340 페이지 정도 되는 작은 분량이지만, 읽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유럽인이 쓴 책은, 문화권이 달라서인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유럽 역사에 대해 무지하니 배경지식이 부족해 금방 읽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의 역사에 대해 정말 재밌게 읽었다.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것 같으면서도, 가난과 박해를 피해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져 가슴 한 편이 찡하기도 했다. 

제일 인상깊었던 부분은 아메리카 대륙의 이민 역사다.
그 동안 미국은 선진국이고 이민자들에게 열린 세계인 줄 알았다.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고 할까?
기회의 땅이 미국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역시 그 사회도 편입자들에게 적대적인 땅이었다.
어떤 사회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기존 정착민들의 권리를 뺏어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도덕이나 정의 같은 당위적인 가치들을 넘어서서, 자기 것을 뺏기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따지면 미국이 역사가 짧은 곳이라 그나마 개방적이라고 해야 할까?
이민자들이 세운 땅이라, 이민이 주는 장점과 개방성, 다양성 등의 가치를 수호하면서도 세부적인 면에서는 이민자들의 유입을 교묘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영국인과 북유럽인들이 건너 오고, 감자 흉년으로 아일랜드인들이 대량 건너 오고, 다시 독일인들이 몰려 오고, 다음에 이탈리아인들과 동유럽 사람들이 오고, 중국인과 일본인이 유입되면서 사회 밑바닥층을 형성해, 먼저 온 이주민들의 지위가 올라가는 현상이 되풀이 된다.
덕분에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또 이들 하층민들이 소비하는 소비재는 국내 시장을 지탱한다.
국가에서 이민을 제한하기 때문에 정식 절차를 밟지 못한 불법 이주민들은 가장 밑바닥에서 형편없는 대우를 감수하면서 낮은 임금으로 일한다.
이들은 노조를 만들지도 못하고 권리를 주장하지도 못한다.
그러면서도 일자리를 위협받는 노조원들에게 배척된다.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낮은 인건비로 불법 체류자들을 쓰면서 자국민이 기피하는 일을 해 주는데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매우 적대적이다.
인간의 속성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덕일의 여인열전 - 보급판, 반양장본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사실 이덕일씨가 역사를 보는 관점은 동의하기 힘들고 거부감을 많이 느끼는 바라, 이 분이 쓴 책은 잘 읽지 않는데 여인열전은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500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분량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료를 세밀히 분석해 덜 알려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여성들 입장에서 기술했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가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책의 특성상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정난정이나 문정왕후를, 신분 제도를 뛰어넘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든가, 천추태후를 고려의 자주성을 지킨 사람으로 본다는 점 등이다.
아무리 양보를 한다 해도 문정왕후나 천추태후 등을 역사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적인 권력 추구에 몰두한 인물들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부정적으로 기술된 사람은 혜경궁 홍씨다.
혜경궁이나 워낙에 이덕일씨가 친정을 위해 남편 잡아 먹은 여자로 매도했던 터라 좋은 쪽으로 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덜 알려진 인물, 이를테면 상록수의 주인공인 최용신에 대한 이야기 등은 새롭게 안 사실이라 무척 유익했다.
일제 시대 농촌에 들어가 계몽 운동을 펼쳤던 신여성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장중첩증으로 수술받다가 죽었다고 하는데, 이 병은 어린 애들에게 흔한 병이라 어른에게 발병하면 요즘 세상이라 해도 쉽게 낫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시대 여인의 멋과 차림새 - 한국복식명품
박성실 지음 / 단국대학교출판부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나는 이런 도록이 너무 좋다.
아쉽게도 도록은 도서관에서 거의 구입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돈 주고 사기에는 사진이 많아 가격이 너무 비싸고, 이런 걸 보려면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 도서관을 방문해야 하는데 6시면 문을 닫아 직장인들로서는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 이런 도록을 도서관에서 발견하면 꼭 빌리곤 한다. 

이 책은 조선 시대 후반기의 복식사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실측 자료까지 부록으로 기재해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용어에 대한 설명이 없고, 유물 사진만 보여줘서 어떤 식으로 입었는지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기왕이면 삽화를 곁들여 입는 순서나 착용 모습 등을 보여줬으면 좋을 것 같다.
대신 묘에서 발굴된 당시 착용 옷들을 대상으로 기술했기 때문에 정확도는 높은 편.
16세기 의복은 시간이 오래 지나 색이 많이 바랬지만 후반기로 올수록 선명한 색깔이 남아 있어 화려한 조선 시대 의복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참 좋았다. 
장옷이 쓰개치마처럼 외출시에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만 사용한 줄 알았는데 실제 겉옷으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또 너울은 원래 민간에서도 사용했는데 후기로 가면서 궁중에서만 사용했다고 한다.
정조의 화성 행차도를 보면 너울 쓴 상궁들이 등장한다.
순조의 딸들인 덕온 공주, 복온 공주 등의 옷이 전해져 내려와 왕실의 의복을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특히 섬세하게 수놓아진 문양이나 옷감의 결까지 세밀하게 보여줘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년 독서일지


10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조선의 참 궁궐 창덕궁
최종덕 지음 / 눌와 / 2006년 1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1년 12월 31일에 저장
절판

왕의 여자- 오직 한 사람을 바라보며 평생을 보낸 그녀들의 내밀한 역사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1년 12월 31일에 저장
절판

궁궐.유교건축
이상해 지음 / 솔출판사 / 2004년 11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2011년 12월 28일에 저장
품절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욕망 + 모더니즘 + 제국주의 + 몬스터 + 종교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1년 12월 27일에 저장
구판절판


10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두브로브니크는 그날도 눈부셨다 -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기행- 유럽편
권삼윤 지음 / 효형출판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올 들어 처음 하는 독서인 것 같다.
과천 도서관에 연체가 많이 되서 빌리지는 못하고 집에 있는 책을 읽기로 했다.
아빠가 준 책인데 제목이 너무 멋져서 몇 번이나 읽어야지 하면서도 내 책이라는 이유로 대출한 책들에게 자꾸 밀렸었는데 드디어 읽게 됐다.
1996년도에 발행한 책이니 무려 15년 전 책.
여행기는 보통 시간이 많이 지나면 시의성이 떨어지고 촌스럽기 마련인데 권삼윤이라는 여행작가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라 그런지, 비교적 흥미롭게 읽고 있다.

 
사람들이 흔히 가는 서유럽 보다는 그리스, 발칸 반도, 폴란드 등의 동유럽 쪽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두브로브니크가 어딘가 했더니 바로 크로아티아의 도시로,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린다고 한다.
폴란드의 크라코프도 유럽인들이 많이 가는 관광명소라고 한다.
유럽 하면 파리, 로마, 런던 같은 유명 대도시만 알았는데 이제 우리나라에도 유럽의 관광명소들이 다채롭게 소개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유럽이 지금의 EU를 구성할 수 있었던 문화적 배경은, 기독교와 라틴어, 그리고 왕실의 혼인 정책을 빼 놓을 수가 없다.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딸인 마리 앙트와네트가 프랑스의 루이 16세에게 시집가는 식으로 유럽의 여러 왕실은 다채로운 혼인으로 묶어졌고 그 과정에서 문화적 교류도 활발했다고 한다.
동양 삼국이나 베트남 등이 아무리 한자, 유교 문화권으로 묶인다 해도 동아시아 연합 등으로 묶일 수 없는 것과는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졌던 셈이다.

 
발칸 반도는 항상 어렵다.
예전에는 유고슬라비아 하나로 알면 됐는데 지금은 무려 여덟 개의 나라로 나뉘어져 볼 때마다 헷갈렸는데 관련 서적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온다.
오스트리아 밑에 위치한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는 비교적 잘사는 편이고 그 밑의 알바니아 등은 사정이 어렵다고 한다.
미국처럼 연방을 이루면 국력을 키우기 좋을텐데,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국가를 이루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보다.
96년도에 쓰여진 책인데도 현재 발칸 반도 상황이 나와 있어 개정판이 아닌가 싶다.
보기 편한 지도를 실어 놨으면 위치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을텐데 그 점이 아쉽다.

 
기억에 남는 몇몇 장소들로는,
1. 그리스 정교회의 수도원이 위치한 아토스.
그 높은 산의 절벽 끝에 수도원을 세워 놓고 금욕적인 삶을 사는 수도사들의 전통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지금도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 하고 있고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tv나 신문에서도 접했던 곳 같다.
종교란 인간을 참 경이롭게 만든다.

 
2. 조그마한 섬나라 몰타
유명한 추리 소설 <몰타의 매> 를 읽고 성 요한 기사단이 수호한 나라 몰타에 대해 처음 알았다.
관광지로도 유명하다던데, 그보다는 기원전 3600년 경에 번성한 거석문화에 관심이 간다.
미노스 문명보다도 더 이전 문명이 아닌가.
이집트나 에게 문명보다는 덜 알려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이 문명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사실주의에서 점점 추상화로 변해가는 그림을 보면서 작가는 본질에 도달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여전히 추상화의 의미부여는 나에게는 말장난처럼 보인다.
일종의 선언, 시위로서는 유효할지 모르가 말례비치 등의 구상을 예술로 느낀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3. 제일 가 보고 싶은 나라는 역시 러시아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에르미타쥬 미술관을 언제쯤 가 볼 수 있을까?
오페라와 발레가 공연되는 키로프 극장도 가 보고 싶고, 표트르 대제가 새 도시를 지은 네바 강가도 거닐어 보고 싶다.
러시아는 크기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4. 카프카와 드보르작, 스메타나 등의 조국인 프라하도 다시 가 보고 싶다.
돈 조반니가 처음 공연된 곳이기도 한다.
대학교 때 갔던 배낭 여행 때 들렸었는데 카를 다리에서 길거리 공연을 봤던 기억은 있지만, 제대로 체코를 느끼지는 못했다.

 
유럽은 워낙 멀어서 직장인이 여름휴가 내서 가기엔 힘들다.
학교 다닐 때는 시간은 많아도 돈이 없고.
지금은 비행기값이나 호텔비 지불할 여유는 있는데 시간이 없다.
여행을 업으로 삼는 작가가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먼 곳에 대한 동경은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
사진이 흑백이라 좀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