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종황제와 친인척 ㅣ 조선의 왕실 26
지두환 지음 / 역사문화 / 2009년 2월
평점 :
지난 번 <효종 대왕과 친인척>을 재밌게 읽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번 책은 생각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효종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라 실록이나 선원록에 나오는 사건들이 흥미로웠던 것 같고, 고종은 개항 이후 한일합방까지의 근대화 시기가 많이 알려져 있다 보니 책으로 읽는 게 좀 지루했다.
고종의 후궁이나 자식들에 관한 부분은 항상 모호하고 궁금했던 부분인데 책을 보니 정리가 된다.
드라마 명성황후에서 봤던 약간의 지식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이를테면 어린 고종이 12세에 등극하여 궁에 들어와 선대왕인 철종의 3년상을 치루느라 15세가 되어서 명성왕후와 가례를 올리게 되는데, 그 사이에 고종을 사로잡았던 인물이 드라마에서는 정선경으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고종의 첫 아들인 완화군을 낳았고 흥선대원군이 이 아들을 세자로 삼으려는 의도를 비치는 바람에 며느리 명성왕후와 결정적으로 틀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완화군을 낳았던 숙원 장씨 이전에 소의 이씨라는 궁인이 먼저 옹주를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녀는 나중에 대한제국으로 바뀌고 나서 귀인이라는 작호를 받았고 1920년대까지 오래 살았던 걸로 기록됐다.
옹주는 불행히도 일찍 죽어 특별한 이름을 받지는 못했으나 묘까지 있었다.
다음으로 의화군을 낳았던 숙원 장씨, 드라마에서 이재은이 맡았고 생몰연도는 알려져 있지 않다.
고종의 서3남 영친왕을 낳은 이가 바로 무려 44세의 나이로 출산한 순헌황귀비 엄씨다.
아관파천 무렵 고종을 수행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난을 갔고 이 때 임신을 했던 것 같다.
대한제국으로 바뀌면서 위상이 계속 올라가 귀인에서 순빈으로, 황귀비까지 올라가 황후 책봉까지 얘기가 나왔으나 고종이 거절했다고 한다.
공식적인 왕비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끝까지 황후 책봉은 하지 않았던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출신 성분 때문이었나?
아버지 엄진삼이 양반이었는지 여부는 정확히 안 나온다.
진명, 숙명 여학교를 세운 분인 걸 보면 여성의 교육에도 상당히 깨인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고종이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강제 퇴위 당한 뒤 덕수궁에 안거할 때 얻은 딸이 덕혜옹주이고 그녀의 어머니가 바로 복녕당 이씨이다.
복녕당도 서른 한 살의 나이에 딸을 낳았다.
고종의 나이는 무려 환갑!
그 후에도 광화당 김씨와 보현당 정씨 등이 아들을 낳았으나 모두 일찍 죽었다.
명성황후와의 사이에서는 4남 2녀를 낳았는데 둘째 아들인 순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렸을 때 사망했다.
대부분의 후궁들이 명성황후와 가례를 올리기 전이나 그녀가 사망한 후 자식을 얻었던 걸 보면, 또 왕비와의 사이에서 자식을많이 낳았던 걸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꽤 좋았던 것 같다.
이렇게 고종의 후궁을 정리해 보면, 첫 딸을 낳았던 소의 이씨, 완화군 생모 영보당 이씨, 의화군 생모 숙원 장씨 등이 나중에 한꺼번에 귀인이 작호를 받았고, 영친왕을 낳은 황귀비 엄씨가 있고, 정비 명성황후가 있으며, 퇴위 후 자식을 낳은 후궁으로 복녕당 양씨, 광화당 이씨, 보현당 정씨 (모두 귀인) 가 있어 선원록에 기록된 부인은 모두 여덟 명이다.
삼축당 김씨는 자식이 없어 정식 작호는 받지 못했던 모양이다.
대부분 오래 살았던 걸로 기록된다.
또 한 가지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고종이 황제가 된 후 5대 조상까지 추증하는 과정이다.
사실 이 부분이 늘 헷갈렸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왕은 4대조까지, 황제는 5대조까지 추증할 수 있어서 이성계가 목조,익조,도조,환조의 네 분을 추증한 것처럼 고종은 조선의 시조인 태조를 고황제로 추증하고, 정조, 순조, 장조, 문조 네 분을 황제의 위로 올린다.
고종은 철종의 대통을 이었지만 종통은 신정왕후와 익종의 양자로 들어갔기 때문에 헌종과는 항렬이 같다.
그러므로 그의 양아버지 익종 (효명세자) 은 양아들이 황제가 됨에 따라 문조 익황제로 추증되고, 할아버지 순조는 숙황제, 증조 할아버지 정종은 정조 선황제, 고조 할아버지 장종(사도세자)은 장조 의황제로 추증된다.
영조는 대한제국으로 바뀌기 이전, 영종에서 영조로 높여졌고 황제로 추증되지는 않았다.
사도세자 역시 대한제국 이전에 장종, 혜빈은 헌경왕후로 추증되었고 고종이 황제가 되면서 장조 의황제로 추증되었다.
익종도 이때 문조로 바뀌게 됐다.
순조는 그 전부터 순종이 아닌 순조였던 것 같고 홍경래의 난을 진압한 공으로 宗 이 아닌 祖 를 받았다고 알고 있다.
철종과 헌종, 정조의 양부인 진종 등은 순종이 즉위한 후 각각 진종 소황제, 철종 장황제, 헌종 성황제로 추증된다.
이 부분이 항상 헷갈렸는데 이번에 정확히 알게 됐다.
조선 망국의 책임으로 고종을 들었던 어떤 책에서, 황제국이 되면서 위상 높힌답시고 조상들 추증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재정이 소모됐다는 비판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황제국이 되서 자랑스럽다기 보다는, 무너져 가는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