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긴, 너무나 잘 생긴, 완벽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정우성의 매력이 빛난 영화.
<비트>에서 보고 반해 버렸는데 그 때보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약간 아저씨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일이 정말 좋다.
영화에서는 쭉 뻗은 수트 차림으로 등장해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흠, 저건 정말 훈훈한 자태야, 대한민국 대표 미남일세...
감탄하면서 봤다.
여주공으로 캐스팅된 고원원도 무척 아름답고 곱다.
컷트 머리가 잘 어울리는 상큼한 중국 아가씨.
영화 속의 지사장이 사천미녀라고 한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다리도 어쩜 그렇게 날씬하게 쭉 뻗었는지.
그냥 평범한 원피스 하나 입었을 뿐인데도 완벽하게 아름답다.
난 영화 보면서 구혜선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 연예 프로그램에서 인터뷰 하는 거 보니까 또 다른 인상이고 영화 속의 청순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사천성 지진에 뭔가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은 했자만 설마 결혼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I'm married" 이 대사가 영화의 반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유부녀라는 걸 알고 흠칫 놀란 정우성,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을 깜짝 놀라 떼고 만다.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배신감과 분노, 농락당한 느낌...
그러나 사실은 남편은 1년 전 지진 때 사망했다.
오히려 이미 남편이 죽었는데도 여전히 그에 대한 성실함을 지키고자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고원원은 진정한 도덕주의자, 마음이 아름다운 여자였던 것이다.
아마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같이 잘까, 이런 말도 쉽게 했나 보다.
정우성은 깜짝 놀라 왜 이렇게 느끼해졌냐고 되묻는다.
사실 그녀는 아줌마였던 것이다!
한 편의 동양화 같은, 대나무를 배경으로 한 중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취가 한껏 빛난 예쁜 영화다.
그러나 솔직히 지루하다.
잔잔하고 사람의 심리 상태를 담백하게 잡아내긴 했으나 너무 밋밋하다.
눈치없는 지사장 때문에 몇 번 웃었을 뿐 너무 담담해 중간에 가끔 졸았다.
그러나 마지막에 서울로 돌아간 정우성이 고원원에게 노란색 자전거를 부쳐 오고 그녀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너무 맘에 들었다.
다시 장면이 바뀌면서 이제는 양복 대신 편하게 사복 차림으로 나타나 그녀를 기다리는 박동하!
둘의 사랑이 다시 이루어질까?
누가 만든 영화인지도 몰랐는데 마지막에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데 감독 허진호 하니까, 역시, 하고 무릎을 쳤다.
보는 내내 어쩐지 <봄날은 간다>와 <외출>이 자꾸 생각났던 것이다.
고원원은 꼭 이영애를 보는 것 같고, 영화는 <외출>의 특별한 줄거리도 사건 전개도 없는 분위기만 띄우는 담담한 스토리 전개와 무척 비슷했다.
한 가지 여담으로 말하자면, 광고만 얼핏 볼 때 정우성이 한국의 사업가고 고원원은 중국의 가이드인데 중국 여행 가서 눈이 맞아 사랑하게 되는데 언어 차이 문화 관습을 넘지 못하고 헤어지는 뭐 그런 내용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중국을 한 수 아래로 낮춰 보고 한국의 부잣집 도련님에게 차이는 가난한 중국 아가씨 이런 비극적인 설정인 줄 알았다.
나 역시 편견에 가득찬 인간이었던 것일까?
반성했다.
존대어 없이 서로 반말하는 영어로 진행되니 둘 관계가 완전히 평등해 보였다.
높임말 때문에 확실히 우리나라 보다는 서구권이 더 자유분방해 보인다.
대신 영어로 진행되니까 우리말 대사가 주는 살가운 잔재미들이 없어 밋밋하기는 했다.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 혹은 분위기가 좋은 영화, 정우성을 위한 영화 이렇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