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y!
브라이언 M. 페이건 지음, 이희준 옮김 / 사회평론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막 나왔을 때 서점에서 비닐에 싸여진 책을 보고 너무 읽고 싶어 도서관에 신청했던 생각이 난다.
신간이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는데도 바빠서 읽어야지, 벼르고만 있다가 막상 도서관에 가면 너무 큰 사이즈 때문에 빌리기를 주저하다가 드디어 대출을 하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사진이 굉장히 화려하고 최근 발굴 성과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또 실제로 발굴을 지도한 학자들이 직접 한 챕터씩 기술을 해서 생생한 발굴 현장 이야기를 최신으로 들을 수 있다.
흥미진진한 고고학적 성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낭만적 고고학 산책> 같은 옛 탐사 이야기 보다 소재 면에서는 더 흥미로운 것 같다.
다만 국내에 덜 알려진 이야기들은 생소함 때문에 처음부터 집중이 잘 되지는 않았다.
관심사가 적은 부분은 아무래도 쉽게 빠지지가 못했는데 (영국의 고대 도시나 켈트 유적지 같은 것) 대신 인터넷을 이용해 기사를 검색하니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고 배경지식이 쌓이니까 금방 흥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18세기 말 바운티 호의 반란을 해결하기 위해 출항한 판도라 호가 좌초되어 호주 박물팀에 의해 인양된 얘기가 있는데 바운티 호가 대체 뭔지를 모르니 이 배 발견이 왜 이슈가 되는지도 모르는 식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찾아 보니 서양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사건으로, 아카데미 영화로도 만들어져 작품상을 받는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판도라 호 발굴팀은 이 배의 인양을 계기로 마치 신안 해저선 발굴 때처럼 박물관까지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남북전쟁 최초의 침몰 잠수함인 헌리호 발굴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이슈이겠으나 나는 남북전쟁 때 잠수함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처음 알아서, 대체 이게 왜 유명한 사건이 되는지 몰랐다.
역시 인터넷을 찾아 보니 영화로 만들어졌을 만큼 대단한 사건이었고 남측 잠수함인데 어뢰 공격을 성공시킨 후 배에 문제가 생겨 여덟 명의 선원이 전원 사망했다고 한다.
이래서 인터넷이 좋은 것 같다.
특히 구글을 참조하면 어지간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고, 한글 대신 영어를 입력하면 더욱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번역책들은 꼭 고유명사의 원어 표기를 꼭 해 주면 좋겠다.
이것저것 인터넷에서 찾다 보면 집중도가 떨어져 진도가 잘 안 나가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책처럼 배경지식이 약한 경우는 흥미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영국의 스톤헨지는 오히려 인터넷에서 더 최신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2009년 9월 기사가 있었다.
이 책에는 스톤헨지처럼 거석이 빙 둘러 있으면서 주위로 도랑을 판 헨지가 있는 스탠튼 드루를 소개한다.
이 발굴을 주도한 교수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스톤헨지는 종교적 제의의 장소가 아니라 부족장의 무덤이라고 한다.
책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신전이다, 태양의 움직임을 측정하기 위한 천문학적 장치다 의견이 분분했는데 스톤헨지 주변에서 마을 유적지가 발굴되고 스톤헨지에서 유골이 여러 점 수습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스톤헨지는 고인돌과 같은 맥락에 속하는 모양이다.
지금으로부터 5000여 년 전의 무덤으로 60여 톤이 넘는 이 거대한 청석은, 무려 240km 나 떨어진 곳에서 끌고 왔다고 하니, 부족장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이 간다.
해양 고고학의 발굴도 도굴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가 크다.
곳디오라는 프랑스의 학자가 주도한 팀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부근에 침몰된 고대 도시, 헤라클레이온과 카노포스 등을 발굴했다.
이 기사 역시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는 이 해저 도시 발굴을 기념하여 박물관을 짓고 바닷속에서 끌어 올린 거대한 석상들을 순회 전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비잔틴 제국의 주화가 다량 발견된 것으로 보아 적어도 9세기 말까지는 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재밌는 것은 이 도시가 이집트 역사에 특별히 기록되지 않고 다만 그리스 여행기에만 등장했기 때문에 전설상의 도시로 치부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에게 봉헌된 이 고대 도시는 바다 밑에서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를 보여 준다.
해저에서 잠수부가 거대한 석상과 마주하는 사진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맨 첫 장인 인류의 기원이다. 
대체 인간은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창조론자들은 잃어버린 고리 운운하며 인간의 진화를 부정하는데 현대 발굴 성과를 보면 그 고리들을 찾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은 감이 잘 안 잡혀 이해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인간의 조상은 막연히 루시라고 대표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여성 유골은 370만년 전 쯤 존재했던 호미닌으로, 약 450만년 전에 직립보행을 했던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가 발굴되면서 더 윗대 조상이 밝혀졌다.
1994년에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이 얇은 턱뼈는 머리를 앞으로 내민 유인원과는 달리, 척추 위에 머리를 곧추 세운 형태였고 15년의 연구 끝에 공식적으로 발표되어 올해 최고의 과학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역시 인터넷에서 알게 된 기사다.
루시, 즉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와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를 연결하는 고리가 바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다.
약 430만년 전에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르디피테쿠스에 속하는 더 오래된 종인 카답파는 약 580만년 전에 살았다고 한다.
그 외에 다른 호미닌으로는, 600만년 전의 오로린 투게넨시스, 700만년 전의 사엘란트로푸스 차덴시스 등이 있다.
막연히 인간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하빌리스, 에렉투스를 거쳐 사피엔스로 진화했다고 생각했는데 진화의 계보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여러 계통을 거쳐 오늘날의 현생 인류가 탄생했다.
그러니까 침팬지와 인간의 공통 조상, 그 다음에 침팬지, 인간 이게 아니라 현생 인류가 태어나기까지 네안데르탈인 등이 사라져 가는 등 많은 수의 다양한 종이 나타나고 사라짐을 반복했던 것이다.
우리 인간의 계통수는, 영장목 호미니드과, 호미닌족, 호모속 인간종이다.
사실 이 族 이라는 분류는 처음 알았다.
내가 생물학 배울 때는 못 듣던 용어 같은데.
침팬지는 영장목 호미니드과 팬속 침팬지종이고, 고릴라나 오랑우탄은 모두 호미닌족에 속하지 않는다. 호미니드과에서 각각 다른 길을 걸었는데 책에서는 그 시기를 약 1200~900만년 전으로 보고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아프리카 단일기원설에 대한 의문이다.
이 사실 역시 책에 실린 그루지야의 드마니시 발굴팀이 최근 발표한 내용을 인터넷에서 알게 됐다.
91년에 드마니시라는 곳에서 뼈무덤이 발견됐는데 여기서 나온 두개골이 호모 에렉투스의 가장 이른 형태를 띠고 약 180만년 전의 연대를 갖는다고 한다.
이 두개골은 아프리카의 호모 에렉투스 보다 더 이른 시기의 것으로 그 윗대인 호모 하빌리스와도 비슷해 하빌리스와 에렉투스를 잇는 고리로 여겨진다.
책에서는 여전히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을 지지하고 있지만, 최근 이 팀이 발표한 것에 따르면 200만년 전에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150만년 전에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는 통설과는 달리, 이들은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각자 진화했고 나중에 다시 아프리카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다기원설의 증거가 된 셈이다.
정말 놀라운 사실들이 아닌가.
내가 죽을 때쯤 되면 인간의 진화 과정이 좀 더 정교하게 서술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신문도 열심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외에도 잉카나 마야의 인신제의 장소인 달의 피라미드, 그 안의 냉동 미라들, 아리시아 왕비들의 무덤, 이집트 황금 계곡의 1만여 미이라들, 피라미드 옆의 인부들 숙소 등 흥미로운 발굴들이 펼쳐진다. 
특히 페루의 안데스 지역 모체 문영이나 잉카 문명 등은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를 다녀와서인지 더 재밌었다.
도시화로 유적들이 손상되고 도굴품이 마치 마약 밀거래처럼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저자는 특히 이라크 박물관 약탈을 가슴아파 한다) 과학의 발달로 고고학도 이제 최첨단의 분석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작은 유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유물의 보존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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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자연.문화 유산 100 - 문명과 자연이 빚은 놀라운 걸작들
앤 벤투스 지음, 박웅희 옮김 / 서강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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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재밌게 읽은 책이다.
프레스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전을 보고 사진과 문화유산에 관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고른 책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라 생각하고 외면했던 책인데 관심을 가지고 보니 무척 재밌다.
일단 도판이 커서 보는 즐거움이 크다.
그런데 여기 실린 사진보다 사진전에 출품된 사진이 훨씬 생생하고 아름답게 와 닿는다.
재밌는 것은 유명 건물마다 찍는 포인트가 다들 비슷한 모양인 듯, 사진전에서 봤던 사진과 거의 흡사한 사진이 실렸다.
설마 같은 작가?
따로 사진 작가에 대한 글은 못 읽어 봐서 혹시 같은 사람이 찍은 사진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문득 든다.
하여튼 사진전에서는 사진은 훌륭한데 설명이 부족해서 아쉬웠던 점을,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지식은 얻을 수 있어서 너무 즐겁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정말 인생은 즐겁고 해야 할 일 봐야 할 것들은 많다는 것이다.
한 500년쯤 살면 지구라는 아름다운 공간에 자연과 인간이 이룩한 위대한 작품들을 전부 감상할 수 있을까?
추천사에도 나온 바지만, 자연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인간의 작품, 건축물들도 정말 놀랍도록 신비롭고 또 아름답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스터섬의 거석문화로부터 시작해 20세기의 최첨단을 달리는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마천루,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 이르기까지, 경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
인간이란 존재가 가끔은 너무 하찮고 보잘 것 없다 싶으면서도 이런 문화유산을 접할 때마다 다시 한 번 이 지적인 존재의 창의력에 감탄하곤 한다.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곳들. 
1. 비스키르헤.
로코코 양식으로 지어진 이 교회는 겉보기에는 수수한 시골 교회 같지만 내부 장식은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장식미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이 천정화를 보라. 

 

사실 이건 사진이 별로 좋지 않은데, 책에 제대로 실린 사진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화려학 아름답다.
독일의 로맨틱 가도 가는 길에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꼭 가 보고 싶다.
문화유산 중에서 나는 이 교회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2. 이스탄불에 있는 하기아 소피아 성당과 블루모스크.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서구화에 젖어서라기 보다는 여성차별과 그 교조주의적인 억압이 너무 싫어 이슬람 문화 역시 어느 정도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예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그 독창성과 미학적 가치를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인물이나 형상 대신 기하학적 도안을 사용해 이렇게 아름다운 장식미를 선보이다니, 서구와는 또다른 건축미의 정점을 보여 준다.
신에 대한 경배는 인간의 창의력을 이렇게도 극대화 시킬 수 있단 말인가.
종교가 혐오스럽다가도 이런 찬양물들을 보면 종교야 말로 인간의 삶에서 뗄 수 없는 가치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터키에 정말 가보고 싶어졌다.
비잔틴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겹쳐 있으며 또 트로이의 역사가 숨쉬는 고대로부터의 위대한 도시가 아닌가. 

3. 이과수 폭포와 나이아가라 폭포.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걸쳐 있는 이 어마어마한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몇 배라고 한다.
정말 장관일 것 같다.
헬리콥터 투어도 있다고 하던데 꼭 가 보고 싶은 곳.
제주도 갔을 때 폭포라고 하기도 민망한 아주 작은 폭포 옆에 섰는데도 그 물살의 힘에 놀라 겁이 났었는데 저런 엄청난 폭포를 보면 자연스레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생길 것 같다. 

내가 잘 몰랐던 곳들이 많이 소개되어 다시 한 번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실감했다.
예전에는 그저 서유럽이 최고의 관광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놀라운 자연과 건축물이 참 많다는 걸 깨달았다.
비록 다 가 볼 수는 없겠지만 책이나 사진을 통해 눈으로라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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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2010-01-3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차별과 그 교조주의적인 억압이 너무 싫어 이슬람 문화 역시 어느 정도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다 (?) 그런면도 있겟지만, 기독교에 문명보다 더 심하다고 할 수는 없지요.

marine 2010-02-0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럽 사회에서 현재 기독교가 이슬람 사회처럼 억압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건 아니죠. 역사는 과거의 역사일 뿐이고 현재가 중요한 거죠, 바로 지금 현대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들이 어떤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는지.
 
이야기 라틴아메리카사
마스다 요시오 지음, 신금순 옮김 / 심산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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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학자가 쓴 책.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잉카 문명전을 관람한 후 들린 아트샵에 전시되어 있던 책이다.
일단 분량이 작고 (300 페이지가 안 됨) 서술이 평이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일본 학자들에 대해 약간의 편견이 있었는데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 천착한다는?) 저자는 됴쿄대 교수라는 직함에 걸맞게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잘 개괄해 준다.
그 전에 읽은 라틴아메리카 관련 책들이 배경지식이 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은 특이하게도 아메리카 대륙이 거대한 판게아에서 떨어져 나올 때부터를 서술한다.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까지는  대륙이 하나로 붙어 있었기 때문에 이 때 번성하기 시작한 공룡은 전 지구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쥐라기 때 곤드와나 대륙이 유라시아로부터 분리되고, 남아메리카는 이 남쪽 대륙에 붙어 아프키라와 하나를 이루고, 북아메리카는 아시아에 붙어 있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아메리카가 분리된 후 신생대 제 3기 때 파나마 육교로 연결된다.
아다시피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 베링해협이 분리되면서 이제 아메리카는 구대륙과는 다른 독자적인 길을 걷는다.
재밌는 것은 유럽인의 시각이 아니라 할지라도 아메리카에 인류가 최초로 나타난 것은 만 4천여년 전으로 아마도 매머드 같은 거대 포유류를 사냥하기 위해 따라왔던 것 같고 그 이전의 흔적이 없어 인류학적인 측면으로 봐도 역시 신대륙이라는 사실이다.
제러드 다이아먼드의 <총균쇠> 를 보면 아메리카에 금속 문명이 늦게 전파된 이유를, 유라시아의 횡축이 문명의 전파가 쉬웠던 반면, 아메리카의 종축은 상대적으로 불리했다고 보고 대항해 이후 스페인의 침입이 없었다면 아메리카 역시 철기 시대로 접어들었을 것으로 본다.
발전 속도의 차이가 항해술의 발달 이후로 전 지구를 하나로 만든 대신, 취약한 문명의 끔찍한 참사를 부른 셈이다. 

코르테스가 멕시코의 아즈텍 문명을, 피사로가 잉카 문명을 멸망시킨 후 스페인은 멕시코와 페루에 부왕령을 설치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개척자 혹은 문명 파괴자들에게 주민과 땅을 통치할 수 있는 권한을 하사한다.
이들이 사병을 거느린 대지주 카우디요가 되서 현대 정치사에서 독재자로 행세한다.
저자는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권 등도 카우디요의 변형판으로 보고 민중을 만족시키는 시늉만 하면서 국가를 통제하려고 한다고 비판한다.
90년대 출간된 책으로 최신 지견의 업데이트가 아쉽긴 하지만 남아메리카의 역사와 변천사를 한 눈에 요약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스페인에 비해 국력이 약했던 포르투갈은 귀족들의 브라질 개척 역시 활발하지 않아 국가 주도로 해안가 중심으로 개척해 나갔는데 나중에는 영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2차 대전 이전까지 미국에 앞서 아메리카에 자본을 대고 엄청난 이익을 취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충돌을 막기 위해 중간 지대로 우루과이를 설립했다거나, 히스파니올라의 서부를 프랑스가 장악해 프랑스 대혁명에 자극받은 흑인노예의 반란으로 아메리카 최초로 독립국이 된 아이티 공화국의 유래 등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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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최후 - 역사의 태양이 솟는다. 내일을 열어라!
김윤희.이욱.홍준화 지음 / 다른세상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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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고종에 대한 내 생각을 역사적으로 증명해 준 책. 
조선 망국의 가장 큰 책임은 을사오적 보다도 당연히 군주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였던 고종이 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고종은 아버지와 마누라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고뇌하는 가엾은 왕, 심지어 일본에게 왕위 뺏기고 독살당했다는 음모론까지 생겨 동정심을 사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실상 따지고 보면 고종이야 말로 왕조국가가 근대국가로 변모해야 할 이 중요한 타이밍에 전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인 인물이었다.
다른 책에서도 읽은 바지만 이완용 등도 매우 총애하는 대신이었고 패망 이후에도 절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편안한 시기에는 몰라도 근대화의 바람이 무섭게 불던 구한말의 지도자 노릇을 하기에는 너무 그릇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쇄국 정책으로 일관하기는 하였어도 적어도 리더로써는 더 지도력을 발휘하고 뚝심이 있지 않았나 평가하고 싶다.
고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때문인지 명성황후에 대해서도 민비라고 칭하고 있다.
망해가는 나라의 위상을 세우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 황제 국가였다니, 좀 아이러니 하다.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역시 모든 일은 명실상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근대화 산업 때문에 돈이 부족한데 황제 국가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묘를 새로 단장하고 각종 의례를 재정비 하느라 엄청난 돈이 소요되어 재정은 더욱 각박해졌다고 한다.
고종은 왕은 곧 국가라 생각하는 전근대적 전제 군주였기 때문에 국가 재정은 곧 왕실 개인 용도로 사용되었고 김옥균 암살을 비롯해 망명자들 처리와 후에 민비가 살해된 후 개인 경호를 위해 엄청난 비자금이 소용됐다고 한다.
정말 고종이야 말로 좀 더 엄정한 비판의 날로 평가되어야 할 인물이 아닐까 싶다.
왜 대한제국이 식민지로 끝을 맺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내부의 취약점을 짚어 본 책이다.
기획이 신선하고 보다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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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2009-12-17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부터 애독자에요. 자주 공감하는데 글 쓰시는데 방해가 될까봐 댓글을 못 남기겠더군요. 이 책은 몰랐네요. 감사 드려요-

marine 2009-12-1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댓글 감사드려요. 전 제 시선이 좀 마이너적이고 삐딱한 것 같아 글 올릴 때마다 늘 조심스러웠거든요.

youngjip.choi 2021-01-25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은 답이 없는 나라였죠. 못난조상들의 실정과 시대착오적 세계관을 직시해야 밝은 미래가 있다. 이젠 남탓 좀 그만하라.
 
여배우들 - Actr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냥, 뭐 그랬다.
S양이랑 보는 영화는 늘 그저 그런 것 같다.
나도 어쩐지 살짝 마이너 취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고른 영화들은 왜 죄다 이런 건지...
강남역에서 6시 반에 만나서 밥 먹고 7시 반에 영화 보는 게 원 계획이었는데 역시나 전혀 계획대로 되지 않고 만나는 시간이 벌써 7시에다가, 영화관 바로 앞 돈까스 집에 들어갔는데도 정작 밥 나온 시각은 7시 25분...
OTL...
맨날 병원에서 밤마다 시켜 먹는 질릴대로 질린 돈까스였지만 영화 보겠다는 일념으로 들어간 곳인데 그나마 30여 분 만에 음식이 나왔고 거기다가 덜 익기까지!
하여튼 대충 먹고 강남 씨너스에 들어갔는데 사람은 미터 터지건만 엘리베이터는 달랑 2대로 운영해 무조건 만원이라 사람들이 아예 먼저 타서 지하까지 갔다 오는 바람에 1층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계속 못 올라가고 진짜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심지어 만원이라고 삐소리 울리는데도 다들 절대 안 내리고 눈치만 보고 있고 나, 참...
8층 매표소에 내렸는데 영화관은 11층, 역시나 엘리베이터 절대로 안 옴.
결국 11층까지 걸어서 올라갔는데 숨차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앞부분 잘라 먹었다.
상영관이 작아서인지 전석 매진 같았고 워낙 짧아 좀 아쉬웠다.
요즘 영화는 거의 세 시간에 달해서 돈은 안 아깝다 생각했는데 이건 본전 생각 좀 많이 났다.
무릎팍 도사 재판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신선하고 재미는 있었다.
누구 말대로 대체 왜 그렇게 카메라는 흔들어 대는지 적응하는데 한참 걸렸다.
완전 리얼인가 했는데 상당히 각본이 짜여져 있었고 군데군데 애드립이 있지 않나 싶다.
고현정이 아주 자신을 팔기로 작정을 한 것 같다.
이혼 얘기가 주테마였으니까.
털털한 게 원래 성격 같고 어쩐지 호감이 생겼다.
그 전에는 왠 신비주의, 재벌은 이혼을 해도 사람들이 동경하는구나, 이렇게 좀 삐닥했는데 저런 성격이니 재벌가에서 못 견디지 않았나 이런 약간의 동정심도 생겼다.
같이 나온 최지우가 워낙 말라서 고현정이 떡대가 있어 보였다.
얼굴도 굉장히 큰 것 같고.
피부 좋은 건 탱탕한 얼굴살 덕분이지 않을까. 

연예계 일하는 사람들의 그 오버스럽고 게이 같은 말투는 정말 적응이 안 됐다.
어쩐지 좀 재수없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막상 우리 하는 말도 녹음해서 딴 사람이 들으면 열라 재수없네 이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초반에는 여배우라는 그 캐릭터 자체가 재수가 없었다.
뭐랄까, 오직 그 한 사람을 위해 딴 사람들은 모두 밑에서 굽신거려야 하고 나르시시즘에 빠진 듯한 거부감이 확 드는 그런 족속들 같았다.
드라마의 캐릭터와 실제 인물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 주는 느낌?
김옥빈이 누구인지 몰랐는데 영화에서 꽤 예쁘게 나온다.
김민희도 귀엽게 나오고.
이미숙의 흰머리는 당연한 거면서도 좀 충격이었고 윤여정씨는 이제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할머니라는 걸 확실히 느꼈다.
요즘이 워낙 리얼이 대세인 시대라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음을 각오하고 특히 최지우 같은 그래도 스타가 신비주의 대신 저런 영화 찍는 게 약간은 놀랬다.
고현정이야 아예 맘먹고 이런 분야로 나서기로 작정한 것 같고.
옥션 광고 찍을 때부터 아, 이제 생계형으로 나가는구나 짐작은 했다.
이미숙이 굉장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예능 나온 거나 이번 영화 보니까 이미지가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말을 잘 하거나 toxic 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도 든다.
자기들끼리 하도 선생님, 선생님 하니까 진짜 웃긴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 일반인까지 따라서 연예인에게 선생님 한다) 또 생각해 보면 영화에 나온대로 고현정과 이미숙이 열 두 살 차이고, 이미숙과 윤여정이 열 두 살 차이라니까, 미숙씨, 여정씨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싶다.
그렇다고 할머니, 이럴 수도 없고.
병원에서도 나 보다 1년만 높아도 다 선생님 하니까, 선생님이야 말로 이 시대의 두리뭉실한 경칭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여튼 2009년도 대한민국은 리얼이 대세임을 다시 한 번 느꼈고 나름 무대 뒷편을 보여 준다는 의미로 신선한 기획이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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