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의 죽음 Mr. Know 세계문학 38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아, 정말 어렵게 읽은 책이다.
영화를 먼저 봤고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안 되서 원작을 봐야지 벼르다가 정말 힘들게 빌려서 읽었다.
여러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을 읽고 다른 단편들은 도저히 도전할 용기가 없다.
나는 일단 서사구조가 약하면 재미가 없다.
아무래도 내가 이해할 수준이 안 되는 것 같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토마스 만의 작품을 읽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소설 속의 타치오를, 영화에서 스웨덴 아역 배우가 정말 완벽하게 재현했다.
앞부분에 실린 아센바흐의 예술가로서의 고뇌는 영화에서 표현이 안 되지만 베네치아에 도착한 후 타치오 곁을 떠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장면은 정말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소설을 제대로 그려내기가 참 어려운데 굉장히 충실하게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타치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화장을 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덮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더운 베네치아 거리를 헤매는 아센바흐의 모습은 정말 완벽했다.
영화 속의 타치오는 토마스 만이 그리고자 했던 바로 그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미소년이 아니었을까 싶다.
동성애, 사실 공감하기 어렵다.
예술가로서의 예민한 감각과 약한 체력을 가진 아센바흐가, 문장으로 귀족 칭호까지 하사받은 그가 거리의 어떤 남자에 의해 자극되어 자기도 모르게 여행을 떠나게 되고 거기서 마음을 움직이는 미소년을 만나 그 곁을 맴돌다가 전염병의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발목이 잡혀 죽고 만다.
소년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서 피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젊어 보이려고 화장을 하는 노대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소설의 백미다.
결국 그는 단 한 마디 말도 건네지 못한 채 해변가에서 숨을 거둔다.
동성애, 특히 어린 소년에 대한 애정, 문득 그리스인들의 동성애가 생각난다.
어른이 미소년을 상대로, 어쩌면 젊음에 대한 동경,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 이런 형태가 아니었을까? 

앞부분에서 작가는 아센바흐의 예술가적 자세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약한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자기 안에 함몰하는 남자.
미친듯이 몰아쳐서 글을 쓰기 보다는, 재능을 낭비하지 않고 엄격한 자세로 집필하는 정말 독일인다운 작가.
삶의 욕망을 모두 금기시하고 게으름이나 사치는 생각도 할 수 없고 오직 성실하게 문장을 이어나가는 남자.
일반적인 천재적인 예술가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고 어쩌면 내가 그려온 그런 작가상이 아닐까 싶다.
눈에 보이는 감각적인 즐거움은 모두 부질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오직 정신적인 것, 신성한 그 무엇을 향해 인고하고 절제하며 금욕하는 남자!
사실 이 소설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작가가 창조한 이 예술가에 대해 애정이 생기고 또 하나의 창조물 타치오에 대해서도 애착이 간다.
다들 재밌다고 감탄하는 <부텐부로크 가의 사람들> 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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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미술여행을 떠나다 - 미술사학자 고종희와 함께 이상의 도서관 26
고종희 지음 / 한길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기행문은 이제 정말 안 봐야겠다.
제목에서 벌써 기행문임을 암시하지만 그래도 이 분의 전작들을 재밌게 본 나는 꽤 기대를 하고 도서관에 신간을 신청해서 읽었는데 만족도는 그저 그렇다.
훌륭한 기행문을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이주헌씨만큼 평범하고 무난하게 쓰기도 어려운 것 같다.
어떤 기행문도 자기 여행 코스 소개하고 거기서 본 미술품이나 건축물 좀 소개하고 약간의 소회를 덧붙이고 사진으로 치장하면 끝이다.
차라리 작가들의 기행문을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문열 같은 글쟁이가 쓰면 좀 나으려나?
예전에 신라 왕릉을 소개한 어떤 작가의 기행문을 읽었는데 문장 하나하나에 정말 감탄했었다.
고종석씨 기행문도 참 괜찮은데.
역시 에세이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 에세이스트가 쓰는 거다. 

문체나 글의 수준은 솔직히 실망스럽지만, 책 내용은 무척 좋았다.
이탈리아에서 5년 동안이나 수학한 만큼 또 전공인 만큼 이탈리아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소개한다.
이탈리아 하면 기껏해야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정말 곳곳에 유명한 미술관이 많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에 지정된 곳이 많다고 한다.
밀라노에 가면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그려진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 성당을 볼 수 있다.
식당에 이렇게 엄청난 그림이 있다니, 밀라노란 도시가 달리 보인다.
이 성당은 역시 유명한 건축가 브라만테가 설계했다고 한다.
두오모 대성당 역시 프랑스의 고딕을 압도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으로 봐도 우와, 할 정도니 실제로 올려다 보면 신심이 절로 생길 것 같다.
무려 500여 년에 걸쳐 제작됐다고 한다.
작가의 생각에 딱 동의하는 말이 있었는데 이 분은 나처럼 라파엘로를 세상에서 가장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라고 생각한다.
나도 평소에 라파엘로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화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반가웠다.
완벽한 비례, 균형, 대칭, 그리고 살아 숨쉬는 그 선명한 색체 감각!
고전주의의 완벽한 현신이라고 생각한다.
이 라파엘로의 <아테나 학당> 밑그림이 밀라노의 암브로시아나 미술관에 있는데 단순한 밑그림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완벽한 소묘라고 한다.
정말 가서 꼭 보고 싶다.
여기에는 다 빈치의 <음악가의 초상> 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카라바조의 <과일 바구니> 라는 최초의 정물화도 있다.
밀라노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미술관, 브레라 미술관은 미술책에 흔히 나오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대표작 <신성한 대화> 가 있고, 물에 빠져 죽은 사람 같은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 가 있다.
라파엘로의 <성모 마리아의 결혼식> 도 만날 수 있다.
다들 미술책에서 여러 번 등장했던 위대한 그림들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탈리아에서는 단지 오래 됐다는 것만으로는 언급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명작 중의 명작, 그야말로 명품들만 언급하기에도 모자란 회화와 조각, 건축의 보고가 아닐까 싶다.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에 나오는 만토바의 공작궁에는 만테냐의 유명한 그림 <루도비코 곤차가의 가족과 신하들> 이 있다.
<목이 긴 성모 마리아> 를 그린 파르미자니노는 파르마의 대성당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파도바에는 조토의 벽화가 있는 아레나 예배당을 볼 수 있고,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수도였던 라벤나의 성 비탈레 성당에서는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는 유스티니아누스 1세 부부의 모자이크를 볼 수 있다.
치마부에와 조토의 벽화로 가득찬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도 있다.
이름만 주어 섬긴 도시들이 모두 엄청난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저자의 분석대로 지방 분권제가 오래 지속되어 통일까지 시간이 한찬 걸리긴 했으나 대신 각 지방의 독특한 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소개된 그림들이 모두 미술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야말로 화가들의 대표작들이라 하나하나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책 한 권을 들고 이탈리아 순례를 떠나도 좋을 것 같다.
정말 서양 미술의 역사는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이고 감탄사만 연발하게 된다.
이런 예술품들을 일상으로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얼마나 축복받았는지!
사실 유럽 여행 때 이탈리아에 들렸을 때 프랑스나 독일과는 달리 너무 덥고 왠지 지저분한 느낌이 들어 (특히 소매치기들 때문에 너무 예민해져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간다면 이 놀라운 미술품들을 마음껏 보고 싶다. 

파란 표지가 무척 예쁘다.
저자가 언급한 그림과 조각들은 모두 사진으로 싣는 정성이 돋보이고 내용도 어렵지 않게 한번에 죽 읽을 수 있다.
다만 역시 수박 겉핥기 식의 쓱 둘러 보는 정도라 깊은 내용은 없다. 
가벼운 이탈리아 미술 기행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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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1st 콘서트 : 슈퍼 쇼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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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콘서트 DVD는 팬심이 있어야 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지난 번에 이승환 콘서트 갔다 와서 완전 반해서 dvd 로 다시 봤는데 왠걸, 무대의 열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정말 밋밋하고 잠 왔다.
이번에 슈퍼주니어 쇼 역시 공연 동영상 볼 때 보다 훨씬 심심하고 밋밋했다.
아마 객석에서 가수들과 같이 호흡했던 관객들은 화면으로는 느껴지는 않는 엄청난 열기와 흥분을 느꼈을테지만, 방에 앉아서 TV로 보는 시청자는,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안무도 거의 안 하고 완전히 막 하는 느낌이 들어 슈퍼주니어 특유의 힘있는 군무를 볼 수 없어서 아쉽기 그지없다.
나중에 콘서트 하면 꼭 보러 가야지. 

대체 이 나이에 슈퍼주니어라니, 이게 왠 말인가, 싶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다.
<절친노트>인가 거기서 처음으로 슈퍼주니어라는 팀을 알게 됐고 호감이 생겨서 노래도 유심히 듣게 됐는데 그 때가 쏘리쏘리로 한창 인기를 끌 때였다.
열 두 명이 나와서 한꺼번에 힘있는 동작으로 군무를 하는데 와, 진짜 너무 멋진 거다.
난 원래 노래도 합창을 좋아하고 춤도 같이 모여서 집단으로 추는 걸 좋아해서 딱 내 스타일에 맞았다.
처음에는 열 세 명이라니, 대체 왜 이렇게 많아 했지만 팬심을 가지고 열심히 보다 보니 한 명만 빠져도 금방 눈에 띄어서, 요즘에는 왜 기범이가 안 나올까 아쉽기까지 하다.
관심이 없는 사람들 눈에는 왠 애들이 떼로 나와 정신없이 하나 싶겠지만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열 세 명이 제각각 뛰어난 매력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게 다 보인다.
아이돌 스타에 대해 인터넷을 보면 비하하는 말들이 많은데 각 세대마다 자신들만이 공유하는 특유의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을 좋아하든 축구를 좋아하든 영화를 좋아하든 그냥 그걸 보면 행복하고 좋아지는 하나의 문화일 뿐이다.
뭘 그렇게 비하하고 깍아 내리고 빠순이 운운하는지, 참...
어떤 세대나 다 나름의 스타와 우상이 있지 않을까?
요즘 아이돌은 춤추면서 노래도 잘 하고 연기도 하고 준비 기간도 정말 길고 심지어 보아나 비처럼 전 세계로 뻗어나가니, 이승철 말처럼 슈퍼스타 k에 뽑히는 게 판검사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게 실감난다. 

관심이 생겨 옛날 앨범들도 유심히 듣는데 뒤로 갈수록 너무 애들 취향이고, 이번 콘서트 DVD도 살짝 민망하고 손발 저리는 장면도 있었지만 괜찮은 노래들도 꽤 많다.
특히 려욱이와 규현이, 노래 정말 잘 한다.
나중에 슈퍼주니어가 해체되더라도 솔로 가수로 성공할 것 같다.
어쩐지 뒤로 갈수록 음악적으로도 성숙한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콘서트는 직접 가서 봐야 제맛이다.
공연 문화가 더 활성화 되서 가수라면 당연히 콘서트, 이런 분위기가 일반화 됐음 좋겠다.
기타 치는 성민이와 드럼 치는 시원이가 나와서 반가웠다.
좀 많이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피아노 치는 려욱이와 같이 노래 부르는 규현이, 완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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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예 중국문화 13
항지앤 지음, 한민영 옮김 / 대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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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역시 알라디너의 서재에서 추천을 받고 읽은 책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발견할 때마다 알라딘 서재의 힘을 새삼 느낀다.
광고의 홍수 속에 좋은 책들이 묻혀 버리는 것 같아 참 안타까운데, 인터넷 서점의 리뷰들이 좋은 책을 발굴하는 훌륭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대가 출판사에서 나온 중국 전통문화 시리즈는 참 재밌다.
200 페이지가 안 넘는 가벼운 분량에 사진을 많이 실어 볼거리가 많고 중국인 학자들이 직접 설명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돋보이며 번역자들의 각주 또한 성실하다.
기획력이 참 돋보이는 책인데 왜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는지 모르겠다.
시리즈로 다 읽어 보고 싶은데 이게 또 도서관에 비치가 안 되어 있다.
다행히 경기도 사이버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상호대차 서비스 덕분에 빌려서 편하게 읽고 있다.
이럴 때는 정말 세금 내는 보람이 느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목공예실을 가보면 조선의 가구들이 얼마나 담백하고 단아한 맛을 풍기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옛날에는 그저 촌스럽고 투박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거야 말로 잘못된 교육의 폐해였다.
우리 것은 무조건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서구적인 게 최신 유행이고 세련됐다는 생각은 개발 독재 시대의 잘못된 논리였음을 요즘에 깨닫는다.
정말 식민지 시대라는 불행한 단절이 없었다면 우리 문화도 현대적으로 계승될 수 있지 않았을까? 
중국 도자기는 한국의 백자나 청자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하고 일견 촌스럽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그것이 얼마나 짧은 소견이었는지 새삼 느꼈다.
중국의 공예품은 일단 세계 최대의 인구와 유구한 역사에 걸맞게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경극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인형극이나 그림자극도 매우 유명하다.
종이 인형들이 어찌나 정교한지 저것도 하나의 예술이구나 싶다.
도자기들도 형형색색 시대별로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다.
서문에서 중국 공예품의 특징은 장식성을 배제한 실용성에 있고 농경 문화의 특성에 맞다고 했는데 한국의 공예품에 비하면 중국 공예품도 매우 장식적이다.
특히 청나라대 공예품들은 여백을 남기지 않고 빽빽하게 채워 넣어 매우 화려해 보였다.
영국의 바이외태피스트리를 보고 감탄했는데 중국 자수도 못지 않다.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한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러고 보면 신석기 시대의 토기를 시작으로 청동기 시대 예기들이나 목조 건축물 등 주변에 공예품이 아닌 게 없다.
기계화가 되기 전인 20세기 초까지 사람의 손으로 만든 전통 공예품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우리 문화와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아시아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구 중심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좁은 것인지 많이 느꼈다.
항상 우리 것은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했고 서구화가 곧 세계화이고 보편화라고 생각했다.
왜 우리에게는 베토벤, 모짜르트, 고흐 같은 위대한 예술가가 없을까 약간의 비하 의식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문화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그야말로 독특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임을 알게 됐다.
문화의 가장 위대한 기준 척도는 바로 다양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같은 세계화 시대에 인터넷을 타고 곧바로 문화가 퍼져서 쉽게 보편화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 같다.
중국의 도자기와 옥공예품, 자수, 인형들을 보면서 완물상지라는 고사성어를 생각했다.
아름다운 공예품을 보고 있자니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기회가 되면 중국의 박물관을 찬찬히 둘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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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문화 살림지식총서 144
신규섭 지음 / 살림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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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서재에서 리뷰가 워낙 좋길래 보게 된 책.
살림 총서는 분량이 너무 작아 주제가 클 경우 맛배기 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요즘에는 잘 안 본다.
그렇지만 반대로 짧은 분량에 압축해서 주제를 섬세하게 보여 주기도 하는데 이 책은 페르시아 문화에 대해 훌륭한 소개서가 되고 있다. 

페르시아라고 하면 막연히 아테네에게 패한 다리우스 왕의 나라 정도로 밖에 생각이 안 난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게, 이원복씨가 그린 만화세계사라는 계몽사에서 나온 전집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지극히 서구적인 관점으로 페르시아와 아테네의 전쟁을 그렸다.
아테네의 승리는 군주정에 대한 민주주의의 승리이고, 패배한 다리우스는 굉장히 희화화 됐었다.
과연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을 현대의 민주주의와 동일 선상에서 놓을 수 있는지 의문이며, 고대 페르시아 제국이 한 변의 패배로 우스꽝스러운 독재 국가로 묘사될 수 있는지 지금은 매우 의문이다.
지난 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페르시아展 을 보면서 페르시아 제국이 얼마나 위대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는지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고, 헤로도토스의 페르시아 전쟁사를 읽으면서 이 위대한 제국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이슬람 문화를 이루는 두 축, 아랍 문화와 페르시아 문화를 구분해서 설명한다.
막연히 페르시아는 고대 이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등이 문화권에 속하고 아직도 페르시아어를 쓴다고 한다.
서역 문화의 첨병 역할을 한 소그드어도 바로 고대 페르이사어의 갈래이기 때문에 소그드 상인들과 그들이 신봉한 마니교 역시 페르시아 문화로 봐야 한다고 한다.
돈황에 한자가 많은 것은 페르시아 승려들이 불경을 한자로 번역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새로운 시각이다.
이 책에서는 페르시아 문화가 현대에 미친 영향 중 하나로 키아로스타미를 들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 친구의 어디인가>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서사적이지 않은 구조 때문에 이해를 제대로 못하고 중간에 껐지만.
여기 소개된 <올리브 나무 사이로>를 봐야겠다.
그노시스, 신비주의, 영적인 것의 추구, 명상 등으로 대표되는 페르시아 문화를 잘 표현한다고 한다.
이 영화 보다는 신발이 없어 동생과 돌려가면서 신는 <천국의 아이들>을 훨씬 재밌게 봤는데 그 때는 막연히 이란이 가난하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역시 그 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비로소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유구한 역사와 힘이 보인다.
경제력만으로 한 나라를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나 천박하고 표면적인 일임을 느낀다. 

이란이 이슬람 세계에서는 소수에 속하는 쉬아파를 선택한 것도 아랍 문화와 대비되는 페르시아 문화의 독창성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채롭다.
솔직히 이란 하면 부시가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래, 호메이니의 신정정치가 자행되는,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라고만 생각해 왔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란 고원의 원주민들이 메소포타미아 평원으로 내려와 이룩한 문명이 바로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이고 보면, 또 이들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인더스 문명을 이룩하고 남쪽에서 엘람을 건설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장구한 페르시아 문명을 이룩했는데 왜 국제 사회에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안타깝다.
어쩌면 이슬람교라는 종교로부터 더 자유로워져야 비로소 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문명을 이룩한 이란인들의 진정한 힘이 비로소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페르시아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좋은 책이고 짧지만 알찬 내용이 돋보인다.
이슬람과 페르시아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좀 더 자세히 페르시아 문화에 대해 알아 보고 싶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식의 지평을 넓힐 뿐 아니라,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후진국이고 종교가 지배하는, 핵무기나 만드는 형편없는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지엽적이고 단순한 생각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란과 그들의 페르시아 문명이 국제 사회에서 보다 더 올바르게 평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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