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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 투란도트
푸치니 외 / Warner Classics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요즘 오페라 보는 재미에 빠져 산다.
박종호씨 책을 읽으면서 오페라라는 것에 관심이 생겼는데 아무리 설명을 잘 해 줘도 좋은지 어떤지 감이 안 잡혀 직접 보러 다니기로 했다.
유명 오페라단의 내한 공연 같은 건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나고, 대신 국내 오페라단의 할인된 티켓을 단체구매 해서 보고 있다.
의외로 관심있는 분들이 많아서 동호회가 많이 활성화 되어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
역시 직접 공연장에 가서 보고 나면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이해가 안 가던 것들이 한번에 확 느껴진다.
특히 유명 아리아를 직접 극중에서 들을 때 기쁨이란!
이번에도 투란도트 공연을 보면서 까페 후기에는 불만이 많았지만, 나는 칼라프의 그 유명한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를 듣다가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손뼉을 막 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투란도트는 등장 인물들이 많아 합창이 웅장하다.
공연을 본 후 dvd가 마침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길래 대여해서 보게 됐다.
아마 DVD 를 먼저 봤으면 지난 번 카르멘 볼 때처럼 졸았을텐데, 공연을 보고 난 후의 감동이 합쳐져서인지 정말 재밌게 관람했다.
솔직히 지금은 누가 잘 부르고 못 부르고 이런 건 아직 모르겠다.
그렇지만 오페라 자체가 좋다, 나쁘다, 감동적이다, 아니다 이 정도의 기본적인 평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이 알고 있던 것 보다 훨씬 비극적이고 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지난 번 <라 보엠> 도 정말 재밌게 봤다.
푸치니의 팬이 될 것 같다.
얼음공주 투란도트의 사랑을 얻기 위한 칼라프의 목숨을 건 도전.
그리고 멀리서 그를 지켜보면서 사랑을 키운 류, 결국 그는 칼라프의 사랑을 위해서 죽고 만다.
오페라가 이렇게 섬세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줄 처음 알았다.
고문을 받다가 자기도 모르게 칼라프의 이름이 튀어나올까 봐 자진을 택한 류!
공연장에서도 류의 죽음이 너무 슬프고 애절했는데 영상물로 보니까 더욱 안타까웠다.
비록 다들 너무 뚱뚱해 처음에는 감정이입이 살짝 안 됐지만.
사랑을 위해서 죽는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얼마나 사랑하면 그 사람을 위해서 죽을 수 있을까?
공연을 보면서도 줄곧 류의 희생에 대해 생각했는데 dvd 보면서도 죽음으로 승화된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아들의 목숨을 건 도전을 지켜 보는 아버지 티무르의 연기나 노래도 정말 애절하고 안타까웠다.
당신을 불타 오르게 하는 얼음은 무엇이냐는 수수께끼의 답은 바로 투란도트, 당신이다! 라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영상물로 만들어진 만큼 굉장히 규모가 크고 무대 장치도 훌륭했다.
오페라는 뚱뚱한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라는 말이 딱 맞을 만큼 칼라프를 비롯해 투란도트 공주와 류 역시 다들 한 덩치 했다.
핑, 퐁, 팡 세 사람의 노래도 무척 흥겨웠다.
공연장에서는 이 세 사람 나올 때 졸았는데 DVD로 가까이 보니까 무척 유쾌한 장면이었다.
한국어 자막이 달린 dvd 가 의외로 많지 않아 좀 놀랬다.
익숙해지면 굳이 자막이 없어도 될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변역물이 좀 많이 나와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