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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세계사 -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이슈와 쟁점들 ㅣ 르몽드 세계사 1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음, 권지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래전부터 읽어야지 벼르고만 있다가 드디어 집어 들었다.
일전에 봤던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과 비슷한 포맷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세계 문제에 관심이 많은 건지 그 쪽 책만 번역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하여튼 지도와 간단한 본문이 결합되어 시각적으로 읽기 좋다.
다만 내가 지도와 도표에 워낙 약하기 때문에 아주 몰입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정말 세계는 넓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세계화라고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세계는 중국과 일본, 미국 정도인 것 같다.
미국의 헤게모니 장악이 갈수록 약해지는 지금, 대한민국도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시야를 좀 더 넓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미국이 특별히 한국을 우호적인 국가로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고 반미 감정도 악화되는 이 마당에 세계화 하면 미국화로 착각하는 지금 분위기도 반전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중국도 다른 아시아 국가나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맺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하여튼 미국 일변도에서 좀 벗어나야 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중국, 일본과의 협력 관계 정립도 매우 중요할 것 같고.
현재 같은 반일 감정 혹은 동북공정, 혐한 분위기는 3개국 모두에게 전혀 득이 될 것 같지 않다.
첫 장에 언급된 지구온난화는 일단 화석연료 배출에 의한 일종의 환경오염이라는 학설에 대해서는 나는 반대한다.
그러므로 생산성이 매우 낮은 대체에너지 확산이라는 해결책에도 반대하고 그렇다면 차라리 온실가스 배출이 아예 없는 원자력 발전의 비율을 높이자는 쪽에 찬성할 것이다.
한국은 6대 원자력 생산국에 든다고 한다.
자국내 원자력 비율이 가장 큰 곳은 프랑스로, 무려 75%를 원자력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 원자력이 핵무기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인데 핵폐기물 처리와 함께 핵무기 확산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오히려 한민족이 핵을 갖게 됐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 실정이니, 이런 식으로 핵무기를 자국 방위력 확장으로 인식한다면 핵전쟁이라는 공포도 커질 것 같다.
대한민국은 물 부족 국가라는 TV 광고에 대해 아니다, 음모론이다, 이런 네티즌 의견도 몇 번 봤는데 이 책에 따르면 물 부족 국가 맞다.
해수의 담수화 기술이 아직은 요원한 시점에서 수도 산업의 민영화가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의 물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 이래저래 쉬운 문제가 없다.
에너지 부족에 대해서도 원유 값을 올리면 극빈국에서는 기본적인 수요량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원자재 값의 하락이 원료를 수출하는 극빈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는 측면도 있다.
특히 선진국의 농업 보조금이 3세계의 농산물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 농업 보조금은 다른 책에서도 폐지되야 한다는 비판을 읽은 적이 있는데 과연 관세 폐지하고 보조금 없애면 분신 자살하겠다고 시위하는 자국 농민들의 불만은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
문득 드는 생각이, 선진국의 인구 감소가 심각한 이 마당에 이민이 활발해지면 어느 정도 균형이 맞지 않을까 싶다.
아프리카나 아시아는 인구가 넘쳐나지만 먹고 살 길이 없고, 대신 선진국은 부는 충분한데 일할 노동력이 없으니 3세계에서 선진국으로 인구 이동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그렇게 외치던 세계 평등, 빈곤 퇴치에 큰 일조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정작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갈수록 이민을 제한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한국 역시 출산률이 심각하게 줄어들고 일선의 노동력이 부족한 실정이니 외국에 노동 시장 개방하는 걸 보다 적극적으로 실시해야지 않을까?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고 또 그래야 보다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미국의 인종차별만 비난했지 정작 한국 내의 인종차별은 무심한 편인데 이제 우리도 우리의 편견에 눈을 떠야 할 때다.
산업폐기물을 3세계에서 처리한다는 말은 <W> 나 <지식e> 에서도 봤었다.
인도나 중국 노동자들이 낡은 전자제품들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카드뮴, 수은 등에 노출되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여튼 잘 살고 볼 일이다.
3세계에서는 의료 이용도 어려운 실정인데 잘 사는 나라 쓰레기 처리하다가 질병에 노출된다는 현실이 참 비참하고 서글프다.
대한민국도 6.25 등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오늘날 잘 사는 나라 대열에 합류하여 큰 소리 치고 있지만 떵떵거리는 만큼 어려운 나라에 대해서 원조를 늘려야 할 것이다.
아직도 국제 난민 돕고 아이들 후원한다고 하면 우리나라 고아나 돌봐라, 라는 식으로 어처구니 없는 비아냥이 돌아오는 속좁은 사회이고 보면 국가적인 차원의 3세계 원조 운운하면 다들 거품 물고 쓰러질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은 전쟁 이후 국제 사회의 원조에 의해 경제 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할 게 아닌가.
아니면 잘난 척을 말든가.
여전히 아프리카 등에서는 기아나 빈곤,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서구 사회가 18세기 이래 식민지 정책에 의해 오늘날의 부를 이룬 만큼 책임감을 갖고 세계의 빈곤 문제에 대해 보다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임해야 할 것이다.
NGO 마저 자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 게 현실이고 보면 미국식 민주주의의 확산이 과연 현지 사정에 얼마나 적합한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나 어쨌든 아무 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단체가 후원을 빌미로 선교랍시고 종교를 퍼뜨리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는 정말 의문이지만 하여튼 가만 있는 것보다는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이슬람 파시즘이라는 단어가 현재 원리주의의 문제점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문제는 이 원리주의가 이슬람에만 있는 게 아니라 미국 등지의 개신교 광신도들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이다.
왜 부시 같은 근본주의자 성향의 인물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의 대통령이 됐는지 모르겠다.
책에 지적한 바대로 에이즈 지원책이 낙태금지와 맞물려 있다는 것도 동기가 순수하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오바마 당선 이후로는 미국 내 분위기가 좀 나아지려나?
미국이 유럽보다 경제적으로 앞서가긴 하지만 복지 정책 등에서 뒤지고 사회 분위기도 덜 진보적인 것은 어쩌면 이 놈의 기독교 근본주의에 원인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러니 이라크 전쟁 같은 걸 지지하고 악의 축 운운하고 9.11 테러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겠는가.
이슬람 국가 같은 신정주의 체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일정 부분은 광신도적 느낌이 든다.
냉전이 해소된 후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력한 억압 세력이 없어지니 잠들어 있던 각 지역의 분쟁들이 터져 나와 곳곳에서 내전이 터지고 있다.
전쟁 없는 시대가 없었던 걸 상기해 보면 오늘날의 내전도 비단 우리 시대만의 문제도 아니고, 세계평화 따위는 인류가 멸망하는 날까지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핵무기가 자국 방위력 향상이라고 믿는 민족주의 세력이 늘어나면 정말 무시무시한 세계대전이 벌어질 것이다.
기존의 전쟁과는 비교도 안 되게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다.
터졌다 하면 규모나 피해가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클 것이므로 분쟁 완화를 위해 국제 사회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또 무엇보다 빈곤 퇴치를 위해 전지구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지구촌이고 세계 경제가 하나의 단위로 묶여 있으니 문제점도 같이 해결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 실물 이익 보다 금융 이익이 훨씬 크다는데 있다는 역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쩌면 주식이나 펀드로 떼부자가 되고 땅값 상승으로 하룻밤 사이에 벼락부자가 되는 것과도 비슷한 현상일 것 같다.
실제적인 생산물을 내놓지 못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결과로 엄청난 이득을 획득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의 이 엄청난 간극도 결국 신자유주의가 확산될수록 자본주의가 고도화 될수록 계속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들 문제네 하면서도 정작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집단이 포기하려고 하지 않으니 앞으로의 인류 미래도 대책없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 같다.
가끔 시민단체나 사회운동가들의 공상적이고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을 접하면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명분론자들로 느껴져 짜증이 나다가도, 그나마 이런 비판이나 자성의 목소리조차 없으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막다른 골목으로 마구 달려갈 것 같아 의식있는 시민들의 자각이 더욱 필요함을 느낀다.
하여튼 모르면 당할 수 밖에 없으니 많이 배우고 이런 세계 문제나 경제에 대해서도 교육을 해야 한다.
왜 교육 문제가 당면한 심각한 현안인지 알 것 같다.
여러가지 세계 문제점들에 대해 잘 설명된 좋은 책이고 다소 난잡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이런 비판의 목소리들이 많이 나와 우리 사회의 건전한 대안이 되길 바란다.
국내에서는 <W>나 <지식e> 등이 출간됐는데 에피소드 식의 나열을 넘어서 보다 분석적이고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계화, 지구촌 문제점 등이 많이 출간되길 기대한다.
그래야 좀 더 열린 사회가 되고 세계화란 것에 대해 발맞춰 나가지 않겠는가.
세계화가 곧 미국화라는 편견에서도 좀 벗어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