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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치머만의 세계사 - 인간이 알아야 할 세계 역사의 모든 것
마르틴 치머만 지음, 김지영 외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7월
평점 :
복잡하고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잘 넘어간다.
독일에서 출판된 책은 미국에서 나온 책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이고 그래서 종종 이질적인 느낌 때문에 독서에 몰입하기가 어려운데 이 책은 쉽게 잘 써졌다.
세계사에 처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입문서로 접하기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인류의 시작부터 21세기까지 한 번에 쭉 가는 통사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중간중간 지루한 느낌은 피하기 힘들다.
그래도 어려운 내용이 없고 일반인이 받아들이기 쉬운 수준에서 서술하기 때문에 막히는 부분은 없다.
깊이가 얕아진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단점.
세계사를 읽으면서 요즘 드는 생각은, 중세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를 생각하고 고대라고 하면 삼국 시대를 떠올리는데 막상 연대 비교를 해 보면 상당히 차이가 난다.
로마가 멸망하고 게르만 족이 프랑크 왕국 등을 건설하여 카롤로스 대제 등이 활약한 중세가 한국으로 치면 신라가 통일도 하기 전인 삼국시대다.
로마가 포에니 전쟁 등을 일으키고 영역을 넓혀 가던 고대는 아직 국가 정립도 안 되서 마한, 진한, 변한 같은 소국들이 연맹을 형성하던 시대가 아닌가.
르네상스가 시작되어 근대의 문을 연 시기도 고려 시대이고, 지리상의 발견을 시작한 것도 임진왜란 이전이니 한국의 역사 구분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카이사르나 카를로스 대제 등이 얼마나 먼 고대의 인물인지 조금은 실감이 난다.
우리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이 전부인데 당시 그리스나 로마의 역사를 <로마인 이야기> 등의 에세이를 구성할 수 있을 만큼 자료가 풍부하다는 게 정말 놀랍다.
또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지중해 등에 얼마나 인류의 역사가 빨리 시작됐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스 민주정에 대해 읽으면서 과연 이것이 귀족정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스러웠다.
조선 역시 양반들이 정치를 하는 일종의 귀족정 아니었을까?
민회라는 개념이 왕정과의 차이일까?
그리스는 작은 도시국가, 일종의 마을들이 연합한 어찌 보면 강력한 왕정을 이루기 전 단계가 아니었을까?
현대적인 의미의 민주주의를 과연 적용할 수 있을지, 용어 사용에 의한 이미지 혼란은 아닐지 궁금하다.
또 그리스나 로마 등은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장갑보병들이 큰 역할을 하면서 평민들의 발언권이 강해지고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얻었다고 했는데, 같은 시대에 전 병력 동원 체제에 끌려다닌 춘추 전국 시대의 중국 백성들은 권리를 얻기는 커녕, 진시황의 강력한 통제에 제압당했을까?
중국과 그리스 로마 사회의 발전 양상이 왜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됐는지, 어떤 정치 사회 환경 때문이었는지 궁금하다.
상대적으로 중국이나 일본 등의 아시아 역사는 소략하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서양 중심으로 세계사를 구성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요즘에는 많이 느낀다.
예전에는 유럽 사회가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유럽 중심으로 역사가 구성된다고 생각했는데 역사에 대해 알게 될수록 지리상의 발견 이후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기 이전에는 각자 자신들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한 쪽이 절대적인 중요도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서구 역사가 기록이 많고 발굴이나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의의를 많이 부여받는 게 아닐까 싶다.
따지고 보면 아프리카나 중남미 아메리카의 고대 문명들이 여전히 낮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세계 무대에서 그들의 발언권이 약하고 자국인들에 의한 발굴과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아시아는 그래도 서구 역사가들에 의해 약간의 자리라도 얻는데, 아프리카 역사는 노예 공급처였다는 게 기록의 전부다.
아프리카의 국력이 신장되고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인류의 발원지인 이 위대한 대륙의 역사도 지금보다 더 생생하게 구성될 수 있지 않을까?
여기 나온 책에 따르면 유럽이나 이슬람 상인들에 의한 노예 사냥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륙 내에서도 동아프리카 해안의 사람들이 서아프리카로 노예화 되어 매매됐다고 한다.
노예 매매가 금지된 19세기 후반에는 오히려 대륙 내의 노예 산업이 더욱 활발해졌다고 하니 대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얼만큼의 규모로 이루어졌는지 알아보고 싶다.
부록으로 실린 지도는 굉장히 화려하고 보기도 좋은데 아쉬운 점은 본문 내용과 매치가 안 된다는 것이다.
기왕이면 각주 등으로 같이 표시됐으면 이해하기 편했을 것 같다.
혹시 개정판이 나온다면 참조해 줬으면 좋겠다.
짧은 시간에 재밌게 읽은 책이고 다음에는 좀 더 세부적인 주제로 쓰여진 역사서를 읽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