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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중국사 - 역사읽기, 이제는 지도다! ㅣ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3
박한제 외 지음 / 사계절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좀 독특한 구성인데 전체적인 역사를 아우르기 보다는 어떤 사건이 주는 의의나 전반적인 평가 등에 중점을 둔 책이다.
역사적인 내용에 관해서라면 차차리 먼저 읽은 <전쟁으로 보는 중국사>가 더 유용했다.
지도까지 곁들여진 한 권의 책으로 거대한 중국의 역사를 아우르기는 무리일 것이니, 차라리 특정 사건이 끼친 영향 등 한 부분에 집중한 것이 유용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래서인지 역사적인 면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 수준이라 약간은 실망스럽기도 했다.
교과서에서 가볍게 건드리고 지나가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
올컬러 도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읽는 재미는 있다.
전자사전을 산 기념으로 관련 한자들을 찾아 보면서 읽으니까 가독성은 떨어지지만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한자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는 바다.
아무래도 한국인이 쓴 책이다 보니 한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유목민과 주변 국가들의 관계에도 중요성을 뒀고 결코 중국 문화가 한족만의 작품은 아니라는 걸 강조한다.
중국처럼 거대한 문화라면 당연히 주변 민족과의 주고받는 부분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겠으나 명분이나 당위에 함몰되어 중심이 되는 한족의 기여도를 낮게 평가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끔 들었다.
서술에 있어 균형감각이 유지되야 할 부분이다.
수나라 양견이나 당나라 이연 등의 유목민 혈통을 계산해서 한족의 피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식의 기술은 솔직히 역사학자로서는 약간 조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고려 말의 왕들이 몽골인 어머니를 뒀으니 몇 분의 몇만 고려인이고 실은 몽골족이나 다름 없었다 뭐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항상 헷갈렸던 시대가 무수한 나라들이 난립한 위진남북조 시대인데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기분이 든다.
여전히 5호 16국의 수많은 나라들의 관계는 혼란스럽지만 유목민들이 화북을 차지하는 동안 한족이 강남으로 내려와 비로서 강남이 중국의 지배력 안에 포함되었고 중국 역사의 폭이 확장됐다는데 의의가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사상도, 상이나 주나라 때까지는 상당 부분 종교적인 주술 등에 의지했던 것을, 마치 그리스 시대에 인간 중심의 소피스트들이 등장했던 것처럼 신에서 사람으로 관심영역이 옮겨진 것임을 깨달았다.
사상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나라의 경우 갑골문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 제정일치의 사회였는데 생산력이 워낙 작았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엄청났고 제사장의 권력이 클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사실 고대 문명을 접할 때마다 대체 고대인들은 주술이나 제사에 왜 이렇게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의아한 적이 많았는데 죽고 사는 것이 자연 조건에 달려 있던 당시로서는 초월적인 힘에 매달리는 것이 거의 유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자연과학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조론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걸 보면 인류의 여명기에 생존해야 했던 고대인들의 주술 의식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대표적인 사건 몇몇만 언급되어 피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도판이 화려하고 가볍게 정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군데군데 언급된 저자들의 역사적 평가 등도 단순히 역사적 사실 기술에 머물지 않고 해석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그러나 역시 지도가 중심이 된 책이기 때문에 축약이 심하다는 점은 단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