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
MBC W 제작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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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다른 책을 빌리려고 한 건데 신간도서 코너에 있길래 집어 들었다. 
진행자 최윤영을 전면에 내세운 표지는 마음에 안 들지만 (유명인에 기댄 느낌?) 당신이 모르는 세계의 이슈들이라는 홍보 문가가 마음에 와 닿아 빌렸다.
우리가 잘 모르는 세상, 미국과 일본, 중국 등지가 아닌 좀 더 넓은 세상,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EBS 의 e지식과 비슷한 기획물 같기도 하고 내용은 좀 얕은 편이지만 신문에 잘 안 나오는 이슈를 짚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진도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고 지하철이나 침대에 누워 가볍게 읽어 볼 만 하다. 

사천성의 대지진도 끔찍했지만 미얀마의 쓰나미가 왔을 때 두 정부의 태도는 정말 비교된다.
중국이 세계에 구호 요청을 하고 참사의 현장을 솔직하게 공개했던 것에 비해 미얀마 정부는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해 구호팀이 들어오는 것도 막았다.
그러면서 총선거를 실시해 90% 이상의 군부 지지율을 끌어냈다.
독재정권이 국가에 얼마나 큰 폐해가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이 물러간 이라크에는 여전히 폭탄테러가 분분하다고 한다.
후세인이 집권할 때는 수니파가 다수였는데 미국이 시아파와 손을 잡으면서 수적으로는 열세이나 권력을 잡게 되자 기존의 수니파 군인들이 지하무장세력으로 돌변해 테러를 가하는 것이다.
이 점은 미군의 전쟁 도발과는 별개로 이라크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야 하는데 폭탄 테러의 위험보다는 맥락에 안 맞게 미국을 비난해서 어리둥절했다.
테러 때문에 난민이 된 이들은 시리아 등지로 넘어가고 있고, 반대로 부자들은 요르단에 가서 사업을 한다고 한다.
한 국가에서 재난이나 전쟁이 터지면 주변 국가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면 확실히 세계화가 된 것 같고, 우리가 보다 더 넓게 관심을 가져야 함을 느낀다.
한국이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군인들을 이라크에 파병했다는 자료는 참 착잡하다.
더군다나 미국은 전쟁의 직접적인 책임자인데 스웨덴이 9천여 명을 난민으로 받았던데 비해 겨우 500여 명의 난민만 수용했다고 한다.
이민 문제가 미국의 중요한 이슈임은 알고 있으나 정말 이 전쟁이 꼭 필요했는지 진정한 승자는 군수업체 뿐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바다. 

말라리아 이야기는 참 안타까웠다.
모기장만 제대로 쳐도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모기장을 보내지만 어떻게 칠 줄 몰라 구호품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하니 안타깝다.
특히 아이들이 제일 큰 희생자가 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다.
우간다의 경우 국토의 90% 이상이 말라리아 위험 지대라고 한다.
병원에 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짜 말라리아 약을 시장에서 구입해 복용해 문제는 더 커진다.
이런 질병의 경우 국가 차원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빈민촌의 환경을 개선하고 무엇보다 쉽게 의료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경제력이 받춰주지 못하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부분이야 말로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한국도 이제 경제대국이라 자부하는 만큼 잘난 척만 할 게 아니라 선진국처럼 주변 국가에 온정의 손길을 국가적 차원에서 나눠 줘야 할 것이다. 

런던의 집값 문제는 서울 집값에 허걱하는 나에게 실감나게 와 닿았다.
대도시로 몰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은데, 런던의 경우 서울처럼 아파트가 일반화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정원이 있는 이층집이 영국인들의 꿈이다 보니 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엄청나게 집값이 뛰고 있다.
전세제도도 없는 만큼, 월세로 몇 백만원을 낸다고 하니,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스웨덴 같은 북유럽의 주택 정책은 얼마나 부러운지!
사는 것보다 임대하는 것이 더 이익이고, 대학생들에게도 국가에서 독신자 아파트를 지원해 준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북유럽은 인구밀도 조밀하지 않은 곳이고 사회주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영국이나 미국 같은 자본주의 국가와는 다른 분위기인 것 같다.
심지어 보트나 컨테이너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수도 중심이 아니라 지방 산업 발달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인구 과밀이 해결되지 않을까?
나조차도 지방에서는 살기 싫으니 (문화적 소외감이 정말 크다) 비싼 집값에 허걱하고 살 수 밖에 없다.
<마이크로 트렌드> 라는 책에서 익스티림 통근족이라고 한 시간 반 이상을 출근에 쏟는 경향을 읽은 바 있는데 어쩔 수 없이 한국도 길바닥에서 쏟는 시간이 많아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인구는 줄어서 걱정이고, 수도 과밀 현상은 해결되지 않고 참 답답한 문제다. 

과소비를 거부하는 미국인들의 추세도 신선했다.
다른 건 몰라도 가죽 제품을 살 때 가끔 마음이 찔린다.
사실 가방은 인조가죽이면 싼티가 나고 금방 해지기 때문에 가죽으로 사는데 얼마나 많은 동물들의 피부가 벗겨질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모피야 안 입으면 그만이지만 가방은 인조가죽에는 손이 안 간다.
나는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모피나 가죽 제품을 거부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가방을 반드시 동물들 피부를 벗겨서 사용해야 하는지 그 점은 양심에 좀 찔린다.
사람이 육식을 금할 수도 없고 모든 가죽을 금기시 할 필요도 없으나 가능하면 적게 소비하고 왠만하면 가축들의 희생을 최소화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
특히 요즘의 이 과소비 문화는 뭔가 바뀌어야 함은 분명하다.
책에 소개된 것처럼 쓰레기통에서 유용한 양식을 구할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과소비가 부의 상징이 되고 위세품이 인격을 결정하는 추세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구찌 가방 들었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사회 봉사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로 인격을 평가하는 그런 분위기가 된다면 좀 더 세상은 살만해지지 않을까? 

가벼운 터치로 여러 나라의 이슈들을 짚어 줘서 재밌게 읽었고 이런 가벼운 다큐멘터리식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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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인 조르바
Domo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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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이런 발레 영상물까지 볼 줄은 미처 몰랐다.
아마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소설을 보고 영화화한 작품을 찾다가 구입한 것 같다.
하여튼 아빠 덕분에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색다른 영상물을 보게 됐다.
오페라나 클래식 같은 경우는 관심 분야라 자주 보려고 하지만, 솔직히 아직 발레나 현대 무용 같은 춤은 잘 모르겠다.
오히려 TV에 나와서 춤추는 가수들이 훨씬 더 마음을 움직인다.
아마도 나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여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하다가 틀어 놓고 보게 됐는데 그동안 알고 있던 발레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일단 군무가 많고 역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유롭고 신나는 느낌?
사실 댄서들에게 어떤 감흥이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음악이 너무 좋았다.
검색해 보니 그리스의 유명한 음악가인 테오도라키스가 작곡했다고 한다.
음악이 너무 좋아 따로 음악만 들어볼 생각이다.
소설을 읽지 못해서 내용 자체는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빠른 시일 내에 소설을 읽은 후 다시 감상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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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
이길상 지음 / 푸른숲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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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발견한 후 나름 기대를 많이 했던 책인데 솔직히 실망스럽다.
학문적인 접근보다는 수필류의 필력을 보인다.
저자는 교육학 교수인 것 같은데 역시 전공이 아니다 보니 두리뭉실 하게 넘어가는 수준에 그친다.
대한민국을 제대로 알리자는 애국성 발언만 눈에 띈다.
그리고 교수란 사람이 어떻게 네루다를 모를 수가 있는지 이 부분도 솔직히 충격이었다.
얼마나 유명한 시인이고 또 영화로도 나오고 소설 주인공으로도 등장하는데...
하긴 뭐 나도 그 사람 시를 잘 아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시사성만으로도 충분히 유명한 사람인데 말이다. 

독도나 동해 표기 문제 등은 미국 사람들이 멕시코만에 대해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듯 우리도 태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독도는 영토가 걸린 문제이니 뭐라고 말을 못하는데 동해는 저자 말마따나 각국에 동해라는 명칭이 넘쳐나는 실정이고 독도처럼 영토 주권 이런 문제도 아닌데 이렇게 피를 토하며 전세계에 동해로 바꿔 달라 해야 하는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미국과 멕시코는 워낙 국력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멕시코만이라 부르면 어떠냐, 어차피 우리 주권이 미치는 곳인데, 이렇게 넘어갈 수 있겠으나 극일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일본해라고 하면 치를 떠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히려 그런 것보다는 잘못 알려진 우리 역사에 대해 좀 더 홍보를 했으면 좋겠다.
외국에서는 한반도에 국가가 세워진 시기를 4세기 정도로 잡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고구려가 한사군을 멸망시킨 이후부터를 비로소 독립 왕국의 시작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니 고조선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2천년 역사가 아니라 겨우 천 년 왕국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임나일본부설도 상당히 신뢰성 있게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우리는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기 보다는, 무역 중계소 등의 거점 도시 정도로 이해하는데 일본의 입김이 세기 때문인가? 미국 등의 역사 교과서에는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고 소개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알면 반미감정 완전히 악화될 얘기다.
고대의 조상이 훌륭했다고 해서 현재 우리가 훌륭한 것인가?
고대 조상들이 속국민이었다고 부끄러워 해야 하는가?
있는 그대로의 역사, 현재 관점이 아닌 당시 관점으로서의 역사, 다만 진실을 알고 싶을 따름이다.
고대사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자랑스러운" 조상들의 역사를 너무 추구하다 보면 결국은 패권주의로 흐르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 역사 교과서 발행 노력은 무척 바람직하게 보이며, 일본이 독일처럼 2차 대전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제발 그 천황 무슨 주의 좀 버리고 이웃 국가들과 평화로운 외교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들의 지나친 반일 감정도 늘 불편하지만 (그러면서도 일본 문화 무지하게 따라하고 동경하고 좋아하고 아닌 척 하고) 일본의 말도 안 되는 민족주의나 패권주의, 역사왜곡, 침략 전쟁의 정당화, 천황주의 등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경제대국이면 대국답게 좀 통크게 생각하면 안 될까?
잘 살면서 뭘 그렇게 남 못 눌러서 안달인지... 

중국인들의 중화주의도 역시 이웃 나라와의 관계를 위태롭게 한다.
중국 문명은, 한자 문화권에 사는 나로서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고 같은 문화권의 일원으로서 늘 자랑스러워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천년간 전제 왕권을 이어오면서 단절없는 역사를 만들어 온 중국 문화가 정말로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것이 현재 중국인들의 근거없는 자존심과 연결되는 건 참 위험하게 느껴진다.
특히 혐한론이 꽤나 퍼진 요즘, 과거에는 속국이었던 주제에 좀 산다고 재는 거냐, 이런 식의 발상 정말 수준 이하다.
아, 정말 역사는 당대인의 시각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단 말인가?
왜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 해야 할 공통의 문명 자산들이 현대인들의 패권주의에 이용되야 하는가?
대만이나 중국, 홍콩 교과서 등에 실린 한국의 역사나 현대사 등을 읽을 때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중화를 자처한 우리 조상들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니 우리 역시 과거의 역사를 부정하고 중국과 대등한 나라였다, 형식상의 조공에 불과했다, 국제 무역기구에 가입한 거다 (정말 코메디 같다) 이런 소리를 할 수 밖에.
과거 신라나 고려, 조선 등이 중화 문명권에 있었던 것은 내정 간섭을 받는 중국의 속국이었냐 아니냐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설사 속국이었다 해도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일본 식민 치하처럼 최근의 현대사도 아닌 그저 과거의 역사일 뿐인데. 그리고 외국에서는 병자호란 이후를 청의 속국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명권 안에서 발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마치 우리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에 동참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중국 대륙 끝에 붙어 있으면서도 그 거대한 문명권에 흡수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독립을 지켜내고 우리 고유의 문화를 일궈온 조상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사대주의를 왜 부끄러워 해야 하는가?
제발 현재의 그 패권주의 좀 버렸으면 좋겠다. 

각국 교과서에 나온 한국에 대한 기술이 상당히 부정확한 걸 보면서 바로 잡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 역시 각 나라에 대한 기술의 정확도에 신경을 써야 함을 느낀다.
아마 모르긴 해도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국가에 대해 대충대충 넘어갔을 것이다.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찬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를 보면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등에 대해 잘못된 기술들이 많이 나온다.
그나마 세계사가 중요 과목이 아니다 보니 아예 배우지도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을 거다.
세계화가 영어만 배운다고 될 일이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계의 정세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그런 배경 지식과 가치관을 학교에서 좀 가르쳤으면 좋겠다.
더불어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문화 체험이나 교류도 많이 시행되길 바란다.
아무래도 한류가 많은 공험을 할 것 같다.
정부가 나서서 하는 공식적인 행사도 좋지만 자발적인 문화 교류야 말로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리는 통로가 될 것이다.
마치 내가 체코를 드보르작과 카프카의 나라로 기억하고, 파블로 네루다를 통해 칠레를 알게 되며, 쇼팽을 들을 때 폴란드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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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5-04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한번 살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아닌가보네요. 애국주의, 민족주의적인 색채가 강한가봅니다.

marine 2009-05-05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지는 않구요. 다만 저자가 교수라는 약력을 고려할 때 전문적인 저술이라기 보다는 수필 정도의 수준으로 썼다는 점이 좀 아쉽더라구요.
 
심리학의 모든 것
페터 카이저.코리나 오넨-이제만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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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관심은 많은데 막상 읽어 보면 뻔한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역시 시작은 좋았으나 결론은 다 아는 얘기라는 거다.
표지만 마음에 든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한 화가 작품이다.
한 가지 희망은 성격이나 개인의 역량 등도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석하고 개선하면 좋아질 수 있다.
책에 나온 점을 생활에 적용시켜 나도 불만인 점, 고쳤으면 하는 점 등을 기록해 봤다.
좀 귀찮긴 하지만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써 보는 건 확실히 차이가 있다. 

파트너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결혼과 출산을 통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새삼 느꼈다.
정말 내가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인지 이제 이런 글을 읽어도 거부감이 없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이혼은 엄청나 타격이 될 것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파트너와의 공동 목표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결혼을 안 하면 몰라도 혹은 아이를 안 낳으면 몰라도 절대로 이혼은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재밌는 통계는, 자유로운 성관계를 즐기는 이른바 스와핑 부부라 할지라도 배우자에 대한 감정적 배타성은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남자들 역시 바람둥이는 진짜로 외도 상대자에게 정서적 구속력을 갖는다기 보다는, 섹스를 일종의 유희로 생각하고 정서적 귀속력은 아내에게 둔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람을 자주 피울 수도 없고 아마 이혼하자고 덤빌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나온 토마스도 바로 이런 유형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쩌면 여자들은 남편이 가정에 충실하고 나에게 여전히 감정적 구속감을 가지고 있다면 설사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한다고 할지라도 나한테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럭저럭 가정을 꾸려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남자들은 성적인 부분에 대해 질투심이 굉장히 강하다고 하던데 역시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여자가 가벼운 유희 정도로 외도를 즐긴다면 역시 좀 참아줄만 하지 않을까?
그러나 문제는 들키지 않기가 어렵다는 것.
하여튼 파트너십 유지에 있어서 공통의 목표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자녀를 갖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옛날에는 자녀를 노동력 혹은 노후 대책 정도로 생각하고 많이 낳았는데 요즘에는 키울 때 느끼는 정서적 만족감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한 둘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노인들도 자녀에게 종속되기 보다는 독립적인 삶을 원한다는 얘기가 신선했다.
나는 노인들이 당연히 자식들과 함께 살기를 바란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들도 가까운 유대 관계를 맺는 걸 원하지, 이미 영향력을 상실해 버렸는데 자식 내외에게 얹혀 살기가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슬프게도 이 책이 쓰여진 독일에서도 여전히 맞벌이 여성들의 이중고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훨씬 낫겠지만 독일 여성들 역시 가정과 직장의 조화로운 양립을 놓고 힘들어 한다.
심지어 만 3세 이하의 아이를 가진 여자는 직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아이를 반드시 엄마가 키워야 할까?
전업주부가 키운 아이가 정말로 워킹맘보다 훨씬 행복할까?
사회의 편견을 깨부술 획기적인 연구들이 좀 나와 줬으면 좋겠다.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는 하나의 개인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인생이고 아무리 가치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심지어 자식이라도) 비자발적으로 내가 구속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스스로 원해서 전업주부를 남녀에 관계없이 택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혼이 자유로운 독일 사회에서 계부, 계모 문제는 꽤 심각한 것 같다.
현실적이게도 이 책에서는 계부모가 됐을 때 부모로서의 감정적 구속력을 가지려 하지 말로 친구 정도로 지내라고 충고한다.
아이들은 오히려 친부모 노릇을 하려고 하면 진짜 부모에 대한 미안함 등으로 더 괴로워 하고 갈등한다고 한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신은경이 전처 아이에게 아줌마라고 부르게 하고 난 그저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라고 한계를 짓는 게 보기 좋았다.
그래야 아이도 친엄마에 대해 좀 더 편하게 애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죄책감 없이 말이다.
당연히 이혼을 해도 친부모와의 만남이나 애정 관계의 유지는 중요하다.
그러므로 헤어져도 친구처럼 지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이를 위해서 말이다. 

직장에서의 왕따를 모빙이라고 한단다.
모빙을 당하면 절대 참아서는 안 된다.
당해주면 계속 괴롭힌다.
변호사에게 상의하라니, 정말 서구식 해결책 답다.
부당하게 괴롭힘을 당하면 법의 힘을 빌려서라도 당당하게 권리를 찾으려는 의지가 있어야 이겨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나이가 드니 새삼 와 닿는다.
자기절제와 동기부여야 말로 인생을 풍요롭게 꾸려 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책 읽으면서 자극을 받았고 당분간은 심리학 책 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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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잉 - Know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같이 본 사람에게 민망할 정도로 초반에 심하게 졸았다.
전날 잠을 많이 못 자서 피곤하기도 했고 영화 보기 직전에 스트레스를 무지하게 받아 광고 시작할 때부터 걱정된다 싶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시작과 동시에 자 버렸다.
다행히 깰려고 애를 써서 2/3 정도는 볼 수 있었다.
니콜라스 케이지, 참 오랜만에 본다.
<더 록>을 봤을 때가 재수할 때니까 지금으로부터 무려 10년도 더 됐다.
재수학원 땡땡이 치고 영화나 봐도 될까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영화 재밌게 보다가 간담이 서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리빙 라스베가스>에서 알콜 중독자 역할도 잘 소화해 냈고 코폴라 감독의 조카라는 점도 뭔가 그를 특별하게 기억하게끔 만든다.
잘 생긴 건 아닌데 영화에서 보면 나름 매력있다.
연기를 잘 해서 그런가? 

요즘 영화는 아무래도 외계인이 대세인 모양이다.
대체 미국인들은 왜 그렇게도 지구를 지키려고 애를 쓰는지 무슨 강박증 환자 아닌가 싶다.
종말론이나 외계인이 일반화된 느낌이다.
행성 충돌이나 태양 폭발 등은 너무 흔해서 이제 새롭지도 않다.
<딥 임팩트> 까지만 해도 그래도 신선했는데 얼마 전 본 <지구 최후의 날> 이후로는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
이러니 <슬럼독 밀리어네어> 같은 외국 영화들이 각광받는 거다.
너무 식상하고 지겹다.
이런 내용인 줄 알았으면 안 봤을 거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종말론, 그것도 성경에 기초한 종말론!
딱 하나 볼만 했던 건 태양의 흑점이 폭발한 후 지구가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이었다.
그건 좀 실감났다.
문득 7천만년 전의 공룡들도 느닷없는 불벼락에 저렇게 스러져 갔겠지 싶어 동정심이 생겼다. 

숫자를 성경에 끼워 맞춰 해석하는 수 신비주의는 MIT 대학의 천문학자가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설정이 어찌나 유치한지, 참 내...
차라리 <디 아이>의 재난 구조 설정이 훨씬 인간적이다.
불의 심판을 받아 인간이 멸망한다, 선택받은 두 명의 아이들만 다른 행성으로 옮겨진다, 대체 이게 무슨 코메디 같은 얘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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