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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 잊혀졌던 유럽의 관문 ㅣ 살림지식총서 297
서진석 지음 / 살림 / 2007년 8월
평점 :
워낙 이 세 나라에 대한 책이 없어 제목만 보고 덥썩 집어들었는데 내용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100 페이지가 안 되는 작은 분량에 무려 세 나라를 집어 넣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유학생 아내들이 미국에서 몇 년 살면서 미국 유치원은 이렇대요, 미국 아줌마들은 저렇대요, 하는 수준과 비슷하다.
살림 총서는 어떤 책은 정말 알차고 양질이다 싶다가도 또 어떤 책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실망스러운데 이 책은 두 번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덜 알려진 발트 3국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와 관심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겠다.
인터넷에 검색을 좀 했더니,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기사물이었다.
그러고 보면 오마이뉴스는 미국이나 중요 강대국들 외에도 다양한 곳으로 관심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좋다.
기사로 읽을 때는 흥미롭고 괜찮은데 책으로 엮어 내면 수준이 떨어져 보이는 것은, 책 쓰기를 너무 쉽게 생각한 탓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기자들의 책을 신뢰하기가 어렵다.
기자가 과연 한 분야에 책을 쓸 만큼 전문가인지 의문스럽다.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에 검색하면서 참조를 했다.
제일 큰 소득은 발트 3국이라고 뭉뜽그리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나라로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자신들도 그저 발트 3국 이런 식으로 싸잡아 언급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발틱해를 끼고 있는 나라가 비단 세 나라만도 아닌데 소련에 합병되는 바람에 비운의 현대사를 공유하면서 같이 언급됐던 것 같다.
에스토니아의 경우 독소 불가침 조약으로 처음에는 독일군이 진격해 소련군을 몰아냈다고 인식되서 자원친위대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야 했던 역사가 복잡하게 얽혀서 자원 친위대는 히틀러의 후방 부대 역할을 했지만, 그들이 자원입대한 것은 압제자 러시아에 대한 저항이기도 했다.
과연 그들을 애국자로 기려야 할 것인가, 나치즘의 잔인한 학살자로 단죄해야 할 것인가?
어느 나라나 그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배경 때문에 외국인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가치 판단의 문제들이 있는 것 같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역시 근세에 연방을 형성한 적이 있어서 폴란드인들은 여전히 리투아니아의 유산을 자기것인양 행세한다고 한다.
리투아니아 태생의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시인이다.
세 나라의 수도가 각각 빌뉴스, 리가, 탈린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기회가 된다면 이 나라들도 방문해 보고 싶다.
빌뉴스는 중세 도시 느낌을 간직한 곳으로 지하철도 없고 트램이 돌아다니는 조그마한 도시라고 한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는 한자 동맹이 있던 곳으로 검은머리궁전 등이 매우 유명하다고 한다.
룬달레 궁전은 바르사유 궁 보다도 화려하다고 하니, 자못 기대된다.
탈린은 스웨덴, 독일, 러시아 등이 각축을 벌인 곳이라 다양한 문화 유산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서유럽 편향적인 시각을 벗어나 다양한 나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가 아닐까 싶다.
벌써 다녀온 사람들이 올려 놓은 사진들을 재밌게 감상했다.
소련의 지배에 대항해 600km에 이르는 인간띠를 만든다거나, 세계노래대전 등을 통해 화합을 다지는 독특한 문화 전통도 기억할만 하다.
에스토니아의 경우 스탈린 치하에서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의 후손들이 많다고 하니 우리와 아주 무관한 곳도 아니다.
정말 세상은 넓고 수많은 이들이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