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과 신사 - 할인행사
테일러 핵포드 감독, 리차드 기어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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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도에 개봉됐던 영화라고 한다.
무려 6개월 동안이나 말이다.
난 이 영화를 잘못 알고 있었다.
데미 무어와 톰 크루즈가 나오는 군대 영화인 줄 알았다. 
대체 그 영화의 제목은 뭐였을까?
군 법무관인 톰 크루즈가 군대 내의 가혹 행위를 밝힌다는 뭐 그런 양심적인 법정 얘기인 줄 알았는데 리처드 기어가 주인공인 성장 드라마 혹은 진실한 사랑 찾기, <귀여운 여자>의 해군판 이런 영화다.
싸이클 돌리면서 본 영화라 (그것도 1.5배속으로) 제대로 감상을 못해서 그런지 크게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많이 보아온 익숙한 구조라 전형적이고 진부한 느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0여 년 전 영화이니 어쩌면 이런 영화의 시초였는지도 모르지만. 

결혼을 통한 여자들의 신분상승 욕구, 조종사가 과연 그런 동아줄이 될 만큼 대단한 존재인가? 
제지공장의 여공과 예비 조종사는 신분의 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엄청난 격차를 가졌는가?
<지상에서 영원으로> 라는 소설을 보면 사병과 장교의 삶이 전혀 다른 세계로 그려진다.
문득 <하얀 궁전> 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대기업의 전도유망한 총각과 햄버거 가게 점원인 나이 많은 이혼녀가 신분의 벽을 뛰어넘고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인데 <사관과 신사> 보다 훨씬 덜 진부했다.
수잔 서랜든과 제임스 스페이더의 명연기 때문이었을까?
재벌과 가난한 미모의 아가씨의 사랑 얘기를 동경하듯, 우리도 우리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에 대해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자기 위치에서의 우월감. 

젊은 시절의 리처드 기어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근육도 탱탱하고 활기가 넘친다.
지금은 좀 느끼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면서도 씁쓸했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소위 임관을 한 리처드 기어가 애인이 일하는 공장으로 뛰어가 기계를 돌리는 그녀를 안고 공장을 빠져 나오는 장면인데 멋지면서도 왜 여자는 남자에 의해 구출되어야 하는가, 공장은 정말로 구출받아야 마땅한 열악한 곳인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럴듯한 남자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는 수동적인 존재인가 등등 온갖 잡스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노동 계급으로서의 자의식은 그저 말 뿐인 구호에 불과한 걸까?
자신의 직업을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인가?
모든 직업에는 정말로 귀천이 있는가?
그렇다면 청소부나 최하층 직업군은 언제나 상위 계층을 동경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인가?
아이를 근거로 결혼을 요구하고 그것을 마치 신분상승의 계단처럼 이용하는 행위는, 1980년대이기 때문에 통하는 얘기가 아니었을까?
영화 한 편 보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13주의 훈련을 마친 후 소위로 임관하는 훈련병들에게 교관이 갑자기 경례를 붙이면서 존중해 주고 그들은 교관에게 하대를 하는 장면도 부자연스럽고 왠지 인생의 묘한 아이러니, 혹은 부적절함, 불공평함을 느끼게 했다.
장교의 탄생.
군대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장교로 임관했다는 이유로 그 동안 훈련시킨 교관을 갑자기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태도가 왠지 부당하게 느껴진다.
영화 잘 보고 나서 괜히 마음이 무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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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9-04-0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 크루즈와 데미 무어가 나오는 군대 영화는 '어 퓨 굿맨'입니다. ^^

marine 2009-04-02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나오더군요. 지금까지 제목과 배우를 착각하고 있었지 뭐예요.
 
한국인을 위한 중국사 서해역사책방 6
신성곤, 윤혜영 지음 / 서해문집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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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책을 많이 못 읽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도 못 읽고 반납하곤 했는데 그래도 이 책은 시간을 내서 간신히 읽었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후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 온 책이다.
가벼운 제목이 마음에 든다.
"한국인을 위한 중국사" ...
한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중국사, 의의가 있을 것 같다.
서문에 나온 말처럼 용어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중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 준 점이 마음에 든다.
책을 읽고 나서 <현대 중국을 찾아서>를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리즈인지 모르겠는데 <현대 일본을 찾아서> 를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에 근현대 중국사에 대해서도 나름의 역사인식을 할 수 있게 도와 줄 것 같다. 

현대사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현대사 부분이 재밌다.
신해혁명을 기점으로 원세개가 등장하고 군벌들이 대륙을 양분하며 공산당과 국민당 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중국 근현대사가 흥미진진하게 읽혔다.
어제 본 한국 전쟁 다큐멘터리에서 미국인 내레이터가 한국을 두고, 천 년에 걸쳐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던, 중국과 매우 비슷한 나라라고 했지만 역사를 알면 알수록 중국과 한국은 분명히 다른 문화였고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한중일 동양 3국이 공유하는 부분도 많지만 속내를 파헤쳐 보면 개성이 강한 나라들이고 그래서 그 거대한 제국 옆에 붙어 있었어도 천 년이 넘게 독자적인 역사를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책은 무척 쉽게 쓰여져 있고 서술 형식도 수필체처럼, 그러나 나름의 전문성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 중국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궁금하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 만한 책이다.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봉건이라는 뜻이었는데, 각 구역에 흙을 쌓는 것이 바로 봉이고, 경계 표지를 세우는 것이 바로 봉건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봉건 제도는 왕에게 땅을 하사받아 흙을 쌓아 여기가 내 영토라고 표시를 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한자어의 뜻은 역사와 맞물려 있어 알면 알수록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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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회화 한국 미의 재발견 7
유마리.김승희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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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고 있다.
<한국의 멋> 시리즈라고 하는데 올 컬러로 사진도 풍부하고 설명도 유익하다.
불교 회화도 르네상스 그림처럼 일종의 도상화인데 기본 지식이 너무 없어 제대로 감상을 못하는 것 같아 해설이 필요하던 차에 좋은 책을 만난 셈이다.
다만 복잡한 구성도가 많이 등장하는 그림은 좀 더 확대를 해서 하나하나 설명해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영산회상도처럼 수백명의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은 아예 부분적으로 확대를 해서 각 그림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짚어 줬으면 좋겠다.
수월관음도가 일종의 도상화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달빛 비치는 바다에 위에 앉아 세상 모든 어려운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자비의 부처님!
마음이 따뜻해지고 함께 등장하는 배경 때문인지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긴다.
아쉬운 점은 조선시대에 불교가 탄압을 받아서였는지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보다 개인적인 차원으로 승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르네상스 그림처럼 기법도 발달하고 화단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면 도상화에서 탈피해 보다 다양한 내용을 담지 않았을까?
책에 나온 말대로 불교를 전통문화로 이해하지 않고 종교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불교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예술의 세계를 무시하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문화에서 불교를 제외한다면 대체 남는 게 얼마나 되겠는가?
좀 더 문화적인 차원에서 불교에 대한 연구가 대중적으로 활발해지면 좋겠다.
고려 시대 불화들이 죄다 일본에 가 있다는 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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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디자인하라
카림 라시드 지음, 이종인 옮김 / 미메시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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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제목으로 내세운 책답게 북디자인도 깔끔하고 감각적으로 꾸며졌다.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미국에서 발간된 책인만큼 섹스에 대해서도 화끈하게 조언한다.
매일 섹스하고 (칼로리 소비도 계산해 놨다) 결혼했다 할지라도 상대방이 오직 나한테만 정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한다.
심지어 친구의 묵인하에 그의 아내와 잔 것도 써 놨다.
그래서 처음에는 결혼을 안 한 사람인가 했는데 기혼남이었다.
1부1처제는 너무 당연한 것이고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배우자와의 정절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가치관과는 굉장히 다른 사고방식이다.
제일 중요한 핵심은 에너지 유지를 위해 가능하면 주변을 단순화 시키고 대신 활용도가 높은 고급 제품들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나는 유니크한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라 뭐 이런 게 주제일 것 같다.
사랑에 빠지더라도 다양한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상대방에게 함몰되지 않고 독립된 보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조언에 동의하는 바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자주 가라는 조언도 유용했다.
삶을 에너지 넘치게 유지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은 마음이 편하고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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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공룡 (3disc) - EBS 다큐 프라임
EBS미디어센터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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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공룡이라...
그냥 공룡이 아니라 "한반도"라고 한정명사를 붙이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별한 느낌이 든다.
낯설고 왠지 모를 정감이 간다.
가끔 차를 타고 가다가 1억년 전에도 이 산은 그대로 있었을까? 그 때의 이 대지 위에는 어떤 생명체가 지나다니고 있었을까? 궁금해지곤 했는데 이 다큐멘터리도 그런 상상에서 아이디어를 찾았을 것 같다.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모든 종은 평등하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말이 떠오른다.
인간이 진화의 정점이고 유일하게 사유 능력을 가진 뭔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도 그저 인간 우월주의에 불과함을 깨닫는다.
1억년 전의 한반도를 누비고 다녔던 생명체들, 공룡.
생명의 신비는 생각하면 할수록 놀랍고 고생물학자들이야 말로 과연 신앙이 있을지, 있다면 적어도 기독교에서 말하는 그런 종류의 창조설을 믿지는 않겠지 궁금해진다.
이런 명백한 증거 앞에서 대체 창조론은 언제까지 우리 사회를 쥐고 흔들 생각인지...
이융남 박사는 책으로 먼저 만나 봤는데, 한국인이 직접 연구하고 쓴 드문 공룡 관련 서적이라 흥미를 가지고 집어 들었으나 지나치게 분류 위주라 그닥 감동을 못 받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삽화가 허접해 감동이 훨씬 적었다.
그런데 막상 실물을 보니 굉장히 매력적이고 energitic 한 인물이었다.
탐사를 하는, 발로 뛰는 학자들은 몸에서 에너지가 느껴진다.
3D 애니메이션도 유치하지 않고 실감났다.
결국 한반도의 공룡을 밝혔다기 보다는, 40여일 간의 몽골 탐사 여정을 보여준 것이지만 기폭제가 되어 우리도 공룡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을 많이 해 주면 좋겠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고 생각한 게  뼈 한 조각만 봐도 금방 이게 무슨 공룡의 어디 뼈인지 금방 알아차린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으나 특히 고생물학자들은 상상력과 입체감이 뛰어나야 할 것 같다.
단지 뼈조각들만 가지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상상해 낸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조상들.
정말 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이 꿈꾸는 낙원이 있다면 양치식물로 덮여 있고 늘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며 화산 폭발 따위는 없는 그런 곳일까?
학술적으로 뭘 알려 준다기 보다는 공룡 탐사에 대한 낭만적인 시선을 보여 준다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가 직접 기획한 공룡 관련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의의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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