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꿈, 자연에 담다 - 건축 보림한국미술관 15
김도경 지음 / 보림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썩 재밌지는 않았다.
같은 총서에 있던 우리 그림 관련 책은 잘 몰랐던 그림들을 많이 보여줘서 좋았는데 이 책은 좀 진부한 느낌이 있다.  
너무 많이 알려진 건축물들이 그런가?
대상을 청소년으로 한정짓다 보니 높임말을 쓰게 되고, 설명하는 수준도 피상적이라는 느낌을 피하기가 어렵다.
대신 사진이 훌륭하다.
책의 시스템인 것 같은데 뒷부분의 용어 설명도 유용했다.
아무래도 내가 건축에 흥미가 적어서 더 지루하게 느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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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회화의 탄생
국립중앙박물관 엮음 / 국립중앙박물관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봤던 전시회다.
생각보다 박물관이 커서 하루에 볼 엄두가 안 나서 차라리 기획전부터 보자는 마음으로 중국 고대회화전에 들어갔다.
솔직히 처음에는 대체 뭘 얘기하는 건지 어리둥절했다.
화상석의 탁본을 떠 왔다는데 형체도 불분명하고 색체감도 전혀 없어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고개지가 그린 낙신부도라는 수폭의 비단 그림만 그저 기억에 남을 뿐이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탁본 아래 설명을 읽어 보니 이게 전부 중국의 역사고사들이었다.
흔히 알고 있는 도원결의처럼 역사적 배경을 지닌 고사성어들을 무덤이나 사당의 벽에 조각해 놓은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말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70이 넘어서도 부모 앞에서는 색동 저고리를 입고 춤을 춘다는 고사성어도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걸 처음 알았고, 남편 죽은 미망인이 왕의 유혹을 거절하기 위해 자기 코를 베는 끔찍한 이야기도 절의고사로 새겨져 있었다.
화상석 외에도 청동기 시대 토우나 술병, 청동 거울 등도 흥미로웠다.
당나라 시대의 화려한 당삼채 인형도 볼 만 했다.
박물관을 나오면서 도록을 살까 했는데 의외로 비싸서 다음 기회에 다시 봐야지, 하고 미뤄두고 있었던 차에 뜻밖에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눈이 확 뜨이는 순간이었다.
도서관에서 설마 박물관 기획 전시실의 도록까지 구입해 줄 줄은 몰랐는데 너무 의외였다.
역시 도록을 보니까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 각 시대별로 중국 회화의 발전 양식을 기술한 앞부분이 많은 도움이 됐다.
역시 박물관에서 출간한 책답게 전문성이 엿보이는 훌륭한 기술이었다. 

중국이 한 민족으로서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은 유명한 진시황의 통일 이후라고 한다.
그 전에 은나라와 주나라는 화북 평원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오늘날의 쓰촨성은 파, 촉, 양자강의 허난성 주변은 초 등의 이민족 문화가 발달했다.
진시황의 통일을 계기로 한족으로 편입된 후 서한 동한 시대를 거치면서 비로서 정체성을 갖게 됐다고 본다.
그런데 중국의 회화는 바로 이 양자강 이남의 촉이나 초나라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기원전 5세기 무렵을 회화의 시작으로 잡는다.
단순히 청동 그릇에 장식적인 문양을 새기는 수준을 넘어서 붓과 물감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게 된 시기가 바로 기원전 5세기라는 것이다.
중국은 워낙 역사가 오래된 나라라 처음부터 그냥 한족으로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중국 역시 오랜 역사 시대를 거쳐 비로소 하나의 민족으로 통합됐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무덤 양식을 중심으로 발달한 회화 양식의 변천사는 무척 흥미로웠다.
무덤 벽화 외에는 전승되기 어려웠던 탓도 있겠지만, 죽은 사람의 무덤을 위해 이렇게도 예술적인 재능을 바치고 엄청난 부장품을 묻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정말 종교적 심성은 본능적인 것일까?
진시황의 그 거대한 토용들도 실은 순장 풍습에서 발전한 것이고 벽화나 묘에 함께 묻는 비단 그림 등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일종이 인권 발전이라고 할까? 

다소 전문적인 내용들이 있어 살짝 지루한 면도 없지 않지만, 고대 중국의 회화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고 시간이 된다면 다시 한 번 박물관을 방문해서 관람하고 싶다.
고구려의 전형적인 도상으로 알려진 삼족오나 두꺼비 등이 고대 중국에서 비롯됐고, 동수묘 등의 벽화 양식도 역시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걸 이 책을 통해 확인하면서 역시 문화란 역동적인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몀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는 얼마나 편협한 시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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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전염병들
브린 바너드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200 페이지도 안 되는 굉장히 짧은 책이지만 내용은 알차다.
삽화가 첨부되어 중고등학생들도, 혹은 똑똑한 초등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수준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대표적인 전염병 여섯 가지에 대해 기술했다.
페스트나 콜레라, 천연두의 무서움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황열병은 이름만 들어봤지 실제로 이렇게 무서운 전염병인 줄은 처음 알았다.
얼굴이 누렇게 뜨면서 황달이 오고 열이 나서 황열병이라고 부른다.
천연두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몰살시킨 데 비해, 황열병은 아프리카를 침입한 백인들을 쓰러뜨렸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미스타드의 반란은, 아마도 황열병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추측한다.
책에 언급된 걸 보니 영화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조만간 볼 생각이다.
삽화가 좀 유치하긴 하지만 대신 아예 한 면을 전부 차지할 만큼 큼직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마치 어린아이들 그림책처럼 큼직큼직 하다.
특히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할 때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주술적인 행위를 하는 당시 의사들의 모습이나 채찍 고행단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렸다.
조금만 더 삽화에 신경을 썼더라면 훨씬 더 훌륭한 책이 됐을 것 같다.
예방의학 시간에 무조건 암기했던 존 스노라는 사람이나 채드윅 등이 현대 공중보건정책의 기초를 세운 사람으로 언급되어 무척 감회가 새로웠다.
인도의 풍토병이었던 콜레라가 전세계로 확산된 것은 영국 제국주의 군대 덕분이었다.
로마 군단 역시 6세기 무렵 에티오피아에서 페스트를 유럽으로 들여 왔다.
40일 간의 검역법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40일 단식을 토대로 만들어낸 격리 기간이라고 하니, 기독교가 서양 문화에 미친 영향을 새삼 확인하는 기분이 든다.
제논의 우두법이 개발되기 전, 중국에서는 이미 천연두를 앓고 난 사람의 고름을 코로 흡입시켜 접종하는 방법이 시행되었다.
경험상 한 번 걸리면 평생 면역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대신 이 방법은 예방하려다가 오히려 천연두에 걸려 죽는 확률이 50명 당 1명 꼴로 다소 높은 편이었다.
제논의 우두법 덕분에 천연두를 완전히 박멸했으니 전염병 역사에서 기록할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조선 시대 전염병을 다룬 책에서 천연두가 곧 두창이고 당시 시력상실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심봉사도 바로 두창 때문에 맹인이 됐을 거라고 흥미로운 가정을 한 바 있다.
천연두를 의학용어로 small pox라고 하는데 대체 왜 small 인지, 그렇다면 great도 있는지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great pox는 바로 큰 종기를 만드는 매독을 일컫는 말이고 그것에 비해 딱지가 작다고 붙여진 라틴어였다.
서양에서 질병 기전이 정의되는지라 라틴어나 서양 역사에 어느 정도 지식을 가져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한 것 같다. 

흥미롭게 읽은 책이고 독특한 시리즈라 다른 책도 읽어 보고 싶다.
유명한 맥닐의 <전염병의 역사>를 청소년용으로 압축한 느낌이 든다.
의학의 발전은 적어도 유아 사망률 감소나 전염병 퇴치에 있어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대체 누가 현미경에서 보이는 그 조그마한 극미동물들이 질병을 일으킨다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 전의 연구가 누적된 결과겠지만, 질병이 세균설을 입증한 파스퇴르나 코흐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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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술가 - 인물로 보는 한국미술사
안휘준 외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꽤나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알라딘을 방황하다가 건진 책이라 더 뿌듯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도판인데 나온지 몇 년 된 책이라 그런지 인쇄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재판이 나온다면 종이질을 더 빳빳한 것으로 바꾸고 그림도 좀 많이 실어 줬으면 좋겠다.
서양화도 그렇지만 동양화 역시 그림을 읽는 법을 어느 정도 익혀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기왕이면 그림을 부분적으로 확대시켜 자세히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을 저자가 짚어주면 그 다음부터는 그 그림을 볼 때 더 많이 즐길 수 있게 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술한 책이라 수준이 상당하고 무엇보다 문체가 비교적 고른 편이라 읽기 편했다.
특히 조선 시대 화가들이 비해 근현대 화가들은 관심이 적었는데 김환기나 장욱진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생겨서 기쁘다.
김환기야 워낙 유명한 화가라 이전에도 자주 접했지만 장욱진의 경우는 리움 미술관에 가서 처음 알게 됐다.
이 사람이 누군지 전혀 몰랐는데 아이들처럼 그린 그림이 어찌나 천진난만하고 유쾌한지 또 색감은 얼마나 예쁜지 대체 이 화가가 누굴까 관심이 생겼었다.
그리고 처음 이 책에서 장욱진을 만났는데 그림과는 다르게 향토적인 느낌을 받았고 유명한 역사학자인 이병도씨의 사위라는 것도 알았고 도시가 싫어 시골에서 수 십년을 칩거한 독특한 이력도 알게 됐다.
60년대부터 외국으로 나가 활동한 김환기와는 매우 대조적인 이력이다.
현재 그림값이 가장 치솟는 블루칩 화가라고 하니, 역시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비슷한가 보다.
솔직히 김환기씨 작품은 비구상이 많아 이해하기 좀 어렵다.
과천현대미술관에서 그 분의 작품을 몇 점 접했는데 별 느낌이 없었다.
아직 현대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내 감상 수준이 낮은가 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유명하긴 하지만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한 건지 이해가 안 갔는데 책을 통해 확대한 부분들을 보고 깜짝 놀랬다.
실제로 몽유도원도를 접한다면 훨씬 감동이 클 것 같다.
왜 안견을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로 꼽는지 알 만 하다.
흔히 보는 후대의 산수화와는 느낌이 다른 굉장히 세련되고 화려한 필치다.
불화를 그린 금암당 천여의 소개도 유익했다.
박물관에서 불화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불교 미술이야 말로 종교를 떠나 한국의 전통 문화를 담당했던 축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용주사 불화가 김홍도 그림이라는 설을 부인한다.
불화는 워낙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비록 김홍도가 감독 지휘했다는 정도까지는 수용할 수 있지만 직접 손을 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확실한 근거가 없다면 나 역시 회의적인 쪽으로 가닥을 잡고 싶다.
겸재 정선이나 현재 심사정 등이 문인화가였지만 전문 화원에 버금가는 훌륭한 묘사력을 가졌다는 것도 알게 됐고 무엇보다 표암 강세황이나 공재 윤두서의 그림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유학하는 선비들이 어쩜 이렇게 신묘한 솜씨를 가졌는지!
양반 사회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소외된 계층에서 불우한 삶을 살았다는 게 참 안타깝다. 

재밌게 읽은 책이고 수요강좌를 묶은 책이라는데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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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그림 백가지
박영대 지음 / 현암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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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집어든 책. 
사실 빌릴 책들이 쌓여 있는데 이렇게 눈길을 끄는 책이 있으면 참 난감하다.
독서 리스트에 없는 책은 한 번 지나치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에 눈길이 갈 때 어쩔 수 없이 순서를 무시하고 먼저 빌려서 읽게 된다.
가끔 대박을 건지는 경우도 있는데 솔직히 이번 책은 그저 그렇다.
저자가 이 쪽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긴 한데 아주 전문가는 아닌 느낌이 든다.
그냥 일반인들을 위해 아주 쉽게 설명한 책 같다.
먼저 읽은 <조선 왕실의 미술 문화>와는 수준 차이가 많이 나고 그렇다고 글솜씨가 썩 괜찮은 것도 아니라 적극 추천할 책은 못 된다.
그렇지만 우리 그림을 100가지나 소개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는 그림도 있지만 모르는 그림도 꽤 많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어설픈 저자의 감상은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별로 비슷한 내용도 아닌데 그림 설명 대신 어색한 감상평을 자꾸 집어 넣으니까 글이 아마추어처럼 보인다. 

동양화를 이해하려면 화려한 색감 보다는 여백의 미, 운치, 우아함 등에 눈을 떠야 할 것 같다.
특히 먹이 주는 그 선의 느낌을 잘 이해해야 제대로 감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비슷한 그림이 계속 반복되서 살짝 지루한 감도 없지 않지만 하여튼 색체 위주의 서양 미술과는 구별되는 평면적이고 정적인 동양 미술의 독특한 개성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문인화가들이 참 매력적인데 학문을 하는 선비들이 이렇게도 우아한 취미를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단원 김홍도나 안견처럼 전문적인 화가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공재 윤두서 등의 문인화가들 그림은 옆에 씌여진 시와 함께 정말 시,서, 화의 삼절이라는 말이 딱 생각나고 강세황 같은 사람의 그림은 전문 화원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묘사력이 놀랍다.
리움 미술관이나 호암 미술관 등을 관람해 볼 생각이다.  
중국 고사성어나 한문 등을 좀 알면 제대로 즐길 수 있으련만 그 점이 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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