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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 - 바이올리니스트 최은규의 음악 이야기 01
최은규 지음 / 마티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랜만에 보는 가벼운 책.
200 페이지를 겨우 넘기는 짧은 분량의 책이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두꺼운 책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속도전을 치르게 된다.
보다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자꾸 다음 페이지로 나를 내모는 것 같다.
이번 책은 그런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국내 필자가 쓴 책이라 번역문의 어색함도 없고 한국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정서가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 결국 국내 필자층이 두꺼워져야 비로소 출판 문화가 부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원 면접 시험 기다리면서 앞부분을 읽고, 오늘 마저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교향곡에 관한 책, 나는 웅장한 게 좋다.
특히 합창 교향곡처럼 수십명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합창곡이 좋다.
숭고하고 웅장한 것, 마음을 뒤흔드는 그런 격렬한 형식이 좋다.
교향곡이야 말로 나같은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 형식인 것 같다.
늘 들어서 아는 익숙한 작곡가들이 나온다.
바흐를 시작으로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 슈만, 슈베르트, 브람스, 그리고 말러까지.
아마도 말러를 현대 음악의 시조쯤으로 보는 것 같다.
사실 말러나 브루크너, 베를리오즈 같은 작곡가들의 교향곡은 어렵다는 느낌이 들어 연주회에서 자주 연주됨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꼭 졸게 된다.
아직 내 수준으로는 모짜르트나 베토벤 같은 고전주의의 전형적인 곡들이 듣기 편하다.
그렇지만 책을 통해 글로써 자주 접하다 보니 다시 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솔직히 책에 나온 교향곡의 편성이나 주제 등에 대해서는 대충 읽고 넘어갔다.
그저 듣기에 좋다, 나쁘다 이 정도 밖에는 음악을 평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형식에 관한 자세한 이론은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
그렇지만 자꾸 책을 읽다 보면 음악에 대해 궁금해지고 듣고 싶은 욕구가 생기며 또 반복해서 비슷한 내용에 노출되다 보면 대충 이런 의미구나, 하는 감이 생기기 때문에 나름 유익하다.
얼마 전에 본 <베토벤 바이러스>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드라마의 파급 효과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한 것이, 전에는 지휘자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김명민의 그 탁월한 연기를 보면서 이제는 지휘자나 작곡가에 대해 유심히 보게 된다.
또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본다.
단지 귀로 음악을 듣는데서 끝나지 않고, 그 음악을 만들어 내는 연주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자유분방한 리스트, 엄격한 브람스, 귀가 멀었는데도 내면의 예술적 충동을 악보에 쏟아낸 열정적인 베토벤, 천재 지휘자이기도 했던 말러 등등 그들의 모습이 단지 위대한 작곡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상으로 다가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드라마 속의 강마에와 비교해 보는 것이다.
훨씬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치 고구려 사극이 유행하면서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예술 역시 스타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미술계의 스타 피카소나 고흐처럼 음악계에도 무수한 얘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바그너나 당대의 스타 리스트처럼 스타가 있어야 인구에 회자되고 그들을 trigger 로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다.
비평가들 역시 때로는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들이 작품을 비평함으로써 미학이 완성되고 예술은 한 단계 높은 위치로 격상된다.
작품이 비평에 함몰되서는 안 되겠으나 비평가들 역시 예술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요즘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나 새로운 고민에 빠졌었다.
천천히 자세히 읽으려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지리하게 독서 시간이 늘어나 나중에는 지치게 되고, 또 빨리 읽으려다 보면 대충 넘어가 뭔가 미진한 느낌이 남고, 균형점을 어디다 둬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독서 역시 침체기가 있고 도약기가 있는 것 같다.
초벌 읽기를 하고 다시 관심있는 분야만 재독하는 것을 이 책에 적용해 보고 싶다.
분량이 적기 때문에 가능할 것 같다.
교향곡의 역사와 발전에 대해 쉽게 설명한 비교적 무난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