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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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에 당첨되서 읽게 된 책이다.
공짜로 받은 책에 대해 서평을 쓸 때는 반드시 좋은 글만 올려야 할까?
그렇다면 이벤트에 참가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이런 이벤트는 지양해야 마땅할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너무너무 실망스러운 책이다.
저자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를 나오고 서강대학교 교수까지 지낸 사람이라는데 글솜씨는 영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전공 분야에 관한 책이 아니니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나, 적어도 수필에 대해서는 잘 쓰는 사람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반인이 책 내는 거나 별로 다를 게 없다.
기대했던 바에 아주 못 미친다.
필력이란, 학문적 성취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학력이 높거나 학식이 풍부하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건 아니고,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 이를테면 소설가들의 글솜씨는 그 사람의 사상의 깊이가 어떻든 간에 일단 탁월하게 잘 쓴다는 걸 인정한다.
그러니까 사상의 깊이와 글솜씨는 별개의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력이란 일종의 뛰어난 재능과 기술이 아닐까?
칼 세이건이나 리처드 도킨슨, 스티븐 제이 굴드, 제러드 다이아먼드, 마빈 해리스, 이런 유명한 과학 저술가들을 보면 단지 학문이 뛰어나서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필력이 훌륭하기 때문에 과학자 집단 내에서 특별히 유명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학문적으로 훌륭하면서 글도 잘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면서 부러웠던 점은 저자의 시력이다.
아직까지 돋보기를 안 쓰고도 책을 볼 수 있다니 참 놀랍다.
일제 시대에도 학교를 다녔다는 것도, 같은 시대에 학교 교육을 못 받은 우리 할머니를 생각하면 혜택받은 계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은 책이다.
내가 교수라는 타이틀 때문에 너무 기대를 많이 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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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의 사생활
하영휘 지음 / 푸른역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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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제목과는 달리, 솔직히 좀 지루하다.
1700여 통의 방대한 서신을 성실하게 분석한 점은 인정하나, 전개 방식이 지루함을 피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에 이런 생활사를 기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자가 자료 수집을 열심히 한 다음에 저자의 언어로 다시 풀어 쓰는 길 같다.
임용한씨의 <조선국왕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탁월하다.
단순히 실록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뜻, 행간을 읽어내는 것이 바로 저자의 집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병덕이라는 유학자가 쓴 편지를 너무 곧이곧대로 번역하다 보니 요즘에 잘 안 쓰는 한자어가 많아 이해도 안 가고, 서신 역시 안 쓰는 한문체라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했다.
저자가 자신의 언어로 편지를 재해석 했다면 훨씬 재밌었을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고서가 소장학자들에 의해 번역되고 있는 현실은, 조선시대를 좀 더 사실적으로 복원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조선 시대 양반의 일상 생활이 눈에 잡힐 듯 보인다는 점이다.
사극 작가들이 참조하면 좋을 책이다.

조병덕이라는 인물은 조상 중에 인조의 장인도 있고, 노론 4대신도 있는, 이른바 노론의 명문 사대부가다.
그러던 것이 세도 정치로 흐르면서 정권으로부터 소외되어 과거 합격자를 내지 못하자 결국 시골 양반으로 전락해 버린 비운의 유학자다.
본인은 과거에 뜻을 접고 학문에 전진하여 많은 제자들을 남기긴 했으나 그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면, 가세가 기운 몰락 양반이 체면 유지를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 했는지 잘 드러난다.
비루한 일상의 영위가 고결한 유학 정신과 얼마나 안 어울리는 일인지 정말 여실히 드러난다.
누가 주경야독과 안분지족을 아름답다고 했던가?
다 먹고 살만 해야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아침에 밭 갈고 저녁에 책 읽어서는, 도저히 양반의 체면에 맞는 품위를 유지할 수가 없다.
단지 사치스럽게 치장한다는 뜻이 아니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예학과 의례를 돈이 없으면 제대로 지킬 수가 없는 것이다.
조병덕이 비록 관직에 나가지는 않았으나 조상으로부터 받은 땅덩어리도 있꼬 가문의 위세도 있어 여기저기서 선물과 증여도 많이 받아 시골로 낙향하긴 했으나 완전히 향반이 되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예학을 제대로 지키려다 보니 계속해서 논을 팔아 돈을 댔고 결국은 양식이 없어 친척들에게 구걸하는 편지를 써야 할 지경에 이른다.
조선 시대 양반들이 체면 유지를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 하고 과도한 지출을 했는지 편지에 낱낱이 드러난다.
결혼식 때 돈 많이 드는 풍습은 비단 현대에 국한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어떤 무식한 필자가 조선 시대에는 혼수라는 게 없고 그저 시부모에게 비단 버선 한 켤레를 성의 표시로 준다고 하던데, 실제 조선 후기 양반이 쓴 편지를 보니 앞의 얘기는 그저 관념적 상상에 불과함이 잘 나타난다.
저자는 셋째 아들을 결혼시키면서 200냥이나 예산을 잡았는데 100냥은 간신히 구하고 나머지 100냥은 친척들에게 구걸하다싶 해서 맞춘다.
그는 가장 부담되는 것이 바로 혼례와 장례라고 했으니, 조선 시대에도 결혼식 비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장례 역시 묘지를 쓰는 것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격식에 맞게 하려면 엄청난 빚을 져야 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양반 문화는 확실히 체면치레, 좀 더 우아하게 말하자면 품위 유지와 예절 지키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이런 의식들이 현대화 과정에서 많이 단절됐기 때문에 양반 문화라는 것이 전수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허레허식, 겉치레 등으로 매도되어 섬세한 절차나 과정은 예술로 승화되지 못하고 껍데기만 남았으니 전통의 단절을 새삼 확인하는 기분이다.

조선 시대 양반층은 전통적인 귀족과는 좀 다른 계층이었던 것 같다.
관직에 진출해야 재력과 위세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은 능력 사회였던 것 같고, 경쟁 구도에서 모든 가문이 탈락하고 오직 안동 김씨 일문만 세력을 쥐었다는 점이 조선 후기의 가장 큰 비극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순조의 정치력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열 한 살의 어린 나이로 즉위했다고 하나 그 후 34년 간 집권했고 세력을 휘두르던 정순왕후는 세도 정치 4년만에 권력을 내놓고 곧 사망한다.
단지 어린 나이에 즉위했다는 것만으로는 세도 정치를 설명할 수 없다.
정치력이 전무한 왕들이 연이어 즉위했다는 점이 조선의 불행이었던 것 같다.
차라리 쇄국을 주장한 흥선대원군 같은 강력한 왕이, 비록 시대 정세는 제대로 못 읽었더라도 적어도 집안 단속은 할 수 있는 통치력을 지닌 왕이 즉위했다면 조선이 그렇게 허망하게 식민지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왕이 무능해지면 오히려 신하들이 알아서 입헌군주제로 바꾸고 대의 정치로 잘도 전환하던데 왜 조선 시대 세도 정치는 온갖 폐단만 낳고 결국은 식민지로 전락하게 됐는지 참 한심한 일이다.
사회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는 말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적어도 영조나 정조 혹은 태종이나 세종 같은 국왕이었다면 아무리 왕조 말기라 할지라도 순조나 고종처럼 무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 쓰는 한자어가 너무 많아 책 읽기에 영 불편했다.
한문 표기가 되 있어서 사전 검색을 했으나 그마저도 대부분 안 나왔다.
기왕이면 저자가 각주로 설명을 달아 놨더라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을텐데 아쉽다.
요즘은 정치사 대신 생활사가 유행하는 것 같다.
소시민들의 삶을 조명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보고 이런 고문서들이 많이 번역되어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또 한 가지, 드라마 작가들이 이런 책을 좀 열심히 읽어 고증에 충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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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나귀 타고 미술숲을 거닐다 - 한국미술 7천 년, 美의 산책
이원복 지음 / 이가서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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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좀 지루했는데 찬찬히 인터넷을 찾아가며 실제 유물들을 확인하다 보니 어느새 빠져 들었다.
일단 점잖고 담백한 저자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
우리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과 심미안도 글에 잘 녹아 있다.
마치 오석주씨의 글을 읽는 기분이 든다.
불화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불교 문화에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나는 그림을 무척 좋아하는데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양화는 사실적이고 화려한 서양화에 비해 뒤처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리움 미술관을 관람한 후 생각이 많이 변했다.
우리 그림도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그 동안 내가 몰라서 즐기지 못한 것 뿐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오석주씨의 책 몇 권을 읽고 한국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그 때도 기껏해야 김홍도나 신윤복 그림 몇 점 뿐이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불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우리 문화에 얼마나 섬세하게 스며들어 있는지 새삼스럽게 확인했다.
관광지 치고 불교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듯, 아무리 요즘에는 기독교가 득세한다 해도 5천년의 긴 역사를 한국인과 함께 해 온 불교 문화는 전통 그 자체이며 보존하고 지켜 나가야 할 문화 유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의 문화적 깊이는 불교에 비해 적어도 한국에서는 비교할 수준이 못 되는 것 같다.
동양 미술의 아름다움, 더 나아가 한국 미술의 그 고적하고 담백하며 점잖은 미학은 한국인인 내가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아닌가 싶다.
국립박물관에 좀 더 열심히 들락거려야겠다.
더불어 도록도 사고 싶다.
이 책의 단점은 소개된 많은 유물들을 사진으로 전부 싣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문장으로 설명하고 넘어가려니 답답할 때가 많다.
박물관에서 나온 도록을 구입해서 더 자세히 볼 생각이다.
사진의 아쉬운 부분은 인터넷을 이용했는데 다들 이렇게도 문화에 관심이 많은 줄 몰랐다.
개인 블로그에도 좋은 자료들이 어찌나 많은지 깜짝 놀랬다.
다만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인터넷을 자꾸 뒤적거리다 보니 산만한 느낌이 들어 독서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기왕이면 사진까지 많이 실어 줬으면 좋았을텐데, 책값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한 가지, 한자어에 약하다 보니 단어 자체가 애매모호하여 자꾸 사전을 뒤적이게 됐다.
정확한 뜻을 아는 건 좋은데 그러다 보니 책 읽는 속도가 느려지고 맥이 끊길 때가 종종 있었다.
기왕이면 어려운 단어는 주석을 달아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저자 이원복씨에 대해 무한한 애정이 생기고 그의 박물관 관련 에세이는 다른 것도 읽어 볼 생각이다.
우리 문화를 설명해 주는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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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목소리 1 - 남성 성악가편
유형종 지음 / 시공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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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객석에 연재했던 성악가 시리즈를 책으로 엮은 모양이다.
연재물이라 한 꼭지마다 분리가 돼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으나 워낙 모르는 성악가들이 많이 나와 시간은 꽤 걸렸다.
<클래식 코리아>라는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여기 소개된 아리아를 찾기 힘들어 서운했다.
일단 영어가 아니라서 원어를 외우기가 힘들고 한글로는 번역이 워낙 다양해서 그런지 찾기기 어렵다.
사실 가사를 못 알아듣는다는 것도 오페라 볼 때 아쉬운 점 중 하나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페라의 아리아를 원어로 배워보고 싶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음악 시간에 좀 더 열심히 따라 부르는 건데.

엔리소 카루소로 시작해 루치아노 파바로티까지 스물 다섯 명의 명가수들과 당대에 함께 활동했던 경쟁자들을 함께 실었다.
아쉬운대로 성악가에 대한 어느 정도 개념이 생기는 것 같다.
악기 연주도 좋지만 역시 인간의 몸으로 부르는 성악은 최고의 감동을 주는 것 같다.
흥얼거리는 몇 개의 아리아 외에 많은 좋은 곡들을 소개받아 유익했다.
뒷쪽에 100편의 아리아가 실려 있는데 시간 되는대로 찾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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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티베트 돈황
최영도 지음 / 창비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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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기행문이다.
전문적인 작가가 쓴 글이 아니기 때문에 문장 자체가 주는 감동은 없으나 정말 성실하고 꼼꼼하게 기록된 좋은 기행문이라 할 수 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주는 편견 때문인지 몰라도 저자는 감상 보다는 지식 위주로 자신이 본 것을 성실하게 기록했다.
정말 이 책 한 권 있으면 앙코르와트나 돈황 석굴, 티벳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설픈 가이드북 보다 훨씬 낫고, 역시나 설익은 감상을 늘어 놓는 요즘의 여행기 보다 훨씬 얻는 게 많다.
단 너무 지식 위주로 쓰다 보니 기행문이 주는 재미가 반감된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아마추어 여행객의 태생적 한계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지식을 주는 기행문이 드물다는 점에서 가치를 두고 싶다.
특히 돈황의 석굴에 대해서는 각 석굴마다 어찌나 상세하게 기록을 해놨는지 감탄이 나왔다.
이런 꼼꼼한 성격이 아마도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돈황 석굴이나 티벳의 포탈라 궁이 정말로 가고 싶어진다.
사진도 본인이 직접 찍은 것 대신 잘 나온 사진들을 인용했기 때문에 훨씬 책이 돋보인다.
책으로 펴내는 기행문이라면 가급적 아마추어 사진사들의 어설픈 사진 보다는 전문가들의 좋은 사진을 실어 줬으면 하는 게 내 바램이다.
그래야 글과 함께 멋진 현지 풍경을 감상하기 좋으니까.

기본적으로 저자는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 같다.
지식욕도 대단하고 이국적인 것에 대한 흥미도 강하다.
왠지 나와 비슷한 부류 같아 읽으면서 내내 반가웠다.
나도 여유가 된다면 저자처럼 이곳 저곳을 열심히 탐방하고 싶다.
그런 한가한 날이 언제쯤 올지는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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