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 월남가다 -상 - 조선인의 아시아 문명탐험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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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글은 처음 읽어 본다.
오버하는 몸짓이 싫어서 강의도 안 들어 봤다.
그리고 사실 나는 철학에 별 관심이 없다.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계기는 앙코르와트에 대한 괜찮은 기행문이라는 한 서재인의 추천을 받아서다.
결과적으로 먼저 읽은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보다는 더 만족스럽다.
크메르 문명과 앙코르와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역시 명불허전이라더니 막힘없이 시원시원 하게 써내려가는 문체에 힘이 있다.
글에도 이렇게 기상이 철철 넘쳐 흐르니, 말로 하는 강의는 오죽할까 싶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거부감도 상당히 있었다.
특히 독일 학생을 만나 신화에 함몰된 크메르 문명이, 땅에 기반을 둔 조선 문명보다 열등하다느니 하는 관념적 비교는 지나친 비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독일 여학생의 말대로 문화는 그저 문화 그대로 아름다움에 찬탄하면서 있는 그대로 보는 관점이 훨씬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도올 나름대로의 미의식을 앙코르와트 여러 건물에 투영시켜 설명하는 것은 나름 신선하긴 했으나 성과 속, 여성의 생산성 운운하면서 지나치게 관념화 시킨 점에는 동의하기도 힘들고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철학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작은 것에도 큰 의미를 두고 상상력이 꽤나 풍부한 아저씨라는 느낌이 든다.

책의 판형은 비록 두 권으로 나눠져 책값을 올리는데 일조했으나, 들고 다니기 편하게 제작되어 읽기도 좋았다.
특히 안의 편집이 큼직큼직 되어서 눈이 피로하지 않아서 좋다.
단 도올이 직접 찍은 사진들은 역시 아마추어와 프로 사진사의 차이를 여실하게 드러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본 <능으로 가는 길>의 경우 전문 사진 작가의 능 사진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에 더욱 비교가 된 것 같다.
가벼운 여행기라고 하지만 기왕이면 전문 사진사가 동행해 책을 더 빛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또 일반인이 찍은 소박한 맛도 있다.

앙코르와트의 독특한 부조 문화를 보면서 우리의 불교 문화나 서구의 기독교 문화와는 다른 인도의 힌두 문화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느낌이 굉장히 다르고 이질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신비롭고 의아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특히 상반신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여자 부조상에서 성에 대한 다른 가치를 보는 기분이었다.
서양 사람들이 보면 우리의 절도 몹시 당황스러운 이질적인 느낌일까?
대체적으로 한국의 미는 담백하고 고즈넉하며 차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방인의 눈으로 보면 다른 느낌일수도 있을 것 같다.
하여튼 크메르 문명의 다이나믹하고 원초적인 부조 조각품에 마음을 뺏겼다.
언제쯤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베트남은 그냥 들르는 장소였는지 거의 언급이 없어 아쉽다.
앙코르 와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가이드북 보다도 돋보이기 때문에 이 책을 들고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나도 괜찮을 것 같다.
호치민에 대한 애정은 거의 무한대이던데 이 사람에 대해 좀 더 알아 보고 싶다.
평생 독신이었다는 점이 특히 마음을 끈다.

요즘 아시아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세계는 넓고 많이 알면 알수록 사고의 폭은 넓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저 서구 문명이 전부인 줄 알았으나 주변으로 눈을 돌리면 독자적인 문화를 갖고 수천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켜 온 무수히 많은 문명권이 있음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라더니, 정말 그 말이 딱 맞다.
사실 일본의 식민지 침략 역사 때문에 거부감이 들어서 그렇지, 일본이나 중국 문화에 대해서도 미국 문화 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고 더 많이 알고 싶다.
또 좀 더 폭을 넓혀 이슬람 문화권이라 우리에게 낯설긴 하지만 지리적으로 인종적으로 봐도 아시아 문화권에 좀 더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하여튼 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여행을 꼭 가 볼 생각이다.
역시 현지 분위기를 느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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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발견
김용만 지음 / 바다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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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 전부터 읽고 싶던 책인데 드디어 읽게 됐다.
먼저 읽은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어디로 갔을까>에 비하면 역사서로서는 훨씬 내용도 많고 재밌게 읽었다.
처음 문명의 시작 부분만 좀 지루했을 뿐 고구려의 역사가 나오는 부분부터는 무척 재밌게 읽었다.
고구려에 대해 맘먹고 책 한 권 쓰기로 결심한 것 같다.
일본서기까지 인용해 많은 자료를 성실하게 모은 점이 돋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내가 보기에 저자는 고구려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명백하게 기록된 내용마저 자의적으로 해석한 실수를 자주 범한다.
역사는 당위성을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 아니고, 다수가 주장한다거나 옳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고구려거 후손들의 자부심을 세워주기 위해 있던 나라도 아니니까.

먼저 광개토대왕비문의 훼손 문제.
일본 육군 장교가 탁본하면서 자구를 훼손시켰다는 음모론은 이성시의 책에 보면 명백하게 잘못임이 밝혀진다.
일본인이 탁본을 뜨기 전부터 이미 중국인들에 의한 탁본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성시의 책이 먼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저자는 그 부분에 대해 고의적인 훼손을 계속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또 광개토대왕이 후연을 멸망시켰다는 주장은 비문에도 명백하게 나와 있지 않을 뿐더러 다른 책을 보면, 후연은 전진에 의해 망한다.
또 북연의 왕이 단지 고씨라는 이유만으로 고구려의 속국이었다는 식의 확대해석은 곤란하다.
심지어 장수왕이 죽을 때 북위의 황제가 애도를 표했다는 이유로 북위가 고구려에게 조공을 바쳤다는 증거라니,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
송이 장수왕을 영주와 평주의 자사라고 칭했다 하여 북경 인근까지 고구려의 영토였을 수 있다는 해석은 자칫하면 환단고기 신봉자들처럼 야사류로 흐를 위험마저 보인다.
왜 저자는 명백한 역사서의 기록을 자꾸 숨은 뜻이 있다면서 거꾸로 해석하려고 하는 걸까?
고구려가 자체적인 기록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적 시각에서 역사를 볼 수 밖에 없음은 안타까운 일이나, 그렇다면 거기에 필적하는 유물이나 고고학적 증거를 들어서 반론을 펴야지 자꾸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런 식으로 상황 논리만 들어대는 건 역사학자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 기본적인 체계를 잡을 수 있도록 당대의 사건들을 체계적으로 잡아준다는 점이다.
작은 에피소드들도 꼼꼼하게 기록해서 고구려 역사를 재밌는 이야기로 만든다.
덕분에 고구려라는 나라가 고대사 속에 묻힌 죽은 역사가 아니라 조선 못지 않게 눈에 잡히는 나라가 됐다.
이 책을 읽고 드라마 <주몽>을 보면 더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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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아 2008-12-2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이 쓰신 리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후연은 전진에게 망하지 않았습니다. 전진에게 망한 나라는 '전연'이지요. 영락 17년 조, 즉 고구려의 발견에서 후연 멸망 기사라고 해석한 부분은 글자가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많아서 무슨 일을 기록한 것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즉 님이 말씀하신대로 후연이라는 글자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그 기사가 후연 멸망과 관련된 기사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marine 2008-12-22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여기에 대해 자세한 답변을 다는 것 보다는, 이성시의 책을 직접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고구려의 역사 - 왜곡되고 과장된 고대사의 진실을 복원한다
이종욱 지음 / 김영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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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재독하게 됐다.
<고구려의 발견>을 읽은 후 다른 관점에서 비교하기 위해 다시 집어 든 책이다.
당시 처음 볼 때만 해도 책이 너무 두껍고 내용이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읽으니 확실히 쉽고 진도도 빨리 나간다.
기본적으로 <고구려의 발견>과 거의 겹친다.
워낙 고구려사 자체가 인용할 자료가 적어서 그런 것 같다.
다만 해석의 차이는 명확히 보인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중국에 대한 고구려의 조공이나 책봉 문제를 역사서에 나온 그대로 인정하고 있고, <고구려의 발견> 저자인 김용만씨는 중국측의 기록이니 신뢰할 수 없으므로 우리 입장에서 보자는 쪽이다.
즉 고구려가 단지 무역의 필요성으로 교류한 것을 조공했다고 썼다는 식이다.
물론 나는 전적으로 이종욱 교수의 입장을 지지하는 바다.
왜냐면 그게 가장 간단명료한 해석이기 때문이다.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법칙이 있다.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가설은 가능하면 간단할수록 좋다.
이것저것 온갖 가정법을 갖다 붙여 마치 고구려가 중국 왕조에 대해 우위에 있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나 부자연스럽다.
고구려인이 스스로 기록한 역사서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한쪽 입장만 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나, 재판할 때도 문서로 남는 게 증거가 되지 정황증거는 기록에 비하면 증거력이 약한 법이다.
유물적 발굴과 비교하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김용만의 주장처럼 어처구니 없게도 북위가 오히려 고구려에게 조공했다는 상식 이하의 발언은 도저히 신뢰할 수가 없다.
고구려가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책봉을 받았다고 해서 중국 문명에 종속된 것은 물론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고구려는 외교 정책에서 실패했다고도 볼 수 있다.
거대한 중국 문명에 맞서 독자적인 문화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쓴 그 기상이 놀랍고 그래서 후손인 우리가 위대하게 평가하는 것이지만, 고구려 역시 후대인의 자부심을 위해 세워진 나라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존재했던 실제의 국가였던 만큼 당시 최고의 강대국인 중국 왕조의 국제 질서에 순응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이종욱 교수의 해석처럼 오히려 고구려가 조공을 바치고 책봉을 받았다는 점이 고구려가 중국 왕조에게서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받았다는 증거로 이해된다.
조선과 명, 청의 관계처럼 조공을 바치고 책봉을 받는 관계는 지방관을 파견해 직접 지배하는 지역과는 전혀 다르다.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제 질서에 잘 순응하고 또 적절하게 대항했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는 한민족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고, 당시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던 일본보다 앞섰던 게 아닌가?
대체 왜 이런 당연한 사실을 부끄러워 하고 부자연스러운 해석을 자꾸 가해서 역사서를 왜곡하는지 모르겠다.
빨리 통일이 되서 고구려의 유물이나 유적지 발굴이 더 활발해지면 좋겠다.

책의 또다른 관건은 역시 광개토대왕비의 해석 문제다.
이성시가 쓴 <동아시아 왕권의 교역>에 따르면 비석의 고의적인 훼손 문제는 음모론에 불과함이 밝혀진 이상, 과연 왜가 한반도 남부를 경영했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듯 하다.
저자는 김용만의 의견과 다르게, 백잔이라고 표현한 것은 고국원왕을 죽인 백제에 대한 분노 때문이지 정말로 백제나 신라를 속국으로 삼지는 못했다고 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20년 전에 고구려의 국왕을 죽인 백제가 짧은 시기에 갑자기 속국이 됐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또 백제는 신라 못지않게 중국의 왕조에 고구려를 쳐 달라고 여러 차례 사신을 보낸다.
향도가 되겠다는 말도 한다.
그러므로 신라의 통일을 외세를 끌어들인, 어쩌고 하는 식으로 보는 건 현대의 관점에서 당대를 해석하는 오류를 저지르는 일이다.

비교적 상세하게 사료를 인용해서 이번 기회에 많은 걸 배웠다.
고구려에 대한 유적 발굴이 활발해져 보다 체계적인 고구려사가 쓰여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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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 유재현의 역사문화기행
유재현 지음 / 창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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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서재 지인에게 소개를 받아 꼭 읽고 싶던 책 중 하나로 올라왔던 책이다.
그 분이 극찬을 하길래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나로서는 별 3개 이상은 주기 힘들 것 같다.
수준이 떨어지는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감동도 주기 힘든, 보통의 평범한 기행문이라고 생각한다.
인도차이나 3개국에 관한 관심은 증폭되었다.
관련 책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통독해 볼 생각이다.
확실히 기행문을 잘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단지 사진 몇 장과 루트 몇 개, 그리고 감상 나부랭이 좀 싣는다고 해서 다 책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제발 작가들이 알아줬음 좋겠다.

인도차이나 반도는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국과 싸워서 독립을 쟁취한 놀라운 나라 베트남이, 그 후로 캄보디아나 라오스에 군사력을 동원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결국 내 힘이 약해서 당할 뿐이지 나도 강하면 남을 치게 된다는 것, 이게 모든 국가의 본성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미 제국주의 어쩌고 하는 것도 결국은 힘약한 나라에서 도덕이나 명분 부르짖는 건 아닌지 씁쓰레해진다.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베트남의 땅굴 체험기였다.
기어서 땅굴을 통과하는데 가이드가 갑자기 안 보이자 저자는 죽을 것 같은 끔찍한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해야 하면 하는 거라는 이런 수준의 체험이 아니라, 정말 안 하면 죽기 때문에 최후의 선택으로 하게 되는, 끔찍한 길이라고 한다.
저자의 묘사가 생생해 나도 그 공포감을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었다.
죽음의 공포가 바로 눈 앞에 있을 때, 과연 어떤 인간이 이데올로기 따지고 사상 어쩌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호치민의 유훈 통치를 비판한 점도 저자의 분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쿠바를 인민의 천국 어쩌고 하는 여행기가 있는 걸 보면, 그래도 이 사람은 비교적 사물을 제대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관심있는 곳은 역시 앙코르 와트였다.
얼마 전에 읽은 인도차이나 관련 서적 때문에 약간은 지식이 생겨 조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역시 직접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느끼는데 한계가 있어 많이 아쉽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넓고 볼 곳은 참 많다.
인도차이나는 우리에게 워낙 먼 곳이라 그저 관광지 이 정도로 밖에 생각을 못했는데 인류 문명에 이바지한 위대한 유산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일종의 당위가 생겼다.
이래서 책을 읽고 여행을 하면 인식의 폭이 넓어지나 보다.

책 자체는 디자인도 괜찮고 사진도 비교적 고른 편이다.
다른 관련 서적들을 읽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또 인도차이나에 대한 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의의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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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Mr. Know 세계문학 44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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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다.
영화 제목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열린책들의 미스터 노 시리즈는 어떤 책이 됐든 읽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디자인이나 판형이 참 예쁘다.

춘천에서 광주 가는 버스 안에서 다섯 시간 동안 읽은 책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집중하기 힘들었다.
원래 추리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하다 보니 쉽게 빠져 들 수 없었고, 버스 안이라는 물리적 환경도 한 몫 거든 것 같다.
대충 줄거리만 맞춰 가면서 읽다가 집에 와서 다시 부분부분 재독을 했더니 비로소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이 됐다.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문체도 이른바 하드보일드 스타일에 맞게 딱딱 끊어지는, 군더더기 없는 단문들을 선사한다.
헤밍웨이도 이런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내가 읽어 본 헤밍웨이 소설과는 꽤 다른 스타일이다.
책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등장인물의 행동을 중심으로 짧은 문장으로 사건 전개를 위주로 진행시킨다.
이런 걸 보면 셜록 홈즈 시리즈는 정말 어린이용 추리 소설 같다.

몰타의 매라는 전설이 실제로 있긴 한건지 궁금하다.
아니면 작가가 다빈치 코드처럼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제목이 일단 흥미롭다.
사실 몰타의 매를 찾는 과정 자체는 크게 긴박감이 넘치는 건 아니다.
그냥 세 사람이 암살을 당했을 뿐, 살인사건 자체가 손에 땀을 쥐는 스릴을 선사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작품을 이끌어 가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가 훨씬 더 사건을 긴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영화로 한 번 보고 싶다.
여주인공 브리지드 역을 대체 누가 맡았을지 궁금하다.
무려 세 번이나 영화화 됐다고 하는 걸 보면 꽤나 흥미진진한 소재인 것 같다.
결국은 이 여주인공이 모든 사건의 핵심인 셈인데, 마지막에 샘 스페이드가 브리지드를 경찰에 넘기면서 그녀에게 던지는 말이 이 소설의 압권이다.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것, 냉정하게 사랑과 죄값을 구분하는 것, 스페이드라는 탐정의 캐릭터와 정말 잘 어울리고 앞쪽에 삽입된 플랫그리드라는 인물의 이야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해설에서도 그 부분이 구성상 매우 훌륭하다는 걸 지적한다.

사실 탐정이라는 직업 자체가 우리 문화권에서는 생소하다 보니 100% 완벅하게 몰입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저자의 글솜씨 하나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표지를 보니 작가가 꽤나 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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