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너무 독특한 소설이다.
여러 명의 관점에서 쓴 것도 그렇고 결말도 특이하다.
핀란드라는 나라는 너무 생소해 별 관심이 없었는데 소설로 접하고 보니 호기심이 생긴다.
책 표지가 일단 예쁘고 누워서 읽어도 괜찮을 만큼 손에 딱 잡히는 작은 크기가 맘에 든다.
디자인을 굉장히 발랄하게 했지만 내용은 좀 우울하다.
핀란드는 인구밀도가 굉장히 낮다고 들었는데 역시 이 나라도 수도 헬싱키에 인구가 집중된 모양이다.
이런 복지국가에서도 주택 문제 때문에 이혼 문제까지 들먹여야 하다니, 한숨이 나온다.
여기는 아파트 대신 단독주택에서 사는 게 바람직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야 뭐, 워낙 땅이 부족하니 고급 아파트를 찾는 거겠지만 사실 아파트는 이 소설의 표현대로 연립주택 내지는 공동주택 아닌가?
수많은 사람들과 하나의 건물을 공유하면서 이런저런 눈치를 살펴야 하는, 비독립적인 주거 공간이다.
할 수만 있다면 마당 있는 집에서 당연히 정원 가꾸며 살고 싶을 것이다.
그것도 서울 한 복판에서.
정말 대한민국 0.1%나 그런 꿈을 이루고 살겠지.
책에도 어떤 부동산 업자가 이런 말을 한다.
도심에 있는 주택 값을 깍으려고 하자, 그 돈으로 주택 사려면 교외에나 가 봐라, 그럼 넓고 좋은 집 많을 거다, 대신 연극이나 콘서트 같은 건 포기해라, 까페라고는 24시간 주유소가 전부일 거다...
결국 사람들은 직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문화를 즐기기 위해, 또 교육 때문에 도시로 도시로 꾸역꾸역 몰려드는 것 같다.
인구가 힘이라더니, 시골은 사람이 없으니 문화 생활의 기반이 진입할 수가 없고, 그래서 더욱더 사람들은 시골을 떠나고...
악순환이다.
서울대나 국제고 같은 데를 깡촌 시골에 지어 놓으면 안 될까?
미국의 대학 도시들처럼 말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 마티는 경찰관의 표현대로 이성적인 목표를 가졌을 경우 매우 착실하고 완벽하게 해냈을 사람이다.
집요하고 너무나 철저하며 완벽해서 여기서 한발짝만 더 나가면 정신병자 소리를 들을 것 같다.
실제로 그는 부동산 업자의 뒤를 밟아 협박전화를 하기도 하고, 남의 정원에서 소변을 보고 그 주인에게 전화를 걸기고 한다.
주인공이 유쾌하게 묘사되긴 하지만 다소 위험한 행동들이다.
특히 마지막에 원하는 집을 발견하고 집주인을 밧줄로 묶어 협박하는 장면은 경찰관에게 체포되기 충분하다.
아무 인연도 없는 집주인에게 다짜고짜 찾아가 내가 당신을 2층집에서 죽을 때까지 모실테니 시세의 70%만 받고 집을 팔아라, 이게 말이 되냔 말이지.
어쩌면 헬레나는 마티의 그런 집요한 성격에 질려 이혼을 한 건지도 모른다.
보다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면 좋았으련만!

<핀란드의 딸들>이라는 기획 프로그램에서 가사일에서 남녀분담이 거의 완벽하게 이뤄진 모습을 보여 줬는데 책에서는 한 술 더 떠 마티가 모든 요리를 책임진다.
헬레나는 그와 이혼한 후 스프 하나 제대로 끓이질 못해 인스턴트 스프를 데워서 아기에게 먹일 정도다.
식사 때문에 헤어진 남편을 그리워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
오히려 헬레네는 남편 마티가 사회 생활을 전혀 하지 않고 오직 집에만 틀어박혀 요리만 하는 걸 못 견뎌 할 정도였다.
정말 서구 사회는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더불어 주거 공간에 대한 욕심은 만국 공통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빨리 돈 모아서 나도 내 집 마련해야겠다.
그래야 정신건강에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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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로 먼저 접한 책이다.
3시간이 넘는 다소 지루한 영화이기도 했는데 분위기가 매우 독특해서 비교적 열심히 봤던 것 같다.
특히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워낙 멋지게 나와 인상깊게 본 영화다.
소설 속의 토마스는 남자 배우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 같은데 테레사와 줄리엣 비노쉬는 좀 다른 느낌이다.
영화 속의 테레사는 보다 주체적이고 토마스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소설 속의 테레사는 줄리엣 비노쉬가 풍기는 이미지 보다 훨씬 더 연약하고 종속적인 느낌을 준다.
어쩌면 줄리엣 비노쉬라는 여배우가 주는 이름값 때문에 영화 속에서 더 큰 비중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꽤 있었는데 책을 보니 그제서야 주인공들의 행동이 이해된다.
앞뒤 설명 없이 행동들만 보여 주다 보니, 사건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튀는 느낌을 줬던 것이다.
이래서 문학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보다.

테레사는 어머니로부터 상처받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름다웠던 어머니는 테레사를 임신하는 바람에 무능한 남자에게 시집가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 바람둥이 두 번째 남자를 만나 끔찍한 인생을 산다.
그녀는 자기에게 전혀 반항하지 못하는 딸을 마음대로 조종함으로써 남편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또 자신의 미모가 시들어 가고, 딸이 점점 아름다워지는 것에 대해서도 질투하고, 육체를 조롱함으로써 아름다웠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인생을 사는 자기 자신을 동정하는 가학적 취향을 가진 여자다.
일종의 정신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 힘이 없는 테레사는 오직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길 소원했고 소도시에 나타난 젊은 바람둥이 의사 토마스에게 인생을 건 모험을 시도한다.
영화 속에서는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왜 느닷없이 테레사가 가방을 들고 프라하에 나타났는지 좀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토마스 역시 이혼남으로 나온다.
그에게 섹스는 일종의 놀이로써, 테레사를 사랑하는 것과 동시에 수많은 여자들과 하룻밤을 지내는 걸 아무 갈등없이 해낼 수 있는 다소 특이한 남자다.
첫번째 결혼이 준 상처는 더 이상 결혼 생활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했고 테레사와의 결혼은 사회적 의미의 결혼이라기 보다는 오갈 데 없는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사는, 일종의 가족과 같은 그런 관계였다.
그러므로 그는 테레사에게 정절을 지키지 않고 그것 때문에 테레사가 괴로워 하는 것을 무시한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참 독특한데, 나는 테레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가진 게 없다.
경제적인 것, 감정적인 것을 모두 토마스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언제나 그가 떠나가 버릴까 봐 두려워 한다.
그런 비참함이 싫어 스스로 토마스 곁을 떠나기도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일종의 운명과 같은 관계라 토마스는 다시 위험천만한 프라하로 테레사를 따라 돌아온다.
그러나 역시 재결합 후에도 토마스의 가벼운 사랑놀음은 그치지 않고 테레사는 사랑과 섹스가 별개일 수 없는 자신의 답답한 현실 때문에 괴로워 한다.
그녀는 토마스와의 관계에서 권력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비참해 한다.

사비나는 꽤 매력적인 여자로 나온다.
영화에서는 줄리엣 비노쉬에 가려 큰 비중이 없었는데 책에서는 사비나의 관점이 자주 등장한다.
또 공산주의 치하의 답답한 사정도 상세하게 드러난다.
러시아가 지배하는 공산주의 사회가 개인들에게 미친 영향이 세 사람의 입장에서 자주 묘사된다.
문득 <닥터 지바고>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러시아 혁명과 유리 지바고 혹은 라라와의 관계처럼 말이다.
취리히에서 사귄 애인 프란츠는 잘 생기고 잘 나가는 매력남으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좀 형편없이 나왔다.
또 사비나가 그를 떠난 이후 비참해 하는 장면에서 끝났는데 소설을 보니 아내와 이혼 후 여자 제자와 새로운 인생을 사는 걸로 나온다.
이 사람도 한 사람의 주인공으로 꽤 비중있게 그려진다.

이 소설 최고의 백미는 느닷없는 죽음에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도 그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소설에서도 두 사람은 시골로 내려가 모처럼의 갈등없는 시간을 보내다 어처구니 없게도 브레이크 고장으로 동시에 사망하고 만다.
책을 쓰는 시점도 독특하고 심리 묘사도 훌륭하고 새로운 느낌의 소설이었다.
위대한 문학과 통속 소설의 차이는, 바로 이런 심리 묘사, 혹은 배경 설명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사건 위주로 진행되는 소설이 아니다 보니 중간중간 맥을 놓칠 때가 많다.
영화도 비교적 소설의 느낌을 잘 표현했지만 역시 책을 읽지 않는다면 제대로 영화를 감상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좀 더 지난 후 재독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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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 - 고구려인들의 삶의 원형을 찾아서
김용만 지음 / 바다출판사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만한 책이다.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연구도 활발한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아무리 사극이 역사 왜곡을 한다 해도, 대중의 관심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점도 분명히 있다.
고구려 하면 지나치게 제국적인 면모로 부풀려져 왠지 모르게 민족의 자긍심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이종욱씨의 <고구려의 역사>를 읽는다면 어느 정도는 거품이고 환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고대사 연구야 워낙 척박한 분야이고 더군다나 고구려 땅은 분단으로 제대로 발굴이나 연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보니 작은 기록 하나도 상당히 부풀려져 확대 해석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상당 부분 과장이나 확대 해석이 있다.
이를테면 고구려는 천문 관측 기록이 신라에 비해 적었는데 그 이유는 신라가 당의 재이사상을 받아들여 천문 현상이 길흉을 점친다고 생각했던 것에 비해, 고구려는 훨씬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서 천문현상은 현세의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서 기록을 안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의 비약이 종종 눈에 띄어 어떤 부분은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고구려의 무덤 벽화를 꼼꼼히 분석하여 생활상을 추론한다거나, 삼국사기나 일본서기, 삼국지 등에 나온 고구려 인물들을 총망라하여 표로 정리한 부록 등은 무척 유익했다.
기본적으로 성실한 저자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고구려 28명의 왕들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다음 번에는 저자가 좀 더 역사적인 접근을 시도한 <고구려의 발견>과 다른 입장에서 쓴 이종욱씨의 <고구려의 역사>를 재독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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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 400년 (6disc)
기타 (DVD)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아무래도 나는 영상은 예술적인 걸 못 즐기려나 보다.
무척 기대를 하고 빌린 DVD 였는데 너무 지루해 보다가 졸다가 하면서 겨우 시간만 때웠다.
대체 왜 이렇게 잠이 오는 걸까?
해설자가 낭랑한 목소리로 명화를 설명해 주고 책의 도판에서는 자세히 보기 힘든 세부 장면까지 클로즈업 해서 잡아 주는데도 한 두 작품에서 감탄하다가 곧 졸음이 쏟아지고 다시 정신 차려고 보다가 또 졸고...
책을 읽는 것은 나의 능동적인 의지 때문인지 훨씬 집중이 잘 되는데 영상을 보는 건 수동적인 행위라 그런지 집중하기 어려웠다.
큰 화면에서 그림 보는 즐거움은 포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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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하모닉 유로피안 콘서트 2004 [dts] 아인스(태원) 정품클래식 기획특가 할인전 9
Various 연주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듣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보고 싶어 DVD를 고르게 됐다.
공연장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일단 돈이 많이 들고, 무엇보다 공연장에서 제대로 즐기고 싶어 일종의 연습하는 기분으로 dvd를 먼저 보게 됐다.
그러나...
솔직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음질도 CD로 듣는 것보다 훨씬 안 좋았고 사이먼 래틀 역시 <베토벤 바이러스>의 멋진 강마에와는 달리 표정 연기가 너무 우스꽝스러워 도저히 대지휘자의 위대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게 바로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인가!
나이든 배불뚝이 피아노 연주자는 대체 누군가 했더니 그 사람이 바로 다니엘 바렌보임이라고 한다.
이름으로만 듣던 유명한 연주자를 직접 눈으로 보니 역시나 환상이 깨지는 기분이다.
임동혁처럼 뭔가 사람의 혼을 빼놓을 듯한 그런 연기는 보여주지 못했다.
아, 내 취향의 저급함이여...
DVD로 보는 건 포기하고 직접 연주장에 가서 들어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명의 단원들이 수십명의 악기를 들고 지휘자의 리드 하에 모여 하나의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는 교향곡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협주곡이나 피아노 독주도 무척 좋아하지만, 그래도 웅장하고 가슴이 벅차는 연주는 역시 교향곡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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