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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2 - 혼돈의 시대 [dts]
유위강 감독, 유덕화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DVD에 딸린 서플이 보고 싶어서 빌리게 됐다.
무간도는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다.
캐릭터들이 갖는 갈등 구조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워 굉장히 몰입하면서 봤던 영화다.
실망스럽게도 서플은 너무 약하다.
어떤 서플은 아예 영화를 통째로 다시 상영하면서 해설이 들어가는 것도 있던데, 무간도는 CD를 두 개나 만들면서도 내용적인 면은 너무 약하다.
특히 메이킹 필름의 내용을 편집해 다시 인터뷰에 갖다 붙인 행위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기왕이면 감독이 각 인물들의 캐릭터나 행동이 갖는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줬으면 좋았으련만.
많은 아쉬움이 남는 서플이다.
2편은 다운받아서 보느라 번역이 취약해서 정식으로 다시 DVD로 보게 됐다.
두 번 본 거라 그런지 아니면 번역이 나아서 그런지 제대로 이해를 했다.
그 때는 이상했던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황국장이 왜 경찰을 그만두려고 했는지, 한침이 왜 예영효와 담판을 벌이게 됐는지, 진영인은 어떤 심경의 변화를 보였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서사적으로 탄탄한 구조라 전개가 억지스럽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해서도 성공했던 것 같다.
<디파티드>도 봤지만 마틴 스콜세지라는 감독의 성향 때문인지 <무간도>보다 훨씬 더 암울하고 어둡다.
눈빛이 너무나도 선하고 매력적인 양조위와 퇴폐적이기까지 한 불안증의 극치를 보여 준 디카프리오와는 도저히 비교가 안 된다.
원작이 훨씬 더 따뜻하고 낭만적이다.
2편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유건명의 성격이다.
사실 나는 유덕화의 팬이기 때문에 무간도 시리즈에서도 유건명을 중심으로 봤다.
그래서 유건명 역시 착한 사람이지만 현실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식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2편을 보니 그는 상당히 잔인하고 냉철한 인물이며 조직폭력단의 세계에서 자란 사람다움을 느낀다.
진영인이었다면 아마도 사랑하는 여자가 아무리 모욕을 준다 해도 죽음으로 내몰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유가령의 나이가 너무 들어 보여 새파란 유건명이 사모하기에는 뭔가 부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여배우 자체로는 충분히 매혹적이다.
착하기 그지 없는 우리 귀여운 양조위의 아내가 된 점이 질투난다.
하여튼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반대파에게 밀고하여 태연하게 공항에서 죽음을 지켜보는 유건명에게 섬뜩한 살의를 느꼈다.
아마도 마지막 순간에라도 그녀가 유건명의 전화를 받았다면 어쩌면 그는 목숨을 걸고 그녀를 지켰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리는 마지막까지도 남편 한침에게 성실했다.
안타깝게 전화를 거는 유건명을 길 건너로 바라보면서도 냉정하게 전화기를 집어 넣어 버렸고 결국 그녀는 달려오는 차에 치여 죽고 만다.
아무리 의절한 아버지라 해도 그 아버지를 죽인 황국장을 용서하고 여전히 스파이 노릇을 성실하게 해내는 진영인의 모습에서 밝은 세계에서 살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져 연민의 감정이 생겼다.
그에게도 가족에 대한 애착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 예곤이나 아들 예영효는 가족을 끔찍하게 아끼는 전형적인 마피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 영화에서 특히 오진우의 연기에 주목했는데, 인텔리처럼 굴면서도 실상은 잔인하고 냉정하기 그지없는, 그러나 가족에게는 한없이 약한 마피아 보스의 모습을 너무나 잘 소화해냈다.
비록 다른 유명 출연자들에게 가려 인터뷰 하나 못 땄지만 말이다.
황국장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조롱당한 후 분노를 참으면서 술을 따르고 묵념하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립탐정까지 고용해 4년에 걸쳐 기어이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고야 마는 그 집념도 무시무시하다.
그러면서도 이복동생인 진영인에게는 한없이 따뜻하다.
어쩌면 진영인이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할지라도 그를 죽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형을 배신할 수 밖에 없는 진영인의 괴로움은 비록 영화 전반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으나 상황적으로 충분히 이해된다.
어두움과 악의 세계에서 벗어나 선의 세계에서 당당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아마도 진영인을 끝까지 충실한 경찰로 남게 했을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사무실을 달라는 그 소박한 청이 어찌나 안쓰러운지...
유덕화나 양조위의 훌륭한 연기에 비해 진관희나 여문락의 연기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여 아쉬움이 남지만 젊은 시절의 스타일리쉬한 모습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의의를 둔다.
오진우나 황추생, 증지위의 연기가 훌륭하게 뒷받침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