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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교양을 읽는다
버튼 펠드먼 지음, 전제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700 페이지가 넘는, 상당히 두꺼운 책이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꽤 많은 시간을 요하는 책이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알라딘에서 서평단 모집할 때 신청했다가 떨어진 책이기도 하다.
원 제목이 뭐였을지 궁금하다.
적어도 노벨상과 교양 따위를 엮는 제목은 아니었을 것 같다.
왜냐면 이 책은 노벨상을 상당히 까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상이나 물리학상 등에 대해 받을 만 하다, 형편없다 등의 평가를 하려면 저자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야 한다고 보면, 이 책은 꽤나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편이다.
물리학이야 워낙 천재들의 분야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평할 엄두가 안 나고, 대신 문학상의 경우는 펄 벅의 작품이 함량 미달이라는 얘기는 전부터 들었었다.
<대지>를 인상깊게 읽은 터라 좀 의아했는데 저자에 따르면, 이상주의에 문학상을 수여하라는 노벨의 취지와 부합하기 때문에 줬다고 본다.
노벨상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모더니즘이나 과격한 사상은 배격한다고 한다.
앙드레 말로 같은 경우는 드골주의자였기 때문에 스웨덴 학술원으로부터 배격당했다.
<파리대왕>의 골딩도 부적절한 수상자로 꼽힌다는 점은 의외다.
<파리대왕> 후기를 쓴 번역자는, 영어권 최고의 문장가라고 찬사를 보냈기 때문에 서구권에서 굉장한 인정을 받는 작가인 줄 알았다.
2000년에 발간된 책이라 작년에 수상자가 된 도로시 레싱은 당연히 받았어야 하나 못 받은 케이스로 되어 있다.
해럴드 핀터 역시 마찬가지.
역시 다 받을 만한 사람들이 받은 것 같다.
중국어권에서 한 명도 못 받았다고 나온데 내가 알기로는 가오싱젠이 파리로 망명하긴 했지만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알고 있다.
번역의 문제 때문에 보다 다양한 문학 작품을 알리는데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이 두 사람의 문학상 수상자를 갖은 것은 꽤나 고무적이다.
항상 소세키나 미시마 유키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서도 충분히 받을만한 사람으로 언급되고 있다.
제일 열심히 읽은 분야는 물리학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사람들은 천재가 아닌가 싶다.
내가 알고 있는 과학자들은 모두 190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사람들이고, 양자와 전자, 중성자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솔직히 무슨 얘기인지 감이 안 잡힌다.
그저 파인만처럼 유명세 있는 과학자나 가쉽거리 삼아 좀 알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과학을 하는 화학이나 의학 분야가 훨씬 쉽고 재밌다.
물리학자들은 마치 세상의 비밀을 푸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비하면 화학자나 생리학자들은 얼마나 인간적이고 앙증맞은지!
뒷쪽에 나오는 경제학과 평화상 부분은 시사적인 내용이 많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평화상에 김대중 대통령이 나올까 싶었는데 특별한 언급이 없어서 아쉬웠고 상 받으려고 애쓴다며 약간 비난조로 언급된 지미 카터 대통령은 결국 이 책이 나온 후 받고야 말았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 나온 존 내시는 게임 이론으로 경제학상을 받았는데 병이 발작해 35년간 아무런 연구도 할 수 없었으며 지금은 무슨 대학에서 시간제 연구원으로 일한다는 슬픈 소식도 들었다.
책은 상당히 노벨상 제도와 수상자들, 또 심사위원들에 대해 까는 얘기들이 많긴 한데 대신 꽤 냉철하고 분석적으로 그들의 업적을 잘 설명하기도 한다.
아마도 저자는 노벨상이라는 명성에 주눅들어 무조건 추종하는 그런 매스미디어의 행태가 못마땅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한 번 느끼는 바지만 일본은 역시 따라가기 힘든 선진국이고 한국의 황석영이나 고은 등이 과연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단지 번역이 제대로 안 되서 덜 알려진 것일 뿐인지, 아니면 세계적인 대가들의 반열에 오르긴 부족한 것인지 궁금하다.
이상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지역 안배 이런 차원을 떠나서 인류라는 보편적인 틀 안에서, 훌륭한 작품들과 작가들이 노벨상을 수상함으로써 작가과 상의 가치가 동시에 높아지길 바란다.
노벨상이 지나친 공명심과 경쟁심을 유발한다고 하지만, 적어도 과학의 발전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음이 분명하다.
그러고 보면 이 노벨이라는 사람의 유언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