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무엇이든 믿고 싶어할까?
마르틴 우르반 지음, 김현정 옮김 / 도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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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믿음에 관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상세히 설명한 책.
왜 사람들은 무엇이든 믿고 싶어할까?
종교나 편견, 미신, 신념 등에 대한 심리적, 문화적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의 시대에도 여전히 종교가 세를 잃지 않는 이유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이유도 있지만, 종교가 주는 확실함, 안정감, 교인들끼리의 연대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근본주의자일수록 의심없이 믿기 때문에 회의론자들에 비해 편안한 심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의심많은 도마가 무조건 믿는 사람들 보다 더 복잡하고 피곤할 것임은 분명하다.
칼뱅도 자기가 구원받았다고 믿고 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예정설이 대체 뭔지 이제서야 감이 잡힌다.

인간의 뇌는 단편적인 사실들을 종합해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 형태를 완성한다.
상상력이라는 훌륭한 기능 때문에 부분을 전체로 종합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대충 형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편견이나 오류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끊임없이 회의해야 하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사람이 결정을 내릴 때도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감정과 연관되어 어떤 느낌에 의존해 거의 도박에 가까운 선택을 한다.
운이 좋은 사람이란 이런 주관적인 느낌을 비교적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경우일 것이다.
저자는 무의식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프로이트의 학설을 신봉한다.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열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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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즐거움 - 삶에 지친 이 시대의 지적 노동자에게 들려주는 앤솔러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현 외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일본 학자가 쓴 <지적 생활의 방법> 이라는 책을 인상깊게 본 적이 있는데 절판이라 아쉬운 마음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후 일일이 사진을 찍어 원하는 부분을 저장해 놨다.
서점에서 <지적 즐거움> 이란 책을 보고 그 책과 비슷한 내용일 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집어 들었다.
휴가 동안 의미있는 책 한 권을 읽은 셈이다.
서양 사람, 거기다가 19세기 사람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아무래도 20세기의 같은 동양인이 쓴 <지적 생활의 방법>이 현실적으로는 더 유용했다.
<지적 생활의 방법>은 실제적인 조언을 했다면, <지적 즐거움>은 좀 더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다.
그렇지만 이 책 역시 대단히 현실적인 시각으로 냉정한 충고를 하기 때문에 유용했다.

간단히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1. 제일 중요한 건 역시 건강과 돈이다.
너무 책에 몰두하다 보면 육체적 활동을 소홀히 하게 되고, 건강에 무리가 가면 당연히 집중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으므로 적당한 운동이 필수다.
19세기 영국 지식인 출신답게 사냥이나 산책 등을 좋은 대안으로 권한다.
육체와 정신은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2. 돈은 누가 뭐라 해도 교양을 쌓고 싶은 이들에게 기본 조건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저절로 교양이 쌓이는 건 아니지만, 여가를 즐길 여유가 없는 가난한 이들은 책을 들여다 볼 시간도 없고 경험을 쌓을 수도 없다.
안타깝지만 오직 일만 하는 농민들에게 지적 생활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한다.
<지적 생활의 방법> 에서도 재산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3. 결혼은 지적 생활의 중요한 요소인데, 배우자가 자신의 지적 생활을 지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바람직한 아내는 세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돈이 많아서 남편의 지적 생활을 지지해 주거나, 남편의 지적 활동에는 무관심한 대신 나머지 가정일을 완벽하게 처리함으로써 방해 요인을 없애 주거나, 서로의 지적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교양이 있거나.
보통 전통적인 한국의 아내상은 두 번째 타입으로, 남편이 공부하는 것 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도록 알아서 집안 단속하고 남편 일에는 전혀 끼어들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은 가정 생활 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내가 바라는 이상형은 당연히 세 번째다.
서로의 지적 생활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배우자라면 얼마나 결혼 생활이 이상적이겠는가?
배우자를 지지자로 얻지 못한다면 당신은 돈도 안 되는 공부에만 몰두하는 이상한 괴짜라는 세상의 평판에 점점 더 예민해지고 움츠러 들 것이다.
그러므로 배우자를 울타리로 만들라고 충고한다.
이 책의 저자는 남자 입장에서만 설명했는데, <지적 생활의 방법>에서는 여자의 경우 아예 결혼을 안 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더 현실적인 충고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과연 여자가 살림하고 애 키우면서 자신의 교양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스럽다.

4. 교제는 적당히 해라.
너무 빠져들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전혀 관심도 안 가지고 은둔하게 되면 대화 상대를 잃기 때문에 외곬수가 될 위험이 있다.
시시콜콜한 속물들 밖에 없을지라도 그 중 누구 한 사람은 아마도 당신이 수준 높은 얘기를 건네길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정말 그런 동료를 만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연예인 가십거리 대신 혹은 명품이나 외제 화장품 대신 문학작품에 대해 논할 친구가 있다면!
내 경우에는 알라딘을 제외하고는 주변에 책에 관심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지적 생활은 어쩌면 홀로 걸어가야 하는 외로운 길인지도 모르겠다.

5. 너무 방대한 양을 파고 들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것저것 얕게 파다 보면 이도저도 안 된다.
그러니 가능하면 한 가지 분야게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생산성 있는 작품을 내 놓는 게 좋다.
저자는 지적 생활자를 취미로 과학이나 문학 등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딜레탕트는 살짝 경멸하는 태도를 취한다.
생산적인 결과물이 없다면 치기어린 어설픈 관심에 불과하다는 것.
좋은 결과물을 내 놓는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게 없겠으나, 단지 관심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선택의 문제는 항상 존재한다.

46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내용이 평이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상당히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충고가 많아서 인생의 지침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한국 사람이 쓴 비슷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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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 - 한눈에 보는 유대교의 세계 즐거운 지식여행 24
모니카 그뤼벨 지음, 강명구 옮김 / 예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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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지식 여행 시리즈는 시공 총서보다 더 깊이가 있고 한 주제에 대한 응집성이 높은 편이라 좋아하는 시리즈다.
사진과 그림을 적절이 섞으면서도 제일 중요한 기술 부분에 많은 공을 들여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또렷한 지식이 생기게 된다.
이번 <유대교>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다.
<신구약 중간사>에서 처음으로 헬레니즘이 유대인들에게 미친 영향력을 이해하게 됐고, 이 책을 통해 보다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성경에 등장하는 헤로데 대왕이 어떤 경로를 통해 로마 속주인 유대 땅의 왕이 됐는지도 비로소 이해했다.
막연하게 기독교와 유대교는 비슷한 역사를 공유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유대교의 입장에서 역사를 살펴보니 대단히 다른 길을 걸어 왔던 것 같다.
알려진 유대인의 악덕 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핍박받으며 오랜 시간을 견뎌 온 소수 민족의 슬픈 역사가 배어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한 민족을 몰살시키겠다는 히틀러의 광기가 통했는지 늘 의아했었는데 오랜 역사를 통해 박해와 차별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기어이 하나의 국가를 세우고 만 유대인들의 이 끈질긴 저항의 정신은, 팔레스타인 문제만 없다면 위대한 민족의 승리로 찬양받아 마땅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성경에 등장하는 여러 절기와 선지자들의 유래에 대해서, 전체적인 역사 맥락에서 차분히 설명해 주기 때문에 유대교라는 큰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휴가를 맞아 집에 내려와 읽는 책으로, 특별히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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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키드의 추억
신윤동욱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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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신선한데 내용은 그저 그렇다.
꽤 흥미있는 독서가 될 줄 알고 기대에 부풀었는데, 소재에 비해 글솜씨가 달린다.
역시 책의 수준이나 재미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저자 자신의 문장력인 것 같다.
차라리 서형욱이 쓴 <유럽축구기행>이 훨씬 재밌다.
기자라고 해서 반드시 글을 잘 쓰는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보기에 글솜씨는 전적으로 개인의 실력 문제 같다.
이 책의 저자는 한겨레 기자라고 하는데, 글쓰는 게 주업무가 아닌 서형욱씨의 문장력이나 위트가 훨씬 나으니 말이다.

소재 자체는 흥미로웠다.
나 역시 농구대잔치 시절의 감동을 간직한 세대라 열광하던 선수들 얘기가 나오니 반가웠다.
서울과 지방이라는 문화차 때문에, 저자가 장충동 체육관에서 직접 응원을 했던데 비해 나는 TV 중계로만 만족했다.
가끔 지방 순회 경기가 열릴 때 농구나 배구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해설자가 있는 것보다 훨씬 박진감 넘치고 재밌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도 저자처럼 잘 나가는 기아보다는, 한물 간 현대를 훨씬 좋아했다.
저자의 영웅이 김현준이었다면, 나의 영웅은 현대의 4번 선수 이원우였다.
둘 다 비극적인 죽음으로 생을 마쳤다는 슬픈 공통점이 있다.
이원우를 엄청 좋아했는데 맨날 기아에게 깨지니 경기를 볼 때마다 죽을 맛이었고, 자연히 기아나 허재를 굉장히 싫어했다.
나중에 이원우가 은퇴하고 나서는 하필 잘 나가는 연세대가 아닌 고려대를 응원했으니, 고대 역시 이 책에 나온대로 단 한 번도 우승을 못하고 좋은 시절을 보내고 말았다.
아마도 저자나 나처럼 마이너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야 1등 외에도 박수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유럽의 프리미어 리그 이야기는 <유럽 축구 기행>에서 봤던 내용들과 거의 비슷해 읽기가 편했다.
워낙 축구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유럽 축구 기행>을 읽으면서 좀 아는 게 생기니까 관심도 자연스레 생기게 됐다.
하여튼 지금도 점수 잘 안 나고 넓은 경기장에서 뛰어다니는 축구보다는, 코트를 왔다갔다 하면서 격렬하게 슛을 쏴 대는 농구가 훨씬 재밌고,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배구가 더 재밌다.
왜 내가 좋아하는 운동들은 주류가 못 되는지, 아쉬운 대목이다.
하는 스포츠도 좋지만, 보는 스포츠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마치 내가 뛰는 것인양 완전하게 경기게 몰입하여 소리소리 질러가며 응원하던 그 열정, 그건 정말 어느 한 팀에 완전히 꽂힌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더불어 애국주의가 21세기를 맞아 점점 사라진다는 느낌도 든다.
한일 배구전이 벌어질 때였다.
나까가이치라는 일본 선수가 얼굴도 잘 생겼는데 스파이크도 어찌나 강력하게 내리꽂는지 마음이 확 뺏겨 그 사람이 득점하면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그랬더니 남동생이 나를 매국노니 어쩌니 하면서 막 비난하는 거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국을 응원해야 하는 건 아니고, 또 특정 선수에 대한 애정은 국적을 따질 필요가 없는 문제인데, 당시만 해도 일본과 한국은 무슨 대리 전쟁이라도 되는 양 스포츠 결과 자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
하여튼 이제는 금메달 따면 기쁘고 행복한 것이지, 무슨 국가의 명예를 걸고 사명감 느끼면서 비장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중학교 때 스포츠를 너무 좋아해 스포츠 신문까지 구독할 정도였는데 어느덧 나이가 들면서 관심이 확 줄어 기껏해야 올림픽이나 보고 있다.
뭔가에 대한 열정을 시간이 오래 지나서도 간직한다는 건 참 어려운 문제 같다.
그런 열정이 있는 사람이 행복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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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 관절과 뼈로 알아보는 공룡의 진실 이지북과학총서 4
크리스토퍼 맥고원 지음, 이양준 옮김 / 이지북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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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무래도 고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이 봐야 할 것 같다.
어려운 얘기가 너무 많아 솔직히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
공학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이 쪽으로는 전혀 무지한 상태다.
화석을 가지고 생활상을 그려내야 하는 고고학자들이 얼마나 많은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코끼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뼈만 가지고 (그것도 불완전한 몇 개 가지고) 코가 긴 코끼리를 상상하는 게 가능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태어나기 오래 전에 지구를 지배하다가 사라진 이 멋진 생물들을 우리에게 보여 주는 고생물학자들의 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학자적 엄격함 때문인지 자기 주장에 대한 근거를 너무나 세세하게 밝히고 그 한계까지 기술하려는 노력 덕분에, 그저 공룡에 조금 관심이 있는 독자가 읽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책이 됐다.
얼마 전에 읽은 NHK 방송사나 뉴턴 하이라이트의 공룡 이야기는 말 그대로 흥미 위주에 불과한게 아닌가 싶어질 정도다.

제일 충격적인 내용은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망한 게 정설이 아니라는 거다.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모양이다.
백악기와 제 3기를 가르는 K-T 층에서,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이리듐이 다량 발견됨으로써 거대한 운석이 충돌했다는 건 맞지만 과연 그것 때문에 일시에 파충류들이 멸종했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라고 한다.
이미 백악기 말에 이르러 공룡류는 다양성이 감소해서 사라져 가는 추세였다는 거다.
물론 여기도 반론이 존재한다.
다양성이 줄어들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래도 운석 충돌로 일거에 공룡이 사라졌다는 게 더 흥미롭긴 하다.
이리듐은 화산 활동을 통해서도 많이 나올 수 있는데, 그 주변에 화산 분출시 쏟아져 나오는 물질들도 같이 쌓여 끊임없는 지각 변동이 있던 와중에 운석이 충돌한 게 결정타였는 식의 절충안을 제시했다.
한 종의 멸종이 오직 공룡에게만 해당되는 끔찍한 재앙은 아니었으니 아주 특별한 사건은 아니었던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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