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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패러독스 - 기발한 상상력과 통쾌한 해법으로 완성한 경제학 사용설명서!
타일러 코웬 지음, 김정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게 읽었다.
제일 좋았던 것은 문화 생활에 대한 조언이 많았던 점이다.
특히 미술 관람에 대한 조언이 유용했다.
요즘 내가 제일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 흥미있게 읽었다.
독서야 뭐, 너무 많이 읽어서 탈이니 어지간한 건 다 아는 팁이었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소설을 읽을 때 한 인물을 따라가라는 충고였다.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써 본다거나 플롯을 메모지에 그려가면서 읽는 방법, 전체적인 맥락을 아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대충 뛰어넘어도 된다는 점, 첫 장은 가능하면 꼼꼼하게 읽는 게 좋다는 점 등은 나 역시 평소에 실천하는 방법이다.
소설은 첫 장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일단 몰두하게 되면 흡인력이 생겨 어지간해서는 마지막까지 한 번에 쭉 읽게 된다.
그림의 경우, 역시 미술관에 가서 직접 보는 게 제일 좋은데, 미리 예습하는 것 보다 관심이 생긴 미술품에 대해 나중에 복습하는 게 더 낫다는 충고에 나도 동의한다.
관심의 유발, 나의 주의(attention)을 잡아 놓는 게 모든 문화 생활의 핵심인 것 같다.
현실적인 백만장자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문화적 억만장자가 되는 것은 돈이 거의 안 들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다는 진리를 가르쳐 준다.
물론 아주 안 드는 건 아니다.
책도 사고 할 수만 있다면 미술 작품도 사는 게 나으니까.
클래식 연주회도 티켓 값이 든다.
그렇지만 다른 소비 생활에 비하면 새발의 피고, 또 실제로 돈을 버는 일 보다는 훨씬 쉽다.
문제는 관심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서도 나온 바지만, 어차피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도 없고, 모든 음악을 다 들을 수도 없으며, 모든 그림을 다 볼 수도 없다.
나에게 지루함을 주는 예술 작품을 일부러 애써서 볼 필요는 없다.
교양을 갖추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더 직설적으로 스노비즘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예술 작품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감상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결국 주의와 희소성의 원칙으로 귀결된다.
한정된 자원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는, 즉 희소성이 있는 것, 이를테면 사회적 지위, 돈, 권력 등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고 노력한다.
인간의 능력은 한정되어 있고 내가 갖고 싶어하는 것은 남도 갖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남보다 나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나의 한정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므로 선택의 문제가 생긴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것, 가장 원하는 것, 제일 얻을 가능성이 큰 것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경제학은 인간의 심리와 욕망까지 모두 포함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왜 자본주의가 성공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해답도 이 책에 들어 있다.
인간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동물이 아니다.
눈에 들어나지 않지만 속에 숨겨진 내적 동기나 인센티브, 긍정적인 자아상의 강화 등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도 자극하기 때문에 시장경제는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한정된 내 주의를 어디에 돌릴 것인가, 최대한의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것을 포기하고 선택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참 쉽게 잘 쓰여진 책이고 흥미롭게 읽었는데 표지가 너무 허술하고 제목도 인상적이지 못해 아쉽다.
번역도 비교적 매끄럽기는 한데 일부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잘 안 쓰는 단어라 적절한 번역인지 의심이 되기도 했다.
번역하기 애매하거나 우리 문화에서는 낯선 단어라면 원어 표기를 해 주면 좋겠다.
그래야 구글에서라도 찾아 볼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