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성경 밖 성경이야기
유재덕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가볍게 읽어 볼 만한 책이다.
교회사를 가르치는 사람이라 그런지 막연하게 성경의 당위성을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비교적 과학적으로 근거를 가지고 논리를 펼친다.
갑자기 성경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확 든다.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세례와 희생제사의 차이였다.
요한이 엣세네파의 일원이었다는 말이 있는데 그들이 정결의식을 강조한데 비해 요한은 전혀 다른 메세지, 즉 용서와 구원을 위한 세계를 전파했다는 점에서, 저자는 그 가설을 부정한다.
유대인들은 인간이 죄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몸을 깨끗히 하는 정결법을 매우 중요시했다.
그들이 번제를 바치는 이유도, 짐승의 피를 통해 인간의 죄를 덮기 위해서였다.
반면, 예수님 앞에 온 선지자 요한은 세례를 통해 죄를 용서받고 구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벌써 메세지부터가 확 다르지 않은가?
어쩌면 예수의 복음 전파는 고대의 희생의식을 불식시키는 새로운 희망의 메세지였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유행하는 영지주의 복음서들, 이를테면 도마복음이라든지 빌립복음서 등이 사막에서 발견된다고 하는데 저자의 의견대로 이런 내용은 교회 안에 포함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아무런 진통 없이 저절로 교회가 설립된 것은 아니라는 걸 느꼈고 더불어 마치 무슨 비밀이나 숨어 있는 것인냥, 기독교의 정경들을 흔드는 작금의 세태는 그저 흥미위주의 어설픈 비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브라함이 수메르의 도시인 우르 땅 사람이었다는 점은 새삼 성경을 역사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기독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생각해 보면, 결국 문명의 시작은 수메르였고 이집트 신화가 곁들어지면서 헤브라이즘이 성립된 것은 아닐까 싶다.
문명의 기원, 혹은 인간 문화의 출발점을 보는 기분이 든다.
얼핏 생각하면 다신교와 유일신교는 대척점에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신교의 여러 교리들이 합쳐지면서 유일신 신앙으로 발전한 게 아닐까?
이집트 문명에 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의 기본적인 내세관은 엇비슷하고 수많은 신들의 존재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지기는 커녕 히려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
즉 유일신 교리에 비해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나는 더더욱 기독교나 이슬람교의 배타적 교리에 거부감이 생긴다.
300페이지 남짓한 가벼운 책이라 쉽게 읽을 수 있고 내용도 비교적 성실한 편이라 읽어 볼 만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책에 실린 도판들이 죄다 흑백이라는 점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였겠지만, 표지처럼 화려한 그림들이 덧붙여졌다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