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착역 - [할인행사]
비또리오 드 시카 감독, 제니퍼 존스 출연 / 스카이시네마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왜 제목이 종착역인지 모르겠다.
영어 제목이 "terminal station" 인 걸 보면 대충 맞게 해석한 것 같기는 한데, 그닥 내용과 어울리지는 않는다.
캐서린 햅번이 나온 "여정" 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내용이나 주제가 거의 비슷하다.
물론 <종착역> 이 흑백이라 훨씬 고풍스럽고 무엇보다 여주인공인 제니퍼 존스가 훨씬 더 고혹적이고 아름답다.
캐서린 헵번은 좀 거칠고 씩씩한 이미지라면, 제니퍼 존스는 너무나 우아하고 잉그리드 버그만처럼 50년대의 고전적인 미인으로 생겼다.
그녀가 입고 있는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긴 투피스나, 짧은 파마 머리 위에 얹혀 있는 조그마한 모자, 그리고 팔에 걸친 작은 핸드백 등이 흑백 필름과 함께 그녀를 완벽한 고전 미인으로 만들어준다.
<터미널>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를 보고 정말 완벽한 미녀라고 생각했는데, 제니퍼 존스 역시 최근 본 여주인공들 중에서 탁월한 미녀에 속한다.
반면 상대역인 몽고메리 클리프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망울이 매우 깊어 입체적으로 잘 생기긴 했는데, 키가 너무 작다.
제니퍼 존스와 거의 비슷한 크기라 얼굴만 볼 때가 훨씬 멋진 것 같다.
로마로 여행 온 마리아는, (Mery를 이탈리아어로 부르면 마리아가 되는 모양이다) 이탈리아 대학 교수인 지오바니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이미 남편과 딸이 있는 유부녀!
장난처럼 시작한 커피 한 잔이 어느새 사랑으로 발전하고 죄책감을 느낀 마리아는 몰래 미국으로 떠나려고 한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로마역으로 나온 마리아, 그러나 지오바니는 눈치를 채고 달려오고 두 사람은 첫 기차를 보내고 실랑이를 하면서 다음 기차를 기다린다.
늦게 찾아 온 사랑을 따라 나서야 할까, 괴롭더라도 가정을 지켜야 할까?
미숙아로 태어난 딸 캐시가 마음에 걸려 하자 지오바니는 이렇게 말한다.
"누가 캐시를 따로 떼어 놓고 생각했단 말이오? 난 언제나 당신과 캐시와 내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꿈을 꾸었다오"
한국에서도 여자의 딸까지 받아들이려는 총각이 있을까?
너무 사랑하니까 그 여자의 딸도 예뻐 보이는 심정, 이해가 된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꽤나 마초로 알려졌는데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아내를 때릴 수도 있다고 공공연 하게 말하고, 실제로 마리아가 같이 가기를 거부하자 그녀의 뺨을 때리고 돌아선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남자의 권위가 훨씬 강하다면서 당신네 미국 여자들은 너무 드세다고 촌평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일반적인 얘기일 뿐이고, 두 사람의 사랑은 너무 단단하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에서 메릴 스트립이 클린튼 이스트우드를 따라가지 않은 것은 도덕적 이유에서라기 보다는, 어차피 새 생활을 하더라도 같은 일상의 반복일 뿐이라는 회의적인 태도에서였다는 평론을 읽은 적이 있다.
<여정>에서도 캐서린 헵번은 여행지에서 만난 이탈리아 남자를 사랑하지만 결국 미국으로 혼자 떠나고 만다.
새로운 삶에 대한 불안감, 혹은 하룻밤의 꿈으로 생각한 건 아닐까?
<종착역>에서는 일회적인 사랑 보다는, 도덕적 의무감에 초점을 맞춘다.
지오바니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마리아, 그러나 미국에 남아 있는 남편과 딸을 배반할 수 없는 그녀는 결국 사랑하는 남자를 버리고 가정으로 돌아간다.
어떤 게 옳은 태도인지 모르겠다.
선택은 언제나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치루기 마련이니까.
결혼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반드시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50년대 영화로서는 최상의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또 인간이 결코 감정에만 충실한 동물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상한 점은, 빈 열차에서 두 사람이 키스를 하다가 들켜 경찰서로 연행된 장면이다.
대체 왜 이게 불법인지 모르겠다.
극적인 사건으로 끼워 넣은 것 같은데 왜 불법인 걸까?
서장은 유부녀인 마리아의 처지를 고려해 더이상 취조하지 않고 사건을 덮어주는 아량을 베푼다.
이탈리아 경찰이 너무 무섭게 나와 왠지 후진국 분위기를 풍긴다.
마리아가 얼마나 고상하고 착한 사람인지 알려주는 에피소드도 있다.
1등석 휴게실이 다 차자, 3등석 휴게실로 가서 쉬는데 임신을 한 부인이 쓰러지려고 한다.
인상이 나빠서 소매치기범인가 했는데 마리아는 그녀와 아이들을 데리고 의무실로 가서 도와주고 돈까지 주려고 한다.
밍크 코트를 걸치고 있는 것이나, 1등석을 이용하는 것 등을 봐도 그녀가 무척 부유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부인의 남편은 의무실로 데려다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돈을 받지 않는다.
마리아는 대신 아이들에게 초콜렛을 사 준다.
영국 광산에 일하러 갔다가 폐광 되는 바람에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온 이 가엾은 부부는, 아내가 임신 중인데도 모텔비를 아끼려고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역 휴게실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빈부간의 격차나 빈민들의 처참한 삶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자연스럽게 삽입됐다.
<카사블랑카> 와도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다.
제니퍼 존스는 잉그리드 버그만 만큼 고혹적으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