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 -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
가이아 빈스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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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언부언이 많아 약간 지루했다.

500 페이지의 분량을 2/3 정도로 밀도있게 줄였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인간의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분석이라고 할까?

앞서 읽은 <오리진>의 과학적 분석, 혹은 지구라는 물질적 기반에 대한 서술과는 좀 다르게, 인간의 정신적인 면, 사회성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간단히 말해 인간은 동아프리카 초원의 직립보행하는 호미닌에서 오늘날 지구의 가장 우세한 종이 될 때까지 큰 집단을 이루면서 문화를 구축해 왔는데 그 저력은 바로 사회성에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더 큰 집단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언어와 대뇌의 신피질에 있다고 하겠다.

생각해 보면 인간처럼 큰 동물이 혈연 집단을 넘어서 수천 만명의 거대한 국가를 이루고 평화롭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우리는 자연에 혼자 있을 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집단으로 뭉쳐서 사냥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언어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기술을 전수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발전시켜 사회적 관계를 맺어 왔다.

보통 인간의 본능은 이기적인 유전자라고 하지만 사회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타적 유전자가 유리하기 때문에 인간 사회에서는 이기적인 사람을 축출하고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이타적인 사람을 높이 평가하도록 진화해 왔다.

인간은 타인의 인정을 받을 때 자존감이 높아지고 끊임없이 인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 사회적 평판과 명성을 얻기 위해 도덕적이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도덕심도 타고난 본능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이런 도덕심이나 공정함에 대한 감각이 없다면 개인의 희생이 필요한 이 거대한 사회를 이룩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협의와 순응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구성원들이 합의한 사항이 바로 관습과 규범이고 사회가 점점 커지면서 좀더 관용적으로 변해 왔다.

인간은 모방을 통해 쉽게 기술을 터특하는데 집단이 커지면서 혁신자들이 나와 진보를 이끌어냈다.

오늘날 전세계적인 지구화가 이루어진 것도 가능하면 서로 협력하고 교역을 통해 필요한 것을 나누려는 인간의 기본 성향 덕분이고, 일부일처제가 보편적 규범이 된 것도 남자들 사이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사회적 전략이었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분량이 많지만 어렵지 않아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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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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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과학책들을 연달아 읽게 됐다.

제일 어려워 하는 지구과학에 관한 이야기들이라 직관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반복하다 보니 약간은 개념이 잡히는 기분이다.

이 책은 <총균쇠>의 과학 버전인 것 같다.

우주의 기원인 오리진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기원에 포커스를 맞춰 시작하는데 동아프리카 지구대의 활발한 지각 변동으로 인해 생겨난 호미닌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가 침팬지와 갈라져 호미닌으로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지각들의 활발한 운동들 때문에 변하게 된 자연 조건 탓이라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숲이 초원으로 바뀌면서 호미닌은 나무에서 내려와 두발로 걷기 시작하고 대형 초식 동물들을 사냥하면서 집단을 이루고 걸어서 아프리카를 빠져 나가 전 지구에 이른다.

인류 발전사는 자주 읽다 보니 약간은 개념이 잡히는 느낌이다.

그 외 인류의 역사를 이루는 모든 사건들의 원인에 지구 환경 변화가 자리잡았음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당장 산업혁명의 주역인 석탄과 석유 역시 지구의 특정한 시기에 육지의 식물과 해저의 플랑크톤이 썩지 않고 매립된 덕분이다.

그러고 보면 생물이 지구의 다양한 변화에 적응해서 계속 진화해 오고 적응에 성공한 종이 번성한 것처럼, 인간들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뀌는 환경들에 응전하는 과정에서 문화를 이룩해 왔다.

인문학 분야라고 생각한 역사도 결국은 지구라는 큰 틀에서 보면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근본적인 이해가 가능한 듯하다.

사회를 이루는 물질적인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본 좋은 시간이었다.

지구 온난화의 주역인 CO2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생명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성분인 탄소의 순환이 자연 환경 변화에 이렇게 결정적인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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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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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과학 중에서도 제일 어렵고 이해가 안 갔던 과목이 바로 지구과학이었다.

물리보다 더 어려운 게 지구과학 그 중에서도 특히 별에 관한 부분이 제일 어려웠다.

지금도 별자리나 지구 구조에 대해서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 가고 명쾌하게 개념 정리가 안 되서 호기심 충족이 안 된다.

시각적인 자료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같은 걸 보는 게 나으려나.

추천사에는 아주 쉽게 쓰여진 지구의 역사라고 했는데 절반도 이해를 못한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들

1) 빅뱅은 130억년 전에 있었다.

2) 지구는 45억 4천만 년 전에 돌덩이와 얼음이 뭉쳐서 탄생했다. 최초의 지구는 물은 있었지만 20억 년 이상 산소가 없었다. 이 물이 혜성이나 운석, 즉 외계에서 날아왔다는 점이 신기하다.

3) 산소가 없는 무산소 환경에서도 생명은 시작됐다. 다른 책에서 읽은 바 있는 심해열수구 기원설인 듯하다.

산소 대신 철이나 황화수소 등을 이용해 호흡과 탄소순환을 하는 것이다.

4) 24억년 전에 지구는 산소가 많아지는 대격변의 시대가 온다. 그 주인공은 바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배출하는 남세균이었다. 이 남세균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영양소 인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점차 남세균의 역할을 조류가 차지하면서 지구는 드디어 생명이 꽃을 피게 된다.

5) 공룡은 파충류라기 보다는 조류라고 보는 게 요즘 학설인 모양이다.

공룡은 일정한 체온을 유지했고 앞다리는 깃털로 덮이면서 드디어 날아오르게 되고 백악기 대멸종의 시대를 살아남아 오늘날 하늘을 뒤덮은 조류가 됐다.

데칸 트랩이 폭발하면서 이산화탄소가 엄청나게 늘어난 상태에서 유카탄 반도를 강타한 거대한 운석이 충돌하여 백악기는 대멸종으로 끝장나고 그 후에 드디어 우리들의 조상 포유류들이 지구를 차지하게 된다.

어떤 책에서 지구는 공간이 한정된 정원과 같아서 누군가 자리를 비켜 줘야 다른 식물들이 자랄 수 있다던 말이 생각난다.

멸종이 대재앙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구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변화에 맞서 생물들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적응을 한 또다른 생명체들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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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적 환경주의 - 보이지 않는 가짜 재앙과 위협
패트릭 무어 지음, 박석순 옮김 / 어문학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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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평이한 문체로 쉽게 쓰여져 있어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앞서 읽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과 비슷한 논조의 책이다.

기후 온난화와 인간에 의한 대멸종은 어쩌면 지나친 공포감 조성은 아닐까 의심하던 차에 확신을 주는 책을 읽게 된 셈이다.

과학적 지식이 부족해 논리적으로 증거를 대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저자의 주장에 십분 공감했다.

책 표지를 좀 더 감각적으로 만들고 제목도 임팩트 있게 붙였으면 어땠을까, 좋은 내용에 비해 아쉬운 외관이다.


간단히 이 책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1) 신재생 에너지, 이른바 풍력이나 태양광 에너지는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고 불안정하다. 대기 오염을 줄이고 값싸게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원자력이다.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도 신재생에너지 100% 이른바 RE100 논쟁이 뜨거운, 마치 한 편의 코메디를 보는 듯한 요즘 과연 태양광 발전이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고 현대인이 원하는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2)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아져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지구의 기후는 여러 다양한 요인에 의해 계속 변해 왔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기 중 CO2 농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즉, CO2 상승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 CO2 증가는 식물의 광합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한다. 

오히려 지구는 빙하기의 끝자락에 와 있어 더 추워지고 있다. 

3) 해양 산성화라는 개념 자체가 틀렸다. 해양 pH 를 제대로 측정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고 어느 정도가 표준인지도 모른다. 바다 생물들은 CO2 가 훨씬 많았던 시절에도 충분히 잘 생존해 왔다.

4) 유전자 변형 식품은 이미지와는 달리 오히려 자연 상태의 작물들보다 훨씬 안전하다. 까다로운 규제들은 유전공학의 발전을 저해하고 비용만 올릴 뿐이다. 저자는 대표적인 예로 비타민A가 강화된 황금쌀의 생산을 막는 환경단체를 비난하고 있다.

5)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흔지 등장하는, 녹아가는 북극해의 가엾은 북극곰들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로 사냥 금지 조약이 맺어지면서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바다코끼리들은 너무 많이 늘어나 서식지 부족으로 몰살되는 경우도 관찰되고 있다.

6) 쓰레기를 매립할 것이 아니라 가연성 물질들을 태워서 전기를 얻는 폐기물 에너지 생산을 고려해야 한다. 이 주장은 신선했다. 쓰레기를 태워서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니. 또 여기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식물 성장에 도음을 줄 수 있다. 

우리의 걱정과는 다르게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가 되기도 하고 새들은 소화를 시키기 위해 돌을 일부러 삼키듯 플라스틱을 의도적으로 먹는다고 한다.

정말로 해로운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니라 어망 같은 고기잡이 도구들이므로 이 부분을 개선시켜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주장과 달라 어디까지 맞는 것인지 약간 헷갈리기도 한데 어떤 이유에서든 현대인들이 누리고 있는 에너지 수요를 줄이자는 운동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린피스의 창립 멤버였던 저자는 거대한 국제 조직으로 성장한 이들이 공포 마케팅을 통해 관심을 끌고 기부금을 모은다고 비난한다.

정말로 지구 온난화는 공포 마케팅에 불과한 것인가?

실제적인 접근, 정말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당위적으로, 도덕적으로 옳은 것 말고.

정말로 옳은지도 요새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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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탐한 보석의 역사
에이자 레이든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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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뻔한 보석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고 전문가스러운 힘이 느껴지는 책이다.

450 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꽤 있는데도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보석이라고 하면 단순히 화려한 사치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인간의 욕망, 특히 상대보다 우월함을 뽐내고 싶어하는 지위적 재화로서의 가치가 이렇게 컸나 새삼 알게 됐다.

돈이 많은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표식인 셈이다.

마치 기능적으로는 거추장스럽기만 한 공작새의 꼬리처럼 말이다.

앞서 읽는 <사람의 아버지>라는 책에서는 성선택을 받는 인간의 표지로써 두뇌를 꼽았다.

건강해 보이는 육체, 대칭성을 이루는 멋진 외모와 더불어 인간은 두뇌를 이용해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인싸라고 부르는 이들의 자질, 이를테면 멋진 말솜씨, 번득이는 아이디어들, 멋진 노래 솜씨와 춤 등등.

이 책에서는 이런 매력적인 외적 표지로써 보석을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보석 문화가 덜 보편화 되서인지 일상에서 신분 과시용으로 보석을 착용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재산적 가치로 금이나 다이어몬드 등을 집에 고이 모셔 놓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명품 가방이 훨씬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시재인데 유행을 크게 타고 시간에 따른 가치 하락이 커서 보석 정도의 힘은 아닌 듯하다.

남자들의 자동차나 시계도 이런 과시재에 해당된다.

사실 시계야말로 도대체 왜 천만원 단위의 고가품을 사고 파는지 정말로 이해가 안 갔는데 책을 보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손목시계야 말로 대단히 놀라운 공학의 승리이고 거기에 보석으로서의 가치까지 더해져 아주 과학적인 사치품이라고 한다.

나는 정말로 소비욕이 전무한 게 틀림없는 것 같다.

결혼예물은 물론이고 반지나 한복도 안 맞춘 사람으로 인간의 물건에 대한 이런 욕구가 참 신기하다.

보석이라는 소재를 통해 역사적 사건과 인간의 소유욕을 설명한 좋은 책이다.

러시아 황실의 몰락, 일본 양식 진주의 선구자 부분도 인상깊게 읽었다.


<오류>

269p

메리는 자기보다 똑똑하고 훨씬 힘이 센 사촌 언니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보호해줄 거라고 기대하며 서둘러 잉글랜드로 향했다.

-> 엘리자베스 1세는 메리 스튜어트의 사촌언니가 아니라 당고모이다.

284p

비운의 마지막 황후가 러시아 사람이 아님은 확실하다. 알렉산드라 황후는 독일 공주였지만 영국인과 덴마크인 혼혈로~

-> 니콜라이 2세의 배우자였던 알렉산드라는 어머니가 빅토리아 여왕의 딸인 알리체였고 아버지가 헤센의 루트비히 4세였다. 영국인과 덴마크인의 혼혈은 잘못된 표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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