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가는 질문이 많아서 따라합니다

 

1. marine이란 닉네님은 왜 :
   글쎄요... 원래는  "나나" 라는 닉네임을 썼는데 어떤 분과 논쟁이 붙은 후 갑자기 이 닉네임이 지겨워져 기분 전환 삼아 바꿨습니다. 그냥 발음하기 좋아서... 바다 느낌도 나고...

2. 신비주의자라는 표현을 종종 듣는 걸로 아는데 : 
    풋, 신비주의는 무슨... 오히려 사람들이 자기 사생활을 어쩜 저렇게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지 그게 더 신기합니다. 누군가도 나에게 프라이버시 보호가 매우 강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3. 이미지가 야하다 : 그럴 리는 절대로 없으니 패스하구요,


4. 좋아하는 색은 :  밝고 강렬한 색이 좋아요. 특히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이런 원색을 좋아하다 보니 고흐의 그림에도 열광한답니다.


5. 좋아하는 악기는 : 이상하게 바이얼린 같은 현악기 보다는, 피아노가 좋아요. 그래서 쇼팽도 좋고... 유일하게 다룰 줄 아는 악기라서 그런가? 피아노 치는 남자보면 완전 뻑 갑니다.  가수들도 피아노 치고 노래하면 완전 가슴 설레더라구요.


6.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  글쎄... 뭐든 "가장" 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는 건 좀 조심스러워서... 그렇게까지 절대적으로 1순위로 좋아하는 곡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대충 이런저런 취향은 있지만...  딱히 떠오르는 애창곡은 없네요.


7.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  좋아하는 화가, 너무 많은데... 고흐의 강렬한 원색 그림도 너무 좋아하고, 반대로 베르메르의 그 따뜻한 일상의 표현도 너무 좋고, 루벤스의 역동적인 바로크 그림도 좋고, 카라바조의 강렬한 명암대비도 너무 좋고, 라파엘로의 화려하고 치밀한 천사 그림도 완전 좋아하고, 마네의 평면적인 일상 그림에도 열광하고, 칸딘스키의 화사한 색체의 비구상도 너무 좋고, 피카소도 좋고...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네요. 대체적으로 다 좋아합니다. 그런데 렘브란트 풍의 묵상적이고 성찰적인 그림은 상대적으로 덜 끌려요. 강한 인상을 주는 화려한 그림을 선호하는 편이예요.

8. 좋아하는 작가는 : 글을 잘 쓰는 작가를 좋아해요. 스토리도 중요한데 하여튼 문체가 훌륭한 작가가 좋아요. 필력 안 되는 사람이 책쓰면 짜증나서 미쳐 버리겠어요. 은희경식의 시니컬한 문체도 좋아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하루키의 쿨한 문체가 최고죠. 에쿠니 식의 가벼운 문제는 싫어요. 소시민의 위선과 숨겨진 이기심 혹은 증오감을 잘 꼬집어 내는 박완서씨 문체도 좋아하지만, 역시 이문열이 문장은 참 잘 쓰죠. 그런 만연체를 좋아해요. 인간의 심리를 꼬집어 내는 솜씨, 뭔가 내가 내 마음을 정확히 묘사하고 싶은데 입에서만 뱅뱅 돌고 안 나올 때, 콕 집어서 글로 풀어내는 솜씨, 전 이런 문체에 열광한답니다.
폴 오스터처럼 스토리가 훌륭한 작가들도 좋아해요. 싫어하는 작가를 고르라면 개연성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아멜리 노통브를 꼽겠어요.


9. 좋아하는 꽃은 : 꽃은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썩 관심갖는 분야가 아니라서... 그래도 식물원이나 장미 축제 같은데 가면 식물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때가 종종 있어요. 활짝 피는 탐스러운 장미가 좋다고 해 두죠.


10. 좋아하는 먹거리 :  단백질을 좋아해요. 고기류는 별로고요, 생선을 엄청 좋아합니다. 고등어, 병어처럼 통통하고 퍽퍽한 생선을 무지 좋아하고요, 순두부, 계란, 두부, 청국장 이런 거 엄청 좋아해요. 빵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고기나 밥은 별로 안 좋아해요.

11. 가장 기뻤을 때는 : 글쎄... "가장"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갑자기 부담스러워져서 생각이 잘 안 나요. 좋아서 쫓아다니는 남자가 있었는데 어떤 날 데이트에서 생각지도 못한 첫키스를 하게 됐을 때가 제일 기뻤던 것 같네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죠.


12. 가장 슬펐을 때는 : 슬플 때는 뭐 워낙에 많아서... 그런데 또 잘 잊어 버려요. 슬픈 감정이 해소되면 금방 잊는 성격이라 딱히 떠오르는 사건은 없어요.


13. 지금 읽고 있는 책은 :  중구난방으로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이것저것 뒤적입니다. 지금 손에 있는 책은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 와 "분노의 지리학" 정도네요.


14. 그래도 지금 가장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 뭐, 모든 책은 항상 다 읽고 싶어요. 언제 어느 때라도. 그래도 지금 꼭 읽고 싶은 책을 꼽으라면, 일단은 세계문학전집 쪽인데 당장 떠오르는 소설로는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와 레 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없다" 그리고 토마스 만의 "부르텐부르가 가의 사람들" 이 최근 많이 땡깁니다. 언제쯤 읽게 될지...


15. 갑자기 1억이 생기면 : 집 얻어야죠. 요즘 집 때문에 하도 골치를 섞여서리...


16. 삶이란 : 고행길이죠. 고뇌의 여정이고... 자기 십자가를 등에 이고 가는 길... 그래도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으니 또 금세 잊어버리고 열심히 걸어 가는 거죠.


17. 늦은 시간에 댓글 놀이를 하던데, 몇 시에 자나 : 원래가 야행성인데 직업 때문에 더더욱 새벽에 잡니다. 초저녁에 잠깐 잔 다음에 (저녁 먹은 후) 거의 새벽 4~5시까지 깨어 있는 것 같아요.

18.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나 : 유명한 미술관이 있는 나라에 가 보고 싶어요. 뉴욕이랑 마드리드, 런던, 파리, 피렌체 이런 데... 하여튼 그림 보는 게 너무 좋아요. 풍경은 그다지...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파리에서 살고 싶어요. 불어는 못하지만... 의사소통이 문제라면 런던도 괜찮겠군요. 의외로 인종의 전시장이더라구요.


19. 살짝 소심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 완전 소심하죠. 소심의 극치

20. 지금 떠 오르는 단어는 : 빨리 자야 내일 또 일하는데...
 

21. 책은 왜 읽는가 : 책 읽는 게 너무너무 즐거워요. 특히 내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기쁨이 커요. 이런 게 다치바나가 말하는 지식욕이 아닌가 싶어요. 알고자 하는 욕구, 그 아저씨 말로는 식욕과 성욕에 맞먹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더라구요.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처럼 위대한 발견을 할 수는 없지만, 하여튼 지적 욕구가 강한 편입니다.


22. 그럼, 왜 굳이 철학 서적 같은 고리타분한 책을 읽는가 : 철학 서적 좋아하지 않아요. 생각하기에 따라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저렇게도 이해할 수 있는 가변적인 지적 유희는 싫어요. 사회과학이나 역사서, 혹은 과학 서적이 좋아요. 진실을 밝히는 것, 객관적인 사실을 이해하는 것, 분명한 학문이 좋아요. 체질적으로 철학은 저와 안 맞아요. (그래도 칸트나 헤겔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책을 맛보기로 읽을 때면 정말 천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서운 분들이셔)


23.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세상을 바꾼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글쎄요, 세상은 원래 조금씩 바뀌어 가는 거 아닐까요? 산업혁명이 세상을 확 바꾸었듯, 공산주의도 세상을 완전히 뒤집었으니 사상이 세상을 변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고정되어 있는 세상은 아닙니다.

24. 책은 왜 버리는가 : 책 버리는 게 싫어서 선뜻 사지도 못합니다. 책 소유하는 데 별 의미를 안 둬서 잘 사지도 않지만 (도서관 이용) 한 번 산 책은 내용이 좋든 나쁘든 절대 못 버리겠어요. 마치 내 자신의 정체성 같아서 쓰레기통에 처 넣을 수가 없어요.


25. 책에 얽힌 버릇이 있나 :  이것도 버릇이라면 버릇인데, 누워서나 뒹굴면서는 책을 못 봐요. 꼭 책상에 앉아 독서대 위에 책을 올려 놓은 뒤 연필과 노트를 옆에 두고 정자세로 마치 공부하듯 집중해서 책을 봐야 잘 들어와요. 문학책 대신 주로 인문과학 서적을 읽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커피도 반드시 옆에 있어야 하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책 못 읽어서 도서관이 제일 좋더라구요. 그런데 도서관 열람실은 죄다 수험생들 뿐이고... 독서가들은 대체 어디서 책을 읽으라는 건지...


26. 책 보관 방법은 : 그냥 책꽂이에 꽂아 둡니다.


27. 지하방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  지하방에서는 살아 본 적이 없어서...


28. 책에서 쉼을 얻은 적이 있는가 : 책은 최고의 휴식이면서도 일종의 노동 같아요. 한 두 시간 읽고 나면 굉장히 피곤하고 배가 고파지더라구요. 그러나 또 지적 충만감 때문에 피로를 잊고 열심히 읽게 되죠. 

29. 자랑도 아닌데 왜 수술한 이야기는 공개하나 : 수술은 어렸을 때 코뼈가 부러져 한 번 해 봤어요.

30. 그럼 몸 관리는 하나 : 몸관리라기 보다는 뛰는 걸 좋아해서 매일 달리기를 합니다. 한 번 뛰고 나면 우울한 기분이 싹 가시거든요.


31. 돈벌이 안한지 3개월이 되어간다 :  돈벌이 안 하면 조급증 나고 영원히 못할까 봐 무서워서 쉴 수가 없어요. 직장이나 일에 대한 강박 관념이 강한 편이라...


32. 요즘 그림은 왜 안 그리나 : 그림은 절대로 못 그립니다. 그 쪽으로는 완전 젬병.


33.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데 : 영화도 좋아해요. 코믹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구요 공상 과학 영화도 별로고, 좀 진지한 영화가 좋아요. 뭐랄까, 우리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들 있잖아요. 좀 지루하긴 하지만 홍상수 감독 영화가 진짜 리얼리티 최고인 것 같아요. 이창동 감독도 현실성 있어서 좋고...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 같은 영화는 토나오고요.

34. 책 말고 사고 싶은 거 있나 : 사고 싶은 건 늘 많은데... 지금 당장은 없네요.


35. 외모에 대한 불만이 있나 :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불만스럽지도 않아요. 다만 웃는 모습이 별로 안 예쁘다는 게 컴플렉스입니다.


36. 심리학을 전공하긴 했나 : 전공은 생명에 관한 쪽입니다.


37. 화는 왜 못내나 : 화를 너무 잘 내서 탈이죠. 성격이 급하다 보니...


38. 성격은 어떤가 : 완전 급합니다. 또 감정이 폭발하고 나면 금방 잊어 버리고...

39. 존경하는 인물은 있나 : 특별히 존경하는 인물은 없는 것 같은데... 옛날에 퀴리부인 전기를 읽으면서 그 학구열에 감탄했던 기억은 나네요.

40. 좌우명도 있나 : 행복하게 살자 혹은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정도? 너무 진부하네요.


41. 숲이 좋은가 나무가 좋은가 : 같은 의미 아닐까요? 그래도 고르라면 전체적인 의미의 숲이 좋겠어요.


42. 늘 고민하던 소통의 문제는 해결했는가, 아니면 적어도 타협이라도 했는가 : 소통은 항상 어려운 문제죠. 인간관계를 맺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42. 딴청이라는 별명도 있던데 : 별명은 아직 없구요.


43. 왜 서재를 못 버리나 : 리뷰 올릴 때 책에 대한 정보가 같이 올라가니까 편해요. 내가 쓴 리뷰를 읽어 볼 때 책에 대한 정보와 서평을 같이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서재 시스템이 안정적이라 좋아요. 타 인터넷 서점 싸이트 보다도 블로그 부분이 강화되어 있어 좋더라구요. 네이버처럼 거대한 블로그 보다는 비슷한 성향의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통된 관심사를 토로하는 부분도 좋구요. 그렇지만 리뷰 외의 블로그로써는 부족한 부분이 많죠.


44. 남에게 글이 읽히는게 싫은가 : 리뷰를 제외한 사생활은 많이 꺼려져요. 조심스러울 때가 많아요. 자기검열을 하는 게 싫어서 요즘에는 페이퍼를 안 쓰고 있구요.

45. 왜 가끔 글을 지우나 : 내가 쓴 글은 절대로 안 지웁니다. 내 역사니까 흔적을 보관하고 싶어요.


46. 알라딘 사람들이 좋나 : 나름대로 애정이 있는 편이죠. 다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47. 평소 글 쓰는 스타일로 여기에도 쓰나 : 비슷한 것 같아요. 결국 성향이란 것이 있으니까.

48.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 어떤가 : 일상 생활을 재밌는 문체로 발랄하게 쓰는 분들이 있어서 페이퍼 읽을 때 즐거워요. 최고의 필력을 자랑하는 분은 역시 나귀님이구요.


49. 알라딘 분들 중에서 보고 싶은 분들도 있는가 : 몇년째 서재를 유지하는 분들은 한 번쯤 만나보고 싶기도 해요.
 


50. marine: 심도있는 질문들이었던 것 같아요. 피상적이지 않아서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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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2-2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린님이 페이퍼를... ^^ 11번에서 므흣 했어요.
 
피버 피치 - 나는 왜 축구와 사랑에 빠졌는가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닉 혼비라면 "About a boy" 를 쓴 작가가 아닌가?
그 영화를 워낙 재밌게 봤기 때문에 이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
더군다나 알라딘에서 읽은 리뷰가 맛깔스러워 꽤나 기대를 하고 집어든 책이건만...
역시 내가 축구에 관심이 없어서일까?
너무 재미가 없었다.
차라리 농구 얘기를 하면 더 나을 것 같다.
축구에 관한 얘기라면 이 책 보다는 서형욱이 쓴 "유럽축구기행" 이 훨씬 흥미롭다.
팬에 관한 얘기라면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 더 나을 것 같고.
하여튼 나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지루하고 심심했다.
외국 사람이 쓴 에세이라 그런지 문장이 와 닿지가 않았다.
그래도 조지 오웰의 소설은 마음에 콕콕 박히는 유머가 있잖아.
아, 왜 이렇게 실망스러운 거야...

 

이 책의 장점을 굳이 들자면, 내 소녀 시절의 열정을 추억하게 만든 걸 꼽겠다.
나는 언젠가 이런 책이 나오리라 기대하는데, 한창 아마추어 농구가 유행할 때 현대와 기아가 라이벌 관계일 때 나는 언제나 만년 2위인 현대를 응원했다.
이충희의 전성기가 지나고 허재와 김유택, 강동희 등이 한창 날리고 있을 때 한물 간 이충희나 이원우가 있는 현대 농구단의 광팬이었다.
그 때만 해도 서울에서만 경기가 있을 때라 지방에 살던 나는 직접 관람도 못하고 TV로만 중계 방송을 봤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했으면 팬클럽에라도 들텐데 그 때는 고작해야 스포츠 신문에서 기사 한귀퉁이 얻는 게 전부였다.
그래도 그렇게 수집한 신문 기사가 노트 한 권은 족히 넘었으니 나름 꽤나 애정을 갖고 팬 노릇을 했다.
남들은 죄다 기아를 응원하고 응원한 팀이 이겨 승리를 만끽하는데 나는 항상 그 팀에 패배하는, 꼭 기아의 밥 같은 현대만 응원하고 패배에 몸을 떨어야 하는 처지였으니, 어떻게 보면 닉 혼비가 아스날을 응원할 때의 그 열패감을 나도 이해는 할 수 있다.
나중에 연세대가 한창 끗발을 날릴 때도 나는 이상하게 연대보다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고려대를 응원했다.
죄다 이상민이나 문경은, 서장훈, 우지원 같은 연세대 스타들을 환호하는데도 나는 이상하게 고려대의 김병철이나 전희철, 현주엽 같은 스타성이 다소 부족한 선수들이 더 좋았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 선수들의 주소, 이원우는 노원구 상계동에 살았고, 현주엽이 사는 아파트 이름은 개나리 아파트였다.
나는 원체 마이너 기질을 타고난 모양이다.
나의 우상은 현대팀의 이충희도 아니고 늘 이충희에게 가려 빛을 못 본 비운의 가드 이원우였다.
이 사람은 결국 은퇴 후에 인간극장에 나올 정도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는데, 불행하게도 뇌종양에 걸려 세 번의 수술 끝에 사망하고 말았다.
유명한 농구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도 국가 대표까지 지냈다) 언론의 주목도 못 받고, 하필 죽을 때가 허재 은퇴하는 날이라 정말 언론의 한 줄 기사거리도 못 되고 쓸쓸하게 사라졌다.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하여튼 내 중고시절은 닉 혼비가 아스날과 함께 성장한 것처럼 나도 현대 농구팀과 함께 자랐다.
그렇지만 그가 느낀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의미와는 매우 다르다.
요즘 10대 소녀들이 열광하는 그런 팬문화도 아닌 것 같고, 집단의 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그런 제스처도 아니었다.
그냥 나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꽂힌, 그런 취미와 비슷했다.
마치 지금 내가 책을 좋아하듯 나는 현대 농구팀을 사랑했다.
용병들이 등장하고 무지막지하게 덩크슛을 꽂아대는 프로농구는 내 취향이 아니다.
차라리 나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신체접촉 없이 깔끔하게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배구가 훨씬 좋다.
아니면 이충희나 이원우가 3점슛 라인에 서서 슛을 던지는 그런 아기자기한 실업농구가 더 좋다.
이원우의 죽음, 언젠가 꼴지팀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소설로 부활할 날이 있지 않을까?
그의 딸 이름이 이혜민이었던 것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들 현수도 농구선수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인간극장에 나온 이원우 선수의 형도 키가 컸던 기억이 난다.
아, 삶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신해철이 영국 갔다 온 다음에 영국인은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축구를 사랑하고 즐긴다는 말을 했었다.
한 때 신해철의 팬이긴 했으나 요즘의 그 언론플레이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하여튼 그 말의 의미를,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이해한 느낌이 든다.
영국인에게 축구란 닉 혼비의 절묘한 표현처럼 문화적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월드컵 4강이 국력의 상징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외국 경기에서의 승리를 열망하는 한국 축구 문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 같다.
단순히 축구 선진국이나 종주국 같은 간단한 문제로 환원될 수 없는 것 같다.

 

이혼 문제가 얽혀 있어서 그 부분을 읽을 때는 마음이 찌릿했다.
프랑스 여자를 따라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사춘기의 아들과 주말을 함께 보내면서 할 수 있는 놀이가 대체 뭐가 있겠는가?
축구 관람이란 얼마나 시의적절한 놀이였을까?
닉 혼비의 넋두리처럼 어색한 부자간에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가 참 부족하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다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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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현 2014-11-06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쁘다
 
교양인을 위한 바이블 키워드
J. 스티븐 랭 지음, 남경태 옮김 / 들녘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굉장히 쉽고 재밌다.
성경이 얼마나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서양 문화는 물론이고, 기독교가 만연해 있는 한국에서도 성경 문구 인용은 낯설지 않다.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이 지루하지 않고 쉽게 술술 잘 넘어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성경의 문구나 사건을 재해석한 미국 영화와 드라마들을 모른다는 점이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남경태라는 번역자 이름도 신뢰가 간다.
그가 쓴 <종횡무진 세계사> 를 재밌게 읽은 탓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겉표지가 벗겨져 예쁜 북디자인을 못 본 게 아쉽긴 하지만, 하여튼 재밌게 읽고 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점은, 한문 번역투의 이름들이 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명과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베드로가 피터라든지, 다윗이 데이빗이라든지, 야고보가 토머스, 마가가 마르코, 베르디 오페라의 주인공 나부코가 네부카드네자르, 고린도가 코린토스 라는 점 등등 수많은 예시가 등장한다.
그러니까 성경은 우리와 (더 정확히는 서양 문화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고어투의 한문식 성경을 요즘의 인명과 지명으로 바꾼다면 훨씬 더 친밀감 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에 시도했던 영어 성경 읽기가 큰 도움이 됐다.
그 때 영어 공부를 해 볼까 하고 창세기부터 쭉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역사서처럼 재밌어서 꽤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기본 지식이 깔려 있어서 그런지 책 읽기가 훨씬 쉬웠다.
다시 한 번 성경 읽기를 시도해 봐야겠다.
요즘 한창 회의주의적 시각 때문에 흔들리고 있던 믿음이, 성경 관련 책을 읽으니 다시 새록새록 솟아 나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요한 계시록의 바빌론이 바로 당시 로마를 지칭하는 우회적인 표현이었다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
그러니까 요한은 유배지에 갇혀 로마의 압제가 멸망하는 날을 기다리면서 묵시록을 썼던 것이다.
다니엘서에 나오는 금으로 된 나라와 은으로 된 나라 등등 네 나라가 오늘의 미국을 암시하니 어쩌니 하는 것도 그저 후대 사람들의 해석에 불과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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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히로시마 - [초특가판]
엘레인 레스네 감독, 엠마뉴엘 리바 출연 / 스카이시네마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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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의 영화를 2008년에 본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지 모르겠다.
1959년에 만들어진 영화니, 벌써 50년이나 지난 영화가 아닌가!
솔직히 재밌지는 않았다.
다만 독특하다는 느낌은 받았다.
그저 그렇고 그런 헐리우드식 시간 때우기 영화가 아니라, 개성이 있고 감독이 하고 싶어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했다는 느낌이 든다.
또 무엇보다 배경이나 분위기가 고혹적이다.
이게 흑백 영화의 혹은 프랑스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여배우 엠마누엘 리바는 적어도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은 돼 보이는데 꽤나 매력적이다.
<남과 여>에서 나왔던 아누크 에메처럼 고혹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분위기가 참 좋았다.
눈가의 주름도 나이를 곱게 먹은 흔적 같아서 아름다웠고 단발 머리가 따라 하고 싶을 만큼 잘 어울렸다.
또 허리는 어찌나 날씬한지, 동여맨 벨트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그 밑의 아랫배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요컨대 50년대의 마른 체형 여자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잘 못 먹고 살던 그 때는 아마 대부분 저렇게 날씬했을 것이다.
남자 주인공 오카다 에이지에 대해 말하자면, 요즘 한창 뜨는 다니엘 헤니가 중년이 되면 저렇게 늙지 않을까 싶을 만큼 멋지다.
일본 남자는 키가 작고 체격이 조그맣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일시에 날려 준 영화다.
키도 훤칠하고 정말 잘 생겼다.
오히려 여주인공 보다 더 돋보인다.
좀 우스운 얘기지만 동양인의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히로시마의 상처는 광주민주화항쟁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원폭의 피해로 수십만명이 일시에 죽고 불구가 됐다.
더군다나 태아에게까지 그 피해가 전해져 다음 세대에도 선천적 기형들이 속출한다.
일본은 어떻게 미국과 화해할 수 있었을까?
만약 한국에 그러한 테러가 가해졌다면 한국인은 미국과 진정으로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까?
난 일본이 현재의 미국과 이렇게 잘 지낸다는 사실이 놀랍다.
너무나 끔찍한 전쟁 범죄가 아닌가?
누군가의 말처럼 유럽 국가였다면, 이를테면 히틀러가 아무리 항복을 안 하고 버틴다 해도 과연 독일에 원폭을 투하할 수 있었을까?
영화 속에 나온 대사처럼 이건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잠깐 등장하지만 원폭 피해자들의 면면이 너무 끔찍하고 무서웠다.
오늘날 일본의 경제성장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범죄는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특히 난징 대학살 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역시 원폭 피해자로서 정당한 보상과 위로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원폭 투하를 결정한 미국 정부의 그 잔인함이 놀랍기만 하다.
(그런 거 생각하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또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끔찍한 일인지!)

 

영화 속의 여자는 반핵 영화를 찍기 위해 히로시마에 머물고 거기서 일본인 건축가를 만나 하룻밤 정사를 벌인다.
한 눈에 반한 이 커플은, 다음날 일본을 떠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보내지 못해 안타까워 한다.
이틀에 걸친 짧은 여정 동안 벌어진, 어찌 보면 러닝 타임과 비슷한, <비포 앤 애프터> 가 생각나는 영화다.
<비포 앤 애프터>의 50년대 버전이라고 할까?
문제는 둘 다 유부남, 유부녀라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를 붙잡는다.
여자는 몇 번이나 남자의 손을 놓고 떠나지만 다시 남자 곁으로 돌아와 맴돈다.
결국 마지막에는 떠나지 않겠다고 하고 호텔로 들어가는 걸로 끝나는데 확실한 결말은 없다.
아마도 떠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랑과 현실은 다르지 않는가?
남자는 아내와 이혼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혹은 여자는 프랑스의 아이들을 버리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히로시마에 머물면서 바람을 피우겠다는 것인지?
만약 여자가 계속 일본에 머문다면 혹은 일본 여자라면 둘의 관계는 혼외정사로 쭉 이어질 것 같다.
둘 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푹 빠져 있다.
더구나 이 멋진 일본 남자는, 여자의 아픈 첫사랑 상처를 완전히 치유해 줬다.

 

사실 이 상처가 영화의 주된 모티브인데 여자는 과거 2차 대전 당시 독일 병사를 사랑했다.
그는 프랑스가 해방되는 날 총맞아 죽었고 그의 시체를 붙잡고 새벽까지 지키던 여자는, 아버지에 의해 지하실에 감금된다.
아버지는 적군 병사와 연애한 딸 때문에 약국 문도 닫는다.
사랑하는 남자의 죽음,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질시, 열 여덟 살의 어린 소녀는 정신 착란증을 앓는다.
지하실에 갇히면 벽을 긁어 손톱에 피가 맺히면 그것을 빨아 먹으면서 위로를 찾는다.
자학적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구체적인 명시는 없지만 내가 보기엔 정신병을 앓았음이 분명하다.
결국 그녀는 아버지에 의해 삭발된 머리가 자라면서 (세상에, 프랑스에서도 이런 만행이 자행되다니!) 지하실에서 풀려나고 파리로 떠나면서 상처를 치유한다.
그리고 진짜 치유는, 히로시마에서 일본인 남자를 만나 고백하면서 완전히 털어낸다.
그녀의 대사 속에서 자주 그 독일인 첫사랑과 일본 남자를 동일시 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매국노 딸이 부끄럽고 수용하기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마저 딸을 외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다.
아마 아버지로서는 생업마저 지장을 받게 되자 딸을 감쌀 여력을 잃어 버린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튼 가족이라는 것도 어느 한계 이상을 넘어가면 포용할 수 없는 것 같다.
부모의 사랑이 무한대라고 하지만 이런 장면을 보면 어쨌든 인간은 자기 자신이 우선이다.
가엾은 소녀는, 그러나 그 첫사랑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여배우가 된다.
자기 상처는 스스로 치유하는 법이다.

 

일본인 남자와 프랑스 여자는 어떻게 됐을까?
남자의 프랑스어 발음이 너무 좋다.
혹시 혼혈인이 아닐까 싶기도 할 정도로 굴러 가는 불어 발음이 너무 좋다.
국적 문제 뿐 아니라 혼외정사라는 문제가 겹쳐 있는 이 커플들의 운명이 무척 궁금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결론은 없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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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 - 아웃케이스 없음 폭력의 역사 1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비고 몰텐슨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영화였다.
아빠의 추천으로 보게 됐는데, 상당히 고전적인 제목이라 꽤 옛날 영화인 줄 알았는데 왠걸, 2005년도에 개봉된 영화였다.
칸느 영화제에도 출품된 모양이다.
감독이나 배우 모두 낯설었지만 익숙한 느낌이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남녀 주인공 모두 잘생기고 예쁘지 않은데도, 영화 보는 내내 주인공들에게 빠져들었다.
특히 DVD가 주는 매력인 서플을 통해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거야 말로 영화가 아닌 DVD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은발의 근사한, 그러면서도 매우 편안한 지적인 감독이었다.

사실 톰이 다중 인격자라는 건 영화 상에서 잘 표현되지 않는다.
오히려 존 쿠삭이 나오는 영화, "아이덴티티" 였던가?
이 영화에서 다중인격자의 모습이 잘 표현된다.
내가 보기에 비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 변화가 거의 없다.
그냥 처음부터 톰이었던 것 같다.
조이로 변하면서는 폭력적이고 악마적인 성향을 보여 줘야 하는데, 마지막까지도, 심지어 여러 명을 죽여 놓고서도 여전히 착한 시골 가장의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성실하고 착한 모습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아내는 톰의 폭력적인 모습을 낯설어하고 매우 두려워 하나, 관객의 입장으로 보면 톰은 완벽하게 착한 남편이고 시골 가장이라는 인격 외에는 없다.
단일 인격자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 여자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녀들은 한국 여자의 일반적인 이미지에 비춰 볼 때 정말 강하고 도발적이다.
이디가 톰을 때리는 거 보고 정말 놀랬다.
거침이 없다.
기본적으로 골격도 크고 성적으로도 매우 적극적이며 도발적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에게 동양 여자 이미지는 순종적인 모양이다.
이디와 톰의 격정적인 계단 정사씬은 영화에서 최고로 nervous 한 부분이었다.
톰은 마치 강간이라도 할 것처럼 이디의 발목을 붙잡고 목을 틀어 올리지만, 이디는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톰의 입술을 휘감는다.
처음에는 폭력으로 여자를 정복하려고 하는 톰에게 화가 났는데, 이디 스스로 섹스에 응하는 걸 보고 그녀의 마음이 돌아섰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성적으로 적극적이라는 것도 영화 속에서 외국 여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한국보다는 여자들에게 성적으로 훨씬 개방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영화의 감독이 “플라이” 를 만든 데이빗 크로넨버그라고 한다.
상업적인 영화보다는 작품 세계를 추구하는 감독 같다.
서플을 보면 감독이 굉장히 멋지게 나온다.
이게 바로 DVD의 매력인데, “남과 여” 에서도 끌로드 를루슈 감독의 매력적인 모습을 본 바 있다.
주인공 비고 모텐슨도 퍽 매력적인 배우다.
잘 생긴 건 아닌데 성격파 배우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최민식이나 송강호 같은 스타일이지 않을까?
잘 생긴 건 아니지만 기막히게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배우들!

특히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은 특수효과다.
잔인하지 않으면서도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면면을 리얼하게 잡아냈다.
서플을 보니, 만들 때 퍽 고생을 한 것 같다.
이래서 영화는 종합예술인가 보다.
단순히 배우와 촬영감독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그러고 보면 매주 두 작품을 찍어야 하는 드라마의 완성도는 영화에 비교할 것이 못 돼고 또 노동량이 얼마나 큰지 알 것 같다.
아이즈 와이드 셧 같은 경우도 몇 년에 걸쳐 찍은 영화라고 하니, 비슷한 장면을 얼마나 많이 되풀이 했을지 알 만 하다.

주인공 비고 모텐슨이 스턴트맨 출신이라 그런지 액션 연기를 정말 잘 한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악당 중 젊은 배우도 잠깐 등장하는 거였지만 꽤나 인상깊은 연기를 한다.
마지막에 톰이 형 리치를 죽이는 설정은 좀 잔인했다.
친형이 동생을 죽이겠다고 덤비는 것도 그렇고, 거기에 맞서 동생 역시 아무런 갈등 없이 형을 쏴 죽이는 걸 보면, 확실히 한국보다 미국은 가족애에 덜 엮여있는 기분이다.
형은 중간보스로 나오는데 톰네 가족은 아마 다시 또 더 큰 보스의 추적을 당하지 않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톰이 형을 쏜 권총을 연못에 던진 후 수백 마일을 달려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온다.
싸늘한 가족들의 시선,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딸이 톰에게 저녁 식탁에 앉게 하고 접시를 내 놓는다.
아버지를 증오하던 아들은 고기를 덜어 준다.
이 장면으로 끝났는데 난 이 가족이 다시 화해했으리라 믿는다.
어쨌든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닌가?
톰이 다시 일상의 평온함으로 되돌아 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결국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거창하고 위대한 것이 아니라 (그럴싸한 조직 폭력배 생활도 마찬가지로), 즉 어떤 영웅주의적 행동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안에서 소박하게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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