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 규장각 보물로 살펴보는 조선시대 문화사
신병주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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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혹해서 신청했던 책이다
나름 재밌게 읽었지만 일부러 돈 주고 사서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구매를 한다는 건 소장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그 정도까지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제일 거슬렸던 것은, 교훈적인 작가의 말투였다
뭔가를 가르치려 드는 것, 특히 우리 선조들은 이렇게 훌륭했는데 오늘날 우리들은 이게 뭐냐는 식의 말투, 거슬렸다
세련되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저자가 좀 순진한 구석이 있던지
옛날에 독후감 쓰라고 하면 무조건 훌륭한 누구누구를 본받아야겠습니다, 라고 끝내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규장각 연구자라는 직업에 걸맞게 꼼꼼하고 세세하게 짚어주는 건 마음에 든다
역시 아마추어 사학자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전문가의 포스가 확실히 있다

특히 프랑스로 흘러 들어간 의궤를 직접 대했을 때 느낀 저자의 감격 등은 인상적이었다
아쉽게도 비단으로 장식된 겉표지는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표지를 떼내고 보관하는 도서관의 방식 탓인지 아니면 제대로 보관을 못해서인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안동 김씨 세도 60년을 이끈 순원왕후의 한글 편지 등은 나중에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
굉장한 여걸이었을 것 같은데 조명이 덜 된 것 같아 늘 궁금한 인물 중 하나다
얼마 전 화제가 되기도 한, 어린 정조의 한글 문안 편지도 규장각에 보관되어 있었다
사극의 좋은 소재들을 개발할만한 보고가 아닌가 싶다
역시 제일 흥미로운 것은, 66세의 영조가 15세의 정순왕후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기록한 의궤다
나중에 따로 책으로 읽어볼까 싶기도 하다
요즘 상식으로 생각하자면 이건 나이차, 이런 개념을 넘어서 완전히 소아성애증 뭐 이렇게 해석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역사를 읽는 건 재밌다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의 도덕과 규범은 이렇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늘 변하는 모양이다
가볍게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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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2-1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이벤트 당선되었어요. 축하합니다^^

marine 2007-12-15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마노아님 그렇군요.
전 대체 왜 적립금 500원이 들어왔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고마워요^^

marine 2007-12-1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다시 보니 참가상이 아니라 적립금에 당첨이 됐군요. 3만원이라니...
이런 거 생각지도 않고 쓴 리뷰라 너무 허접해서 부끄럽네요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우리 역사 바로잡기 1
이덕일, 김병기, 신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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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더군다나 이덕일이라는 작가에 대한 불편한 감정 때문에 일부러 손에 안 잡았던 책이다
이런 식의 제목, 매우 불편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의 일부로써는 유익할 수 있겠으나, 바람직한 사학자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이런 행태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똑같은 양식의 대응 밖에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조상이 위대했다는 것과 현재의 우리가, 더 엄밀히 말해 내가 위대하다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런 식으로 따지면 자국이 자기 나라 역사와 신화를 과장되게 꾸미고 국민들에게 가르치는 모든 나라의 행태가 다 용서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일본이나 중국 욕할 게 아니라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민족이라고 엄밀하게 구분될 범주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더더군다나 고대 고구려인이든 고조선인이든 동이족이든 현재의 한국인의 100% 조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유럽인이나 아메리카 인디언들 보다야 우리와 더 가깝겠지만 하여튼 고대 고구려인이 반드시 현대의 한국인과 같은 정체성을 가진 집단인지는 좀 더 생각을 해 봐야 할 문제다
좀 더 넓은 의미로, 보편적인 차원에서, 우리 모두는 그리스인이라는 말처럼, 인류라는 큰 틀에서 과거 우리 조상들을 아우를 수는 없을까?
외계인이라도 나타나야 민족이나 인종차별이 없어지고 하나의 지구인으로 뭉치게 될까?
소크라테스나 알렉산더 혹은 진시황, 공자, 광개토대왕 등을 우리 모두의 조상으로 자랑스러워 할 수는 없을까?
여전히 국경 개념이 가장 중요한 집단 정체성의 한계인 걸 보면 아주 먼 훗날의 일일지 모르나, 어쨌든 고대사를 과장한다고 해서 현재의 우리가 자랑스러워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견을 벗어 던지고 본다면 책 내용 자체는 비교적 성실한 저작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사학자답게 꼼꼼하게 유물과 유적을 탐사하고 비교적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해 나간 점은 높이 산다
아마추어 역사가들의 과장된 논리 전개가 없어서 신뢰가 간다
고대사는 워낙 알려진 게 없다 보니 이런저런 잡다한 해석이 가능한 분야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그게 고대사의 매력일지로 모르지만.
하여튼 과장과 비약이 심하지 않다면 다양한 의견 표출은 역사학의 발전이나 대중의 흥미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덕일씨처럼 고조선이 요동벌판을 호령하고 한반도를 넘어 중국 대륙, 심지어 산해관 즉 만리장성을 국경으로 할 정도로 광활한 영토를 지배했다고 보는 관점도 있을 수 있겠고, 대동강 유역 중심의 소국이었다는 주장도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여러 관점의 추론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발해가 한국사가 아닐 수 있다고 하면 죽일 놈 취급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이종욱씨 같은 경우는, 대조영이 말갈인이라는 점을 들어 또 민족 구성 대부분이 말갈인이라는 점을 들어 한국사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럼 이 사람은 민족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어용 사학자인가?

이근우가 쓴 고대사 관련 책을 보면, 고조선의 영토라고 규정짓는 이른바 표지유물인 비파형 동검이 반드시 고조선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읽은지 오래 되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비파형 동검이 나온다고 해서 다 고조선 땅은 아니라고 했던 것 같다
또 비슷한 경우로, 역사스페셜에서 백제에서 쓰던 행정구역명이 산동반도에도 있었다는 근거 하나만 가지고 백제가 산동반도까지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는 것은 논리의 심한 비약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충분히 근거가 있는 얘기다
이덕일씨는 위만조선의 성립과 함께 철기문화가 중국에서 넘어왔다는 주장을 극력하게 반대하는데 (즉 철기문화가 자체적으로 한민족의 손에 의해 발생했다고 본다), 얼마 전에 읽은 제럴드 다이아먼드의 "총균쇠" 에 따르면 문명은 원래 전파되는 것이다
대륙에서 반도로, 더 나아가 일본 열도로 전파되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
일본에 문화를 전수해 줬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으로부터 문화를 전해 받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 건 일관되지 못한 태도다
그리고 한사군의 위치가 한반도 내에 있다고 해서 꼭 우리 민족의 역사가 식민지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을까?
한사군이 한반도 밖에 있었다면 식민지가 아니라는 얘기인가?
이덕일씨가 역사서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성실한 자세로 열심히 집필하고 있음은 인정하는 바지만, 하여튼 나하고는 영 관점이 안 맞는 저자다
어쨌든 잊혀진 나라, 혹은 미지의 나라 고조선에 대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환기의 관점에서는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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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쏘다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실천문학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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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산문집은 마치 디저트 같다
본식 말고 추가로 얻어 먹는,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은 것!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보다는 감동이 덜하지만, 요즘 읽은 산문집 중에서는 최고였다
이 책에서도 소설을 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미학적 열정" 을 꼽기도 했는데, 나 역시, 에세이나 소설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저자의 문장력이나 문체 등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미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문열씨 같은 경우는 어떤 수필을 읽든 상당히 만족스럽다
정말 기본은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고종석씨 같은 경우도 내용과는 상관없이 문장력이 좋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독자를 만족시킬 줄 안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대부분의 수필들은 한숨 나올 때가 많다
좋은 작가가 반드시 훌륭한 수필가는 아니라는 걸 새삼 확인하곤 한다
특히 제일 짜증날 때가, 마치 독자에게 뭔가 교훈을 주려고 선생님인 양 할 때다
조지 오웰의 경우, 소설도 재밌게 읽었지만 (동물농장, 정말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에세이 쓰는 솜씨도 남다르다
조지 오웰에게서 제국주의자 냄새가 난다는데 대체 어떤 부분을 읽고 느끼는 건지 궁금해질 정도다
민감한 정도는 모두 다르겠지만...

그는 하층민 삶에 대해 관심이 참 많다
나는 고통에 취약해서인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흔들리게 만드는 끔찍한 삶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내가 다다를 수도 없는 저 높은 곳에 사는 부유층들의 삶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도저히 만나보지 못할 것 같은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치 내 이웃이라도 되는 양 시시콜콜하게 써대는 재벌 2세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 짜증이 난다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나는 기본적으로 하층민의 끔찍한 삶은 외면하는 쪽인데 (그래서 이걸 다루는 글은 읽기가 싫다, 고통스럽다고 해야 할까?) 오웰은 한 술 더 떠 직접 체험하기까지 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 역시 영국이 한 발 앞서 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요즘 우리가 시민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걸 20세기 초에 주장했다는 점이다
식민지의 피지배인들에게까지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내세우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하여튼 자국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우리가 기본이라고 느끼는 것들, 그러니까 밥 먹고 잠자는 곳 해결되는 그런 수준을 넘어 문화적인 욕구까지 충족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사회의 경제력이나 시민 의식이 어느 정도 진행하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에서도 제일 공감했던 것이, 접시닦이는 불필요한 직업이라는 점이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리기도 할 것 같은데 오웰의 주장을 들어보면 나름 일리가 있다
일류 호텔에 들어가 최상의 써비스를 받으며 최고의 음식을 즐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교묘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왜냐면 겉보기에 그럴 듯해 보일 뿐 실상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주방을 들여다 보면 끔찍할 정도로 형편없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손님은, 단지 근사한 곳에서 최고의 음식을 즐긴다는 기분을 내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있을 뿐, 실상 그가 받는 서비스는 싸구려 식당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최상의 맛, 혹은 최상의 써비스를 위해 (즉 사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일류 호텔 같은 공간은 실상 실체가 없는 곳이다
오히려 그 밑에 무수한 일용직들을 양산할 뿐이다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최저 임금 밖에 못 받는 하층민 계급을 말이다

오웰의 글을 읽으면서 문화적 욕구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다
나라가 잘 살수록 상대적 빈곤이 문제라고 하던데 어떤 사람들은 먹고 살 만 하니까 배부른 투정한다고 일축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보릿고개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아주 핀트가 안 맞는 말인 것이, 이미 사회는 절대 빈곤의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비교 기준 자체가 변해 버렸다
자동차 없이 걸어다녔던 조선 시대를 생각해 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말이다
오웰은 구빈원 이야기를 자주 한다
어떻게 보면 할 일 없이 먹여 주고 재워 주는 구빈원 같은 제도 때문에 일 안 하고 게으른 홈리스들이 놀고 먹는 것 같지만, 오웰은 그들에게 단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의식주 해결해 주는 것 가지고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들도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고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고, 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과 최소한의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는 임금 이외에도, 이른바 문화적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잉여 자본이 제공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실업자에게도 기본적인 문화 생활은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세금을 모아 먹여 살리는 사회 복지 국가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옛날에는 그 효율성에 다소 반신반의 하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봤을 때 (즉 사회의 발전 내지는 개인의 존엄성 존중이 확대되는 측면에서 봤을 때) 사회 복지 제도의 확대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다

나치 장교를 구타하는 유대인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누가 복수의 범위를 정해 줄 수 있는가?
오웰은 오직 하나님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복수는 대부분의 경우는 정당화 될 수 없는지 모른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나치가 득세할 때는 나치 장교가 군중에게 얻어 맞을 때 시원함을 느끼고 누구나 그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치가 몰락한 후 나치 장교를 군중들이 집단 구타할 경우, 그 때는 불편한 감정이 든다 (아닌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미 나치는 권력을 상실해 버렸고 그는 일개 나약한 개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소수로 전락해 버린 악인에 대한 강자의 복수가 과연 얼마나 정의로울 수 있을까?
전범 재판 같은 것이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뭐라고 딱히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으나, 하여튼 법정에서가 아니라 대중들이 한 개인에게 집단으로 복수하는 것은, 아무리 그가 과거에 끔찍한 악인이었다 할지라도 정의롭지 못하게 느껴진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사형제도였다
살인에 대한 정당한 사회적 복수가 바로 사형제도라고 하는데 이것의 범죄 예방 효과는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그것이 정의로운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를 감옥에 평생 가두어 두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복수가 불가능할까?
내 가족을 죽인 살인자라면 나는 용서할 수 있을까?
물론 용서할 수 없다
그러나 용서할 수 없다고 해서 내가 그의 가족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이미 나는 또다른 악을 행한 것이 되고, 또 그가 사형당한다고 해서 내 원한이 풀리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기징역 대신 사형만이 완벽한 사회적 복수일까?
아마도 오웰 역시 사형제도를 반대했을 것 같다

전체주의를 끔찍할 정도로 혐오한다는 점에서 오웰과 나는 비슷하다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는 것도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인 것 같다
파시즘 내지는 전체주의가 나는 너무너무너무 싫다
"너무" 라는 단어를 대체 얼마나 붙여야 싫은 정도가 제대로 표현될까?
집단주의나 민족주의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싫다
개인의 자유와 행동의 폭이 최대한 존중되는 그런 개방된 사회가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민족주의 열풍이 부담스럽고 오웰의 말마따나 스포츠에 덧씌워진 민족주의적 냄새 때문에 축구경기에 크게 흥분하지도 않는 것 같다
오웰의 말에 따르면 스포츠 관람은 집단 증오심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한다
창조적인 행위로 잉여 에너지를 발산할 수 없는 하층민 노동자들이 더욱 거칠게 축구 경기 관람에 몰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여러가지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았고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보다는 재미가 다소 떨어지긴 하다
트웨인에 대한 평가가 너무 재밌어 문득 "톰 소여의 모험" 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도 같이 읽고 싶어졌다
서평가가 형편없는 책에도 찬사 일색을 늘어 놓을 수 밖에 없는 이유라든가, 시민의 자유는 법 보다 여론에 달렸다는 주장 등도 인상깊었다
전문 서평가보다 차라리 아마추어 서평가 (알라딘의 리뷰어들처럼) 들이 차라리 책의 재미를 주는데 더 낫다는 그의 탄식에 동의하는 바다
다음에는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어 볼 생각이다
47세에 결핵으로 죽었다는 것이 안타까운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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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 일반 킵케이스
끌로드 를루슈 감독, 장 루이 트랭트냥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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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너무 좋았던 영화
흑백과 컬러의 어우러짐이 절묘하다
젊은 감독의 출세작인 만큼 화면전개도 빠르고 늘어지지 않아서 좋다
어쩜 이렇게 사랑에 빠져든 남녀관계를 잘 묘사했는지...
35세의 나이에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 올 수 있다는 걸 아름답게 보여준 감독에게 감사한다
오히려 그 나이는, 한 번의 사랑을 경험하고 추억과 아픔을 간직한다는 점에서 보다 사랑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시기라는 감독의 관점이 독특하다
처음 결혼으로 골인하는 관계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소리
여배우 아누크 에메는 단발머리가 너무 잘 어울리고 다리가 무척이나 날씬하며, 고혹적인 미모를 자랑한다
그녀와 작업한 것은 행운이었다는 감독의 고백이 과연 실감난다
이 정도 미인이라면 서른 다섯이 아니라 마흔 다섯이어도 얼마든지 훌륭한 연애가 가능할 것 같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남녀의 나이가 비슷한 연배라는 것이다
젊은 아가씨와 중년 아저씨의 사랑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을 해도 산뜻해 보이지 않는다
각자 사랑의 아픔을 간직했고 연륜과 세상 경험이 있는 동등한 위치의 남녀라는 점에서 보기가 편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왜 아직 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아이들을 기숙사에 맡기는가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떼어놓는 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프랑스 문화의 특징인가?
기숙사에서 학부모로 만난 안과 루이, 루이가 안에게 묻는다
결혼하셨나요?
아니, 아이가 있는데 결혼하는 건 당연하게 아닌가?
동거가 일반화 됐다는 프랑스 문화의 한 단면을 보는 기분이었다

장면 장면이 모두 기억에 생생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안이 루이의 우승을 축하하는 전보를 치는 장면, 축하합니다, 라고만 썼다가 곧 사랑합니다까지 집어넣는 장면, 너무 좋았다
그 전보를 받고 몬테카를로의 파티장에서 곧바로 파리까지 차를 몰고 달려가는 루이!
안의 아파트에 도착하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연습하는 루이의 초조해 하는 모습은, 사랑을 고백할 때의 남자 모습이 잘 드러난다
뜻밖에도 새벽에 안은 없었다
다시 안을 찾아 도빌에 있는 기숙사까지 차를 모는 루이, 그리고 해변가에서 아이들과 산책을 즐기는 안을 발견하자마자 기쁨에 겨워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는 장면은 영화의 압권이었다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고 루이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된 안과 아이들은 그에게 달려든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연인의 감격적인 포옹, 어쩜 그렇게 섬세하게 잡아낼 수 있는지...
감독의 연출력이 놀랍다
식사를 간단하게 주문하자 웨이터가 기분이 상한 듯 돌아선다
안이 걱정하자 루이가 그럼 더 시키죠, 하면서 웨이터를 불러 세운다
그러면서 뭔가 메뉴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던지는 말, "빈 방 있나요?"
그저 멋지다고 밖에는...
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나중에 첨가된 감독의 37년 후 이야기도 재밌었다
젊은 시절이나 노년의 모습이 모두 감성적이고 멋진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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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 [dts]
류승완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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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아주 재밌지는 않았다
최민식은 갈수록 빤한 연기만 보여 준다는 생각이 든다
정형화 되어 있고, 그 역할이 그거인 듯한 느낌이다
배우의 변신도 때로는 필요한 모양이다
최민식 보다 류승범이 훨씬 잘 한다
류승범은 생긴 건 별로인데, 정말 연기를 잘 한다
저렇게 평범하게 생긴 놈이 조연도 아닌 주연을 어쩜 저렇게 잘 해내는지 신기하다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일단 얼굴이 안 받쳐주면 실력있는 조연으로 전락하기 일쑤인데, 즉 맡을 역이 없는데, 자기 몫을 챙기는 실력이 놀랍다
혹시 형이 챙겨 줘서 그런가?
하여간 형제가 다 인정받으니 좋겠다

결말은 너무 시시하고 뻔했다
특별한 결론을 안 내린 건 좋았는데, 두 사람의 처절한 사투로 감동을 끌어내려는 수법은 너무 빤하다
전혀 눈물도 안 나오고, 오히려 지루했다
눈물이란 것도 슬픈 장면 있다고 다 나오는 건 아닌가 보다
최민식, 분명히 연기는 잘 하는데 지루하다
반면 류승범은 색다른 모습을 보여 준 것 같다
분명히 이 영화로 류승범이 뜰 것 같다
130분이라는 런닝타임도 좀 길지 않나 싶다

최민식을 보면서 K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K씨도 노숙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
가족의 지원이 없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
인생을 신중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시안 게임 은메달 리스트이면, 그래도 자기 세계에서는 성공한 셈인데 왜 그렇게 몰락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천호진에 대한 비중이 너무 작아서 좀 황당하다
감독이 좀 더 애정을 갖고 그릴 수 있는 캐릭터인데 아쉽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왜 거기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는지 모르겠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말, 가슴에 남는다
다 자기 몫의 짐을 지고 사는 게 인생이다

나문희의 할머니 연기도 참 전형적이고 뻔했다
그다지 슬픔이 밀려 오질 않는다
오히려 류승범의 아버지로 나온 사람이 더 마음에 든다
조연으로 종종 나오는데 맛깔나게 연기 참 잘한다
건설 현장에서 철골 떨어져서 단번에 죽어 버리는 장면은 정말 섬뜩했다
면회 안한다는 아들에게 빵 넣어 주면서, 자기 군대 시절 생각해 단 것 좀 넣었다는 편지는 압권이었다
자기가 인생 험하게 살면 자식도 보고 배운 게 그런 거라 똑같은 길을 가는가 보다

최민식 후배로 나온 놈도 진짜 연기 실감나게 한다
니가 구라 빼면 뭐 있냐? 넌 말을 너무 잘 한다, 이 대사에 딱 어울리는 놈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최민식 도와서 신인왕전 내보내는 거 멋있었다
류승범이 신인왕 도전하면서 뭔가에 매달리는 모습이 마치 플로우를 보는 기분이었다
플로우, 행동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상태, 목표에 매진하는 모습, 잡념이 사라지는 무아지경...

화려한 영화보다는 이렇게 험한 영화가 더 편하다
사실적이고 있을 법한 얘기기 때문인 것 같다
재벌들 얘기는 너무 황당무계하다
드라마에서는 재벌이 등장하고 영화에서는 서민들이 등장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로 보면 영화가 훨씬 더 사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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