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성의 결혼과 생활 - 송대 여성을 중심으로
P.B.에브레이 지음 / 삼지원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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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는 달리, 중국 전 시대의 여성사를 다룬 게 아니라 송나라 때 여성사로 국한시킨 책이다
범위를 한정시켜 오히려 심도있는 분석을 한 것 같다
원저 그대로 송나라 시대 여성사라고 이름붙여도 좋았을 뻔 했다
저자의 시각이 새로웠던 점은, 여자들이 일방적으로 가부장제에 희생된 것이 아니라 그녀들도 자발적으로 사회 체제 유지에 봉사했다고 본 점이다
그러고 보면 딸에게 전족을 시킨 것도 바로 어머니가 아니었던가?
여성들 역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충분히 공감했고 주체적으로 적응해 나갔다고 보는 시각이 새롭게 느껴진다
여성학자가 쓴 글이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간다
단순히 흥미 위주로 자기 생각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학술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믿음이 가는 책이다
미국인이 중국 문헌을 분석하면서 쓴 책이라 확실히 애매모호한 구석들이 있다
한국인이 서양사를 쓸 때도 비슷한 한계가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 워낙 바빠 한 번에 죽 읽지 못하고 몇 번에 걸쳐 나눠 읽는 바람에 집중도가 좀 떨어지긴 했으나 충분히 흥미를 유지할 만큼 재밌는 책이었고 유익했다
한 가지 의문스러웠던 점은, 서자에 대한 대우가 어땠는지 하는 부분이다
조선은 확실히 서자를 관직 진출도 못하게 하고 차별을 했는데 송나라 시대의 서자 대우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관직 진출은 금지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는데 분명한 서술이 없어서 다소 아쉽다
재산 분배에 있어서는 차별을 뒀던 것 같다
어찌 됐든 공식적인 아내는 법의 보호를 받는 사람이고 첩은 공식적으로는 가족의 범위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의 상속분보다는 최소한 같거나 많았던 걸 보면 확실히 딸은 남의 집에 출가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

유교는 수직적인 질서를 중시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송나라 때 완성된 신유학, 특히 주희와 정이의 사상에 대해 자주 언급되는데 위계질서를 지키면서 각자의 주어진 본분에 최선을 다해야 사회가 질서와 안정을 이룬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너무 당연한 진리가 통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인지, 남녀가 유별하다는, 즉 남녀가 불평등하나는 것을 전제한 유교 사상이 쉽게 공감가지 않음은 당연한 것 같다
연애는 20세기 들어서야 결혼의 중요한 전제조건이었다는 말도 새삼 느끼게 된다
돈이나 집안, 지위 등을 우선시 한 사회적인 결합이 곧 결혼이라는 사실은, 지금 젊은이들이 들으면 펄쩍 뛰겠지만 송나라 시대에는 당연한 이야기였다
낭만적인 결혼이란 현대의 발명품인가?
모든 조건을 떠나 개인과 개인의 1:1 결합이 사회적 결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의미에서 결혼도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존엄성이 점점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처럼 말이다
결혼은 새로운 동맹자를 얻는 결합 행위였다
당연히 신부의 지참금은 중요한 문제였다
혼수 문제로 결혼이 파토나는 걸 두고 우리 풍습에 없는 자본주의의 병폐라고 한탄하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 보시면 좋겠다
지참금과 혼수 목록에 따라 결혼의 성사 여부가 결정되는 과정이 얼마나 적나라하게 그려지는지...
오히려 현대 사회가 개인의 행복과 사랑을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인간적이라느 생각이 든다
사회나 가정보다 개인이 더 중요시 되는 사회가 바로 현대 사회가 아닌가?
그러고 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그리스 시대 노인들의 한탄은, 보편적인 현상인 것 같다
자기 시대만이 특별히 타락하고 과거보다 문란해졌다는 생각이야 말로 역사의 발전을 전제하지 않은 어리석은 생각 같다
두 가문의 결합에 따른 불편한 감정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결혼식을 축제의 의미로 거창하게 치룬다는 저자의 해석이 재밌다
그러고 보면 결혼은 단순히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개인에 딸린 전 가족이 하나의 동맹을 맺는 과정이다
그러니 누가 손해를 보고 이득을 보는지 얼마나 셈하기가 복잡하겠는가?
그 부담감과 긴장을 줄이기 위해 결혼식은 하나의 형식으로 자리잡았고 그것을 지킴으로써 심적인 긴장감을 최소화 시킬 수 있었다
나름대로 제도를 유지시키는 인간의 지혜였던 것이다
구청에서 신고하고 끝난다는, 혹은 동거가 보편화된 유럽 사회에 비춰 보면 확실히 거창한 결혼식을 올리는 한국 사회는 여전히 결혼을 개인보다는 가문의 결합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동거를 마치 도덕규범의 파괴라도 되는 듯 절대금지 시키는 노인네들의 심정도 이해는 된다
가문 보다 개인을 택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위험스럽게 여져기는 것이리라

저자의 성실한 연구가 돋볻이는 책이고 일독할 필요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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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나타 - [초특가판]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 잉글리드 버그만 외 출연 / PS Kr.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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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얼마만에 본 DVD인지...
고전 영화를 수집하는 아빠의 고상한 취미 덕분에 눈이 호강한다
한동안 영화 다운받는 재미에 빠져 하루에만 두 세 개 씩 해치울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좀 지나니까 시들해졌다
그래도 드라마 보는 것 보다는 낫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봤었다
아빠 덕분에 고전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 영화처럼 스펙타클 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또 스토리나 플롯이 아주 정교하지는 않지만 세월의 흐름을 이겨낸 나름의 매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누가 저런 케케묵은 영화를 볼까 싶지만, 마치 헌책방을 찾는 손님들처럼 고전 영화를 수집하는 매니아층도 꽤 있는 것 같다
난 영화 기법이나 촬영 각도 같은 기술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또 크게 관심도 없지만) 뭔가 생각할 꺼리를 준다는 점에서 옛날 영화를 좋아한다
왜 그게 명작인지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나에게 감동을 주는 영화, 아주 재밌지는 않더라도 보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그런 영화가 좋다
이른바 예술 영화라고 하는 것들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
가끔 홍상수 영화를 보면서 기승전결이 전혀 없는 그 밋밋한 설정에 황당하면서도 현실 세계를 너무나 가감없이 드러내고 특히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마치 날것을 먹는 것 같은 신선함을 느낀다
하여튼 고전도 그렇다
과장이 없고 오버하지 않아서 보기가 편하다

잉그리드 버그만이라면 '카사블랑카'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로 유명한 그 청순가련형의 스웨덴 여배우가 아닌가?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사실 잉그리드 버그만이 젊어서 찍은 건지 늙어서 찍은 건지도 몰랐다
또 젊은 시절 모습만 봐도 나이든 얼굴은 매우 낯설어 처음에는 못 알아 봤다
다만 할머니가 참 곱게 늙었다, 노인인데 키도 굉장히 크고 옷이 잘 받는구나, 딸보다 더 예쁘게 나온다, 이런 느낌만 받았다
알고 보니 그게 바로 그 유명한 잉그리드 버그만이었다
당시에는 보톡스 시술이 없었는지 얼굴 주름살, 특히 입가의 팔자 주름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지만 나이에 맞는 늙음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60세 넘은 할머니가 피부가 팽팽한 건 왠지 현실감이 없어 보인다
딸인 리브 울만은 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페르소나였다는데 연극배우였다고 한다
솔직히 외모는 감성을 불러 일으키기엔 너무 평범하다
어머니를 몰아 세우는 장면에서 번뜩이는 눈빛은 최고였다

서양 어머니들은 확실히 한국적인 정서와는 다른 것 같다
어머니 하면 자식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외국 영화를 보면 오히려 어머니의 자아발전 때문에 소외받는 딸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영화도 전형적인 모녀 갈등을 그리고 있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열연한 샤롯트는 우리나라의 성공한 아버지로 치환해도 될 것 같다
성공을 위해 가정을 희생하고 가족은 항상 자기를 위해 존재하고 언제나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아버지!
성공지향적이라는 점에서, 가정보다는 사회적 명성을 우선히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남자들과 비슷하다
영화 속의 어머니, 샬롯트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다
그녀는 1년 내내 공연을 다니고 남편과 딸은 소외당한다
등이 아파 최고의 공연을 못하게 되자 샬롯트는 과감하게 피아노를 접고 가족에게 헌신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이었다
정말로 가족을 위해 피아노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자 대신 가족에게 행복을 얻기로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것이다
나는 가족을 위해 내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자연스레 그녀는 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내가 이렇게 너를 사랑하는데 왜 너는 그 기대에 못 미치냐는 식으로 말이다
가끔 보면 한국의 젊은 엄마들도 사회적 성공을 자식에게 대신 바라는 경우가 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자기가 이루지 못한 것을 대리만족 시켜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딸 에바는 엄마에 비해 외모도 떨어지고 피아노 솜씨도 형편없다
완벽한 엄마의 기대에, 더구나 피아노를 포기하고 선택한 엄마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딸을 자꾸 자기 기대에 맞게 변형시키려는 엄마,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는 딸, 결국 소심한 딸은 정신병이 생기고 만다
그녀는 열 여덟 살 때 나이 많은 남자의 아이를 가짐으로써 안식처를 얻는다
엄마는 둘을 갈라 놓고 유산시켜 버린다
모녀간의 갈등은 정점에 달했고 엄마는 곧 잊어 버렸으나 딸은 평생을 상처로 안고 산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에바가 엄마를 원망하면서 했던 말이다
"알렉스는 어른이었어, 충분히 나를 책임질 수 있었다고"
나이 많은 남자와 18세의 어린 숙녀가 한 때의 불장난으로 끝날 거라는 게 일반적인 시선인데 비해, 당사자인 본인은, 오히려 남자가 나이가 많기 때문에 자신과 임신이라는 상황을 책임질 수 있다고 믿는다
관점의 차이가 재밌다
어쩌면 부모들의 생각과는 달리, 알렉스는 에바를 책임질 만큼 사회적으로 준비가 돼 있던 남자였는지도 모른다
자식의 행복을 위한다고 억지로 강행했던 일이 결국은 자식의 인생에 큰 상처를 남기고 평생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을 일으키는 걸 보면, 아무리 사랑이라는 이름이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절대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건 없지 않나 싶다
누구도 인생사를 100% 예측할 수 없고 더군다나 상대의 마음을, 비록 부모 자식간이 할지라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과연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설사 자신도 모른다 할지라도 어쨌든 최소한 자기가 직접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후회할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나는 기본적으로 부모에 대한 이런 식의 원망을 좋아하지 않는다
에바는 끊임없이 엄마를 비난한다
어린 시절 사회적 성공을 위해 자기를 버려뒀다는 것이다
자식을 고아원 같은데 버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혹은 기본적은 의식주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면, 또 혹은 폭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가 자식을 위해 헌신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모도 부모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다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을 권리가 있는 인간이다
왜 부모는 자식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가?
특히 여자는 여자이기 이전에 엄마라는 식의 사회적 표어 같은 발언이 정말 싫다
누구도 설사 자식이라 할지라도 나 자신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
또 그것은 절대적으로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자식을 위해 자기 인생을 희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받는 건 옳지 않다
희생한 부모가 칭송받는 것 까지는 좋으나, 희생하지 않았다고 비난받는 건 부당하다

영화를 보면서 재밌었던 건, 가족에 대한 각자의 바램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가 사회 생활에 지친 자신을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
샬롯도 공연으로 바쁜 자신을 가족이 위로해 주길 바란다
에바 역시 부모가 자신의 정서를 만족시켜 주길 바란다
대체적으로 한국 사회는 엄마가 가족의 희생자가 되어 구성원들의 요구 사항이나 정서적 만족감을 채워준다
그러나 여자들의 사회 생활이 늘어나면서 여자들 역시 집에서 가족들에게 위로받기를 원한다
70년대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바로 그런 상황이 연출된다
여전히 가부장제 구조를 가진 한국 사회에 살고 있어서인지 자꾸 샬롯이 성공지향적인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하여튼 결혼이란 배우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나의 일정부분을 내어주고 희생하는 것인데 과연 그런 마음의 준비를 얼마나 하고 결혼을 하는지 궁금하다
어제 잠깐 본 "웨딩" 이라는 드라마에서 류시원이 장나라에게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생각난 답은, 상대방을 위한 배려 내지는 어느 정도의 희생이나 헌신이라고 답하고 싶다

장애아의 등장은 샬롯을 힘들게 만든다
출산 후 곧 버려진 헬레나가 등장한다
이 가엾은 동생을, 언니 에바가 돌본다
의붓아버지 레오나르도와 헬레나의 관계는 명확히 서술되지 않아 다소 모호한 점이 있으나 하여튼 심상치 않게 보였다
엄마의 새 남편 레오나르도를, 사춘기의 헬레나가 사랑한다
키스까지 했다는데 자발적이었다는 점에서 성폭행 같은 개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목을 못 가누는 선천적 질병을 앓던 헬레나는 레오나르도가 떠난 후 정신적 충격으로 아예 하반신을 못 쓰게 된다
이 점은 영화에서 퍽 허술하게 그려진 것 같은데, 정신적 충격으로 사지 마비가 된다면 역시 정신 요법으로 회복될 길도 있지 않을까?
하여튼 에바는, 자신의 새 남자와 딸이 눈이 맞는 눈치니까 그 남자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엄마가 멀리 떠나 버렸다고 생각한다
애가 탄 레오나르도는 냉정하게 헬레나를 뿌리치고 샬롯에게 달려간다
그 날 밤 헬레나가 갑자기 전신 마비가 왔다는 것이다
어린 딸에게 질투를 느끼는 엄마라!
한국 사회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설정이 아닌가 싶다
뭐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영화 속의 샬롯은 사회적인 성공 만큼이나 성적으로도 매력적인 여자로 나온다
레오나르도의 장례를 치루고 딸 집에 쉬기 위해 내려오는데, 딸과 갈등 후 갑자기 떠날 때도 위로해 줄 남자를 동행하니까 말이다
성적으로 무력한 할머니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재력과 사회적 명성, 성공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부분이었다

노르웨이의 시골은 참 아름답다
저렇게 넓은 집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다운 쉬프트 족을 만드는지도 모른다
빡빡하게 들어선 아파트, 밀실 같은 이 좁은 공간에서 수백만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이러 처리고 저리 치이면서 사는 인생, 혹 아프기라도 한다면 금방 마음이 약해져 경쟁이 없는 사회로 도망가고 싶을 것 같다
샬롯과 에바가 돌아가면서 연주하는 쇼팽의 소나타 곡이 참 좋았다
영화 내내 은은하게 울리는 OST도 제목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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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1권 책 읽기 - 나를 발전시키는 첫 번째 습관
윤성화 지음 / 더난출판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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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이 실망스러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제목에 끌려 일부러 도서관에 신청까지 해서 읽은 책인데 그 부실함에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100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이 더 낫다는 내용의 책도 나오던데, 개인적으로 책을 내서 글쓰기 연습을 할 게 아니라면 솔직히 이런 수준의 책을 양산하는 것은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출판 공해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이 책에서는 일본책을 심하다 싶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인용했다
출처를 밝히기만 한다면 다른 책의 중심 아이템을 베끼는 게 용서되는 것일까?
포스트잇 활용이나 삼색 볼펜 학습법은 하나의 책 제목이 될 정도로 핵심적인 아이디어들인데 그걸 노골적으로 자기 책에 싣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싶다
제목을 그럴싸하게 짓기는 햇지만 책 내용은 너무 부실해 만원이라는 책값이 아깝다
일본 출판계를 따라가는지, 요즘 우리나라도 참 별 게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낯간지러운 주제들의 책이 많이 나온다
그렇지만 역시 선두주자는 따라가기 힘든 것인지, 차라리 일본식 자기계발서들이 적어도 독창성이나 성실성, 혹은 세밀함 면에서는 훨씬 나은 것 같다
하여튼 매우 실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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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양 2007-09-2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알라딘 관계자 분이 지은 책이더라구요. 서점에서 발견하고 반가워했다가 책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조용히 좌판에 내려 놓았답니다. 알라딘 관계자들에게 쬐금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뭐 못쓴건 못썼다고 해야 진정한 알라딘 사랑이 아니겠어요.^^

마늘빵 2007-09-22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핫. 저도 이거 신문에서 접했어요. 알라딘에 근무하는 젊은 남자분이 쓰신 책이라고. 음 저는 원체 자기계발/실용 류의 책들은 접어놓고 책구경하기 때문에 볼일은 없을듯.

모과양 2007-09-30 18:17   좋아요 0 | URL
저자이름을 보고 여자분이 쓰신줄 알았는데-_-a

록사마 2007-09-2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다른사람에겐 악서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양서가 될수 있지요...전 머 괜찮게 본거 같습니다 ㅎㅎ
 
[엑토] 포터블북스탠드(휴대용독서대) BST-50
엑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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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만큼 아주 유용하지는 않다
일단 불편한 점을 먼저 말하자면, 고정은 잘 되는데 너무 빡빡해서 책장 넘기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고정력이 너무 좋아 두꺼운 책도 지지하긴 하지만, 대신 거의 책이 찢어질 정도로 꽉 조인다
제대로 넘기려면 요령이 좀 필요하다
장점으로는 역시 핸드백에도 충분히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와,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강력한 고정력이다
도서관에서 책 읽을 때 가방에 넣어가서 편하게 쓰고 있긴 한데 지나치게 강한 고정력, 특히 가운데 핀 부분은 개선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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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9-2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신기한 제품들 정말 많아요. 이것도 들어가봤더니 엄청 작군요. 가방안에 부담없이 쏙입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이슬람사 시공 아크로 총서 4
프랜시스 로빈슨 외 지음, 손주영 외 옮김 / 시공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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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재밌게 읽었다
이슬람에 대한 지식이 워낙 부족해서인지, 쉽게 와 닿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특히 이슬람 세계에서는 유명한 시나 소설, 혹은 예술가들의 고유명사가 워낙 낯설어 그 부분이 나오면 한참이나 해맸다
그 쪽으로는 여행을 가 본 적이 없어 시각적으로 와 닿지가 않는 것 같다
기대를 많이 했던 라루스 총서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에서 출판된 책이다 보니 프랑스에서만 유명한 화가들이나 그림까지 세세하게 들어가다 보니 꽤나 지루했었다
하여튼 기본 지식이 없으면 독서하기가 영 어렵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 책을 읽었으니, 다른 이슬람 관련 서적을 더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수일씨가 쓴 "이슬람" 이라는 책과 크로노서 총서인 "이슬람" 을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특히 크로노서 총서 "이슬람"은 정통 칼라파 이후 시대, 그러니까 우마이야 왕조 시대부터는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감이 잡히질 않아 읽다가 포기해 버렸다 (매우 드문 경우다)
대신 무함마드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아이샤와 낙타 전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 반대로 이 책에서는 매우 짧게 언급하고 지나가, 아마 크로노서 총서를 미리 읽지 않았다면 뭔 얘긴가, 하고 모른 채 넘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이런 게 바로 독서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지식의 확대, 혹은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

이번에는 이슬람 역사 부분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었다
우마이야 왕조가 정통 칼리프 시대를 이어받아,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 도읍을 정한 뒤 8세기 중반까지 발전해 갔고, 그 뒤를 이어 압바스 왕조가 12세기까지 바그다드에 수도를 건설한 뒤 팽창해 갔다
세계사 시간에 아무 의미없이 외우던 바로 그 왕조들이 아닌가!!
무척 반갑게 조우했다
당시만 해도 중동 지역 역사는 자세히 배우지도 않고 시험에 잘 나오지도 않아 그냥 이름만 흘려듣고 지나갔었다
지금 학생들은 아예 세계사를 배우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13세기가 되면 구세계는 몽골의 세계가 된다
몽골하면 그저 쿠빌라이 칸 정도나 떠오를까, 그 외에는 가난한 유목민들과 황량한 사막 밖에는 생각이 안 난다
요즘 몽골의 어려운 처지 때문일 것이다
잠깐 중국을 지배했다가 고비 사막 너머로 쫓겨간 불행한 민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칭기즈 칸의 자손을 자처한 티무르 제국이 뒤를 이어 번성한다
중국에서는 명에 중원을 내주고 말았지만 중앙아시아와 중동, 러시아 등지로 세력을 확장한다
킵차크 칸국은 러시아에, 차카타이 칸국은 티무르 제국의 후예로 중앙아시아에, 일 칸국은 이란에 뿌리를 내린다
압바스 왕조가 바로 이 일 칸국에 망한 것이다
몽골이 쫓겨간 후에 생긴 왕조가 바로 사파비 왕조다
18세기가 되면서 영국 등 외세 세력에 무너지고 만다

나는 항상 아랍과 중동이 같은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중동에도 많이 민족들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아랍 민족은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인들인 것 같다
이란은 페르시아 민족이고 쓰는 언어도 페르시아 어다
오늘날의 아라비아 반도는 아랍인의 영향력 아래 있기는 했으나 베두윈 등의 유목민이 띄엄띄엄 부족제로 지배하는 사막이었다
그러니 20세기에 사우디 왕조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 같다
아프리카의 이슬람화도 놀랍다
사하라 사막 윗쪽은 거의 전부 이슬람 국가다
아랍어는 꾸란의 언어로, 이슬람 지역을 하나로 묶어 주는 역할을 한다
메카 순례로 마찬가지다 (핫지라고 부른다)
라마단 금식과 더불어 이슬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미라고 할까?
라마단 금식에 대한 설명은, 정수일씨의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자신을 절제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혹은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고 인내하는 기간을 갖는 것, 그러니까 최소한의 제약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약간 다른 비유일 수 있겠으나 금단의 사과처럼 말이다

여성의 지위와 관련된 부분은 이 책에서 유일하게 내가 반발하고 싶은 부분이었다
그 부분을 쓴 저자는, 애써 이슬람 여성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특히 히잡이나 차도르 문제 등을 어물쩡 하게 개인의 자유라는 식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기독교의 십자가 목걸이처럼 자신의 종교를 지킨다는 상징의 의미 등으로 축소시킨다
그렇지만 공공 장소에서 차도르를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 할 정도라면 이미 그것은 개인의 선택 문제를 넘어선 얘기다
차도르 문제 때문에 이슬람 전체 사회가 타문화권으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이슬람 학자들 역시 여성 인권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명예살인은 통용되는 분위기가 아닌가!
어떤 문제점을 지적할 때 마치 그것을 전체에 관한 얘기인 양 이상하게 뭉뚱그려 그래서 이슬람이 다 나쁘다는 것이냐는 식으로 자신을 공격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점은 분명히 지적되야 하고 겸허하게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하필 여성의 차도르가 서구에 대항하는 이슬람 문명 보호의 상징으로 대표되는지 모르겠다
여성은 사회의 약자이고 전 인구를 대표하지도 않으며 권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소수가 아닌가?
좀 더 많은 이슬람 인구를 대표할 수 있는 그런 상징을 투쟁의 무기로 내세우면 안 될까?
이슬람의 경우는 매우 극단적이지만, 우리 사회 역시 은연 중에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분위기가 있다
여성을 가정에서 보호한다는 논리는 한 술 더떠, 어머니로서의 역할만을 강요한다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대신, 여성 개인의 이기심 혹은 더 나아가 부도덕함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아이를 안 낳는다는 식으로) 으로 몰고 가는 은밀한 여론들을 보라!
실업률이 높은 알제리에서 특히 여성의 바깥 출입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는 마지막 부분의 설명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분위기기와도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이슬람 여성들이 정말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여 차도르를 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스페인과 이슬람의 관계는 꽤나 길었다
이슬람이 장악한 코르도바 같은 곳에서 그리스 철학이나 과학 등이 번역되어 9세기에서 11세기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최고의 스승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 때 번역서들이 르네상스 시대 때 유럽으로 흘러들어가 화려한 인문주의의 부활이 시작된다
스페인 하면 그저 유럽적인 이미지 밖에 안 떠오르는데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는 오랜 세월 동안 이슬람의 영향력 아래 있었고 덕분에 동남 아시아와 인도, 중동, 그리고 중국까지 연결되는 무역이 활성화 된다
실크로드가 바로 이슬람 세력권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유목민들이 대상을 약탈할 경우, 정부가 무역상들을 보호해 교역을 활성화 시켰다
그런데 당시에도 아프리카 노예 무역은 이슬람 상인들에 의해 활발했던 걸 보면 여전히 동아프리카 지역은 상당히 낙후됐던 것 같다

헌팅턴의 문명 충돌론은 왠지 문화적 성격차를 과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설명대로 무슬림 세계가 이슬람 정신 아래 통일된 연맹체를 만든 것도 아니고 모두 각자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이슬람이라는 큰 정체성 아래 서로 교류할 수는 있겠으나,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 각자 행동할 뿐이다
이란 이라크 전쟁이나 걸프전 등을 보라
뭉뚱그려서 이슬람 대 서구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은 본질을 왜곡시키고 일반인들의 증오만을 불러 일으키는 위험한 발상 같다
학자들의 분석은 가끔 탁월하다 싶으면서도 사변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종교가 여전히 이념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긴 하다
이미 서구 사회는 기독교라는 이데올로기를 벗어 던졌지 않는가?
미국이 신정국가라고 비아냥 거리기는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풍자일 뿐이다
성경에 손을 올리고 선서한다고 해서 미국을 이슬람 국가들과 같은 기독교 국가라고 한다면 한참 잘못된 등식일 것이다
그저 문화적인 경향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종교는 철저히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되야 한다고 믿는 나로서는, 이슬람 문화가 흥미로우면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면에서 공산주의 국가가 싫은 것처럼 말이다
서구에 대한 대항논리로 이슬람주의가 더욱 가열되고 있기는 하지만, 서구 사회가 기독교로부터 분리됐듯,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슬람 사회 역시 신정 분리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슬람에 관한 여러가지 흥미로운 지식들을 많이 얻었다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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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9-1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린님 리뷰에는 열정이 담겨져있어요. :)

marine 2007-09-1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이런 칭찬을 듣다니,,, 오늘 기분이 너무 좋네요^^

마늘빵 2007-09-18 16:22   좋아요 0 | URL
마린님 쓰신 다른 리뷰를 봐도 다 그래요. 그리고 어떤 주제에서 어떤 주제로 넘어가는지, 책을 보고 리뷰를 보면 알 수 있어요. 마린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고 있잖아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