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을 찾아서 2 이산의 책 41
마리우스 B. 잰슨 지음, 김우영.강인황.허형주.이정 옮김 / 이산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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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평가가 좋아 많이 기대했던 책이지만 워낙 두꺼워 망설였었다
언젠가 한 번은 읽어야 할 듯 해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염두에 뒀던 책인데, 막상 빌리려고 하니 1권은 분실된 것이다
대출중도 아닌데 누군가 훔쳐 갔는지 어쨌는지 하여튼 없다고 했다
아쉽지만 2권부터 읽기로 했다
사실 메이지유신 직전의 얘기가 더 흥미로운데 2권은 메이지 유신 성공 후부터 시작되서 1권이 더욱 궁금했다
도서관에서 연락을 준다고 했으니, 기다리는 수 밖에

처음에는 일본 정치 얘기가 많이 나와 쉽게 읽히지가 않았는데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금방 빠져들 수 있었다
일본의 근대를 파헤치는 저자의 분석력이 돋보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문장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책의 수준이나 완성도가 높아야 가독성이 붙는데, 이 책은 두께에 비하면 술술 잘 읽힌다
"총균쇠" 처럼 아주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런 리뷰를 쓰면 일본 추종자라고 거품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일본은 알면 알수록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메이지 유신 후 느닷없이 서구 열강 틈에 끼여들어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까지 벌인 그 저력이 놀랍다
완전히 패망한 후에도 한국전쟁을 기반으로 삼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걸 보면, 절대로 일본이라는 나라가 기회를 잘 잡아 선진국 대열에 낀 허술한 국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좀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결국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한 것은 여러 국제 정세도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겠지만 궁극적으로 지도자들의 훌륭한 리더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말하면, 조선이 패망한 것도 본질적으로는 정부 지도자들, 더 꼬집어 말하자면 민비나 흥선대원군, 고종 등이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페리 제독에 의해 조선이 더 먼저 개방됐다면 일본처럼 근대화에 성공했을 것이라는 가정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조선은 여전히 체질개선에 실패했을 것 같다
사회가 갖는 그 역동성과 엘리트 계층의 놀라운 지도력은 두고두고 귀감이 될 것 같다
안중근에 의해 살해당한 잔악한 노인네로만 알고 있었던 이토 히로부미의 능력도 다시 보게 됐다
끔찍한 총독 정치를 펼쳤던 데라우치 등을 비롯해 우리 역사에는 나쁘게만 그려진 일본 정치인들을 일본 역사책에서 보니 또 새롭다

안타까운 점은, 역시 일본의 그 군국주의 체제에 있다
서구 열강이 식민지 전쟁에 뛰어든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했다
그런데 독일이나 이탈리아, 일본처럼 후발국으로 식민지 쟁탈전에 늦게 참여한 국가들은 단숨에 달성하려는 욕심 때문에 죄다 파시스트 국가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일본은 천황제라는 특유의 문화 때문에 더더욱 서구와는 다른 독특한 전체주의 사회로 변모한다
마치 한국이 짧은 근대화로 계층간의 갈등이나 양극화, 피폐해진 농촌 문제 같은 내부 문제로 고민하듯, 일본 역시 단기간에 이룬 개혁 때문에 겉으로는 승승장구 했지만 속은 심하게 곪아 있었고 내부 모순을 해결하는 길은, 결국 침략 전쟁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대단한 나라라고 해도, 자유와 사상이 말살되고 통제되는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보자면, 한국은 유교적인 전통 때문에 개인이 억압받고 집단 문화에 좌우되는 것 같으면서도 일본 같은 전체주의적인 분위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그렇지만, 하여튼 일본처럼 천황 한 사람에게 자손 대대로 충성을 바치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런 문화는 아니 것 같다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런 점에서는 한국의 사회 분위기나 역사가 훨씬 자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런 일사분란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일본처럼 단숨에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조선 말기를 이끌던 지도층의 형편없는 시대인식과 잘못된 판단력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던 전후사정이 퍽 흥미로웠다
대체 만주사변은 왜 일어났는지 이번에 알게 됐다
그 관동군은 도대체 뭔지 아리송했었는데, 이제 좀 감이 잡힌다
박정희가 교사를 때려치우고 출세하기 위해 읍소의 편지를 보내서 입학했다던 그 만주사관학교 관동군 말이다
역사를 따지자면, 청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만주족의 발원지인 동북 3성 지역을 보존하겠다는 의도로, 한족의 이주를 금지하면서 중국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했던 데 원인이 있다
그러고 보니 만주는 무주공산이었다는 말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왠지 주인 없는 땅, 고구려의 옛 땅을 수복하자는 식의 내셔널리즘 주장이 통할 것만 같은 그런 이미지였다
하여튼 행정력의 공백이 생긴 가운데 청은 멸망하고 만주는 장쭤린 같은 군벌의 손에 넘어갔다
이 때 남만주를 조차하고 있던 일본군이 만주에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일본인 보호 등도 이유가 됐을 것이고, 국내 문제를 침략 전쟁으로 해결하려는 군국주의적인 분위기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관동군이란 북경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산해관의 동쪽을 지키는 군대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만리장성 이북, 즉 만주를 지키는 군대가 바로 관동군이었던 것이다
일본 정치가들과는 별개로 만주군은 단독으로 장쭤린을 암살하고 독립국까지 세운다
불쌍한 푸이가 바로 여기 섭정으로 임명된다
그 와중에 난징에 있던 장제스 정부와 부딪치게 되고, 공산당 때려 잡느라 일본을 칠 여력이 없었던 장제스는, 서안 납치 사건으로 어쩔 수 없이 국공합작을 하게 되면서 갑자기 전쟁은 일본과 중국의 전면전으로 바뀌게 된다
일본군이 난징을 정복했을 때 중국군이 민간인으로 변장해 마을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게릴라전으로 골치를 앓던 일본군은 그 유명한 난징대학살을 저지른다
저자도 안타까워 하는 바지만 일본이 아시아의 맹주 내지는 지도국이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전체주의적이고 군국주의적인 일사분란함, 잔인함, 폭력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놀라운 발전상에 감탄하면서도, 지도국이 되기에는 너무나도 협소한 국민정서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하여튼 일본은 만주와 국경을 마주하는 소련의 침략이 두려워, 소련과의 전면전도 염두에 둔다
히틀러의 독일과 동맹을 맺은 것도 소련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는데 어처구니 없이 히틀러는 독소 불가침 조약을 맺고 만다
일본이 소련과 대치 상태였는다는 점은 처음 안 사실이다
미국이 일본을 압박했던 점은, 중국에서 철수하라는 조건 때문이었다
일본으로서는 석유와 철강을 미국에 의존하는 판이니 미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점점 독안에 든 쥐 꼴을 만들어 갔을 것이다
일본이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태평양 전쟁을 벌였다기 보다는, 몰리는 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개시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국에서 빨리 군사를 뺐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워싱턴 회담의 논의 주제가 관동군 철수였다니, 흥미로운 사실이다
하여튼 일본이 교묘하게 2차 대전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 퍽 흥미롭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밖에는 몰랐는데 말이다

전반적으로 재밌고 깊이있는 책이다
1권의 메이지 유신 성공담도 읽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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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총 균 쇠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 제레드 다이아몬드
    from 2007-12-25 03:44 
    총 균 쇠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사상사 총 균 쇠 (Guns Germs & Steel) 은 '제 3의 침팬치' 라는 저서로 유명한 생물지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인류와 인종 그리고 각각의 문명권이 현재와 같이 유라시아 유럽 문명권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배경에 관하여 분석한 서적이다. 그는 유럽문명권...
 
 
사마천 2007-09-2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과 소련은 노몬한 전투라고 굉장히 큰 싸움을 치렀죠. 이때 소련의 탱크 위력에 놀라 일본이 더 이상 전진을 못했습니다.
만주국까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밀고 오는 일본에 대해 미국도 통제불가라고 판정했고 이 상태에서 석유 금수가 치명타를 날린 셈입니다. 당시 일본에 대해 미국은 10가지 이견중에 6-7 까지 양보할 수 있다고 했다 하던데(사카이야 다이치 책) 실제로는 협상이 결말을 못 얻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실제로 상당히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적이지만 인정해야 할..
거기에 비하면 조선의 지도층은 한심한 수준이었죠.
실제로 일본이라는 나라는 한국 보다 훨씬 국제 교류가 많았고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집니다.
님의 리뷰를 읽다보니 책이 꽤 잘 쓰여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되네요.
 
책과 말하다
박맹호 외 15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느낌표" 에 대한 찬반 양론
솔직히 저렇게까지 오버할 필요가 있나 싶다
고급 독자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반 독자들도 있는 거 아닌가?
거품 물고 책의 위대함을 설파할 것까지야 있을까?
오락 프로그램에서 책을 희화화 했다고, 또 바람직한 독서 운동이 아니라고 비판하는 게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렇다면 그만큼이라도 건설적인 독서 운동을 당신네들이 해 본적이 있었냔 말이지
특히 북섹션 기자가 느낌표를 오락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면서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하는 건 TV에 주도권을 뺏길까 봐 벌벌 떠는 신문쟁이의 좁은 소견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어차피 그 코너도 시청률에 따라 없어져 버렸지만 하여튼 그나마 베스트셀러 몇 권이라도 읽은 게 어딘가
물론 나는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거기서 추천하는 책은 나와 맞지 않아 읽은 적도 없지만, 스스로 책을 고를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즉 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으며 하나의 이슈가 된다는 것 만으로도 출판계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렇게 따지면 베스트셀러도 다양성을 해친다는 측면에서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파이를 키우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한기호씨 말처럼 여러 분야에서 각각 베스트셀러가 나온다면 그것이 독서 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해리 포터처럼 이슈화 되는 책이 있어야 나머지 환타지 문학도 같이 먹고 살 게 아닌가
만화나 게임만 좋아하던 아이들이 그 두꺼운 책을 붙잡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랬다
역시 결국은 대중의 기호를 맞추지 못하고 헛발질 하는 출판계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20대가 실용서 분야에 집중한다면, 30대 독자는 보다 고급적인 인문서적를 찾는다는 한 출판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독서 시장은 20~30대 독신 여성들이 이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녀들이 좋아하는 책이라는 게 고작 말랑말랑한 마쉬매로 따위 수준이라는 게 한심했었다
과연 출판계 생각처럼 20,30 대 독신 여성들은 추리소설이나 연애 소설 같은 가벼운 책만 볼까?
나 자신이 그 연령대에 속해 있기 때문인지 그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들으면 열이 받곤 했는데, 출판의 고급화를 이끄는 계층이 바로 30대라는 말에 약간의 위안을 얻었다
돈을 벌기 때문인지 책값이 좀 비싸도 일단 내용이 좋고 도판이 훌륭하면 기꺼이 사게 된다
중요한 건 내용이지 가격이 우선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게 보자면 인터넷 서점도 꼭 엄청난 할인율 때문에 이용하는 건 아니다
일례로 베스트셀러를 가장 많이 할인해 주는 인터파크를 나는 이용하지 않는다
내가 찾는 책은 인터파크에 없을 때가 많고 리뷰 같은 컨텐츠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대담에 참여한 예스24 전무 말처럼 지리적인 요건 때문에 온라인 서점을 이용한다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서울 사람처럼 쉽게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을 이용할 수 없다
그나마 시내에 나가면 지역 서점이 있긴 하지만, 동네 서점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책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베스트셀러류가 아닌, 인문과학 서적을 찾기 때문이다
동네 서점에 가면 읽을 만한 책이 없다
다양성 면에서 너무 떨어진다
더군다나 시내까지 나가려면 직장이 늦게 끝나 시간이 없다
그러니 인터넷 서점이 얼마나 유용하겠는가?
도서정가제는 그런 면에서 판단을 잘 못 내리겠다
도서정가제를 인터넷 서점이 시행한다 해도 (배송료를 빼 주는 정도의 할인을 하는 선에서) 나는 여전히 편하게 검색하고 서점까지 안 나가도 된다는 점에서 계속 이용할 것 같다
더군다나 대담에 참여한 이들이 지적한 바대로 인터넷 서점에는 나의 구매 기록이 착실하게 쌓여 있어 언제 무슨 책을 사서 읽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따로 정리를 안 해도 말이다
단지 가격 때문이 아니라 컨텐츠나 편리함 면에서 온라인 서점은 충분히 강점이 있다
또 숨어 있는 책들도 검색 한 번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마존에서 오히려 대중의 관심이 덜했던 책들이 많이 팔린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서점 순례의 매력은 분명히 있다
교보 문고나 영풍 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 가면, 가끔 나는 황홀한 기분이 들어 숨이 탁 막힐 때도 있다
직접 눈으로 책을 보고 고른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그렇지만 바로 사지는 않는다
물론 책값 문제가 분명히 있다
요즘은 배송비도 안 받으니 부담없이 주문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처럼 할인율이 큰 책은 더더욱 인터넷을 이용하게 될 것 같다
그렇긴 한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서점에서 선뜻 책을 못 고르는 건, 내가 책에 딸린 리뷰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일단 리뷰를 쭉 읽어본 후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 비로소 고르게 되고 그럴 때는 비교적 실수가 없다
그런데 막연히 제목만 보고 고르면 꼭 후회한다
확실히 할인율 때문에 온라인 서점이 잘 되가고 있긴 한데 가격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래서 예스24 전무도 퍽이나 억울하다는 듯 하소연을 많이 했다
진정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 똑같은 책값을 받더라도 어쨌든 나는, 인터넷 서점을 많이 이용할 것 같다

책값이 비싸다는 생각은 물론 나도 가끔 한다
대담에 참여한 출판인 말대로, 옛날에는 책값이 설렁탕이나 커피값에 비해 비싸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요즘은 매우 비싸다
아무리 가벼운 책도 만원 이상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북디자인도 좋아졌고 같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예쁜 장정도 많아졌다
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책값은 싸다고 믿는다
시사저널 같은 주간지는 한 권에 3천원이다
지하철 기다리면서 부담없이 살 수 있는 가격이라 종종 구입하곤 한다
책 한 권에 3천원이면 너무 싸다 싶다면, 5천원 내외는 어떨까?
책방에 가서 심심풀이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이 5천원 정도만 되도 살 것 같다
좀 더 양보해서 7천원 정도라면?
그렇게 따지자면 문고판이 많이 나와야 한다
아무리 책값이 비싸도 필요한 사람은 사기 마련이지만, 하여튼 대중들이 쉽게 책을 살 수 있도록 싼값의 문고판이나 페이퍼백도 좀 많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

한기호씨 책은, 워낙에 내가 책이나 출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여러 권 읽었더니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것 같다
출판 전문 출판사라는 전문성은 필요하겠으면서도 솔직히 동어반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출판연구소는 좀 더 새로운 쪽으로 관심 분야를 확대시켜야 할 것 같다
이 책 같은 경우도 재밌게 읽긴 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대담식 전개가 썩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한기호씨라는 사람도 좀 더 체계적인 연구와 주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읽은 책의 느낌으로 보자면, 책에다 울분을 쏟는다는 이상의 생각은 안 든다

영상매체가 오히려 책을 읽게끔 유도하는 자극제가 된다는 지적은 인상적이었다
오만과 편견, 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로써 사랑받는 것은 물론 고전 자체의 매력이 훌륭하겠지만, 여러번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도 클 것이다
반지의 제왕, 도 영화로 나왔기 때문에 원작에 관심갖는 이들이 많아졌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민음사 사장 말대로, 책의 영역은 한없이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상상력의 원천이 바로 책, 아닌가?
사람들의 지적 욕구는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분야가 개발될수록 그것에 관해 알고 싶은 독자들의 욕구는, 출판분야를 넓혀 줄 것이다
민음사 사장은, 출판사가 잘 되서 그런지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치고 나가는 시원한 맛이 있어 그 사람 인터뷰 읽을 때 기분이 좋았다
맨날 서점이 죽는다, 출판사 문 닫는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 정부가 지원을 안 해 준다, 이런 우는 소리만 듣다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죠, 출판업의 미래는 밝습니다, 대학도 못 시키는 대중교육을 우리가 시켜야죠, 이런 적극적인 자세는 참 마음에 든다

아직 절반 밖에 못 읽었지만 워낙에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분야라 흥미롭게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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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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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700페이지에 달하는 꽤 긴 책이었다
그렇지만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보통 며칠에 걸쳐 나눠 읽으면 책 읽는 재미나 집중도가 반감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흥미롭게 읽었다
퓰리쳐 상 수상작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그 상은 신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럴드 다이아먼드의 다른 책, "섹스의 진화" 를 먼저 읽었는데, 역시 작은 분량의 한계인지 총균쇠 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나중에 일본과 한국이 쌍둥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읽어보면, 앞에서 그가 일관되게 이야기한 민족 이동 같은 것도 개별적인 민족 입장에서 봤을 때 뜬구름 잡는 소리 같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얘기냐 하면,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수한 농경 문화를 가진 집단이 배를 타고 섬으로 건너가 수렵 채집민을 몰아내는 것이 인류 역사의 발전 방향이다
그 이론에 따르면 당연히 일본도 한반도에서 건너간 집단이 세운 나라일 것이다
이를테면 원주민이었던 수렵 채집민 조몬인을, 한반도에서 건너간 농경인 야요인이 쫓아내고 본토를 점령했다는 것이다
그 때 쫓겨난 조몬인이 바로 이누이족이라는 것이다
글쎄, 과연 이 이론에 동의할 일본인이 몇이나 될까?
그렇게 따지면 한국인도 결국은 북중국에서 남하한 중국인의 후손이 될 것이고, 한 발 앞서가 완전히 오버하고 있는 출판사 편집장의 주장처럼, 일본이 한국의 이민자 집단이 세운 나라라고 치면, 결국 한국도 과거 사대주의자들이 자랑스러워한 바대로 기자의 후예들 아니겠는가?
제럴드 다이어먼드가 거시적이 차원에서 인류 발전의 방향을 추적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것을 개별화시켜 직접적으로 한 두 민족을 거론하고 드니 어쩐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 혹은 지나친 단순화 같다는 느낌이 든다
거기다가 한국인의 후예가 일본을 세웠다는 식의 논리로까지 확장시키는 한국인이 나오다 보면, 앞에서 받은 감동이 확 반감되는 느낌이 든다

하여튼 그건 그거고, 전반적으로는 훌륭한 책이고 정말 재밌게 읽었다
메모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하다 보니 며칠이 걸렸다
나중에는 좀 질릴 정도로 같은 내용을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니 개념정립은 확실히 되는 느낌이다
무기, 문자, 중앙집권제, 종교, 기술, 병원균, 선박 등이 모두 잉여 식량 생산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재밌다
전문 기능자 집단 (군인과 왕, 관료들을 포함해서)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잉여 생산물이 나오자 비로소 국가를 이루고 제도를 만들고 문자를 제정해 급기야 정복전쟁까지 수행하게 됐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함께 일해서 똑같이 나눈다는 공산주의 발상은 애초부터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나 본성을 무시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론이 아니었나 싶다
사유재산제를 부정한다면 어느 인간이 열심히 일하겠냔 말이지
유럽 문화가 과학 기술을 발전을 유도했다는 것도 결국 따기고 보면 특허권을 보장해 주고 많은 이득을 얻게 해 주는, 경제적 욕망을 자극했다는 데 있지 않겠는가?

가축을 우습게 봤는데 알고 보니 이 놈들이 인간에게 단백질을 공급해 주는 대단한 놈들이었다
원래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생선이나 콩만 있으면 단백질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가축의 중요성은 책에서 새삼스럽게 배운 점이다
더군다가 소나 말이 등장하면서 쟁기질을 대신 시킬 수 있어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극대화 됐고, 특히 말이 전쟁에서 이용되면서 전쟁의 판도가 확 바뀌었다고 한다
돼지 역시 거의 모든 사회에서 단백질을 공급하는 훌륭한 식품으로 작용한다
반면 개는 식용으로 사용한 곳이 많이 않다
처음부터 번견 내지는 사냥견으로 길들여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야생동물을 가축화 시킨 초기 인류의 공헌은 정말 대단하다
식물의 작물화도 마찬가지다
요즘말로 하자면 대단한 발명가들이 아닐 수 없다

아메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를 신세계라고 하면 거품무는 사람들이 많은데 (원래부터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고! 이 제국주의자야!! 하면서) 저자에 따르면 실제로 배링 해협을 건너 혹은 태평양을 건너 신대륙으로 간 시기가 유라시아나 아프리카 보다 훨씬 늦었다고 한다
그러니 신대륙이라는 말도 틀리지 않다
유난히 그들의 발전이 늦은 까닭은 일단 땅 자체가 유라시아에 비해 협소하고 남북으로 길기 때문에 물자 교환이 어려웠다고 한다
새로운 작물이 발견되도 전해 줄 수가 없었다는 뜻
그래서 안데스 일대에서 가축화 시킨 라마는 결국 안데스 산맥을 넘지 못했고 멕시코에서 작물화 시킨 옥수수도 미국으로 퍼지지 못했다
반면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자라기 시작한 작물이나 가축은 동서축을 따라 쉽게 유라시아 대륙 전역으로 퍼질 수 있었다
같은 위도상에 있으면 기후나 낮의 길이도 비슷해 결국은 생물의 생육 조건이 비슷해지는 모양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남북으로 긴 아프리카도 손해를 많이 본 셈이다
더구나 사하라 사막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그 곳을 통과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남북 아메리카도 마찬가지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좁은 파나마 지협으로 겨우 붙어 있는 거라 이동하기가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황열병 같은 전염병 때문에 이 지역을 통과하는 것은 현대에도 어려워, 파나마 운하를 팔 때 많은 고생을 했지 않았는가

아프리카에 여러 인종이 모여 산다는 점은 새롭게 안 사실이다
부쉬맨으로 유명한 코이산족이나, 피그미족이 흑인과는 다른 인종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피부색이 검은 사람은 다 똑같은 인종인 줄 알았는데 각기 독립적인 인종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현재 인류는 여섯 종으로 나뉜다
백인(코카서스인), 아시아인, 흑인, 피그미족, 코이산족, 폴리네시아인으로 나뉜다
태평양 섬 일대에 퍼져 사는 이 원주민도 황인종으로 분류되지 않는 모양이다
코이산족은 코이족과 산족으로 나뉘는데 수렵 채집 생활을 유지하고 사는 부쉬맨이 산족에 속한다
아프리카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족이 바로 반투족인데 이들은 농경민이었다
서아프리카에서 출발해 남으로 동으로 밀고 내려올 때 코이산족은 농경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 즉 남아공 척박한 지역에 정착했다고 한다
북아프리카는 그 유명한 카르타고에서 알 수 있듯, 유럽과 밀접한 관계를 오래 전부터 맺어 왔고 특히 이집트인 같은 경우는, 백인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지중해성 기후라 유럽의 농작물과 가축을 키우기에 적합했다고 한다

메모를 하면서 열심히 읽었더니 상대적으로 감상문에 쓸 말이 적어지는 것 같다
마지막에 어떤 유명한 사람이 내용을 요약해서 리뷰 같은 걸 실었던데,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요약 보다는, 그 사람이 느낀 것, 자기 것으로 소화시킨 과정이 듣고 싶은데 말이다
그래서 서평이란 말 보다는 감상문이라는 개인적인 말이 더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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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총 균 쇠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 제레드 다이아몬드
    from 2007-12-25 03:39 
    총 균 쇠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사상사 총 균 쇠 (Guns Germs & Steel) 은 '제 3의 침팬치' 라는 저서로 유명한 생물지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인류와 인종 그리고 각각의 문명권이 현재와 같이 유라시아 유럽 문명권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배경에 관하여 분석한 서적이다. 그는 유럽문명권...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정치지리의 세계사 책과함께 아틀라스 1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김희균 옮김 / 책과함께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서점에서 발견한 후 바로 이 책이야, 했던 책이다
도판이 너무 훌륭해 2만원이라는 가격이 비싸게 안 느껴졌다
조르주 뒤비의 세계사 지도를 보는 기분이랄까?
확실히 프랑스 책들은 도판이 훌륭하다
조르주 뒤비의 세계사가 너무 방대한 양 때문에 쉽게 읽기 힘들었던 반면, 이 책은 현제 세계 정세에 국한시켜 한정된 범위라는 장점 때문에 편하게 읽었다
또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아프리카의 복잡한 정세는 역시 난해하고 쉽게 정리되지 않았지만 반복해서 자주 읽다 보면 익숙해질 거라 생각한다
사실 아프리카 내전 같은 건 워낙 관심이 없던 분야라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한 번에 쭉 읽어야 하는데 며칠에 걸쳐 띄엄띄엄 읽는 바람에 집중도가 좀 떨어지긴 했다
그렇지만 화려한 지도가 사람 마음을 혹하게 해서 책을 읽는 내내 흥분되기도 했다
프랑스인이 보는 미국 위주의 세계에 대한 불만 같은 것도 얼핏 보여 재밌었다
안타깝게도 아시아의 역사는 중동과 인도, 일본, 중국이 끝이었다
행여나 하고 봤는데 역시나 한국에 대한 얘기는 없더라
일본이 얼마나 엄청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 새삼 느꼈다
독도도 다케시마라고 표시되고, 동해도 일본해로 되어 있으니 알만 하지 뭐
세계 최저의 국민생산력과 기아에 허덕이면서도 핵무기는 만드는 이른바 "불량국가" 라 명명되는 북한 얘기는 많이도 나오더라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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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부의 삶 - 옛 편지를 통해 들여다보는 남자의 뜻, 남자의 인생
임유경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서점에 서서 잠깐 읽었던 책인데 흥미가 당겨 살까 말까 고민했었다
내가 읽은 부분은, 허균이 친구에게 책 빨리 돌려 달라고, 아무리 책도둑은 용서가 된다지만 1년이나 가지고 있는 건 너무하지 않냐고 항의하는 편지였다
시대의 반항아라고만 알고 있었던 허균이 그런 평범하기 짝이 없는 불평을 친구에게 편지로 썼다는 게 너무 재밌어 관심있게 읽었었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 못 사고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기대에는 못 미쳤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다 보니 솔직히 나중에는 지루했다
"궁핍한 날들의 벗" 이라는 이덕무 서간집에서도 본 바지만, 이덕무라는 사람은 꽤나 자존심이 세고 자기주장이 확고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꼬장꼬장한 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얼 출신이라는 한을 분출하지 못하고 독서로 풀었을 그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에 비하면 노론 명문대가에서 태어난 박지원은 얼마나 복있는 사람인지!
정약용 같은 바른 생활 선비와는 상당히 비교되는 인물이었을 것 같다
이덕무라는 사람, 매력적이긴 한데 실제 생활에서는 약간 불편했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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