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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700페이지에 달하는 꽤 긴 책이었다
그렇지만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보통 며칠에 걸쳐 나눠 읽으면 책 읽는 재미나 집중도가 반감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흥미롭게 읽었다
퓰리쳐 상 수상작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그 상은 신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럴드 다이아먼드의 다른 책, "섹스의 진화" 를 먼저 읽었는데, 역시 작은 분량의 한계인지 총균쇠 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나중에 일본과 한국이 쌍둥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읽어보면, 앞에서 그가 일관되게 이야기한 민족 이동 같은 것도 개별적인 민족 입장에서 봤을 때 뜬구름 잡는 소리 같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얘기냐 하면,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수한 농경 문화를 가진 집단이 배를 타고 섬으로 건너가 수렵 채집민을 몰아내는 것이 인류 역사의 발전 방향이다
그 이론에 따르면 당연히 일본도 한반도에서 건너간 집단이 세운 나라일 것이다
이를테면 원주민이었던 수렵 채집민 조몬인을, 한반도에서 건너간 농경인 야요인이 쫓아내고 본토를 점령했다는 것이다
그 때 쫓겨난 조몬인이 바로 이누이족이라는 것이다
글쎄, 과연 이 이론에 동의할 일본인이 몇이나 될까?
그렇게 따지면 한국인도 결국은 북중국에서 남하한 중국인의 후손이 될 것이고, 한 발 앞서가 완전히 오버하고 있는 출판사 편집장의 주장처럼, 일본이 한국의 이민자 집단이 세운 나라라고 치면, 결국 한국도 과거 사대주의자들이 자랑스러워한 바대로 기자의 후예들 아니겠는가?
제럴드 다이어먼드가 거시적이 차원에서 인류 발전의 방향을 추적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것을 개별화시켜 직접적으로 한 두 민족을 거론하고 드니 어쩐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 혹은 지나친 단순화 같다는 느낌이 든다
거기다가 한국인의 후예가 일본을 세웠다는 식의 논리로까지 확장시키는 한국인이 나오다 보면, 앞에서 받은 감동이 확 반감되는 느낌이 든다
하여튼 그건 그거고, 전반적으로는 훌륭한 책이고 정말 재밌게 읽었다
메모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하다 보니 며칠이 걸렸다
나중에는 좀 질릴 정도로 같은 내용을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니 개념정립은 확실히 되는 느낌이다
무기, 문자, 중앙집권제, 종교, 기술, 병원균, 선박 등이 모두 잉여 식량 생산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재밌다
전문 기능자 집단 (군인과 왕, 관료들을 포함해서)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잉여 생산물이 나오자 비로소 국가를 이루고 제도를 만들고 문자를 제정해 급기야 정복전쟁까지 수행하게 됐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함께 일해서 똑같이 나눈다는 공산주의 발상은 애초부터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나 본성을 무시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론이 아니었나 싶다
사유재산제를 부정한다면 어느 인간이 열심히 일하겠냔 말이지
유럽 문화가 과학 기술을 발전을 유도했다는 것도 결국 따기고 보면 특허권을 보장해 주고 많은 이득을 얻게 해 주는, 경제적 욕망을 자극했다는 데 있지 않겠는가?
가축을 우습게 봤는데 알고 보니 이 놈들이 인간에게 단백질을 공급해 주는 대단한 놈들이었다
원래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생선이나 콩만 있으면 단백질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가축의 중요성은 책에서 새삼스럽게 배운 점이다
더군다가 소나 말이 등장하면서 쟁기질을 대신 시킬 수 있어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극대화 됐고, 특히 말이 전쟁에서 이용되면서 전쟁의 판도가 확 바뀌었다고 한다
돼지 역시 거의 모든 사회에서 단백질을 공급하는 훌륭한 식품으로 작용한다
반면 개는 식용으로 사용한 곳이 많이 않다
처음부터 번견 내지는 사냥견으로 길들여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야생동물을 가축화 시킨 초기 인류의 공헌은 정말 대단하다
식물의 작물화도 마찬가지다
요즘말로 하자면 대단한 발명가들이 아닐 수 없다
아메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를 신세계라고 하면 거품무는 사람들이 많은데 (원래부터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고! 이 제국주의자야!! 하면서) 저자에 따르면 실제로 배링 해협을 건너 혹은 태평양을 건너 신대륙으로 간 시기가 유라시아나 아프리카 보다 훨씬 늦었다고 한다
그러니 신대륙이라는 말도 틀리지 않다
유난히 그들의 발전이 늦은 까닭은 일단 땅 자체가 유라시아에 비해 협소하고 남북으로 길기 때문에 물자 교환이 어려웠다고 한다
새로운 작물이 발견되도 전해 줄 수가 없었다는 뜻
그래서 안데스 일대에서 가축화 시킨 라마는 결국 안데스 산맥을 넘지 못했고 멕시코에서 작물화 시킨 옥수수도 미국으로 퍼지지 못했다
반면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자라기 시작한 작물이나 가축은 동서축을 따라 쉽게 유라시아 대륙 전역으로 퍼질 수 있었다
같은 위도상에 있으면 기후나 낮의 길이도 비슷해 결국은 생물의 생육 조건이 비슷해지는 모양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남북으로 긴 아프리카도 손해를 많이 본 셈이다
더구나 사하라 사막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그 곳을 통과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남북 아메리카도 마찬가지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좁은 파나마 지협으로 겨우 붙어 있는 거라 이동하기가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황열병 같은 전염병 때문에 이 지역을 통과하는 것은 현대에도 어려워, 파나마 운하를 팔 때 많은 고생을 했지 않았는가
아프리카에 여러 인종이 모여 산다는 점은 새롭게 안 사실이다
부쉬맨으로 유명한 코이산족이나, 피그미족이 흑인과는 다른 인종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피부색이 검은 사람은 다 똑같은 인종인 줄 알았는데 각기 독립적인 인종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현재 인류는 여섯 종으로 나뉜다
백인(코카서스인), 아시아인, 흑인, 피그미족, 코이산족, 폴리네시아인으로 나뉜다
태평양 섬 일대에 퍼져 사는 이 원주민도 황인종으로 분류되지 않는 모양이다
코이산족은 코이족과 산족으로 나뉘는데 수렵 채집 생활을 유지하고 사는 부쉬맨이 산족에 속한다
아프리카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족이 바로 반투족인데 이들은 농경민이었다
서아프리카에서 출발해 남으로 동으로 밀고 내려올 때 코이산족은 농경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 즉 남아공 척박한 지역에 정착했다고 한다
북아프리카는 그 유명한 카르타고에서 알 수 있듯, 유럽과 밀접한 관계를 오래 전부터 맺어 왔고 특히 이집트인 같은 경우는, 백인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지중해성 기후라 유럽의 농작물과 가축을 키우기에 적합했다고 한다
메모를 하면서 열심히 읽었더니 상대적으로 감상문에 쓸 말이 적어지는 것 같다
마지막에 어떤 유명한 사람이 내용을 요약해서 리뷰 같은 걸 실었던데,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요약 보다는, 그 사람이 느낀 것, 자기 것으로 소화시킨 과정이 듣고 싶은데 말이다
그래서 서평이란 말 보다는 감상문이라는 개인적인 말이 더 듣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