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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미술관 소도록
지엔씨미디어 편집부 지음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오르세 미술관전이 막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 서점에 아직 입고되기도 전에, 직접 영풍문고 가서 샀던 책이다
루브르 미술관전은 대도록만 사 놓고 결국은 못 보고 말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가리라 굳게 마음 먹고 책을 샀다
그런데, 막상 일상으로 돌아오니 생각만큼 쉽게 읽히지가 않았다
차라리 미술전을 본 후 읽었으면 한 번 본 그림들이라 호기심이 생겨 쉽게 책을 봤을텐데, 도록을 먼저 보려니 도판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잘 넘어가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전시회가 한 달 밖에 안 남았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어 책을 집어 들었다
지난 번 루브르 미술관전처럼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니 또 술술 넘어갔다
확실히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은, 평면적이고 직접적이고 강렬하다
특히 나처럼 강렬한 색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인상파 그림은 확 와닿을 수밖에 없다
나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그림도 무척 좋아하는데, 램브란트 풍의 어둡고 지적인 분위기의 자화상 보다는, 루벤스의 화려하고 과장된 듯한 바로크 화풍에 훨씬 더 끌린다
쓰디쓴 커피에 열광하고 강렬한 맛을 좋아하는 내 입맛과도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평면적이기 때문에 더욱 현대적으로 강하게 와 닿는 인상파 그림은, 신화나 성인들 같은 문학적인 소재 대신, 일상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주변을 그렸다는 점에서 매혹적이다
특히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은, 정말 눈을 확 끈다
르누아르가 그린 마네의 조카, 즉 베리스 모리조의 조카 줄리 마네의 초상화를 보면, 당시 인상파 화가들의 끈끈한 인연을 알 수 있다
또 팡탱 라투르가 그린 들라쿠르아에 대한 경의, 라는 그림을 보면 마네와 휘슬러 등 당시 유명한 화가들이 대거 등장한다
바지유의 아틀리에 그림에서도 모네와 르누아르, 졸라 등이 나온다
인상파 그림의 매력은, 이처럼 실제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밀레의 그림은, 상대적으로 너무 심심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밀레 때문에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고흐의 그림은, 그 강렬한 노란색 색채나, 혹은 완전히 평면적인, 그만큼 단순하고 강렬한 구도를 보면, 가슴이 막 뛴다
그림자를 없애고 평면적으로 그린 폴 세잔의 푸른 화병, 이라는 정물화도 인상적이다
그 유명한 사과 그림보다 훨씬 마음을 끈다
이번에 새롭게 안 제임스 티소라는 화가의 무도회, 라는 그림에 나오는 노란색 드레스 입은 여인의 모습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런 그림이 전시회장에 나오면 당장 사고 싶을 것 같다
팡탱 라투르라는 화가도 처음 알았는데, 그가 그린 처제 샤를로트 뒤부르의 초상화도 너무 아름답다
과장되지 않고 고즈넉한 어두운 배경 안에 앉아 있는 샤를로트는 독신 여교수였다는 이미지에 딱 어울린다
클로드 모네의 눈 내린 시골 풍경 그림도 너무 좋았다
확실히 화가들은, 단순히 대상을 똑같이 모사하는 능력 외에도 상상력과 관찰력이 풍부해야 한다
같은 사물을 다르게 보는 능력,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은 이미지를 창조해 낼 줄 아는 상상력, 손기술과 더불어 함께 갖춰야 할 지적 능력이 아닌가 싶다
다시금 느끼는 바지만 프랑스라는 나라의 문화적 저력은 놀랍다
파리 사람들이 느끼는 자부심이 얼마나 강할지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