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쇼핑 - 조선일보 이규현 기자의 사서 보는 그림 이야기
이규현 지음 / 공간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디자인의 승리라고 해야 할까?
기대했던 것 보다는 못 미쳤지만 책 자체가 예쁘게 디자인 되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감각있는 디자이너가 편집한 것 같다
특히 샛노란 페이지가 눈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미술 시장이 돌아가는 경제적 원리를 설명한다는 게 컨셉인 모양인데,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확실히 글을 쓸 때 글쓴의 전문성이라든지, 필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차라리 경매사나 화랑 주인 같은 전문 직업인이 같은 내용으로 글을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예전에는 기자들을 전문가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쓴 몇 권의 책을 읽으며서 그들 역시 좀 더 많이 아는 아마추어라는 느낌을 받게 됐다
경제 기자가 쓴 경제 관련 서적, 미술 기자가 쓴 미술 관련 책, 정치부 기자가 쓴 정치 서적 등등 기자들이 쓴 책을 읽고 만족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직접 그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과 옆에서 보는 사람과는 수준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주제 자체는 신선했다
서양 미술이 왜 그렇게 발전했는지 깨달은 기분이다
정말 모든 분야는 돈이 연관되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예술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식의 막연한 논리는, 예술 시장을 위축시키고 발전시킬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림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점이 다소 껄끄럽긴 했지만, 그런 경제적 마인드가 없었다면 오늘날 서양 미술의 엄청난 발전을 이끄는 힘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현대 미술도 그렇다
창의적의고 독특한 시도에 대해서 시장이 확실한 경제적 보상을 해 주기 떄문에 현대미술이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다 죽은 고흐 같은 불쌍한 예술가는 정말 매우 드문 케이스이고, 돈과 예술은 뗄 수 없는 매우 주요한 관계인 듯 하다
그러고 보면 경제와 연관되지 않은 분야가 어딨겠는가?
그래서 공산주의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의 욕망이 결국은 창작력의 원동력이 아니겠는가
욕망이 억압된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주식도 개미투자자들은 죄다 망하듯, 그림 투자 역시 작은 돈으로는 별 재미를 못 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경매는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경매 자체는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저자는 미술 경매가 복잡하고 어려운 게 아니니 재미삼아 구경해 보라고 권한다
기회가 되면 경매 시장에 한 번 가 보고 싶다
좋은 물건을 잡으려면 안목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100만원 선에서도 활발한 경매가 이루어진다고 하니, 정말 맘에 드는 작품을 만났을 때 한 번 시도해 봄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기본적으로 나는 진품을 소유한다는 것에 대해 특별한 의의를 안 두는 사람이기 때문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내 집에 걸어 놓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확실히 유럽의 유명 미술관들을 가 보면 진품이 주는 감동의 크기는 다르다
특히 고흐의 해바라기를 직접 봤을 때 붓끝의 터치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울컥 하기도 했다
이제는 명화가 되어 버린 유명 그림들은 미술관에서 보는 걸로 만족하고, 현대 작가들의 그림에 관심을 좀 가져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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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가 바람났다
송강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평범했다
뭐랄까, 진부하고 뻔한 얘기를 340페이지로 늘려났다고 해야 할까?
같은 얘기가 너무 많이 반복되서 나중에는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것 같았다
200쪽 내외로 줄였으면 훨씬 더 참신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랬다면 책값도 확 줄어들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글들을 엮은 책을 보면, 대체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문장력도 조악하고 내용도 진부하고 분석력 있는 글들을 별로 못 봤다
이 책 역시 게시판에서 봤으면 굉장히 재밌게 읽었을텐데, 한 권의 책으로 읽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실망하게 된다

 

나름대로 독특했던 점을 들자면, 바람피우는 것이 일종의 범죄 내지 엄청난 배신이란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남자들의 경우, 능력있는 남자가 바람 피운다거나, 아내와 애인에게 둘 다 잘하고 안 들키면, 가정만 잘 유지한다면 바람 피우는 건 일종의 환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이 책의 강력한 메세지가 더욱 튀는 것 같다
서문에서 밝힌 바대로 요즘은 남자들 뿐만 아니라 여자 역시 바람 피울 수 있는 확률이 늘었기 때문에 비단 남자들에게만 보내는 질타는 아니다
요는,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한 배우자를 배신한 행위에 대한 무서운 비난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구구절절 다 맞는 소리다
결혼이라는 건 남은 인생을 평생 함께 살겠다고 공적으로 약속하는 건데 그걸 깨 버린다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금전적 정신적 손실은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애까지 있다면 그 충격은 또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피우는 게 범죄라는 저자의 강력한 주장은, 100% 공감하기 힘들었다
외도가 배신 행위임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해서 정말 그것이 범죄일까?
그렇다면 저자는 아직도 간통죄의 존속을 주장하는 것일까?
저자는 매춘에 대해서도 외도와 똑같은 배신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한다
나 역시 매춘을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현실적으로 단 한 번의 매춘이 부부생활을 흔들만큼 엄청난 배신행위가 되는지는 아직도 모호하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도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인류 역사 시작 이래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지속되온 매춘 제도는 대체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저자는 또 성폭력 두 번 저지른 사람은 성기를 잘라 버려야 한다거나, 종신형에 처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데, 성폭력이 엄청난 범죄인 건 분명하지만 역시 이런 식의 처벌에는 100% 동의할 수가 없다

 

확실히 한국 사회는 매춘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다
술집 가서 여자랑 한 번 잤다고 해서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반대로 아내가 성을 사서 하룻밤을 지냈다면?
과연 돈 주고 한 번 한 거니까 넘어갈 수 있다고 말할 베짱 좋은 남편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저자의 말대로 남자는 외도나 매춘에 대해 큰 죄책감을 안 갖지만, 여자들의 경우 심리적 부담감이 훨씬 크고 가정이 깨질 각오까지 해야 한다
여전히 여자의 외도나 매춘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셈이다

 

저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드라마가 바로 "장밋빛 인생" 이다
남편이 바람 피워도 절대 헤어지면 안 되고 (누구 좋으라고??) 바람핀 여자 꼭 떼어 놓고 (여자가 떨어져야 완벽하게 헤어지니까) 외모가꾸고 자기 계발 하면서 남편 기다려라...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 방법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간통죄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이고, 부부가 살다가 안 맞으면 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기 때문에, 또 아직 내가 미혼이기 때문에 어떻게 옳은지는 솔직히 지금은 판단 보류하고 싶다
겪어 보지 않았으니 함부로 얘기할 수가 없다
물론 상대방에게 배신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위자료 확실하게 지급해야 하고 양육비도 내놔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아직 위자료나 양육비에 대해 제도정립이 철저하지 않은 편이고, 더구나 대부분의 평범한 남자들 수입은 안 봐도 뻔한 수준이니 저자의 걱정대로 과연 이혼해서 제대로 위자료 받을 수 있는 여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결국 우리나라도 서양처럼 이혼 한 번 하면 남자가 쪽박차는 그런 세상이 오려나?

 

자식이 있고 특히 전업 주부인 경우, 이혼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문득 전경린의 소설이 생각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인데, 남편의 외도에 분노하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사는 자신의 비루한 처지를 한탄하느라 삶의 에너지를 낭비해 버린 미흔이라는 여자가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남편의 배신 행위를 응징할 수 없는 여자들의 처지가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뜻밖에도 심리 치료를 권한다
사실 나 역시 정신과 치료가 어떤 경우에는 꼭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조언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일반적으로 정신과에 가는 것은 의지가 약하다거나 일종의 약점으로 작용하기 쉬운데, 남편의 외도는 생의 기반을 흔들만큼 중대한 외상이기 때문에 꼭 심리 치료를 받으라고 권한다
상당히 현실적인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몇 시간씩 사람들 붙들고 신세 한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

 

현실적인 충고들은 마음에 들었다
이혼을 안 해 주더라도 일단 준비는 철저하게 하고 보라든지,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면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응징을 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저자는 바람피다 들킨 남편을, 엄마 돈 훔치다 들킨 아이로 비유한다
아이가 부모 돈을 훔치다 들켰을 경우, 잘못해다고 비는 애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완강하게 부인하고, 오히려 자기를 의심한다고 화를 낸다
이 때 엄마가 아이를 압도해서 기를 팍 죽이며 다시는 못 하게 야단을 치면 그제서야 울면서 용서를 빈다
남편의 외도도 똑같다고 말한다
확실한 증거를 잡은 후 기선을 제압하고 당장 정리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야 남편이 두려움을 느끼고 주변정리를 한다는 얘기다
요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부부관계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고, 일단 만만하게 보이면 한없이 올라타려는 게 인간의 심리이니, 외도 문제도 이렇게 잡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확실히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빌고 사정한다고 해서 과연 남편이 돌아올까?
오히려 계속 바람피우면 난 끝장이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겨야 멈출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방법에 100% 찬성하는 건 아니다
살다보면 정말 아닌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고쳐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아줌마들에게 유효한 충고 같다

 

전체적으로 지루한 책이었다
동어반복이 너무 많아 그 말이 그 말 같은 분위기가 끝까지 갔다
다만 외도나 매춘이 배우자에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는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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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2-20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의 긴 댓글에 감사~~^^

에른스트 2009-05-1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글의 저자일수록 성매매를 줄기차게 비난하면서 책의 인세로 호스트바갈수도 있지요.
 
도로시다이어리(DOROTHY DIARY)
7321
평점 :
절판


에쁜 다이어리인데 리뷰가 하나도 없어서 몇 글자 적습니다
원래 다이어리를 안 쓰는 체질인데 기록할 때마다 메모지에 끄적거리는 게 좀 그래서 오랜만에 구입을 했습니다
워낙 예쁜 다이어리가 많아서 뭘 사야 하나 오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제가 원하는 다이어리는 많지 않더군요
일단 저는 일일메모 쓰는 칸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이어리가 두꺼워지기 때문에 종류가 많지 않았습니다
또 위클리 란도 좀 넓직해서 쓰기 편해야 하는데, 데일리가 많으면 위클리는 거의 없다시피 하더군요
몇 가지 중에 고민하다가 판매 1위인 도로시 다이어리를 선택했습니다

이 다이어리의 장점은
1. 일단 예쁩니다
요즘 대부분의 다이어리가 다 예쁘지만 특히 질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멋이 있어 마음에 듭니다
그렇지만 표지가 하드보드지가 아니라서 오래 쓰면 닳을 것 같아요
비닐 커버를 주긴 했지만...
일일메모란이 365일 전부 있기 때문에 544페이지라는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지만, 종이가 얇아 많이 두꺼워 보이지는 않네요
들고 다니기 좋습니다

2. 월별 계획 세우는 Monthly 옆에 그 달의 할 일을 적은 란이 따로 할당되어 있습니다
요즘 다이어리들은 달력 옆에 메모란을 따로 만드는 추세이긴 합니다
이 란이 따로 있으니까 그 달에 읽은 책이라든지, 본 영화 같은 걸 쭉 쓰니까 좋더군요
그 달에 할 일 써 놔도 되구요

3. 영수증 모으는 종이 봉투가 딸려 있습니다
영수증이나 영화 티켓 모으면 둘 데가 없어서 결국 쓰레기통으로 가는데 다이어리에 종이봉투가 붙어 있어 영수증 모을 때 편할 것 같아요

4. 1년 계획 세울 수 있는 큰 계획표가 딸려 옵니다
책상에 붙여 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5. 먼슬리가 끝나면 바로 그 달의 위클리와 금전 출납부가 이어집니다
이 구조가 좀 특이하네요
먼슬리, 위클리 따로 있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단점도 많습니다
원래 완벽한 다이어리는 없는 법이지만요

1. 프리노트가 너무 적습니다
그나마 한 쪽면은 삽화라서 자유롭게 기록할 공간이 너무 적네요
삽화 빼 버리고 프리노트 좀 늘렸으면 좋겠어요

2, 데일리 부분에 쓸데없는 글씨가 너무 많아요
그냥 편하게 본인이 기록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적어 봤자 한 페이지 밖에 안 되는데 말이죠
데일리란에 적을 게 많은 분은 구김스 365 다이어리 쓰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이것 때문에 구김스와 고민 많이 했더근요

3. 위클리란이 너무 부족해요
위클리를 늘리면 결국 페이지가 한정없이 늘어나겠지만 하여튼 위클리란도 한 주에 두 페이지로 할당해 주면 좋겠습니다

4. 마이 컬쳐 부분도 쓸데없는 글씨가 너무 많아요
개인이 알아서 활용하도록 그냥 빈 공간으로 좀 놔 뒀으면 좋겠어요

전체적으로 다이어리는 예쁘고 짜임새 있습니다
98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페이지 수도 많고 크기도 핸드백에 들어갈 수 있어서 좋네요
판매 1위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데일리란에 365페이지 있다는 거니까, 데일리 많이 쓰고 싶은 분이 사시면 유용하게 쓸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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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1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좋아하시는 분을 주변에서 보았어요. 실물은 보지 못했는데 이름부터도 예쁘네요^^

marine 2006-12-15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사실 편하기로 하면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값도 싸고...^^
마노아님, 인터넷 싸이트에서 이게 판매 1위더군요 배송비도 안 받더라구요
 
괴물 (DTS-ES 3disc)
봉준호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대체 이 영화가 왜 1000만명을 동원했을까
"왕의 남자" 대박난 것도 약간 이상했는데, 그래도 그 영화는 그런대로 재밌게 본 편이다
"괴물"은 정말...
음모론의 승리라고 할까?
만약 미군이 한강을 오염시켰다는 설정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엄청난 관객들을 동원할 수 있었을지 매우 의문이다
어쩐지 시류에 편승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국민의 1/5이 봤다는 게 영 믿기지가 않는다

 

괴물 시뮬레이션은 너무 유치해서 웃음이 나왔다
무섭기는 커녕 컴퓨터 합성 티가 너무 나서 "쥬라기 공원" 기대하고 왔던 나에게는 실망 그 자체였다
전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의 맛은 변희봉 가족의 말장난에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변희봉의 연기는, 중년 배우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렇게도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었을까, 싶었으니까
봉준호 감독이 기존의 영화에서 기용했던 배우들을 죄다 불러 모은 기분이 든다
배두나, 고수희, 변희봉은 "플란다즈의 개" 에서 나왔던 배우들이고, 송강호, 박해일은 "살인의 추억"에서 봤던 배우들이다
감독도 선호하는 배우 스타일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양궁 선수로 나온 배두나는 귀엽고 깜찍하긴 했는데, 화살로 괴물 맞춘다는 설정에 웃음이 나왔다
무슨 만화 영화 보는 것도 아니고...
변희봉 외에 돋보였던 배우로는 박해일을 들겠다
껄렁껄렁한 양아치 스타일에도 참 잘 어울린다
김상경처럼 말이다

 

스토리도 짜임새가 너무 엉성하고 CG 효과도 별 볼 일 없고, 천만명 동원이라는 수식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화였다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설정은, 괴물에게 형이 죽은 고아 소년을 송강호가 거둔다는 점이었다
딸 현수를 구하기 위해 아버지까지 희생시킨 송강호가, 그 딸이 죽고 난 후 함께 괴물에게 잡혀있던 고아 소년을 입양해서 키운다는 마지막 결말이 참 따뜻했다
크게 보면 이런 게 바로 사랑의 실천, 혹은 인류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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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6-12-1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리가 엉성했다는 것에 동감, CG 효과 별 볼 일 없다는 것에 동감, 천만명 동원이 어울리지 않았는 것에 대한 동감, 그럼에도 저도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았습니다. 주위 상황이 ...... 누가 자꾸 보러 가자고 하는데, 그리고 당시 다른 영화 볼 것도 없고, 대부분의 상영관을 점유하고...... 이것이 천만명을 넘게된 이유가 아닐까요.

marine 2006-12-1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대부분이 그럴 것 같아요

푸른숨결 2006-12-1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한 게 왕의 남자나 괴물이나 시사회 때는 엄청난 호평인데 천만 관객 넘고나니 사람들이 심술이 났는지 나쁜 평이 계속 올라온다는 거 -_-... 1300만이 왜 불가능합니까. 타이타닉은 미국에서 6억 달러 벌었는데 티켓값 계산해보면 1억명이 봤습니다. 미국 국민의 1/3 이상이 봤습니다. 타이타닉이나 괴물이나 재관람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푸른숨결 2006-12-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0만 넘은 영화들 다 팬들이 영화가 좋아서 재관람한 영홥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스토리 엉성하고 별 볼 일 없는 영화에게 칸에서 기립 박수를 칠까요? 또 괴물 상영할 때 괴물 외엔 좋은 평 받은 영화가 거의 전무합니다. 스크린 독점해봤자 반이었는데 왜 선택을 못합니까?

marine 2006-12-1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브란실님 그래서 평가란 다양한 게 아니겠습니까?? 다양성의 차이라고 생각해 주시죠^^

비로그인 2006-12-1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수가 본다 해서 꼭 좋은 영화는 아니죠. 전 괴물이나 왕의 남자나, 그저 그랬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돈주고 안봤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표값이 아까웠겠죠. 괴물은 일관성이 없었고 왕의 남자에서는, 이준기같은, 여자같이 생긴 사람보다는, 여자같이 연기하는 사람을 뽑아야 했어요.

DJ뽀스 2006-12-1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저도 두 영화다 공짜로 봤네요. 왕의남자는 초대권, 괴물은 TTL무료시사회. 공짜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두 번다 매너꽝인 주변사람들때문에 열 있는대로 받고 영화에 몰입도 못해서 감흥도 없었다는...
2편다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라는 건 인정합니다만, 천만이란 숫자는 마케팅과 상영관 독점의 힘이 크죠. (전 봉감독 팬입니다. ㅋㅋ)

marine 2006-12-1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J뽀스님, 봉준호 감독 좋아하시면 "플란다즈의 개" 보셨어요? 굉장히 독특하더라구요
Jude님, 저도 둘 다 그저 그랬답니다 제가 살짝 마이너 취향이긴 하지만...^^

마노아 2006-12-1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 다 공짜로 보긴 했는데, 왕의 남자는 엄마 모시고 가서 한 번 더 보았어요. 일년에 극장에서 영화 한 두 편 정도밖에 못 보시는 엄만데, 재밌다고 하시더라구요. 전 살짝 걱정했는데 말예요.
괴물은 학생들하고 한 번 더 볼까 해요. 요번에 출시되었으니까.. ^^

marine 2006-12-14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정말 효녀시다~~ 부러워요 저도 부모님이랑 영화 보러 가고 싶네요^^

perky 2006-12-1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의 남자. 저한텐 정말 대단한 영화였어요. 한동안 그 감동이 가시지 않더군요.
근데, 전 '태극기 휘날리며' 보다 짜증나서 죽는줄 알았다죠. 유치찬란에 신파조..
역시 취향의 다양성 문제인것 같아요.

marine 2006-12-15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우차우님, 저랑 좀 다르시네요 전 "태극기 휘날리며" 보면서 엄청 울었거든요 웃기는 부분도 있었지만... 꾸역꾸역 짐을 꾸려서 목적지도 없는 피난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초라한 행색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어요

거친아이 2006-12-15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왕의 남자보다는 그래도 괴물이 낫더라구요.
그래도 전 괴물 재미나게 봤는데 ^^

marine 2006-12-1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dvd로 봐서 덜 재밌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를 많이 했던 것에 비하면 실망이 크다
제목이 독특해서 독창적인 내용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 책은 서평집이다
독서 일기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겠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가 내면의 고백이 많은데 비해,이 책은 순수하게 서평집이다
그런데 왜 제목을 자극적으로 붙였을까?
독특하긴 하지만 독창적이지는 않다
그저 그런 서평집은 물론 아니다
깊이도 있고 분석력도 역시 탁월한 편이다
시사적인 내용이 많아서 그런지 전부 동의할 수는 없었다

 

1. 민노당에 대한 평가는 나로서는 아직 판단 보류하는 바이다
진보정당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과연 훌륭한 대안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2. 일본의 사소설에 대한 분석은 새로웠다
가라타니 고진의 "윤리21" 에서 처음 접한 용어였는데 장정일의 해석을 통해 감이 좀 잡히는 기분이다
원래 소설이란 기본적으로 작가의 내면적 고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소설이 일본 특유의 현상인지는 여전히 좀 갸우뚱 하다
제국주의적 팽창을 할 때도 사회비판적 소설 보다는, 개인의 심리적 갈등에만 초점을 맞춘 소설을 써 낸 전통이 바로 사소설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여튼 정확한 개념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재밌는 건 사소설에 대립되는 한국의 민족주의적 소설 경향을 두고, 장정일이 이광수를 변호했다는 점이다
나 역시 이광수가 친일파로 돌아선 배경을, 민족 자강의 방법으로 여겼다는 점에 동의하는 바다
개인의 심경을 자전적으로 쓰는 일본 사소설에 비해, 나라를 구하겠다는 열망이 컸던 한국 근대 소설가들은, 너무 나가다 보면 일본의 식민 통치를 근대화의 원동력으로 이용하자는 잘못된 논리를 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말 일본 소설의 대부분은 사소설일까?
국가와 사회에 대한 소설가의 교훈적 메세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개인의 심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 일본 사소설에 매우 끌리는 바다
그렇다고 해서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 등의 가벼운 소설이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왠 말장난이 이리도 심한가 싶은 게 내 소감이었다

3. 다치바나 다카시에 대한 인신공격은 좀 심했다 싶다
다치바나가 문학에 비해 과학적 교양을 강조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이 문학의 효용성, 혹은 가치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과학 교양에 대한 환기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좀 거친 주장을 편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현대인들의 과학적 상식 수준은, 과학 문명 없이는 살 수 없는 현실에 비하면 너무나 협소하지 않는가?
기계의 작동법이나 원리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과학적인 사고 방식이나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기초 과학에 대한 개념 정도는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도쿄대생만 바보가 된 게 아니라,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과학에 너무 무지한 게 현실이다
문학에 비해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다치바나에게, 그의 동창생이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대한 질투심 아니냐는 말은, 인신공격이라고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아무래도 장정일은 문학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다치바나의 다소 과격한 주장에 거슬렸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다치바나의 주장을 완전히 배격한 것은 아니다

4. 민족주의의 배격은 나와 생각이 거의 비슷했다
나 역시 민족주의를 위험하게 생각하는 쪽이기 때문에 장정일의 비판은 일견 시원한 면이 있다
유대인들의 시오니즘이 결국은 민족주의와 같은 맥락이라는 부분을 읽으니, 이스라엘의 팽창주의 정책이 왜 위험한지 새삼 느껴지는 바다
유럽에서는 유대인이 배척을 받는다고 하는데, 한국은 미국의 영향인지, 아니면 기독교의 희한한 논리 때문인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복이 성경이 예언한 바라는) 굉장히 우호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히 유대인 교육법, 유대인의 민족적 우수성, 유대인 상술 등 유대인이 들어간 단어는 대체적으로 좋은 쪽으로 작용한다
유대인에 대한 한국인의 일반적인 정서가 얼마나 허구인지는, 진보적 논객들에 의해 널리 알려진 바지만, 하여튼 시오니즘이 민족주의, 팽창주의라는 것을 알면 유대인에 대한 시각도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한 가지 의문스러웠던 점은, 임지현의 "대중독재" 에 대한 비판이었다
"나치 시대의 일상사" 에 대한 독후감을 보면, 독일 민중이 나치를 원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즉 독일 대중들이 전체주의적 성향이 있었기 때문에 나치가 집권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대중독재" 의 독후감에서는, 박정희 독재를 받아들인 한국 대중들의 전체주의적 성향에 대한 임지현의 지적을 반대한다
내가 보기엔 두 책이 똑같은 논리인데 왜 독일 대중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한국 대중에 대해서는 반대하는지 약간 의문스럽다
한국인들이 박정희 독재를 받아들였던 것은 임지현의 지적처럼 전체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독재에 저항할 수 없을 만큼 무력으로 강하게 억눌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정일은 대중독재를 개발독재와 같은 맥락으로 본다
내가 보기엔 두 개념이 상당히 틀리다
민중의 파시즘적 성향을 지적한 단어와, 경제 발전을 위해 정치적으로는 억압된 상태를 뜻하는 단어가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한 쪽은 공범자를 가리키고, 한 쪽은 희생자를 뜻하는데 말이다

5. 현 미국 정부를 장정일은 과두정 체제라고 규정했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현하고 있다고 하지만 로마 제국에 비해 이념적 보편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국이 되지 못하고 과두정에 불과하다는 "제국의 몰락" 이라는 책을 옹호하면서 말이다
미국에 대한 평가는, 나에게는 유보된 사항이다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을만큼 중요한 문제고, 또 너무 복잡해 내 지식으로는 판단하기 힘들다는 게 현재의 내 생각이다
부시 정권이 호전적이고 보수적인 건 사실이지만 과연 유럽 지식인들의 말처럼 미국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또 세계화 내지 신자유주의가 지식인들의 말처럼 정말 100% 나쁘기만 한 건지도 아직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자꾸 드는 생각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말을 위한 말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시사성 있는 책들을 위주로 깊이 있는 서평을 써 낸 이 책에 절반 정도 만족했다
기존의 독서 일기에 비하면 여흥은 훨씬 적었지만, 생각해 볼 꺼리를 던져 준 점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신성 동맹과 함께 살기" 를 읽을 때도 느낀 바지만, 문학가들의 시사적 발언은 왠지 신뢰성이 떨어진다
주장에 대한 근거를 앞세우기 보다는, 당위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역시 자기 전문 분야에서 글을 쓸 때 가장 돋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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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06-12-1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위를 강조하는, 문학가들의 시사적 발언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님의 통찰에 공감해요. 그렇다고 그들이 시사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면 더 신뢰가 가지 않을 것 같아요. '당위'를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문학가들의 운명이자 한계인지도...

marine 2006-12-1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문학가의 시사적 발언, 필요하죠 다만 책을 쓸 때는 좀 더 공부를 많이 하고 써야 한다는 얘기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