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산책 - 성(城)에 살던 중세인들의 꿈과 일상
만프레트 라이츠 지음, 이현정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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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는 차에서 열심히 읽은 책이다
그림도 많고 글씨도 큼직큼직 해서 읽기가 편했던 책이기도 하다
주로 성에 관한 얘기가 많았다
중세 시대는 성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시대였던 모양이다
중세는 언제나 전설 속의 기사와 공주가 있는, 그런 낭만적인 시대다
영주와 하인이 있고, 투구를 쓴 기사가 성을 뺏기 위해 말을 타고 달려 간다
우리에게 알려진 대부분의 서양 동화들은 거의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것 같다
헨젤과 그레텔에서도 가난한 부모는 먹을 게 없어서 아이들을 숲 속에 버렸고 그 아이들은 과자로 만든 집을 찾아낸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을 버릴 수 밖에 없을 만큼 가난했던 시대가 바로 중세였고, 또 과자로 만든 집이라는 환상이 퍼졌던 시대도 바로 중세라고 한다

 

중세라고 하면 흔히 게르만의 대이동 때문에 로마 제국이 멸망한 5세기부터 르네상스가 일어나기 직전인 15세기까지 천 년을 가리킨다
기독교와 봉건 제도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교회가 세상을 지배하고, 통일된 강력한 왕국 대신 계약으로 맺어진 수많은 영주와 기사들, 그리고 농노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중세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서양은 武를 숭상했던 것 같다
얼핏 보기에 기사는 조선 시대 선비와 비슷한 계층이었던 듯 하다
기사들은 조선 양반 못지 않게 자부심이 강하고 체면을 중요시 했다
얼어 죽어도 곁불은 쬐지 않는다는 양반들처럼, 기사들 역시 굶어 죽더라도 옷은 화려하게 차려 입으려고 애썼고 마상경기에서 패하면 그것은 곧 사회적인 죽음을 의미했다고 한다

 

중세 시대 생활을 성을 중심으로 재밌게 서술한 책이다
낭만이 있었던 시대로 기억하지만, 들여다 보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종교가 일상을 지배했던 암울한 시절이었던 것도 분명하다
중세산책이라는 제목처럼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중세 여행을 떠나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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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04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많아서 책값이 센가봐요. 아까 클릭했을 때는 별 넷이었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 별 셋이군요. 이 책 흥미롭겠어요.

marine 2006-12-04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천연색 그림들이 거의 장마다 있거든요

다크아이즈 2006-12-0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마린님 덕분에 좋은 책 읽게 생겼네요. 비싸도 전 이런 책이 좋아요.

marine 2006-12-04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볍게 읽어 볼 만 합니다 말 그래도 산책하는 기분으로...^^
 
에필로그 - 칼 세이건이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칼 세이건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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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과학자, 칼 세이건의 마지막 저서인 "에필로그" 를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이 다소 지루하고 어려웠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책보다 훨씬 쉽고 가벼운, 그야말로 에필로그다운 수필류였기 때문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서문에 실린 아내 애니의 글은 칼 세이건의 가족사를 엿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안타깝게도 그는 골수이형성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겨우 예순 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웃도는 요즘 세상에, 62세는 정말 너무 아까운 나이가 아닐 수 없다
골수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하루에 72알씩 먹는 고통의 나날들 중에도 삶이 주는 환희와 기쁨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용기를 가지고 남은 날들을 불사른 그의 의지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죽기 직전 일시적인 호전이 있었는지, 유언 같은 한 편의 글을 썼고, 그 글이 책의 마지막에 "에필로그" 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얼마 후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 글에서 나는 고통 속에서도 생의 아름다운 면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 그의 긍정성을 발견했다
다섯 살짜리 어린 아들을 두고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러나 어디에도 자신의 불행을 한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위대한 과학자는 역시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것 같다
죽음 앞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신을 찾지 않은 점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많은 종교인들에게도 감사의 글을 잊지 않았다

 

환경 오염과 핵무기에 대한 세이건의 걱정은 나에게 새롭게 와닿았다
핵무기나 국방비 증가에 대해서는 나 역시 매우 걱정하는 입장이지만, 환경 오염 쪽은 사실 큰 관심이 없었다
나로서는 뭐랄까, 환경주의자들이 지나치게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고 지키기 어려운 것들을 주장하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순수하게 환경을 걱정해서라기 보다는, 권력을 얻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서 환경 문제를 들먹인다는 느낌이 강한 편이었다
이를테면 전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소는 다 폐기해야 한다느니 하는 식으로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 때문에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느긋한 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세이건의 글을 읽으면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중요한 것은 환경 보호를 외치는 것 보다, 개도국이 빨리 경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개발원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빈곤의 종말" 에서도 반복된 주장이다
정말 환경 문제를 걱정한다면, 그것도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걱정이 된다면 가난한 나라들이 빨리 경제 성장을 해서 환경 문제에까지 신경쓸 여력이 생기도록 도와야 한다
인구 증가 문제도 그렇다
선진국들은 애를 안 낳아서 문제지만, 반대로 후진국은 여전히 높은 인구 성장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높은 인구 증가율은 반드시 가난과 연결되어 있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높이고, 경제 성장을 이룩해야만 후진국의 인구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세이건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다

 

우주에 대한 인식을 넓힌 점도 새로운 소득이었다
가끔 우주개발에 쏟아붓는 천문학적인 돈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지적하는 글을 보게 된다
그런데 세이건은 해년마다 증가하는 국방비의 작은 부분이라도 우주개발 쪽에 투자를 했더라면 벌써 화성 쯤은 유인 우주선을 보냈을 것이라고 한탄한다
(그러고 보면 국방비를 줄여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다
사회 복지나 기초 학문 지원 같은 일 등등 말이다)
그가 쓴 "콘택트"에서도 느낀 바지만, 우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꼭 미래의 이득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인간의 지적 능력의 한계를 넓히는,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찾는 또 하나의 위대한 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에 인구가 너무 많아 다른 행성으로 옮겨 가기 위해 우주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적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우주를 연구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이익이 없더라도 우리를 둘러 싼 세계를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우주 개발은 커다란 의미를 주는 건 아닐까?

 

세이건의 말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우주를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해하지 않는다고 해도, 즉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여전히 절대자의 위대함은 손상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종교인들은 그들의 교리에 맞춰 우주를 변형시킨다
비록 세이건은 신을 믿지 않지만, 그의 말대로 과학이 찾아낸 사실, 혹은 진리를 인정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위대함이 손상되는 건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이 모든 우주를 주관하시는 분이니, 오히려 그 분이 설계한 세상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좋은 일 아닐까?
왜 과학자들이 밝혀내는 학문적 진리가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야 하는지 모르겠다

 

세이건은 글을 참 잘 쓴다
도킨스와 더불어 많은 팬을 거느린 훌륭한 과학 저술가다
이런 저술가들이 많이 나와서, 대중들에게 과학이 밝혀내는 세상의 신비를 보다 널리 알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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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용용 죽겠지 앗,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이 21
마틴 올리버 지음, 이은숙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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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앗, 시리즈는 얇은 두께에 비해 내용이 풍부한 편이라 좋아한다
클래식에 관한 책도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 공룡 이야기도 만족스럽다
4천원 정도 하는 책에서 이 정도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꽤나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공룡에 관한 이야기는, 어린이 책을 제외하고는 찾기가 힘들어 나에게는 유용했다
그렇지만 100% 만족한 건 아니다
역시 얇은 책의 한계라고 할까?
뒷쪽에 나온 고생물학자 이야기는 가쉽거리처럼 가볍게 처리해 불만스럽다
독자 타겟을 중학생 정도로 잡아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깊이는 얇은 편이다
공룡에 관한 책들이 성인용으로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특히 공룡의 멸망 원인과, 정온설에 관한 점은 아직도 논란거리인데 의외로 그것에 대한 제대로 된 책을 못 봤다
왜 우리나라 공룡책들은 죄다 어린이용인지, 의문스럽다

 

재밌는 사실 한 가지
스티븐 스필버그가 쥬라기 공원을 찍으면서 공룡협회에 기부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룡협회에서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스?들 이름의 첫자를 모아서 새로운 공룡 이름을 만들어 줬다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닌가?

 

공룡은 2억 4500만년 전 트라이아스기에 처음 출현해 쥐라기 때 전성기를 맞았고 백악기가 끝날 무렵인 6500만년 전에 멸종했다
약 1억 8천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셈이니, 가히 최고의 생물이 아닐 수 없다
트라이아스기에는 작은 몸집의 조룡이 출현했다가 점점 몸집이 커져 가면서 쥐라기에 유명한 브론키오사우르스나 알로사우르스 같은 거대 공룡이 나타났다
백악기에 나타난 공룡으로는 그 유명한 티라노사우르스와 이구아노돈 등이 있다

 

공룡은 크게 용반류와 조반류로 나눈다
골반을 기준으로 나눈 것인데 파충류의 골반을 가진 용반류는 다시 육식동물인 수각류, 초식동물인 용각류로 나뉜다
수각류로는 티라노사우르스 등이 있고 용각류로는 거대한 브론키오사우르스 등이 있다
새의 골반을 가진 조반류를 여섯 가지로 분류되는데 대략 이구아노돈이나 스테고사우르스 등등이 해당된다
스테고사우르스의 등에 달린 골판들은 상대에게 위협의 역할도 했지만, 몸의 열을 냉각시키는 라디에이터 역할도 했다고 한다
또 오리모양 주둥이와 볏을 가진 오리부룡류는 볏을 통해 서로 신호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거대한 몸집의 브론키오사우르스는 흔히 그림책에서 물 속에서 사는 걸로 그려지는데 실제로 이 거대한 생물체가 물에 들어가면 몸집 때문에 폐가 짜부러진다고 한다
육지에서 살다가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때 몸을 피하기 위해 잠시 늪 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티라노사우르스가 실제로 다른 공룡을 잡아먹고 살았는지 아니면 죽은 공룡을 해치우는 청소부였는지도 논란거리다
당연히 무서운 살육자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논란거리가 있는 모양이다
공룡에서 시조새를 거쳐 새로 진화됐다는 것도 아직까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지난 번에 본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는 아예 공룡에서 새로 진화되는 중간 단계의 공룡을 그려냈던데 정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공룡의 멸망 역시 그렇다
지금은 거의 소행성 충돌설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가설 중 일부라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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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 (2disc) : 디지팩
유하 감독, 남궁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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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많아요)

조인성이 조폭으로 나온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영화
"마들렌" 과 "클래식" 등에서 연기 잘 하는 꽃미남으로 각인된 조인성의 연기 변신이 무척 궁금했다
이렇게 잘 생긴 조폭도 있던가?
장동건도 "친구" 에서 비열한 깡패로 변신에 성공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 조그마한 얼굴에 큰 키가 완전히 모델인데 과연 진짜 깡패 역을 잘할 수 있을지 궁금했었다

 

재밌었던 건 영화에서도 "요즘 건달은 저렇게 생긴 놈들이 해야 한다" 는 대사였다
역시 감독도 깡패 하기엔 너무 귀공자처럼 잘 생긴 마스크를 의식했던 것일까?
그 대사 듣고 엄청 웃었다
생각해 보면 비트의 정우성은 주먹은 잘 쓰지만 진짜 건달은 아니었고, "우리형" 의 원빈도 그저 귀엽기만 하지 조인성처럼 비열하게 나오는 진짜 깡패는 아니었던 것 같다
코믹하기 짝이 없는 두사부일체의 정준호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도 제일 깡패 같던 꽃미남 배우는 장동건이었던 것 같은데, 조인성도 장동건처럼 확실하게 연기 변신에 성공한 것 같다
그 조그만 머리, 그 큰 키, 쭉쭉뻗은 팔다리, 험악한 전라도 사투리 입에 달고 욕을 내뱉지만, 그래도 너무 멋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역시 생긴 것도 타고 나는 것인지...

 

마지막 반전은 정말 충격이었다
병두가 망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친구에게, 또 밑의 부하에게 당할 줄은 몰랐다
사실 난 그 종수라는 부하를 인상깊게 봤기 때문에 배신하는 역인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만약 병두가 친구 민호를 먼저 쳤다면?
아니면 종수가 민호를 건드리지 않고 주의주는 선에서 끝났다면?
병두가 이야기 하는 선에서 끝났다면 민호 역시 형사에게 고발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종수가 따로 끌고가 흙 속에 묻는 시늉까지 했으니 생명의 위협을 느낀 민호로써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병두가 울면서 털어 놓은 이야기를 영화 소재로 삼은 민호의 행위는 이해하기 힘들다
영화 소재로 안 썼다 할지라도 진심으로 털어 놓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옮긴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비밀은 지키기 어려운 것일까?
그렇게 마음이 약한 병두는 결국 스스로 화를 자초한 꼴이 되버렸다
그러고 보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거물이 된 회장 같은 사람은 아마도 권모술수의 대가이고 그 세계에서 가장 노련한 사람일 것이다

 

"달콤한 인생" 의 김영철처럼 천호진 역시 냉정한 보스 역을 잘 소화해 낸다
그런데 나는 그런 생각도 해 본다
천호진이 병두에게 박검사 살해를 넌지시 의뢰할 때, 죽을 때까지 같이 갈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역시 평생 동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눈엣가시처럼 보이던 현직 검사를 목숨 걸고 해치워 준 병두를 정말 믿어 봤더라면 어땠을까?
왜 천호진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던진 병두를 사소한 실수를 가지고 버린 것일까?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면, 누구 한 사람이라도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면 그 사람 역시 뒤통수가 두렵지 않을까?
아니면 천호진은 목숨을 나눌만한 동지가 따로 있었던 걸까?
결국 병두는 천호진에게 있어 그저 귀찮은 인물 처리해 주는 해결사에 불과했던 것일까?

 

"약속" 에 나왔던 공상두와 엄기탁 같은 의리 내지는 우정은 정말 드문 일일까?
건달 하면 의리고, 두목을 위해 대신 사형을 당하는 엄기탁 같은 사람이 바로 의리의 사나이, 건달이 아닌가?
병두와 종수의 관계, 또는 회장과 병두의 관계가 "약속" 의 공상두, 엄기탁의 관계가 되기엔 쌓은 세월이 부족했던 것일까?

 

약간 뜬금없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다 보면 끝이 없게 된다
그러니 아예 서로 믿어버리면 어떨까?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서로에게 손해가 되는 게임이니, 처음부터 진심으로 대해 버리는 거다
갑자기 죄수의 딜레마가 생각난다
그래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나왔나 보다

 

영화 속에 나온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카메라를 대면 저마다의 서글픈 사연이 있을 것이다
회장에게 카메라를 대면, 그 자리에 오를 때까지 겪어야 했던 무수한 배신들과 치열한 자리싸움이 떠오를 것이고, 또 그 사이에 겪었을 고통과 서러움과 비참함, 그리고 죄책감과 분노 등이 아우러졌을 것이다
어쩌면 영화 속 캐릭터 중 산전수전을 가장 많이 겪었을 인물이기도 하다
어쨌든 살아 남았으니까 말이다
병두가 깨부수던 철거민들에게 카메라를 대면, 역시나 깡패들에게 살 터전을 뺏기고 쫓겨가는 기막힌 사연이 줄줄이 나올 것이다
병두에게 죽은 노상철은 또 어떤가?
하필이면 곱게 키운 여동생 시집보내는 날 예식장의 화장실에서 칼을 맞고 죽었으니 사실은 영화에서 가장 비참한 죽음을 맞았는지도 모른다
그 여동생이 오빠 시신을 보면 얼마나 기가 막히고 서러울까?
병두를 2인자로 그렸지만, 그 밑에 제대로 된 이름도 없이 얼굴 들이미는 부하들은 어떤가?
그들 역시 건달 세계에 발을 디딘 가장 밑바닥 인생으로써 애환이 말도 못할 것이다
끽 소리 못하고 살해당한 박검사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검사가 어느날 갑자기 실종됐으니, 그 가족들의 비통함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일상이 지루하고 뻔한 것 같지만, 카메라를 비춰 보면 구구절절 사연이 많은 나름대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병두가 민호에게 건달 생활의 애환을 말하자, 민호가 이렇게 말한다
편한 인생이 어딨냐, 나도 감독 되겠다고 3년째 죽치고 있다...
병두의 삶이 죽음을 늘 옆게 끼고 산다는 점에서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민호의 말처럼 하나하나 들춰 보면 남루하고 서럽지 않은 삶이 없는 것 같다
우리 모두 구차하고, 남에게 배신을 당하고 또 괴로워 하면서 배신을 때리고...
그래서 넋두리는 늘어 놓으면 한이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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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상식 사전 - 영문과 교수도 몰래 보는 영어 상식 시리즈 1
구경서 지음 / 길벗이지톡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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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00페이지 남짓 되는 가벼운 분량의 영어 이야기
궁금해 하는 영어 표현들을 모았다
특별히 새로울 건 없고 그냥 아, 그렇구나 생각하면서 읽으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 제목의 잘못된 번역이었다
번역씩이나 하는 사람들이면 제대로 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이상하게 해 놨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영화 대사들은 제대로 된 건가 의심스러워진다
대표적인 게 바로 죽은 시인의 사회
원 제목은 "Dead poest society"
어렸을 때 영화를 보면서 대체 죽은 시인의 사회가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갔었는데 society는 사회보다는, 모임이라고 번역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니까 죽은 시인들의 모임, 이렇게 번역하면 아, 이게 시 좋아하는 애들 모인 거구나 이해가 된다

 

7년만의 외출도 마찬가지다
영어 제목은 "7 year itch"
itch는 가렵다는 뜻인데 성적 욕망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한다
결혼 생활 7년째 되는 남자가 윗층에 이사온 매릴린 먼로에게 욕정을 느낀다는 표현이니, 7년만에 찾아 온 욕구, 대충 이런 뜻이 된다
이 제목 역시 대체 왜 7년만에 외출을 하는 건지 의아했었다
나쁜 녀석들도 마찬가지
"Bad boys" 가 원 제목인데, 왜 경찰을 나쁜 녀석이라고 하는지 이상했는데 bad가 나쁘다는 뜻 말고 great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대단한 녀석들, 이런 식의 번역이 되야 맞다
갑자기 영화 대사 잘못 번역된 거 모아 놓은 책 나오면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미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처구니 없는 번역이 되기 일쑤다
결국 우리가 번역물을 보고 느끼는 감동은 어쩔 수 없이 제한된다는 얘기

 

말 그대로 상식 사전이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부시 대통령 부자의 이름이 모두 거부였던 외할아버지 이름에서 따온 거라는 것도 새롭게 알았고,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라는 게 사실은 연금술사들이 갖고 싶어 했던 돌, 세상 모든 것을 금으로 바꾸는 돌이라는 것도 새로 안 사실이다
하긴 제목은 "philosopher's stone" 인데 철학자의 돌이나 현자의 돌이 아니라 왜 마법사의 돌인지 이상했었다
미국에서는 좀 더 알기 쉽게 하려고 "sorcerer's stone" 이라고 했단다
아마도 이 미국 제목에서 마법사의 돌이라는 번역물이 나온 것 같다
갑자기 원서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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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1-1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는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