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수정
홍상수 감독, 이은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오, 수정!!

기대하고 본 영화였는데 어렵다

그리고 별루 재미없다ㅋㅋ

평판이 좋아서 기대를 했는데 "질투는 나의 힘"과 비슷한 느낌

작가주의 영화를 이해한다는 건 평범한 관객에게는 어려운 일인듯...

리얼한 섹스 장면, 환상을 모두 배제하고 현실에서 보여주는 추잡한 섹스 장면 그대로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시선이 내게는 너무 불편했다

차라리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처럼 남자, 여자 모두 자연스럽게 섹스하는 게 보기 편하다

섹스에 대해 전혀 즐거워 하지 않는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를 (그런 척만 하는 걸수도 있지만) 어르고 달래서 조금만 참으라고, 아프지 않게 하겠다고 구슬리는 남자의 모양새가 영 껄끄러웠다

능숙하게 해 치우는 게 훨씬 더 보기 편하다

사랑할 때 반드시 섹스가 필요한 걸까?

문성근은 정말 연기를 잘 한다

특히 위악적인 소시민 역에 딱이다

자연스런 연기에 있어서는 가히 최고라 할 만 하다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도무지 모르겠다

처음 만나서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남자와 여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것까지는 알겠는데 두 사람의 진짜 마음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이은주는 남자와 동거하는 것처럼 보이고, 문성근과 섹스 이야기를 서스럼 없이 한다

그런데 정보석과 섹스할 때 처녀임을 상징하는 피를 흘린다

깜찍하게도 생리 기간에 맞춰 그와의 첫 섹스를 한 걸까, 아니면 더 영악스럽게 남자와 동거는 하지만 삽입을 하지 않고 패팅만을 즐기면서 처녀막을 끝까지 유지해 온 걸까?

그런 걸 보면 처녀인가 아닌가, 더 정확히 섹스 경험이 있냐 없냐는 도대체가 의미가 없는 일 같다

난 이럴 때마다 박진영이 한 말이 생각난다

어떤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처음인 여자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가 페미니스트라서, 말하자면 개방적이고 고리타분한 놈이 아니라서 처녀라든지 순결 같은 낡은 관습을 싫어하는 줄 알았더니만, 그 이유가 걸작이었다

섹스 경험이 없는 여자를 어르고 달래서 거기까지 가게 되는 과정이 너무 길고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시원스런 답변인지!!

처녀인가 아닌가를 중시하는 남자들은 아마도 정복했다는 쾌감(?)을 느끼기 위해 그 길고 지루한 시간을 참아 내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전후반 상황으로 보면 순진한 정보석은 영악스런 이은주에게 깜빡 넘어가 자신과의 섹스에서 그녀가 흘린 피를 보고 기쁨에 들떠 행복해 한다

하긴 이은주가 그렇게도 완강히 섹스를 거부했는데 만약 그녀가 경험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앞뒤가 안 맞는 건 정보석 역시 영화 한 장면에서 다른 여자와 스킨쉽을 한다

난 솔직히 그 장면 보면서 순진해 보이는 정보석 역시 돈 많은 바람둥이에 불과하고 이은주를 데리고 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는 거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

그녀와 섹스할 때 정보석이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불러서 둘이 싸우고 헤어진 것 까지는 논리가 들어맞는데 결국 둘은 섹스에 성공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아름다운 사이가 되는 걸로 결론이 난다

뭐가 진실일까?

사랑과 섹스는 별개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렇지 않다면 도처에 널려 있는 술집과 모텔들은 존재의 의미가 없겠지

창녀라는 말도 생기지 않았을테고

섹스는 오락이 아닐까?

play 말이다

sexless 커플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플라토닉 러브 역시 가능하며, 돈을 주고 성적 파트너를 사는 것도 그래야만 설명할 수 있다

원조교제가 왜 성행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되겠지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박찬옥 감독이 "질투는 나의 힘"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깨달은 기분이다

아직도 영화의 주제가 뭔지 잘 모르겠다

문성근의 역할은 또 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문의 영광 - 할인행사
정흥순 감독, 정준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드디어 "가문의 영광"을 다 봤다

그런대로 재밌는 코믹 영화인데 역시 결말을 이끌어 내는 방식은 그저 그런 조폭 코메디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나름대로 웃으면서 재밌게 봤는데 마지막 결혼식 장면의 억지스런 전투 장면은 어찌나 실망스럽던지...

그래도 "황산벌" 보다는 많이 웃었다

사투리 구사는 유동근이 젤 어색하고 (김정은은 말 할 것도 없고) 성지루가 그나마 낫더라

전라도 사투리 제대로 구사하면 정말 웃기고 재밌는데 배우들의 서울 말투는 늘 고정적이다

김정은은 예쁘지는 않은데 깜찍한 구석이 있다

눈이 커서 땡그란 게 호기심 많고 겁많은 순진한 애 같다

실제로는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말이다

정준호도 느끼하지 않은 괜찮은 연기를 보여 줬다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고 일부러 두 주인공을 갇히게 하는 장면에서는 대한민국 조폭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조폭만능주의(?)를 보는 기분

특히 갇히 엘리베이터 안에다 위에서 뱀을 집어 넣는 게 가능한 일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엄마 없이 자란 여동생에게 좋은 남자를 소개시켜 주기 위해 세 오빠가 꾸민 일임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뭉클한 형재애가 느껴져 가슴이 따듯해졌다

"제 이름은 '대서씨'입니다"라는 카드와 함께 강아지를 선물하는 장면도 신선했다

김정은이 유동근에게 압박 붕대 감아 주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어찌나 못 감던지 기가 막힘

특히 다 감고 나서 반창고로 붙이는 게 아니라 붕대 감아질 때 쓰는 클립으로 고정시키는 건 정말 어이없었음

상식적으로 어떻게 그 클립으로 고정시킬 생각을 했을까?

코미디 영화니까 그런다고 넘어가지만 진짜 연구 안 하고 영화 찍는 것 같다

나름대로 재밌는 영화다

보시면 많이 웃으실 거예요

단 영화 완성도는 많이 떨어짐

(제가 사랑에 마지 않는 유동근 아저씨, 전 아저씨가 최고의 배우라 생각하는데 이제 괜찮은 영화에 출연하시면 안 될까요? 좀 더 수준을 올려 주시길 팬으로써 간절히 바랍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05-01-2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는 이런류의 코믹영화를 참 좋아한답니다. 성지루 압권이지요?? 이영화를 보고난뒤부터 성지루에게 관심을~
 
미술관 옆 동물원 - [할인행사]
이정향 감독, 심은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어제 "미술관 옆 동물원"을 봤다

매니아들이 꽤 있던데 역시 재밌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실망스러웠는데 이건 아주 재밌었다

심은하가 많이 부각되던데 난 오히려 이성재 연기가 더 좋았다

안성기는 역할이 너무 미미해 잘 모르겠고 송선미는 지나치리만큼 연기를 못한다

찍은 게 오래 되서 아마 데뷔 초였나 보다

드라마 속에서 방긋방긋 웃으면서 대사 안 할 때가 훨씬 낫다

대본을 읽고 있더구만

웃겨, 진짜

예쁘게 생긴 애가 털털하니까 나름대로 귀엽더라

심은하처럼 이쁜 애가 털털해야 귀여운 맛이라도 있지 못생긴 애가 털털하면 아마 얼굴값 한다고 할 꺼다

재밌었던 대사 하나

주인집 아주머니가 심은하더러 그 남자랑 결혼할 사이냐고 물었다

심은하 왈 " 그 남자 눈이 얼마나 높은데요"

그러자 아주머니, 그럴 줄 알았다면서 "그럼 그렇지, 이상하더라고"

그러자 심은하 한 마디로 아줌마에게 펀치 날린다

"그러니 전 또 얼마나 높겠어요?"

하하, 이런 게 바로 위트이고 유머 아니겠어?

심은하와 이성재가 둘이 쓴 시나리오는 공모전에 떨어질 게 분명하다

영화에서 아무리 예쁘게 그려내도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남녀가 알콩달콩 싸워 가면서 며칠 간 동거하는 내용이 재밌었다

영화에서 제일 돋보이는 장면, 심은하가 짝사랑 하는 안성기를 만나러 갈 때 (사실은 일 때문) 정신없이 새 옷이랑 새 구두, 새 가방, 안 신던 양말까지 새 걸로 챙겨 신고 나가느라 허둥지둥 하는 심은하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짝사랑 하면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상대는 자기를 알아 주지도 않는데 별 것도 아닌 일에 괜히 혼자 오버하게 마련이다

영화 속의 춘희는 참 따뜻한 심성을 가진 여자다

비 오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겨우 빗소리 하나 가지고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일 것 같다

그런데 둘이 사귄 후 잘 됐을까?

너무 순진하고 착한 춘희에게 철수는 약간 부담스러운 존재다

그녀가 철수로 인해 섹스에 눈 뜨게 될까, 아니면 섹스만 밝히는 철수에게 상처받고 남자에게 마음을 꽁꽁 닫게 되지는 않을까?

둘이 결혼을 하면 몰라도 연애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커플이다

2탄이 나온다면 분명히 춘희는 철수에게 그렇게 말할거다

"넌 섹스 밖에 모르니? 섹스가 사랑의 전부니"

그럼 철수는 그러겠지

"사랑하니까 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넌 너무 어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 장동건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영화 홍보 장면이 멋있어서 꼭 보고 싶었다

6.25  때 피난민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구름처럼 역에 모여드는 장면이었는데 그 인파가 어찌나 장엄한지,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까 생각만큼 스케일이 큰 건 아니었다

뭐, 어차피 드라마가 가장 중요한 거니까

시작 부분부터 울기 시작해서 한참을 울었다

한 번 눈물샘이 터지니까 주체하기 힘들 정도

이렇게 펑펑 운 건 "가을의 전설" 이후 오랫만

그 때는 고등학교 때라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었고, 남편의 동생을 사랑하는 여자가 괴로워 하다 결국은 자살하고 마는 그 안타까운 심정이 그대로 감정이입 되서 소리내서 울 정도였다

사실 이번에는 좀 창피하기도 했다

남들 다 우는 그런 장면도 아닌데 주책스럽게 눈물이 솟으니까 화장 얼룩질까 봐 걱정됐다

나이를 먹긴 먹은 모양...

장동건이 동생 원빈을 공부시키기 위해 구두를 닦고 다니면서도 밝게 웃는 모습부터가 슬펐다

자기는 먹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 해 봤을 아이스크림을, 동생이 오자 척 하니 사 주면서 이 시렵다고 안 먹는 장면에서 그만 눈물이 나왔다

옛날 어머니들이 아들을 위해 허리가 끊어져라 일하는 모습은 워낙 많이 봐 왔고, 으례껏 부모는 자식에게 희생하는 존재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있어서인지, 무심히 넘어가는데 형이 동생을 위해 자기 인생을 거는 모습은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동생은 형의 꿈이자 미래였다

그런 동생이 군대에 끌려가게 되자 형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원을 하고, 다시 그 동생을 제대시키기 위한 훈장을 받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모든 전투에 앞장선다

 "가을의 전설"에서도 브래드 피트 형제가 막내를 지키기 위해 함께 전장터로 뛰어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한국적인 정서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아들에게 거는 무한한 기대는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흔히 있어 왔다

아들은 어머니와 큰 누나, 혹은 여동생의 희망이고 전부라고 해도 좋을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같은 남자인 형이 동생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버리는 설정은 흔하지 않아서인지 더욱 가슴이 뭉클했다

6.25가 터지기 직전의 평화로운 서울 풍경이 전쟁의 끔찍함과 대비되어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얼마 안 있으면 난리가 날텐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채, 장미빛 미래를 위해 허리가 끊어져라 일하고 있다

전쟁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피난짐을 쌀 때 그 심정이 어땠을까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어깨와 등어리에 무거운 봇짐을 메고 끝도 없는 피난길로 나서는 장동건 일가의 모습이 너무 슬퍼 눈물이 났다

기차를 구하지도 못하고 말 못하는 어머니와, 내년이면 서울대에 갈 거라 기대되는 아직 학생인 동생과, 결혼할 여자의 어린 세 동생들을 이끌고 목적지도 없는 그 고된 길을 걸어가는 가장의 막막한 심정이 그대로 전해져 가슴이 아팠다

그럴 때 뭔가 빽이 있어 기차를 탈 수 있었더라면, 그래서 가족들을 그 막막한 피난민들 속에서 구해낼 수 있었더라면,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며 그는 몹시도 괴로웠을 것이다

가부장제에 대한 반감이 많지만, 어려울 때에 가장이라는 위치가 주는 책임감은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닥터 지바고"에서 피난민들로 가득찬 열차역이 나온다

그 때도 서로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을 이루는데 주인공 유리가 간신히 기차에 올라타 자기 가족들에게 무사히 객석을 만들어 주고 안도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가족을 피난민들 속에서 구해 냈다고 안도해 하는 유리의 얼굴과, 기차를 구하지 못해 막막해 하는 장동건의 모습이 교차되어 가슴이 아팠다

막상 전쟁터로 나가자 장동건은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다

아마 그는 피난길에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켜냈을 것이다

동생을 제대시키기 위해 훈장을 받아야 한다는 목표가 있어서인지 뛰어난 전투력을 자랑하며 전쟁터를 휘젓고 다닌다

그런데도 동생 원빈은 형을 전쟁에 미친 놈이라고 몰아세운다

원빈의 비난은 전쟁의 광기를 혐오하는 지식인의 인간 중심주의로 느껴지는 대신, 받기에 익숙한 어린애의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는 형의 애틋한 심정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앞장 설 수 밖에 없는 형의 안타까운 심정을 동생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적으로 보일 만한 원빈의 태도들은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 그저 한가로운 시대에나 어울리는 투정처럼 느껴진다

제일 안타까웠던 장면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인천 상륙 작전이 성공했다는 뉴스를 듣고 환호하는 장면이었다

멜 깁슨이 나오는 베트남 전쟁 영화를 봤는데, 베트남으로 출격하기 전 날 가족들과 이별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갑작스런 출격 명령을 받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와 자는 아이들을 한 번씩 안아 주고 (무려 다섯 명이나 됐다) 아내와 격렬한 포옹을 한 뒤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를 뒤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오는 멜 깁슨의 얼굴이 오버랩 됐다

인천으로 상륙한 미군들은 모두들 각자의 집에서 그런 안타까운 이별을 하고 배에 올라 탔을 것이다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작은 나라의 전쟁터로 끌려 가는 평범한 미 병사들은 또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이었을까?

상륙 작전이 성공했다지만, 분명히 많은 수의 병사들이 상륙 도중 죽었을 것이고, 본국에서는 아들이, 혹은 남편이, 아빠가 살아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빌고 있었을 것이다

전쟁은 전체적으로 보면 정치의 일부이고, 인간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미시적 관점으로 보면 일어나서는 안 될 너무나 끔찍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대량 학살이 불가피한 현대에 와서는 더더욱 전쟁의 비극이 가시화 되는 것 같다

압록강까지 진격했다가 밀려오는 중공군의 소식을 듣고 후퇴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중공군 역시 대부분은 왜 참가하는지도 모른 채 그 추운 겨울에 낯선 나라로 착출되어 갔을 것이다

전쟁 당사자들이야 자신의 나라에 관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권력자들에 의해 남의 나라 전쟁에 끌려 가는 평범한 병사들의 비극은 영화를 보는 내 마음을 무척이나 아프게 했다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사족 같았다

평론에서도 지적했지만 원빈 일병 구하기 장면은 아무래도 심한 오버다

스펙타클이 빛난다지만, 전체적인 드라마로 본다면 그 장면은 빼는 게 훨씬 완성도가 높을 뻔 했다

 형을 구하기 위해 적진으로 도망간다는 설정도 현실적이지 않다

 늙은 원빈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도 눈에 거슬린다

 장동건은 "친구" 이후 다시 한 번 영화에서도 먹히는 배우라는 걸 입증해 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죽거리 잔혹사 [dts] - [할인행사], (2disc)
유하 감독, 이정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나나가 새로 본 영화의 제목은 "말죽거리 잔혹사"

별 4개를 받았다는 소리에 기대를 아주 많이 하고 가서 봤는데 음, 글쎄...

78년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많이 공감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적이지 않은, 현실적인 결말에 점수를 많이 준 걸까?

역시 영화는 감독의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봤을 떄와 비슷한 느낌

권상우를 위한 영화라고 하는데 권상우만 특별히 두드러진 것도 아닌 것 같다

그저 감독은 권상우를 앞에 세워 70년대 후반의 고등학교 시절을 얘기하고 싶었을 뿐인 것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그는 이 이야기의 대표 화자일 뿐 전적인 주인공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관객의 입장으로는 이정진 보다 권상우가 훨씬 멋지게 느껴지는데 영화 속에서의 권상우는 이정진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로 나온다

말하자면 이정진을 더 남자답고, 멋진 인물로 생각한다

그래서 권상우가 사랑하는 여자, 한가인의 선택을 받는다

한가인은 큰 눈이 매력적인 우아한 여고생으로 나온다

학교 다닐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인이 됐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청초하고 예쁘다

그녀는 왜 비교적 모범생인 권상우 대신 자신과 너무 맞지 않은 이정진을 택했을까?

비오는 날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다가 나를 받아 달라고 주먹으로 벽을 내리치는 그 카리스마에 반한 걸까?

내가 보기에 그녀는 동정심을 사랑이라고 착각한 것 같다

이 남자를 내가 받아 주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그 남자의 페이스에 말려 드는 것처럼 말이다

하긴 어린 시절 여자들은 종종 과격한 것이 멋있는 거라고 착각을 하곤 한다

학원 폭력을 미화하는 수많은 만화책에서 익히 느끼고 있는 것들이다

여자 뿐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특히 별다른 즐거움이나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은 학생 시절, 대학이 목표일 뿐인 고등학교 시절에는 더더욱 폭력을 대단시 한다

학교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싸움꾼들을 동경하고 멋있다고 착각한다

결국 학교를 나가서는 조직 폭력배로 빠지는데도 말이다

70년대 고등학교 시절을 보는 것은 나에게는 참 힘든 일이다

"친구"에서도 느낀 거지만, 학생들의 폭력은 차치하고서라도 교사들의 폭력을 편한 눈으로 지켜 본다는 건 정말 어렵다

왜 그 시대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그토록 폭력적이었을까?

지금도 그런 잔재가 남아 있지만, 매를 들어야만, 다시 말해 신체적 폭력을 가해야만 교육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교사로부터 폭언을 듣거나 폭력의 대상이 될 기회도 적을 뿐더러 대부분의 일은 눈 감고 넘어가 준다

언제나 깨지는 것은 학교 생활을 성실히 안 하는, 공부 못하고 싸움에 소질 있는 뒷줄 녀석들이다

이런 식으로 차별할 바에는 차라리 성적으로 학생을 뽑는 게 낫지 평준화는 왜 한단 말인가

교사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르치고 있다

"유신"이라는 교육 이념이 선명하게 새겨진 교문을 보면서 교사들의 폭력 역시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군사 문화가 온 사회를 짓누르고 있던 70년대의 답답한 현실이 피부로 전해져 오는 기분이었다

영화에서는 이정진이 멋진 남자로 묘사되는데 (여주인공의 사랑을 차지할 정도로) 전혀 멋지게 보이지 않았다

지나치게 거칠고 미래에 대한 비젼도 없고 친구에 대한 우정도 없다

다만 깡이 세서 싸움을 잘할 뿐이다

대신 권상우는 잘 생긴 얼굴을 차치하고서라도, 멋진 성격을 가진 놈으로 나온다

반 동료가 무참하게 맞자 별로 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또 싸움에 자신이 없음에도 하지 말라고 말린다

두렵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 이게 용기 아닐까?

학교짱인 녀석이 시비를 걸자, 한가인을 잃고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무기력하게 보내던 권상우는 복수를 다짐하며 싸움 기술을 연마한다

진정한 복수란 오랜 시간 동안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권상우는 비록 쌍절권이라는 무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다섯 명이 한꺼번에 덤비는 절대 불리한 상황에서 처절한 사투 끝에 승리한다

난 그 다음에 권상우가 학교짱에 등극할 줄 알았는데 왠 걸, 영화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권상우를 퇴학시킨다

하긴 쌍절곤을 휘둘러 대며 그 정도 부상을 입혔으니 자칫하면 감옥에도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검정 고시 학원으로 나온 권상우, 짧은 고교생 머리를 탈피하고 머리를 긴 모습에서, 통제와 폭력으로 가득한 학교를 탈출한 자유가 느껴졌다

버스에서 우연히 한가인을 만났을 때도 그는 더 이상 당황하지 않고, 지나간 옛 사랑에 대한 추억과 아쉬움 속에서 짧은 인사를 할 뿐이다

영화적 결말이라면 한가인을 데리고 가출한 이정진의 뒷 이야기라던가, 한가인이 권상우의 사랑을 받아 들인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권상우가 좋은 대학에 붙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식으로 결론을 낼 것 같은데 너무나 밋밋하게, 혹은 현실적으로 끝이 난다

집 나간 이정진의 소식은 들을 수 없고, 한가인은 집으로 돌아와 당연하게 재수를 하고, 권상우는 검정 고시를 준비하며, 둘은 시간 속에서 서로를 잊는다

2시간이라는 런닝 타임이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평범하고 밋밋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장 없이 그저 70년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모습들을 담백하게 그린 느낌이 든다

"잔혹사"라는 제목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05-01-2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안소니보다는 테리우스같은 반항적이고 야성미를 좋아하는 여자들의 심리아닐까요? 왠지 감싸주고 싶은 모성본능도 더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