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의 오페라
밀턴 브레너 지음, 김대웅 옮김 / 아침이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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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훨씬 재미없고 지루하다
가끔 외국책을 읽다 보면 정서가 안 맞는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특히 인문학 분야의 책은 더욱 그렇다
그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고 장황한 설명들이 지루해질 때가 있다
(이건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 영화를 보면 자잘한 일상의 모습에서도 쉽게 웃음을 터뜨리는 반면 외국 영화는 아무래도 덜 웃게 된다 난 "택시" 가 왜 프랑스의 코메디 영화인지 정말 모르겠다)
이 책 역시 지루하고 따분한 구석이 있긴 한데 그래도 오페라에 대한 새로운 흥미를 불러 일으켜 준다
간단히 말하면 오페라에 얽힌 뒷얘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페라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고 나면 더 이상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궁금할 게 없으니까 그 당시의 시대 배경이나 창작 과정 등을 설명한 책도 괜찮을 것 같아서 읽었는데 솔직히 지루하다
박홍규가 쓴 "비바 오페라" 가 훨씬 재밌다
같은 의미로 김원일이 쓴 "피카소" 가 더 재밌다
한국 사람이 쓴 책이 좀 더 잘 와 닿는다

오페라는 처음부터 오페라로 만들어진 거라 생각했는데, 대부분 원작이 존재한다
소설이 먼저 힛트친 후 작곡가가 곡을 붙여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모짜르트나 베토벤 하면 고전주의 시대 작곡가라 그런지 아주 옛날 사람 같지만 의외로 18세기 사람 밖에 안 된다
특히 베토벤은 프랑스 혁명 때도 있었으니 완전히 근대인인 셈이다
그런데 왜 아주 옛날 사람처럼 느껴지는 걸까?
워낙 큰 명성을 획득한 위대한 인물들이라 아득하게 느껴지는 건가?
베토벤은 무척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사람이라 그의 단 하나 뿐인 오페라 "피델리오" 를 두고 극장주와 격한 대립을 했다고 한다
그가 작곡한 "피델리오" 의 원본이 워낙 길고 지루해 길이를 줄이려고 하자 베토벤은 한 음절이라도 바뀌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결국은 3막짜리가 2막으로 줄어 들어 오늘날 전해지는 걸 보면, 천재들의 고집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바그너가 혁명에 참여했다는 건 참 의외다
바그너 하면 히틀러가 연상되고 왠지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제국주의적 인간 같은데 의외로 드레스덴 혁명에 참가해 스위스로 망명하는 바람에 그렇게도 공을 들인  "로엔그린" 을 11년 후에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가 혁명 정신에 고취됐다기 보다는 "로엔그린" 을 상영할 수 없다고 하자 극장주에게 악감정을 품고 홧김에 혁명에 뛰어들긴 했지만 (저자가 바그너의 의도를 삐딱하게 보고 있으니 독자도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어쨌든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으니 그 용기가 대단하다
나중에 바그너는 친구인 리스트의 딸 코지마와 결혼한다
코지마는 리스트의 제자인 뵐로의 아내였으니, 이 사랑도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니였을 것이다
바그너는 여자 문제도 복잡했고 정치적 성향 등으로 봐서 꽤나 격정적인 인간이었던 것 같다
그의 오페라들은 워낙 거창하고 복잡해서 "니벨룽의 반지" 같은 걸 보려면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인 "춘희" 는 저자 뒤마의 자전적 얘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속사정을 알고 보면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결핵에 걸린 가엾은 동백 아가씨 마르그리트의 실제 모델 마리는 뒤마와 사랑했지만, 그가 그녀의 사치스런 생활에 돈을 대 주기 힘들어지자 결국 8개월 만에 헤어지고 만다
아름답지만 돈이 없는 젊은 여성이 19세기 파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매춘 뿐이었다고 하니, 슬프지만 그게 현실인 모양이다
소설이나 오페라에서라면 마리와 알프레드가 죽도록 사랑하지만 아버지에 의해 헤어지는데 현실에서의 마리는 돈없는 알프레드, 즉 뒤마를 스스로 떠난다
남자의 수입에 의존해야 했던 마리로서는 자신의 우아한 사교 생활을 서포트 할 수 없는 뒤마 곁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뒤마의 아버지 대 뒤마는 호색적이고 정열적인 인간으로 아들의 사랑을 지지했다고 한다
현실은 결국 돈이 우선이었으니, 씁쓰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뒤마가 그녀에게 보낸 이별 편지에 이런 말이 있다
나는 당신을 원하는 만큼 사랑할 수 있는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신이 원하는 만큼만 주는 사랑에 만족할 가난뱅이도 아니다, 결국 당신을 떠나는 수 밖에...
결국 그녀는 뒷돈을 충분히 대줄 남자와 결혼했고 한 때는 리스트의 연인이 되기도 했단다
그녀의 사진을 보면 아주 빼어난 미인은 아닌 것 같은데, 교양있고 세련된 매너로 남성들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어쨌든 소설 "춘희" 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로 예술사에 길이 남을 여성이 됐으니, 비록 결핵으로 일찍 죽은 가엾은 매춘부이긴 하지만 그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모짜르트가 작곡한 "피가로의 결혼"의 전편이 바로 "세비야의 이발사"다
처음 이 이야기들을 접할 때는 복잡해서 제대로 정리가 안 됐는데 몇 권의 책에서 반복해 읽다 보니 이제야 정리가 된다
난 이해가 안 갔던 게 모짜르트가 로시니 보다 앞선 사람인데 어떻게 "피가로의 결혼"이 "세비야의 이발사" 보다 후편이란 말인가?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두 편의 원작은 모두 루이 16세 시대 사람인 보마르셰의 유명한 희곡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로시니나 모짜르트 모두 기존에 있던 유명한 희곡들을 오페라고 편곡한 것이다
"세비야의 이발사" 의 경우 다른 사람이 작곡한 것도 많은데 로시니의 것이 지금까지 전해진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발사 피가로가 바로 보마르셰 자신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전편인 "세비야의 이발사" 에서 알마비바 백작은 로지나와 결혼하는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런 긍정적인 인물을 후편 "피가로의 결혼" 에서는 사라진 초야권을 부활시켜 자기 아내의 시녀인 수잔나를 가로채려는 나쁜 인물로 탈바꿈 시킨다
보통 한 번 착한 사람은 계속 착한 사람이고 극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선한 인물이기 마련인데, 전편에서 착한 사람이 후편에서 갑자기 나빠지는 변화가 참 새롭다
오페라 자체가 원래 개연성이나 논리적인 면이 좀 부족하긴 한데, 하여간 인물의 이런 입체적인 변화가 이 희곡을 오늘날까지 존속시킨 힘인지도 모른다

모짜르트가 시대의 반항아였다는 것도 신기하게 들린다
그는 프리메이슨이라는 비밀 결사대의 일원이었는데 저자의 말로는 특별히 의식이 있어서 가입한 건 아니고 당시에 이것이 유행이라 그가 오페라 "마술 피리" 에 이 소재를 끌어들였다고 한다
"마술 피리" 에 등장하는 밤의 여왕이 바로 프리메이슨단을 탄압하는 오스트리아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를 빗댄 것이라고 해서 당시에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박홍규가 쓴 "비바 오페라" 를 보면 이 "마술 피리" 야 말로 시대의 압제에 저항하는 의식있는 오페라라고 하는데, 저항 어쩌고 하는 상징을 갖다 붙이는 건 말도 안 되는 넌센스라는 게 이 책의 논조다
프리메이슨단이 유명하니까 대중들이 흥미있을 만한 소재를 끌어온 것 뿐이라는 얘기다
어쨌든 모짜르트 자신은 기득권층에 있지 않은 건 분명하다
위대한 천재였을 모짜르트가 음악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귀족이나 왕에게 굽신거렸을 리 만무하다

여러 가지 재밌는 일화들이 많이 등장한다
오페라 자체도 재밌지만 거기에 얽힌 비화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읽기는 만만치 않다
문화적 차이가 커서 그런 것 같다
또 요즘 얘기가 아니고 2,3 백년 전 얘기다 보니 쉽게 와닿지 않는 게 많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근대화에 빨리 성공했더라면 판소리나 탈춤 같은 전통 예술들도 생생하게 살아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지 않을까?
유럽 사람들에게 오페라는 하나의 휴식이고 생활이었다고 한다
텔레비젼도 없고 책도 쉽게 접할 수 없으니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는 당시 유럽인들에게 오페라는 시간 때우기 좋은 대중 예술이었던 셈이다
유럽의 전통 예술들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문화로써 자리잡고, 몇 백년 전의 뒷얘기들도 하나의 책이 되어 극동에 사는 외국인까지 읽고 있는데, 정작 우리의 전통 문화는 그 수명을 다해 그저 전통이라는 이름 만으로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처지인 게 안타깝다
판소리나 탈춤, 가야금 같은 전통 예술들이 여전히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생산력 있는 21세기의 문화로써 자리잡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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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SE [dts]
변혁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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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직도 상영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상영 중이라면 완전히 스포일러가 될텐데... 안 보신 분들은 이 글 읽지 맙시다 ^^


한석규는 연기를 참 잘 하는 배우다 한석규 한 물 갔네 어쩌네 하지만 영화에서 그의 연기력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번 영화에서도 충분히 자기 몫을 했다고 본다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은주 연기도 괜찮았다 블루 노트에서 재즈 부르는 장면도 멋지고 섹스 장면도 나름대로 화끈하게 찍은 것 같다 특히 이은주네 방은 인테리어의 승리 같다 대체 몇 천 만원 투자하면 그 정도로 꾸밀 수 있을까? "올드 보이" 에서 유지태네 방 보는 기분이었다 반면 성현아와 엄지원은 정말 별로였다 특히 엄지원은 좀 답답했다 캐릭터의 성격 탓일까? 마지막에 엄지원과 이은주가 동성애 관계였다는 거 고백할 때도 하나도 감정이입이 안 됐다 극전 반전이라더니, 웃기네 이 수준이었다 성현아 역시 평범 그 자체였다 왜 영화를 보면 TV 볼 때와는 달리 연기 잘 하는 배우와 못 하는 배우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걸까? 누드집 때문에 더 드러내고 말 것도 없는 성현아는, 벗는 장면조차 신선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벗는 걸로는 조금도 시선을 잡아끌 수 없는 만큼 연기력으로 승부해야지 않을까? 무지하게 많은 발전이 필요하리라 본다


제일 웃기는 장면은  한석규가 권총 조립하면서 하는 말, 이 권총 갖고 싶어서 하고 많은 대학 중에 경찰대 갔는데 미국 갔더니 슈퍼에서 팔더라 일상적인 상황에서 툭 던지는 농담 한 마디가 작은 웃음을 유발한다 자상하고 예의바른 경찰이 아닌 싸가지 없고 거친 경찰이라는 점이 더 마음에 든다 캐릭터가 보다 현실적이고 살아 있다고 해야 할까? 툭툭 던지는 농담에 웃을 수 있는 건 외국 영화를 볼 때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리라 한국 영화 볼 때 이런 아기자기한 코메디 장면에 웃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사진관 살인 사건과 한석규와 이은주의 치정 관계는 겉도는 느낌이 든다 그냥 각자 두 개의 사건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연관성이 아주 약하다고 할까? 마지막에 한석규가 죽으려다 살아나서 완전히 성격이 변한 뒤 성현아 찾아가는 장면도 참 별로였다 갑자기 풀이 죽은 한석규 모습이 느닷없어 보였다 하긴 죽으려다 살아났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석규와 이은주가 트렁크에 들어가 죽어가는 모습은 정말 사실적이었다 특히 한석규가 이은주에게 제발 니 손 좀 치워 줄래, 말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극한 상황이 되면 사랑이고 뭐고 없게 된다 일단 살고 봐야 할 거 아닌가? 결국 공포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고 만 이은주, 나중에 보니까 한석규가 권총으로 쏜 것 같다 하긴 트렁크 안에서 낙태를 했으니 정신분열증을 일으킬 만도 하다 사람 참 우습게 죽을 수도 있구나 싶다 신문에 나오는 어이없는 사건들도 실은 다 이런 하찮은 일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은주가 죽고 난 후 한석규는 시체와 동거한 셈이다 경찰이라 시체 보는 게 좀 더 익숙했을까? 어쨌든 강한 놈만 살아남는 건 확실하다 목이 타니까 이은주가 흘린 피까지 핥는 모습은 정말 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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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12-0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이요. '사진관 살인 사건' 이 너무 겉돌았지요. '손' 과 ' 거울에 대한 명상' ( 제목 이거 맞나요? -_-a ) 과 ' 손' 도 작품을 읽고 충격 받았던 거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 단순히 내용을 알고 봐서만은 아니고요) 아무튼 이러니 저러니 말들이 많아도,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전 재미있게 봤습니다. 새무앨 헌팅턴의 '미국' 리뷰 타고 들어왔는데, 낯익은 사진, 오늘 제 서재에 들러주셨던 '나나' 님이시군요.


marine 2004-12-07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하이드님 반갑습니다^^ 네, 하이드님 서재에서 좋은 글 많이 읽고 갑니다^^
 
화양연화(花樣年華) - [할인행사]
왕가위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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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아름다운 장만옥, 슬픈 눈빛의 양조위 둘이 정말 잘 어울린다 특히 장만옥의 차이나 드레스는 예술이다 한 30여 벌 입고 나왔을까? 장면이 바뀔 때마다 바꿔 입고 나온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의상인데 날씬하고 우아한 장만옥이 입으니까 영화의 분위기가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다 요즘 그녀의 옛날 영화 몇 편을 봤는데 십 수년 전 영화인데도 하나도 늙지 않은 것 같다 장만옥의 주인집 여자로 나온 여배우는 "아비정전" 에서 장국영 계모로 나왔던 여자다 내가 사람 기억을 잘 못하는데 그녀 입술 위의 독특한 점 때문에 기억한다 아비정전에서는 몰랐는데 화양연화에서 중국 전통 의상 입고 나오니까 진짜 배 많이 나왔더라 장만옥과 무지하게 비교됨


영화 자체는 크게 감동적이는 않았다 솔직히 무슨 얘기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답답한 면도 있었다 오히려 장만옥 의상 보는 재미에 빠져서 봤다 음악도 잘 어울렸다 왕가위 감독 영화라는 걸 금새 알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말보다는 분위기로 설명한다고 해야 할까? 요 근래 본 "아비정전" 이나 "열혈남아" "화양연화" 등 모두 왕가위 작품인지 금방 알 것 같다 홍콩 영화와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솔직히 나는 지루하다


나중에 영화 해설을 읽으니까 전혀 다른 내용이긴 한데, 영화 보고 내가 이해한 바로는 장만옥이나 양조위 모두 소심하고 정적인 사람들이다 각자의 파트너들이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두 사람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상으로는 장만옥이나 양조위는 기질이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둘이 살면 딱 맞을 것 같은데, 한 번 결혼하면 쉽게 깰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무엇보다 두 사람 다 너무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적극적인 대쉬를 못하는 게 문제다 사랑이 이뤄지려면 때로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저돌적인 면이 있어야 하는데 둘 다 똑같이 조심스런 사람들끼리 만나다 보니 잠자리 한 번 같이 못 해 보고 인연을 떠나 보내고 말았다 사실 영화만 보면 정말 둘이 사랑하긴 한 걸까, 의심스럽다 약간의 호감은 있었지만 관습을 깨고 결혼할 정도의 사랑은 아니었던 것 같다


60년대 홍콩 아파트 구조가 무척 특이하다 세를 내 준 방의 현관은 따로 있는데 부엌은 같이 쓴다 현관이 따로 있으면 안쪽 방은 독립적 공간일텐데 밖으로 나가 부엌을 같이 쓴다는 게 얼른 이해가 안 갔다 일본에서 전기 밥솥이 처음 나와 홍콩 사람들이 모여서 밥 지으며 신기해 하는 것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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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0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수를 사들고 집에 가서 먹는 것도 신기했어요.^^

marine 2004-12-06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온통을 가지고 가서 국수 받아 오는 거 저도 신기했어요 요즘도 그럴까요?

키노 2004-12-10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성으로 읽어야하는 영화^^ 지금도 징하네요 ㅎㅎㅎㅎ

marine 2004-12-10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이 맞네요 논리적으로 끼워 맞추기 보다는 느낌으로 풀어야 하는 영화...
 
환경 위기의 진실
잭 M. 홀랜더 지음, 박석순 옮김 / 에코리브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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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올 때는 얼른 책을 집어 들어야 하는데 12시 넘어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4시까지 읽는 게 당연하구나
책은 350 페이지 정도 되고, 대기 오염 같은 부분은 어려웠다
하여간 나는 과학에 관련된 부분은 약하다
꼼꼼하게 읽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동의하는 바다
역자 역시 이 책의 관점에 100% 지지를 보내고 있다


역자 후기에서 현실을 무시한 환경 제일주의자들에게 무인도 가서 살아 보라고 말한다는 농담이 실렸는데 좀 과격하기는 하지만 문명의 혜택을 인정하지 않고 한쪽면만을 강조하는 극단주의자들은 고생 좀 시킬 필요가 있다
나 역시 막연하게나마 저자의 주장처럼 생각해 왔다
저자처럼 딱 내놓을 증거는 없었지만 심리적으로는 결국 과학이 환경을 구할 거라고 믿어 왔다
인류가 이뤄낸 풍요와 진보는 아무리 비판적으로 본다 해도 분명히 놀라울 정도로 획기적이고 파격적이다
일단 평균 수명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인간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발전해 왔고, 결국 환경 문제 역시 과거보다 훨씬 현명하게 해결하리라 믿는 것이다
환경 낙관론주의라고 할까?
그렇다고 저자가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만약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잘 되고 있다는 식의 낙관론만 펼친다면, 이 책은 저자가 비판하는 환경 비관론자들의 오류를 똑같이 반복하는 꼴이 될 것이다
왜냐면 저자는 이들이 정치적인 이해 관계와 얽혀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쪽만을 강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진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주 재밌는 비유가 있다
지하철에서 불이 나면 "불이야" 를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대피소로 안내하는 것이 나은가?
문제의 심각성을 과장하는 것 보다는 문제의 실태를 정확히 알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흔히 자동차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온실 효과를 일으켜 지구 온난화 현상을 가중시킨다고 알고 있다
남극의 빙하를 녹여 해수면이 상승하면 일본이나 방글라데시 등이 잠길 것이라는 끔찍한 얘기도 흔히 들어왔다
그런데 저자는 지구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해 왔다는 것을 지적한다
즉 기후는 산업화와 상관없이 변해 왔다는 것이다
기후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기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우리는 자연 변화에 대해 적응해 왔고,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지역이 늘어나는 것은 산업화의 결과이기 보다는 자연 변화의 일종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러므로 산업화를 환경 오염과 관련지어 무조건 비난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오히려 과학이 환경 오염을 청정 상태로 돌려 놓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이 책의 핵심이 있다
저자는 가난과 자유의 박탈이 환경 오염을 가속화 시킨다고 지적한다
제 3세계 국가에서 환경 오염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마존 삼림 훼손이 아무리 지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해도 먹고 살아야 하는 브라질 농민들은 계속 벌채를 하고 거기에 화전을 일굴 것이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개도국들 역시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정화시킬 여력이 없다
일단 먹고 살기도 바쁜데 환경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깨끗한 물을 먹고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등의 행위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선진국 주민들에게서나 가능한 욕구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깨끗한 환경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수요가 생기므로 돈이 더 들더라도 정화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 말한다
얼마 전에 읽은 로하스 개념과 같은 얘기다
우리나라의 웰빙과 비교되는 이 개념은 친환경주의를 표방하는데, 좀 비싸고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한다
자기 건강을 먼저 생각하고 어찌 보면 사치스럽기까지 한 웰빙과는 달리, 로하스는 사회 전체, 즉 환경을 우선으로 하는 이타적인 개념이라고 한다
가난하면, 즉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장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환경은 생각할 여유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환경을 걱정한다면 산업화로 지구가 곧 망할 거라는 과장된 비관론 대신, 제 3세계의 가난을 어떻게 퇴치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세계화의 진정한 의의가 대두된다
저자는 3세계 국가들이 세계 무역에 동참할수록 가난에서 보다 빨리 벗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토지당 수확량의 증가로 멜서스의 인구론과는 달리 현대는 아무리 인구가 늘어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곡식을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수확량이 편중되어 1세계에서는 비만이 사회 문제가 되는 반면, 여전히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 나라들이 세계 경제에 편입되어 원활한 곡식 이동이 일어날 때 기아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유엔에서는 농업 기술이나 유전자 변형을 통한 우수한 품종들을 3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내전과 같은 정치적 문제에 있다
저자는 3세계가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원조를 아끼지 않는 것이 환경 위기 극복의 진정한 해결책이라 믿는다
이것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화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환경에 눈돌릴 여유가 없었다
엘리자베스 비숍이 쓴 "한국과 이웃나라들" 을 읽어 보면 구한말 서울의 끔찍한 환경오염 실태에 대해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 내에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고 박정희의 근대화를 과소 평가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가난과 함께 독재 역시 환경오염의 근본적인 적이라고 규정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독재로 산업화에 성공했다
어떤 면에서든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는 가난 극복이라는 업적을 이룩했고 평가받아야 마땅하지만, 독재과 파시즘의 흔적은 청산해야 할 대상이다
정권의 부도덕성과 경제 개발의 업적을 분리해서 평가할 수는 없을까?
나는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요즘 부는 박정희 향수에 동조할 수는 없다
개발 독재를 통해 경제 개발을 할 수 밖에 없던 것이 그 시대의 한계였던 만큼 결국 독재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닐까?
그런데도 여전히 박정희 향수에 젖어 독재 정권을 미화시키는 일부 언론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필수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하면 경제가 우선이고 민주주의는 먹고 살만 해야 가능한 문제 같은데, 실은 사회가 전체적으로 발전해야 진정한 의미의 가난 극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어 교육을 받고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가족의 생산력이 높아지고, 자연스레 출산율도 줄어 들게 되므로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출산율 저하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3세계의 높은 출산율은 해당 국가의 기아를 악화시키고 있다
1인당 국민 생산량이 증가하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체 인구 역시 안정 곡선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정치가 민주주의로 바뀌어야 내전과 같은 인재를 막을 수 있고 끔찍한 기아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저자가 누누히 강조하지만 곡식 생산력 자체가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정치 불안정에 따른 내전 등으로 먹을 곡식이 사라지지만 않으면 지금 같은 끔찍한 기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 민주주의를 통한 국민의 정치 의식 함양은 깨끗한 환경을 정부와 기업에 요구할 수 있게 만든다
환경 문제 역시 수요자인 국민들이 공급자에게 친환경적 제품 구입이나 불매 운동 등을 통해 요구하는 시장 경제 원리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도덕적 당위 여부를 떠나 현실은 가난과 환경 오염의 상관관계를 명백하게 보여 준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환경 오염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고, 돈 많은 선진국만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산업화를 통한 가난의 해결이 환경 보다 우선이다
적어도 기아에 허덕이는 3세계 국가에서는 그렇다
환경 문제는 전지구적 문제이므로 1세계는 3세계의 가난 퇴치와 민주주의를 위해 원조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지나친 비관론은 본질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자연 현상을 해석할 때는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신중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한 국가의 재난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므로 해당 국가의 역량을 초과할 경우는 전세계가 함께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
이러한 세계주의적 관점이 단순히 인도적인 측면에 국한되는 줄 알았는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걸 보면, 세계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임이 분명하다

전기와 휘발유를 섞어서 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석유 매존량이 생각보다 풍부하다는 사실 등은 흥미로웠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현재 자동차의 1/8 수준으로 대기오염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 좀 더 기술이 발전하면 완전한 전기 자동차가 개발되어 배기가스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환경 오염 측면에서 보면 그야말로 꿈의 자동차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유한 자원인 석유 대신 전기로 움직이니 자원 고갈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지는 셈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상용화 되면 인류는 환경 문제 해결에 한발짝 다가서게 될 것이다
산업화에 필수적인 석유가 곧 고갈될 거라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 있지만, 시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체 매장량은 줄더라도 이용 가능한 석유는 증가하므로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유한 자원이긴 하지만 70년대의 오일 쇼크 등은 중동 국가의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
풍력 에너지나 태양열 에너지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생산성이 워낙 낮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책은 원자력 에너지라고 본다
체르노빌 사고나 핵폭탄 때문에 사람들은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으나 저자는 이것이 과장된 불안이라고 단언한다
위험이 따르지 않은 일은 단 하나도 없고, 원자력 발전 사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를 폐기시켜야 한다면 자동차 사고 위험 때문에 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성립한다고 역설한다

환경 문제를 단순한 비관론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
어차피 인류는 현재의 풍요를 포기할 수는 없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에어컨이나 자동차를 포기할 수 있을까?
환경을 위해 전보다 불편한 생활로 가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심지어 환경 극단주의자들까지 근본적인 불편은 참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풍요를 억제하는 대신 부를 더욱 확대하여 환경 문제에 재투자 한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환경은 전지구적 문제이므로 3세계가 가난과 독재로부터 벗어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결국 인류가 풍요로워질수록 더욱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자연 변화의 많은 부분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변화에 적응할 수는 있으나 현재와 같은 지나친 비관론은 바람직하지 않다
환경과 풍요, 민주주의를 연결시킨 저자의 분석이 놀랍다
혹시 이 책을 읽고 선진국의 오만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에게는 역자 후기의 날카로운 일침이 어울릴 것 같다
"극단적인 환경주의자는 무인도로 보내 문명 혜택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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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7-02-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별이 3개죠?

marine 2007-02-14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난한 정도는 별 세 개를 줍니다
 
아이 엠 샘 (DVD+OST)
제시 넬슨 감독 / 기타 (DVD)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이 영화가 나왔을 때 반응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무지하게 감동적이라는 것, 또 하나는 뻔한 스토리라는 것. 사실은 확인하는 심정에서 DVD를 봤는데 괜찮은 영화였다 특히 샘으로 분장한 숀 팬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톰 행크스를 보는 기분이다 샘의 딸로 나온 꼬마애 루시도 너무 깜찍하고 귀엽다 서양애들은 어렸을 때 특히 귀엽고 앙증맞은 것 같다 메이킹 필름에서 그 애가 오디션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생활에서는 더욱 똑똑하고 깜찍하다 이모가 샘처럼 지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는 그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안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어찌나 깜찍하던지... 어른처럼 척척 인터뷰 하는 폼이 보통 아니다 헐리우드 아역 스타들은 정말 어른스럽다!!


샘의 친구들로 나오는 이들 중 두 사람이 실제 정신 지체자라고 한다 메이킹 필름을 안 봤으면 모를 뻔 했다 다른 두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한 건가? 아니면 그 정신 지체자들의 연기가 훌륭한 건가? 하여간 네 명 모두 다 똑같이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이 영화 촬영을 위해 전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 달 여간 정신 지체자들을 교육시키는 곳에서 합숙을 했다고 한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는 이 영화가 절대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 말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특히 샘 역을 맡은 숀 팬은 어찌나 훌륭하게 연기를 하던지, 인터뷰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 혹시 진짜 정신 지체자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했다 대체 이런 연기파 배우가 어떻게 마돈나와 살았을까? 둘이 같이 사는 그림이 전혀 안 그려진다 이혼은 당연한 수순 같다


제일 감동적인 장면은 샘이 딸 루시의 운동화를 사러 간 씬이었다 루시가 고른 운동화가 너무 비싸서 샘이 당황하자 네 명의 친구들이 돈을 조금씩 낸다 그러자 점원이 루시에게 풍선을 준다고 하니까 네 명의 친구들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어 본다 " 얘만 주는 건가요? 아니면 우리 다 주는 건가요?" 장면이 바뀌면서 샘과 친구들, 그리고 예쁜 운동화를 신은 루시가 풍선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걸어간다 그 장면 보면서 눈물이 찔끔 났다 삶의 행복이란 저렇게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것인가?


미셸 파이퍼는 늙었지만 여전히 미국 최고의 미인답다  "터미널" 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 보고 저게 40 넘은 여자란 말인가, 믿기지가 않았는데 미셸 파이퍼 역시 마찬가지다 눈가에 주름은 감출 수 없지만 여전히 너무 아름답다 곱게 늙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가 보다 일에서는 기량을 인정받지만 남편과 아들에게 소외당하는 외로운 변화사로 나오는 미셸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샘이 그녀에게 당신처럼 행복하고 훌륭한 사람이 내 처지를 알겠냐고 했을 때 울먹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의 고통을 안고 산다 객관적인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삶은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비록 훌륭한 변호사로 인정받고 있지만 항상 일에 치여 쉴 틈이 없고, 남편은 바람났으며 하나뿐인 아들은 엄마와 얘기조차 하려 들지 않는다 그녀의 눈에는 비록 정신 지체자지만 딸과 정을 나누는 샘이 행복해 보였을 것이다 그녀는 외로웠던 것이다


정신 지체자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냐는 문제는 판단이 어려운 난제 같다 시사 프로그램에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정신 지체자 부부가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낸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가 아이를 뺏어간다고 생각을 해서 아이를 집에만 가둬 둔다 한 목사님이 와서 설득을 하지만 문도 열어 주지 않는다 샘처럼 딸을 극진히 사랑하고 그녀의 앞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좋겠지만, 어떤 경우는 이처럼 잘못된 생각으로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법적 보호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긴 검사가 샘애개 대체 당신이 딸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딸의 고민이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냐고 공격하자, 미셸이 그에게 되묻는다 그러는 당신은 당신의 딸이 겪는 어려움을 다 해결해 주는가? 당신 딸이 마약에 빠졌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결국 그는 엇나간 딸 생각에 눈물을 짓고 만다


마지막 부분은 상당히 지루했다 재판에서 샘이 이겨서 루시가 그의 품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법원이 정한 양부모와 함께 키우는 걸로 끝났다 결국 부모로서의 샘은 절반만 인정받은 셈이다 어쩌면 후원 제도를 두는 게 더 현실적이고 현명한 건지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은 루시가 축구 경기를 하고 샘이 심판을 맡는데 그녀가 한 골을 넣는 장면으로 끝난다 골을 넣어 환호하는 루시를 따라 운동장을 도는 샘과, 양부모, 그리고 미셸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딸과 함께 있을 때 샘은 얼마나 천진난만한지... 숀 팬은 정말 탁월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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