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은 심리학, 쉽게 읽는 심리학
마커스 윅스 지음, 박유진 외 옮김 / 지식갤러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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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집에 있던 책인데 계속 미루다가 숙제처럼 읽게 됐다.

편집이 좀 산만한가 했는데 의외로 내용이 아주 알차다.

150 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많지 않지만 인간의 심리에 대해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고찰들을 보여준다.

학습에 대한 정의가 기억에 남는다.

학습은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이해하고 기존의 지식과 조합하여 하나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배경지식이 있어야 쉽게 읽힌다.

또 직접 경험을 한 지식이 훨씬 쉽게 익힐 수 있다고 한다.

요리법 읽는 것보다 직접 요리를 해보는 게 낫다는 얘기다.

그래서 여행이 좋은 것 같다.

책으로만 볼 때 보다 그 나라에 가서 직접 눈으로 유적지를 보면 책의 내용이 훨씬 와 닿는다.

놀이를 통한 학습을 강조하는 것도 즐거움을 배가시키면서 체험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제일 고무적인 것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지적 능력이 퇴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알츠하이머 병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체 능력이 퇴화될 수는 있어도 지적 능력과 호기심은 오히려 경험치가 쌓아져 더 커질 수 있으므로 은퇴 후 새로운 영역을 배워 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안심이 되는 말이다.

계속 책을 열심히 읽어도 될 모양이다.

나는 항상 나이 들어서 독서 능력이 감퇴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과학자들이 그럴 리 없다고 하니 안심하고 노후를 기다려도 되겠다.

어려운 일은 과정을 쪼개라는 조언도 나온다.

큰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우니 한 번에 하나씩 나눠서 조금씩 정복하는 것이다.

그러면 성취의 기쁨도 느낄 수 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정도가 아니라 자살을 불러 일으키는 매우 심각한 질병이라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라 생각했는데, 서구 학자들 중에는 지나친 확대 해석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 모양이다.

기질적인 요인 즉 질병과 단순한 기능장애는 구분이 되어야 한다.

원래 인생이 그렇게 엄청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일리있는 말이다.

어쩌면 우울하다는 것도 문화적인 현상, 요즘 현대인들의 투정어린 부분도 있을 듯하다.

나만 해도 우울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으니.

원래 인생은 고단한 것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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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사계절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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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처음 나왔을 때 알라딘에서 구입만 하고 안 읽었던 책이다.

무려 15년만에 읽게 되다니.
번역도 매끄럽고 일회성 에피소드에 그치지 않고 당시 몽골 유목 사회와 통일 과정, 그리고 다시 분열까지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롭게 잘 쓰여진 책이다.
몽골이라고 하면 엄청난 대제국만 상상했는데 의외로 이 유목국가도 처음에는 그저 작은 부락민에 지나지 않았고 테무친이라는 위대한 지도자를 만나 전 세계로 뻗어갈 수 있었다.
그의 사후 제국이 갈라지고 결국은 중원에서도 쫓겨나 사막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허약한 시스템도 이해가 된다.

<오류>

56p

그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3세기에 고원의 초원지대에 첫 제국을 건설했던 훈족(흉노족이라고도 부른다)의 직계 후손이라고 주장한다.

-> 흉노는 기원전 3세기에 초원을 통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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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000년의 세계
프란츠-요제프 브뤽게마이어.볼프강 쉔클룬 외 지음, 이동준 옮김 / 이마고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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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책장에 꽂아뒀던 책인데 정말 몇 년만에 드디어 읽게 됐다.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 방문 횟수가 줄어드니 집에 있는 책을 찬찬히 읽게 된다.

시의성에 떨어지나 싶어 망설이다가 읽게 됐는데 내용은 아주 만족한다.

이런 훌륭한 책에 리뷰가 없다니 아쉽다.

독일어 번역서는 아무래도 영미권과는 달라 낯설고 어색한 느낌을 많이 받는데 이 책은 그런 이질감이 없고 번역도 매끄럽다.

다만 인용되는 중국 역대 인물이나 저서의 한자어 표기가 없어 아쉽다.

쉔구아 <붓의 즐거움> 이 도대체 누구의 책이란 말인가?

역자도 누군지 다 확인이 어려웠다고 밝히긴 했다.

서구인이 쓴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책의 궁극적 주제는 왜 서기 1000년 무렵에는 중국과 이슬람이 앞서 갔으나 결국은 서양인이 세계를 주도하게 됐느냐를 밝히고 있다.

미국도 결국은 유럽 문명의 확대라는 결론짓는다.

중국은 너무나 빨리 중앙집권국가를 확립했으나 유럽과 같은 경쟁 체제가 없었고 인구가 넘쳐 났기 때문에 산업화에 실패한 것일까?

봉건국가에는 매우 적합한 체제였으나 근대화를 주도하기에는 너무나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항상 궁금한 점이 왜 중국에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가이다.

중국 인구가 1억에서 4억으로 팽창할 때 유럽은 1억에서 1억 9천 정도로 늘었고 그나마도 신대륙으로 유입됐다고 한다.

흑사병 이후 인구 부족이 봉건제도를 해체하고 근대화로 접어들게 한 중요한 요인인데 이 시기에 오히려 중국은 인구가 무섭게 팽창했다.

너무나 많은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중국 경제는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멜서스의 인구론에 빠지고 인건비가 너무 싸서 굳이 기계 도입이 필요없었으며 근대화 개인주의 사회로 넘어갈 동력이 없었다고 해석한다.

일본은 하나의 개별 문화권으로 언급하는 걸 보면 확실히 세계적인 위상이 다른 모양이다.

일본 역시 서구의 근대화를 모방했기 때문에 근대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문화권에 대해서도 같이 언급하고 있어 신선하긴 한데 다소 중구난방적인 부분도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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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의 보통 사람들 - 모두의 직장이자 생활 터전이었던 자금성의 낮과 밤
왕이차오 지음, 유소영 옮김 / 사계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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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들어 고른 책이다.

내용도 좋고 번역도 무난한데 편집을 왜 저렇게 했나 모르겠다.

꼭 만화처럼 만들어 놔서 책의 수준과 어울리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다.

중국 궁녀와 환관들에 대한 전체적인 개론서인줄 알았는데 에피소드 위주라 아쉽긴 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실록에 등장하는 궁녀들의 이야기 정도?

역사학자의 책이라 가볍지 않아서 좋다.

보통 중국의 환관은 황제 주변에서 권력을 농단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청나라 때는 꽤나 엄격하게 단속을 해서 오히려 거세된 하인으로서 불운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조선의 내시와 비슷한 위상이었던 것 같다.

서태후가 집권했을 당시 총애하던 환관인 이연영이 말기 시대에 보인 특별한 케이스였던 모양이다.

<서태후와 궁녀들>이라는 책은 서태후를 모신 궁녀가 구술했는데, 명나라나 조선처럼 한 번 궁에 들어오면 평생 수절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궁에서 일하고 20대가 되면 혼인을 해서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환관을 거세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궁녀제도만 봐서는 만주족이 훨씬 인간적이었던 것 같다.

첫 장에서 영락제가 자금성을 건설하기 위해 베트남의 어린 소년들을 북경으로 데려와 거세시키고 태감, 즉 환관으로 만든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중국인이라 그런지 마치 이 교지태감들을 대단한 특권인양 묘사하는데 따지고 보면 멀쩡한 외국 소년들을 거세시켜 궁에서 평생을 보내게 한 매우 잔인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조선에도 공녀와 환관들을 요구했다는 기록이 있다.

공녀 제도도 참 희안하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른데 왜 꼭 조선에서 여자를 뽑아 갔을까?

조공국이라는 일종의 명분 때문에 위세를 보여주고 싶어서였을까?

그런 면에서 청나라가 훨씬 인간적이다.

입관 전에는 전쟁 중에 많은 포로들을 잡아가기도 했지만 정식으로 국교가 맺어진 후에는 명나라처럼 공녀를 요구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일본 학자가 쓴 <영락제>라는 책에서 그가 고려 공녀의 아들이라는 주장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만약 영락제의 어머니가 고려 공녀였다면 원 순제의 부인 기황후처럼 실록에 대서특필 되지 않았겠냐고 되묻는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의지할 곳 없는 태감들이 도박에 빠지고 빚을 갚기 위해 황궁의 물건을 훔쳐 사형당하는 에피소드들이 안타깝다.

좀더 바람직한 경우로는 종교에 귀의하기도 했다.

천리교 같은 사교에 빠지기도 하면서 가경제 때는 이들이 외부와 내통해 자금성의 문을 열어 준 사건까지 벌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사교가 어리석어 보이지만 당시 하층민들로서는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운명의 질곡을 상부상조하면서 서로 돕고 이겨나가는 의지처였다고 한다.

또 이들 종교 지도자는 나름 지방의 엘리트들로 반드시 정부에 대적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나름 민중들의 삶을 어루만져 주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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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중국명화
스광 지음 / 민속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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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마음에 들어 중국 명화를 감상해 보고 싶어 도서관에 신간 신청한 책이다.

표지 그림은 북송 황제 휘종의 <선학도>이다.

아, 정말 번역본이 이렇게 훌륭하게 잘 편집되고 도판이 선명했던 책이 근래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성이 가득 담기고 매우 개성적인 책이다.

오랜만에 별 4개 준다.

서너 명의 저자들이 같이 쓴 책인데 주제와 형식의 통일성도 좋고 무엇보다 도판이 깜짝 놀랄 정도로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은 상태로 감상할 수 있다니 색채의 선명함에 감탄하면서 봤다.

역자가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 대학의 한국어과 교수인데 번역도 아주 매끄럽다.

중국에서 좋은 책들이 많이 번역되는 것 같아 참 좋다.

지난 번 읽은 청나라 이야기도 비판 의식이 아주 돋보이는 훌륭한 책이었는데 이 책도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과 그를 둘러싼 배경과 작품에 대해 찬찬히 짚어주는 좋은 책이다.

송나라 휘종 황제의 그림들은 본인이 직접 그렸다기 보다 나중에 어제라는 낙관만 찍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어 약간 의구심이 들긴 한다.

워낙 훌륭하고 뛰어난 그림들이 많아 이런 의심이 드는 것 같다.

황제가 이렇게 프로 화가처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북송이 망했나 싶긴 하다.

북송 시대라고 하면 무려 천 년 전 그림인데도 상태가 너무 좋아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동양화는 서양화에 비해 밋밋하고 입체감도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오히려 검은 색 먹 하나만으로 엄청난 대작을 그려내는 중국 화가들의 솜씨가 참으로 대단하다.

검은색 먹의 농담 속에 간혹 등장하는 옅은 채색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조맹부의 대표작인 <작화추색도>가 그렇다.

글씨는 어쩜 그렇게 잘 쓰는지, 이런 게 바로 서예라는 예술이구나 싶다.

그래서 조선 시대 때 조맹부체가 유행했었나 보다.

휘종의 뾰족한 수금체도 개성있고 인상적이었다.

서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옛 사람들의 글씨를 보면 왜 중국에서 붓글씨를 예술의 경지로 추앙했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금나라와 화친하고 악비를 죽인 무능한 임금으로 알려진 남송 고종의 서첩도 아주 훌륭하고 멋지다.

그러고 보면 황제나 고관대작들은 다들 문화적 엘리트였던 것 같다.

귀족문화라고 하면 막연히 사치와 낭비만 떠올리지만 사실은 높은 수준의 심미안을 가진 교양계층이었던 모양이다.

수묵화의 매력은 그림과 어우러지는 제화시에 있는 듯하다.

그것을 해석하면서 그림 감상의 깊이가 훨씬 깊어진다.

안타까운 것은 중국을 그렇게 떠받들고 살았으면서도 왜 조선에는 문화적 교류가 극히 드물었는지다.

개자원화보 같은 목판 인쇄물 말고 직접 이런 그림들을 중국으로 건너가 감상할 수 있었다면 우리의 유명한 화가들 정선이나 김홍도 등의 실력이 훨씬 발전할 수 있었을텐데 이런 점이 참 의문이고 아쉽다.

루벤스도 스페인 궁정 화가였던 벨라스케스에게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오라고 충고하지 않았던가.

직접 명작을 접할 수 있다면 대가들의 경지가 더 높아질텐데 문화적 교류가 없었다는 사실이 참 아쉽다.



<오류>

237p

왕감은 명대의 유명한 문인인 왕세정의 증손자로, 마찬가지로 동지창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

-> 동지창이 아니라 동기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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