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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청나라 역사 - 상 ㅣ 한 권으로 읽는 청나라 역사
따이이 지음, 김승일 외 옮김 / 경지출판사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한 사람이 저술한 책이 아니라 여러 중국인 학자들이 자기 분야에서 쓴 책이다.
그래서 겹치는 내용이 간혹 보인 모양이다.
재밌게 느껴지는 제목과는 달리 상당히 학술적이고, 그래서 깊이가 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하고, 다른 책에 밀려 못 읽다가 드디어 빌리게 됐다.
그런데 벌써 품절이라니.
의외로 책들이 금방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상권은 500 페이지 이상, 하권은 6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고 서양 번역서에만 익숙해서 어렵고 지루할까 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쉽게 잘 넘어간다.
특히 번역이 아주 매끄럽다.
역자 두 분의 이력을 보니 아마도 조선족인 것 같은데 한국어 번역이 자연스럽게 잘 되어 있어 가독성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
다만 인물과 지명의 고유명사를 전부 한자어로 번역해 약간 어색했다.
신해혁명 이전 인물과 지명은 한자어로 쓰고 그 이후는 중국어 발음대로 표시한다 알고 있는데 요즘에는 그 이전 시대도 대부분 중국어 발음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헷갈렸다.
특히 한족이 아닌 청나라 사람들, 이를테면 홍타이지를 황태극이라고 하니 약간 어색한 느낌이 든다.
그 외는 아주 잘 되어 있는 번역이라 생각한다.
그 동안 중국에서 나온 역사책은 인물 위주의 피상적인 책들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쉬운 책들만 봐서 그런 오해가 생겼었나 보다.
이 책은 청나라 역사와 문화, 사회의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상권은 청나라가 흥기할 때의 이야기라 그런지 모든 점에서 아주 훌륭하다.
누르하치의 거병도 훌륭했지만 청조의 기틀을 잡고 천하통일의 기반을 마련한 홍타이지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는 적은 수의 만족이 거대한 중국을 통일하기 위해 다수인 한족을 통합하고, 중앙집권적인 황제권을 강화했으며, 농업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애쓴다.
순치제 역시 젊은 나이에 사망하긴 했으나, 뛰어난 조부와 부친, 그리고 더 똑똑했던 아들의 아버지답게 입관 후 청나라를 안정시키는 데 일조한다.
그러고 보면 훌륭한 황제들이 내리 6대가 연속으로 나와 거대한 제국이 됐으니 청나라의 복이고, 어떤 면으로는 여러 황자들 중 선택된 것이니, 황제들의 후계자 보는 눈이 아주 날카로웠던 듯하다.
장자상속제가 안정적이긴 하나 더 윗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역시 경쟁을 거친 후계자들이 나은 것 같다.
이 책의 다소 특이한 점은, 공산주의적 관점으로 역사를 본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처음 접해서 마르크스와 레닌, 모택동의 견해들이 등장해 약간 당황했다.
청조를 봉건제 국가로 보고 통치 계급과 피통치자를 노예주와 노예로 표현하는 식이다.
그러고 보면 만주족은 중세의 기사와 비슷한 개념인가 싶기도 하다.
만주족들은 전부 팔기에 속해 있는 기사들이고, 이들은 국가에서 나눠 준 장원을 한족이나 포로가 된 노예들의 노동력으로 운영한다.
다만 국가에 모두 속해 있다는 점이 서양과 다르다.
노예제라고 하면 유럽 고대 사회가 연상되는데 넓게 보면 봉건사회는 모두 해당되는 것 같기도 하다.
조선에 19세기까지 노예가 존속했음을 아주 잔인한 것으로 기술하는 책이 요즘 보이던데, 궁극적으로 신분제 사회의 속성인 것 같기도 하다.
상업의 발전 과정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단지 상업적 자본주의에 불과했고 유럽식 공장제 자본주의가 아니었음을 지적하는 부분도 객관적인 평가 같다.
첫 장에 발해가 등장하는데, 말갈족, 즉 청조의 조상이 처음으로 중국 내에서 나라를 세운 것라는 서술에 약간 놀랬다.
발해의 피지배층이 말갈족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이게 청나라와 연결되는 줄은 처음 알았다.
중국에서는 정말로 발해를 지방 정권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대조영을 아예 말갈족으로 기술하고 있어 한국과의 역사적 견해차가 상당함이 느껴진다.
고구려 유민 얘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