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마지막 그림 - 삶의 마지막 순간, 손끝에서 피어난 한 점의 그림
이유리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그런대로 재밌게 읽었다.

아쉬운 점은 참고 문헌이 전부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양서들이라는 점이다.

전문학자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이 이런 책은 1차 자료를 잘 조합한 2차 편집북일 수밖에 없나 보다.

<유럽도자기여행>을 쓴 조용준 작가처럼 본인이 현장조사를 하고 연구해서 책을 내기는 아주 힘든 일인 것 같다.

특히 마크 로스코 부분은 얼마 전에 읽은 <전설의 큐레이터 예술가를 말하다>와 대부분 겹쳐 약간 실망스럽다.

뭔가 저자만의 새로운 시각을 원해서 이 사람의 책을 읽는 것인데 기존 책들을 조합하는 수준이라면 차라리 뒷부분에 나온 참고도서들을 직접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런 아쉬운 점은 뒤로 하고 한 권의 책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우선 도판 인쇄 상태가 좋아서 감상하기 나쁘지 않고 저자의 글솜씨도 매끄럽다.

또 비극적인 죽음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 감동적인 부분도 있었다.

특히 고갱의 편지가 가슴이 찡했다.

자신이 재능이 넘치는 화가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사회는 인정해 주지 않고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목을 맬 생각까지 했던 편지가 너무나 마음 아팠다.

저런 위대한 화가들도 사회의 냉대에 치여 죽음을 고민했구나, 울컥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같이 지냈던 고흐의 불행만 부각되는 것 같은데 고갱 역시 변방을 떠돌며 가족들과 헤어져 사회에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쓸쓸히 죽어간 불행한 화가였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런데 저자는 고흐의 자살설을 주장한다.

영화 <러빙 빈센트>에서 그런 암시가 나왔던 것 같다.

고흐가 살던 동네에 고등학생들이 놀러와 고흐를 괴롭히다가 우발적인 총기 사고가 났고 평소 자학적인 성격이 강했던 고흐는 자신이 다 책임지고 자살한 것으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서양에도 음모론이 있나 보다.

바로 죽은 것도 아니고 다음날 동생 테오까지 만나고 죽었는데 살해했을 거라니 말도 안 되는 추측이다.

더군다나 이 집안은 정신병 내력이 있어 빈센트와 테오뿐 아니라 여동생도 정신병원에 수용됐었다.


미국의 유명 화가들인 바스키아와 폴록의 불행한 죽음이 안타깝다.

둘 다 격정적인 성격을 이기지 못해 한 명은 27세의 나이에 마약 중독으로 사망했고 한 명은 애인과 음주운전 하다가 50대에 사망했다.

미술계에서도 성공하려면 자기 절제력이 필요한 모양이다.

92세까지 장수하면서 최고의 찬사와 부를 누린 피카소와 너무나 비교된다.

바스키아는 흑인이면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공격적인 메시지로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전통 엘리트 계층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의 창조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더욱 무절제한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런 것에 비하면 앤디 워홀의 경력 관리가 대단해 보인다.

어제 읽은 책에서도 훌륭한 화가는 젊어서나 나이 들어서나 꾸준히 창의력을 유지한다고 했다.

에드워드 호퍼와 잭슨 폴록의 아내들도 모두 화가였다고 한다.

리 크래스너의 작품은 전에 봤었는데 호퍼의 아내 작품은 처음 접했다.

이 아내들은 남편들의 예술적 창의력을 발산시키고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경력을 포기한다.

요즘 같으면 부부 모두가 자신의 일에 에너지를 투자할텐데 미국도 1920년대는 남편에게 희생하는 아내의 역할이 기본이었나 보다.


<오류>

177p

운명의 여신은 이번만큼은 고갱의 방랑을 허락하지 않고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1893년 5월 8일 오전이었다.

-> 1893년이 아니라 1903년에 사망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컬렉터 - 취향과 안목의 탄생
박은주 지음 / 아트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만에 나를 고양시키는 책을 만났다.

제목이 약간 진부해 보여 몇 번이나 뒤로 미뤄뒀던 책인데 읽을수록 너무 좋고 가슴이 막 뛰는 것 같아 중간에 감상문을 남긴다.

표지 디자인도 세련됐고 편집도 참 보기 편하게 잘 만들었다.

책에 소개된 컬렉터들의 소장 작품들도 사진을 정말 잘 찍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가 글을 참 잘 쓴다.

보통 인터뷰를 실은 책들은 남의 이야기를 옮기는 것이라 지루하기 마련인데 다양한 컬렉터들의 인생 철학이 조화롭게 잘 녹아들어 정말 재밌게 읽었다.

우리나라 컬렉터의 에세이 몇 권을 읽은 적이 있지만 대부분 지루했고 왜 컬렉션을 하는지에 대한 철학 같은 게 별로 드러나지 않아 별 감동이 없었는데 이 책은 다르다.

여기 등장하는 컬렉터들의 인터뷰에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생이 녹아 있고 또 그것이 독자인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가슴이 막 뛰고 흥분된다.

작년 여름 휴가 때 파리를 갔었다.

대학교 때 가 보고 근 20년 만이지만 같은 곳을 또 가는 거라 큰 기대가 없었다.

먼저 들렀던 상트페테르부르크나 암스테르담 등이 무척 좋았고 파리는 너무 유명해서인가 식상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막상 파리에 도착해 여러 미술관을 돌아다니다 보니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 파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뉴욕은 오히려 서울 한복판 같은 빌딩숲이라 그저 그랬는데 파리는 과연 문화의 수도답구나 감탄의 연속이었다.

훌륭한 명화들을 매일 같이 볼 수 있는 프랑스 사람들이 진심 부러웠다.

이 책에도 주로 프랑스권 컬렉터들이 등장한다.

재벌 회장 같은 돈 많은 유명인이 아니라 작은 수입으로 자신의 공간을 채우는 중산층 수준의 예술 애호가들이라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물론 작품을 구매하려면 기본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

책에도 중산층 보다는 좀 더 여유가 많은 사람들이 나오기는 한다.

그렇지만 35평의 작은 아파트에 1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는 대학 교수도 소개된다.

그 사람 말이, 돈이 없어서 컬렉션을 못하는 것은 핑계라는 것이다.

돈 많은 변호사 친구는 더 고가의 작품 구매 때문에 고민한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한정된 자신의 예산으로 최대한의 안목을 발휘하여 훌륭한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애를 쓴다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정말 수집벽이 없어서 얼마나 복받았는지 모르겠다.

특히 책은 설사 수집을 한다 해도 미술품에 비하면 턱없이 싸고 (천만원이면 500권은 구입할 수 있겠다) 도서관에서 무제한으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으니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다만, 나는 돈보다 시간이 문제다.

아까 그 교수는 자신의 수입의 25%를 작품 구입에 쓴다는 원칙을 세웠다.

나는 독서 시간의 확보가 가장 고민이다.

어떻게 책 읽을 시간을 만들 것인가?

돈 고민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좀 의아한 점이 있었다.

보통 예술계는 자유로운 진보주의 좌파 성향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들을 후원하거나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자본주의적 소득이 있어야 하고, 예술적 안목을 가지려면 노동 외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하니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자본가 계급이다. 

그런데도 예술가들은 자본주의를 싫어하는 것 같아 좀 의아하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반 고흐 같은 가난한 예술가는 역사책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고 대부분의 유명 예술가들은 아주 부유하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린다.

그렇다면 미술은 궁극적으로 부르주아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순수미술이란 곧 귀족적이고 자본주의적인가?


마티스 박물관장이 유족들이 기증한 오려내기 작품들을 뉴욕과 런던에 순회 전시한 이야기가 나왔다.

뉴욕 여행갔다가 모마에서 봤던 바로 그 전시회였다.

신기하다!

서구 미술관들은 기증의 전통이 오래 되고 풍부한 것 같다.

고가의 유명 작품들만 기증하는 줄 알았는데 덜 알려진 작품들도 지역의 작은 미술관에 많이 기증하고 이를 통해 지역민들이 감상할 수 있는 문화가 참 좋아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 자유롭고 유쾌한 삶을 위한 17가지 과학적 태도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가벼워 기대에 못 미친다.

일반인들이 과학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들을 짚어 주는 컨셉인 줄 알았는데 독자층을 중고생 정도로 낮게 잡은 것 같다.

좀더 깊이있는 과학적 이야기였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들

1) 6시간 이상 자야 뇌회복에 좋다.

퇴근 후 애들 봐주고 나면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최소 10시는 넘어야 하고, 책도 가족들이 잠든 후에 눈에 잘 들어와 2시는 넘어야 잠자리에 드는데, 1시에는 자도록 노력해야겠다.

2) 노벨상을 받는 과정에서 여러 번 실패한 사례들이 나온다.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실망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저자처럼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 훨씬 좋은 것 같다.

나는 강박적이고 부정적인 사고가 아주 강한 사람이라 실패가 싫어서 절대 모험도 하지 않고 늘 안정제일주의로 가다 보니 발전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3) 과학을 쉽게 접하는 가장 빠른 길은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

아마도 저자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을 지내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느낀 바일 것이다.

어려서는 누구나 공룡과 별에 관심을 갖는데 나이가 들면 시들해진다.

그렇지만 부모가 계속 관심을 격려하고 다양한 책들을 접하게 해 주면 그 호기심이 나이가 들어서도 유지될 수 있다.

전에 읽었던 <큐레이터>라는 책에서도 그 얘기가 나온다.

우리 주변의 자연에 대한 어린 시절의 관심을 어른이 되어서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라고.

과학 분야는 아니지만 나도 책을 열심히 읽는 이유가 바로 그 호기심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인문학적 세계에 관해 궁금한 게 많아 책과 여행, 전시회 관람 등을 통해 욕구를 충족시킨다.

4) 화학물질이 오히려 동식물을 보호해 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부분이다.

플라스틱이 만들어지면서 동물 가죽을 벗기지 않아도 되고 상아를 깎아서 안경테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인공이나 과학에 대한 거부 반응은 정서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메신저들의 주장보다는 숫자를 보자는 말에 공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읽기의 끝과 시작 - 책읽기가 지식이 되기까지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쓰기에 관한 내용인 줄 알았는데 서평집이다.

도서관에서 신간 신청 후 받아보고 분량이 상당해서 놀랬다.

간간히 서평 쓰기나 책 읽기에 관한 내용도 있어 발췌독 비슷하게 읽었다.

저자는 서평이 개인적인 독서 기록과 다르고 나만의 방식으로 책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저자는 서평을 책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는 에세이 보다는 일종의 소논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확실히 리뷰를 쓰고 나면 책의 내용이 정리가 되고 글쓰기 실력도 느는 것 같아 좋긴 한데 서평 쓰는 것도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

그래서 늘 글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고, 특히 지식을 전달하는 인문학 서적의 내용을 과연 한 편의 글로 요약 정리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 서평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게 됐다.

그렇지만 책을 읽고 난 결론은, 아무리 서평을 잘 써도 남의 요약글 읽어서는 내 것이 될 수 없고 결국 직접 그 책을 읽는 게 가장 좋은 일이다.

그렇다면 좋은 리뷰란 독자로 하여금 읽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소개하는 수준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 서점이 활발하지 않았을 때는 주로 신문의 북섹션에서 소개하는 책들을 읽었다.

화제성도 있고 신문에 기자가 따로 소개할 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이 보장되어 책 선택에 도움이 많이 됐다.

좋은 서평을 써 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서평보다는 직접 원전을 읽는 것이 가장 좋고, 여전히 글쓰기는 내 개인적인 감상 위주로, 약간의 책 소개를 덧붙이는 정도의 편안한 에세이 수준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들 몇 가지

1) 수준에 맞는 책 읽기

관심가는 주제를 정하면 입문서부터 시작해 개론서, 전문서 등으로 수준을 조금씩 높여 가는 게 좋다.

어려운 책을 읽으면 흥미가 떨어지고 독서의 원동력이 바로 알고 싶은 욕구인데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독서의 의미가 없어진다.

내 수준에 맞는 책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 같다.

그런데 읽다 보면 자연스레 독서 수준이 올라가서 고르는 눈도 생긴다.

특히 요즘은 저자의 약력을 자세히 본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가 역사인데 해당 분야에 학위논문이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2) 어려운 부분은 건너뛰고 대신 시간차를 두고 다시 읽기

읽다 보면 막히는 부분이 있어 한정없이 시간이 늘어지고 흥미가 떨어져 진도가 안 나가는 순간이 있다.

책을 읽는 것도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빨려들어 가야 되는데 그 몰입이 안되는 순간을 잘 넘어가야 한다.

일단 건너 뛰고 잠시 후에 다시 읽어 보면 맥락이 이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꼭 어려운 책이 아니라 할지라도 시간차를 두고 두 번 세 번 읽게 되면 내용이 훨씬 체계있게 각인이 된다.

간섭효과가 있으니 너무 빨리는 말고 적어도 1년 이상 시간차를 두고 다시 읽으면 이해도 빠르면서 새로운 기분이 든다.

재독하고 싶은 책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3) 책 읽기도 중요하지만 내 경험도 중요하다.

정말 동의한다.

전에 책을 읽을 때는 그냥 본문의 내용만 이해를 했는데 요즘은 내 주변의 상황과 비교해서 이해를 하니 훨씬 도움이 된다.

역사서라 그럴 수도 있는데 전에는 피상적인 기록으로만 느껴졌던 사건들이 오늘날의 세계와 비교하게 되고 살면서 만났던 여러 인간 군상들을 생각하다 보면 좀더 깊이있는 이해가 되는 느낌이다.

배경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은 물론이고, 나이가 들면서 갖게 되는 통찰력도 독서에 간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양미술사(하) 일본 인도 서역 동남아시아편 미진아트히스토리 2
이주형 외 지음 / 미진사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권은 중국 미술사였고 하권은 일본과 인도, 서역(신장), 동남아시아로 나뉘어졌다.

일본편이 책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자세한데 아, 정말 읽기 힘들었다.

중국편도 공예나 불상 조각은 꽤 힘들게 읽었지만 그래도 회화는 도움이 많이 됐는데 이번 일본편은 전체가 다 지루했다.

어쩜 이렇게 맥락도 없이 온갖 일본의 유명 문화재들만 소개를 하는지.

아마도 저자 중 한 명이 일본 대학에 근무하는 분이라 보다 많은 문화재들을 소개하려다 보니 지루했던 게 아닐까 싶다.

끝까지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고민했던 책이다.

반면 인도편은 일본편과 대조적으로 아주 재밌다.

이주형 교수가 썼는데 저자의 전작들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인도 아대륙도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보다 큰 지역으로 공용어만 10개가 넘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지라 영국의 식민 지배 이후 인도라는 하나의 국가로 명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앙집권화의 역사가 수천 년 이어온 중국과는 전혀 다른 곳이라 한다.

저자는 이 복잡한 인도 문화를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참 재밌게 서술한다.

무굴 제국 편을 쓴 구하원 연구원이라는 분도 아주 글솜씨가 좋아 약력을 찾아봤더니, 그 후로 서울대 교수에 임명된 모양이다.

이 분이 쓴 <클릭 아시아 미술사>도 재밌게 읽었었다.

정말 글쓰는 능력도 타고나는 것 같다.

이런 통사는 시대별로 나열하기만 하면 읽는 사람이 너무 지루하고 힘들 수밖에 없는데 전체적인 맥락을 잡아주는 서술 방식이 아주 좋았다.

아시아 문화라고 하면 중국식 유교 문화만 생각했는데 같은 불교라 해도 동북아시아와 매우 다른 불상이나 석굴 사원들이 참 개성적이고 흥미롭다.

돈황 석굴도 신기하지만 아잔타 석굴 같은 인도의 석굴들도 참 신기하다.

빛이 안 들어오는 동굴을 예배 장소로 바꾸어 온갖 벽화와 조각을 한 기술력이 놀랍다.

힌두교 역시 신전이 많은데 보통 불교의 상징이 탑이라면 힌두교는 신전 자체를 신의 집으로 숭배한다.

무슬림들이 예배하는 장소로써 모스크를 이용하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에서 봤던 온갖 신기한 돌로 만든 신전들이 그래서 다양하게 조각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복잡한 인도의 역사를 문화를 통해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도판이 참 선명하고 다양해서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