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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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매력적인 제목에, 관심있는 작가의 독서론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도서관에서 실물을 보니 분량이 너무 적고, 본격적인 한 권의 책이라기 보다는, 여기저기 발표한 간략한 에세이와 짧은 경구 몇 줄이라 전체적으로 편집은 매우 아쉽다.

나는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소설에도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 시리즈, 해리 포터 등을 영화로 보긴 했지만 거의 다 졸았다.

유명하다고 하니까 의무감에 가서 봤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작가에게 관심이 생긴 계기는, <순전한 기독교>라는 책 때문이다.

오래 전에 읽어 기억은 가물가물 한데,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을 읽고 무신론자가 된 후 우연히 저자가 쓴 기독교론을 접하고 신앙으로서의 기독교에 대한 마음의 여지를 남겨 두게 됐다.

책 읽는 삶이라니, 정말 매혹적인 제목이다.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저자는 독서를 통해 우리 존재가 확장될 수 있다고 했다.

정말로 공감이 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도, 세상사가 궁금해서 책을 통해 지적 욕구를 만족시키는데, 한 권의 좋은 책을 읽고 나면 그만큼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 느낌이 든다.

저자가 말하길, 유행가는 흥얼거리면서 듣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버리고 그저 배경음악으로서 기능하지만, 클래식은 집중하면서 듣게 되고 들을 때마다 마음의 감화를 받게 된다고 했다.

단순히 배경음악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고 몰입하게 만드는 게 예술인가 보다. 

좋은 책이란 한 번 읽고 끝인 게 아니라 읽을 때마다 마음에 감동을 주고 인식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 같다.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책을 접했을 때의 그 기쁨이란!

왜 천국이 거대한 도서관이라고 했는지 너무나 이해가 된다.

글쓰기는 양떼를 몰고 길을 가는 행위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하나의 주제에 수렴하는 글을 쓴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하다못해 이 가벼운 감상문 하나를 쓸 때도 그렇다.

마음에 올라오는 감정과 생각들은 많은데 한 줄의 글로 정리하기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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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정체성 - 공간과 역사
페르낭 브로델 지음, 안옥청. 이상균 옮김 / 푸른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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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까 봐 부담스러웠던 책인데,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이라 읽게 됐다.

표지만 좀 더 멋지게 바꾸었으면 책의 매력이 훨씬 더 살아날텐데 아쉽다.

유명한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이 자신의 나라 프랑스를 분석한 책이다.

원래는 더 집필할 예정이었는데 아쉽게도 중간에 끝나버렸다고 한다.

상세한 예시나 논증은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책의 취지는 충분히 잘 전달됐다.

책의 핵심 키워드는 "다양성"이라 할 수 있겠다.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일찍이 중앙집권체제가 확립된 나라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지방분권이 강했고 방언도 많다고 한다.

진정한 중앙집권제는 철도와 자동차, 비행기의 시대가 도래하고 초등교육이 의무화 되며, 무엇보다 대중 미디어가 확산된 20세기 후반에나 가능했다는 논평이 인상적이다.

심지어 저자는 지금도 완벽한 통일은 형식일 뿐 내부는 다양한 모습의 모자이크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통일을 이루기에는 프랑스가 너무나 큰 나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우리는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립된 공간에서 관료제가 발달해 촌락까지 중앙에서 통제해 왔던 터라 프랑스와는 다를까?

김갑수라는 평론가가 왜 한국은 독일처럼 지방자치제를 못하냐고 한심하다는 투로 말하던데, 19세기 말에나 겨우 하나의 국가를 이룬 독일과의 비교는 어불성설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오래 전부터 전제군주정이 확립된 동아시아와 봉건제가 강했던 유럽과는 전혀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졌으니무조건적인 비교는 어려울 것 같다.

핀란드식 교육 운운할 때도, 과연 인구 500만의 나라와 5천 만인 한국을 단순비교 할 수 있나 의문이었다.

약간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프랑스라는 나라의 형성과 본질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고 마치 소설책을 읽는 기분으로 빨려 들어간다.

역사책은 결국은 인간들끼리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책이라는 게 실감난다.


<인상깊은 구절>

338p

정주한다는 것은 존재의 시작을 의미한다. 오늘날과 같은 체계화된 국경이 있기 이전부터 프랑스를 구분하는 경계는 존재했으며, 프랑스는 이러한 경계를 통해 그들이 정주할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대대로 이어받은 영토와 정복을 반복하여 과거의 교통수단을 기준으로 했을 때 거대한 공간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확보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프랑스는 오랫동안 광대한 지역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괴물' 또는 '대륙'과 같은 존재였으며, 마치 하나의 제국과도 같았다. 프랑스의 지방들을 불편하게 만든 지역통합 정책은 프랑스 외부에 존재하는 위험요소보다도 내부의 위험에 대처해야 하는 정치적 상황을 만들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했고, 각각의 감시 체계가 요구되었다. 1756년에 앙주 구다르는 루이 14세가 벌인 전쟁들에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영토 정복 후 프랑스는 요새 국가가 되었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수비대가 필요했다. 프랑스 왕국의 경계는 넓어졌고 군사요충지도 증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전시와 평상시의 차이가 없어졌는데, 새로운 정복을 이유로 모집되는 군사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만큼의 수비대가 필요했다."

358p

해상 교역은 절대적인 권력체계와 왕과 귀족의 사치와 끊임없이 발발하는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무거운 세금으로 확충하는 제도하에서는 번영할 수 없다. 투자가 가능한 자유로운 기업활동만이 거대한 자본가계급을 형성할 수 있다. 이들의 역할이 없으면 국내의 상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상업활동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직도 프랑스 의회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서 이러한 경제와 기업의식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대규모의 상업적 교류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야말로 프랑스의 강력한 해군력 구축의 기반을 완성하는 지름길이다.

409p

절대왕정 시대의 행정 체계와 더불어 군대는 프랑스의 단일화를 형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가 되었다. 19세기 초 무렵 대략적인 계산에 의하면, 매년 15만 명의 이민자, 이주 노동자, 계절 노동자들이 프랑스 국내를 이동하며 이러한 혼종화에 참여했다. 그러나 군의 경우에는 스페인 왕위계승전쟁 말기인 1709년~1713년 동안 50~100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이동했는데, 이는 공화력 2년(1793)의 국민 총동원에 필적할 만한 수치이다. 19세기와 20세기에 일어난 세계대전으로 프랑스군의 규모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프랑스의 단일화는 역사적으로 사회, 경제, 정치, 문화와 같은 모든 분야의 힘이 모여 이루어 낸 과업이었다. 일드프랑스 지방의 언어가 중심이 된 프랑스어는 정치와 행정적인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프랑스의 통합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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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21-12-1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열심히 읽으시네요! 전 올해에는 거의 성적이 완전 최악이네요.. 몸도 좀 다시 아파졌었고, 다른 취미에 재미를 들인 탓도 있긴하지만...^^;;;

책을 열심히 읽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항상 marine님이 올리시는 리뷰를 보고 많이 참고 하고 있어요 ㅎㅎ

marine 2021-12-20 13:43   좋아요 0 | URL
열심히 책 읽고 싶은데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 복잡해 결국에는 계획에 미달하고 말았네요.
건강 유의하세요~
 
유럽에서 마주한 뒤섞인 문명 - 스페인 안달루시아 & 터키 이스탄불 탐방
김종천 외 지음 / 어문학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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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여행기다.

좋은 여행기를 쓴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 요즘에는 잘 안 읽게 된다.

주마간산식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를 사진과 적당히 버무리거나, 시시콜콜한 일정을 늘어놓기 마련이라 대체적으로 실망하게 된다.

그래도 이 책은 일단 사진 도판이 선명해서 감상의 즐거움이 있고, 여행지에 대한 좋은 정보를 주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여 읽을 만하다.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이 교차하는 두 지역, 스페인과 터키의 이스탄불 여행기이다.

꼼꼼하게 출처를 밝힌 점은 마음에 든다.

스페인과 오스만 제국에 대한 간략한 정리를 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저자는 이슬람의 스페인 침략에 대해 문화적 혜택을 본 긍정적인 사건이었다고 하는데, 과연 스페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궁금하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근대화 과정이었다는 주장과는 별개인 것인가?

중세 시대는 민족 국가 개념이 아니었으니 오늘날의 식민 지배와는 다른 것인가?

하여튼 이슬람 문명의 혜택을 받았다는 과도한 찬사는 약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중세 때는 관용과 과학 기술 발달의 문명이었던 이슬람이, 오늘날 이렇게 후퇴한 것은, 정교분리와 세속화에 실패한 탓일까?

마치 오스만 제국이 몰락한 것처럼 말이다.

제목이 진부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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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
마크 갈레오티 지음, 이상원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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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었을 때의 기쁨이라니!

겨우 230 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으로 방대한 러시아의 역사를 전부 담아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역시 전문가는 다른 모양이다.

한 권으로 읽는 러시아 역사, 이런 류의 책과는 차원이 다른 훌륭한 개론서다.

러시아라는 이 거대하고 복잡한 나라가 어떻게 시작되고 커졌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지엽적인 내용이 적고 큰 줄기 위주라 지루하지 않고 금방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반만년 역사라는 수식어에 갇혀 있어서 그런지 그리스 로마를 제외한 서구 여러 나라들의 시작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사실에 가끔 놀랠 때가 있다.

러시아가 민족국가를 이룬 것은 9세기 무렵으로 본다.

그것도 이방인들, 그 유명한 바이킹들이 교역을 위해 건너와 정착한 것으로 본다.

노브고로드에서 시작한 이 공국은 키예프로 내려와 류리크 왕가를 이루고 몽골의 지배 이후 모스크바로 중심지가 이동한 후 17세기에 로마노프 왕조가 지배한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는 시베리아로 뻗어나가 방대한 국가를 이룬다.

미국이 인디언들을 쫓아내고 서부 개척을 했던 것처럼, 러시아도 시베리아 칸국들을 정복하고 이들 역시 천연두 등으로 쓰러졌다고 한다.

오늘날 러시아가 유럽 국가를 표방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것은 확실한 국민국가를 이루지 못한 초원의 유목민들을 장악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키예프 공국이나 몽골 지배 시절의 모스크바 공국도 재밌었지만 로마노프 왕가의 몰락 이후 스탈린의 압제, 2차 대전, 그리고 푸틴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현대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부분도 아주 흥미로웠다.

다민족들이 모여 하나의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과거 다시 쓰기를 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러시아의 미래가 나갈 방향은 확실히 알 수 있지만, 과거는 끊임없이 변한다는 말에 러시아 내셔널리즘의 본질이 있는 것 같다.

학자들이 대중을 위한 이런 쉬운 교양서들을 많이 좀 발간해 주면 좋겠다.


<오류>

72p

드미트리 돈스코이는 모스크바의 리더십을 확고히 했다. 그 아들 이반 3세가 대제라 불리게 된 데는

-> 드미트리 돈스코이의 아들은 바실리 1세이고, 이반 3세는 드미트리의 증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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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나들이 - 하 - 너른 품 속 중국 고궁의 숨겨진 이야기 고궁 나들이
중국고궁박물원 엮음, 탕쿤.신진호 옮김 / 민속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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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권은 여성들의 처소인 동6궁과 서6궁에 관한 이야기다.

500 페이지로 분량이 많긴 하지만 이 정도 도판 수준으로 책값이 49000원이 책정되어 있다니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

자세한 궁궐 소개와 사진들은 좋지만, 어설픈 삽화들이 많고 사진 퀄리티도 떨어져 제대로 자금성을 감상하기 어렵다.

건축물 자체가 궁금하기 보다는, 그 곳에 살았던 인간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하권에서는 아무래도 여성들이 살던 공간이다 보니 거기에 살았던 후궁들의 사연이 많이 나오고, 결국 궁이라는 곳도 문화재라기 보다는,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가 삶이 녹아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편견 탓인지, 만주족이라고 하면 어쩐지 말타는 유목민 느낌이 드는데, 청나라 황제들의 우아한 필체와 시를 보면 품격있는 선비, 훌륭한 교양인이었다는 게 실감난다.

최고 수준의 유학 교육을 받고 수준높은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하늘 아래 하나뿐인 전제 권력자도 열심히 공부를 했었던 모양이다.

한자는 이집트 글자처럼 상형문자라 그런지 뭔 뜻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감상하는 미적 즐거움이 있다.

공예품이 많이 소개되어, 과연 도자기의 나라답다는 감탄도 나온다.

그러고 보면 문화적 번영과 화려함은 사치를 가능하게 해주는 국가의 부유함에 나오는 게 분명하다.

자금성 후원의 아름다운 정원들도 소개되어 흥미롭게 읽었다.

도판을 좀더 보강했으면 좋을 듯하다.


<인상깊은 구절>

352p

건륭 황제는 비록 만족이기는 했지만 어려서부터 유가사상의 영향을 깊게 받아, 비록 황제이지만 마음속에는 문인의 풍골과 정회를 간직하고 있었다. 황제가 건륭 화원을 조성한 것은 태상황 준비를 한 것이기도 했고, 자신의 문인 정회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문인의 고결한 품격에 대한 그의 좋아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난정'에 대한 정회 어린 집착과 은일 생활에 대한 바람도 마찬가지로 담겨 있다.

394p

옷을 입고 모자를 쓰는 것은 규정이 있고, 일거수일투족은 마음내키는 대로 할 수 없다. 궁중의 고귀함과 속박은 함께 존재한다. 청나라 궁정에서는 천자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황태후부터 관리의 부인에 이르기까지 복식에 엄격한 요구가 있었다. 등급은 엄격했고, 함부로 뛰어 넘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조회나 제사를 거행할 때 제후 대신들은 반드시 조복을 입어야 했고, 동시에 조과와 조주 등의 장신구를 갖춰야 했다. 이 장신구들은 주인의 이미지를 꾸몄을 뿐만 아니라 등급과 지위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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