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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깊다 - 한 컬처홀릭의 파리 문화예술 발굴기 깊은 여행 시리즈 1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관광객들은 빠듯한 일정에 따라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긴다. 가이드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후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 파리의 외관만을 본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호흡만 늦추고 숨을 고르자. ... 과감하게 에펠탑이나 루브르를 포기해보자. ... 남들이 에펠탑과 루브르를 이야기할 때 혼자만 겪은 여행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이 그냥 지나쳐버린 파리를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책, 253-254쪽, <파리에서 휴식을 - 파리에서 정원을>에서)


1. 파리는 깊다?

'파리는 넓다'도 아니고 '파리는 깊다'라니? 일단 책 제목이 제 관심을 자극했습니다. 그리고 저자 고형욱의 소개도 관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영화기획자, 와인평론가, 음식비평가, 여행 칼럼니스트, 그리고 고등백수?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작가'라는 소개가 그랬습니다. 뭔가 정형화된 직함을 가진 사람들의 책보다 이런 자유로운(?) 직함의 소유자들이 쓴 책이 더 호감이 가는 때가 있지요.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때가 그랬습니다.  

이 포스트 도입에 인용한 것 외에도, 고형욱은 이 책의 취지 비슷한 걸 책의 여러 곳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저 또한 크게,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여행의 원칙입니다.


남들이 다 아는 파리가 아니라 약간 다른 시각으로 파리를 느낄 수는 없는 걸까. 대부분의 관광이란 도시의 외관을 둘러보는 것에 불과하다. 거기서 약간만 더 들어가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 예정된 코스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자.
(8쪽, <머리말>에서)
 
 
 
2. 파리의 설명에 종횡무진 동원되는 문화예술사적 사실의 매력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센 강 위에는 모두 서른 일곱 개의 다리가 걸려 있다. 2006년 마지막으로 생긴 다리에는 프랑스의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이름이 헌정되었다. 베르시와 국립도서관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다. ... 시몬 드 보부아르 다리는 차가 다니지 못한다. ... 차량 통행이 금지된 다리들 중에서는 퐁데자르 다리가 가장 유명하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사르트르의 초상 사진을 이 다리 위에서 찍었다. 대화를 나누던 사르트르는 잠시 생각에 잠긴 채 파이프를 만지작 거린다.
(291쪽, <강이 만든 도시 - 파리의 섬과 다리>에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그리고 관심이 없더라도 어디선가 한두번 들었을 법한 사람들, 문화예술사적 인물들이 고형욱의 파리 설명에 동원되고 등장합니다. 예컨대, 시몬 드 보부아르도 알고 사르트르도 알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을 안다 하더라도 위에 인용한 것처럼 파리의 다리와 연결지어 설명하기는 쉽지 않죠. 이런 설명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거구요. 이 같은 문화예술사적 사실(史實)이 동원되는 매력적인 파리 설명이 이 책의 전체를 수놓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3. 여행의 한축 맛집기행은 파리 여행에서도 예외일 수 없는! ^^

미식가라면 최고급 레스토랑의 이름 몇 개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흔히 '미슐랭 스리 스타'로 알려진 레스토랑들이다. ... 그러나 고급 식당은 그에 걸맞은 품격을 갖추고 있다. 어느 정도의 출혈은 감수해야 한다. 만찬이 기본 300유로가 넘는다. 이렇게 파리에서 최고급으로 즐길 수도 있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다. 그 10분의 1 가격으로 파리를 즐겨보자. 40유로 이내에 세 코스의 정찬을 즐길 수 있는 집을 찾아서. ... '값싸고 맛있는 집'들을 찾아보자. 뒷골목에 숨어 있는 파리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295쪽, <식당을 순례하는 법 -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2010년 9월 11일 현재, 원-유로 환율은 약 1485원입니다. 갑부가 아닌 이상 아무리 해외여행 중인 파리에서의 만찬이래도 300유로(약 45만원)을 지불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러고 싶지 않은 거죠. 그런 돈을 내고 맛난 음식을 못 먹는다면 그게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일테구요. 고형욱은 이 가격의 대략 10분의 1 가격으로 파리에서 '값싸고 맛있는 집'을 찾자고 제안합니다. 그렇죠. 값 비싸고 맛있는 집은 누구나 찾을 수 있지만 값싸고 맛있는 집은 경험자만 찾습니다. 고형욱은 이 책의 2부에서 그런 식당과 카페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일부?) 적고 있습니다.
 
 
 
4. 가보고 싶은 곳이 줄줄이 생겨나는 여행의 뽐뿌

[아마도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일]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는 영화 속 사랑을 꿈꾸는 쪽지들이 붙어 있다. 낭만적 사랑이 자신의 운명이라도 되는 양 만남을 기약하는 메모들이다. 관광객들은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면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 사진과 연락처, 짧은 메모를 남기고 ...
(244쪽, <책들의 도시 - 파리의 서점들>에서)

여행의 경험을 담은 책은 독자에게 여행의 뽐뿌를 일으킬 때 본분을 다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에서 고형욱은 자주 혹은 가끔^^ 손에 잡힐 듯이 또는 매우 친근하게 파리의 어떤 곳을 설명합니다. 그것은 강렬한 유혹이 되어 독자에게 여행의 뽐뿌를 일으킵니다. 위에 인용한 파리의 유명한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Shakespear & Company)}에 관한 묘사가 그랬습니다. 마치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한 느낌에 호기심이 마구 동한다죠. 파리에 가면 꼭 이 서점에 가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 만큼. ^^
 
 
 
5. 사진을 좀 싣지, 하는 아쉬움

보주 광장은 동서와 남북의 길이가 각각 140미터인 정방형 건물이다. 건물로 둘러싸인 정원이 초록 나무들로 생기가 돈다면 이를 둘러 싸고 있는 건물 외관은 빨간 벽돌로 품위를 갖추고 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컬러가 만들어내는 조화로움이 광장에 세련된 풍모를 부여한다. 중앙에 울창하게 심어진 거목들 주위로 잘 다듬어 조경을 한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210쪽, <400년의 도시 - 파리의 구(區)들>에서)

위의 4항에서 적은 것과는 반대로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머리 속에 그려질 듯 그려질 듯, 안개 속 부연 형체 마냥,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 묘사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제 상상력이 부족한 건지, 말로 하는 설명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지) "사진을 좀 싣지!"라는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예술작품은 저작권 관련해서 게재가 어렵다 하더라도 건물들(예컨대 위에 적은 보주 광장 같은 곳들)은 맘만 먹으면 어렵지 않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출판사 혹은 저자한테, 책의 두께가 두꺼워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일까, 하는 짐작을 할 수는 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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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깊다 - 한 컬처홀릭의 파리 문화예술 발굴기 깊은 여행 시리즈 1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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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는 넓다'도 아니고 '파리는 깊다'라는 제목 값을 하는 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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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오동명 지음 / 생각비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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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자서전과 함께 보면 좋을, 김대중 대통령 사진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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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오동명 지음 / 생각비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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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사랑은 진실로 너그러운 강자만이 할 수 있다. 
원수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힘까지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언제나 기구하자.
그리하여 너와 내가 다같이 사랑의 승자가 되자. 

(이 책, 102쪽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인용)

 
사진집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집이죠. 오동명이란 사진 기자가 찍은 정치인 김대중의 사진을 모아 추려 엮은 사진집입니다. 오동명의 짤막짤막한 멘트가, 때로는 기억의 한 조각으로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진과 함께 박혀있는 사진집이지요.


오동명(글, 사진), 사랑의 승자: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생각비행, 2010.
* 본문 131쪽, 총 142쪽.
 

제 기억으로 2010년 8월25일(수)부터 읽었던 것 같습니다. 늘 독서에 관한 메모를 하는데요. 이 책은, 읽기 시작할 때 메모를 하지 못했네요. 오전 시간 화장실에서 사색의 시간^^을 함께 했기에 메모를 하기 어려웠다죠. ^^ 8월 31일(화)에 읽기를 마쳤습니다.




1. 정치인의 사진(집)은 항상 엄숙해야 하나?




이 사진집은 내 어렸을 때의 장난기처럼 한 위인의 평범한 모습, 그리고 우리와 같은 어수룩한 모습, 이와 함께 내게 감동을 준 남다른 사랑과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광장'이 되도록 세상에 내놓고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
(12쪽, <국민과 영원히 함께 하는 대통령을 꿈꾸며>에서)

오동명은 '높은 사람들'의 사진은 왜 항상 엄숙해야 하냐는 반문을 던집니다. 이 책은 김대중의 평소 모습들, 신문에 실리지 않을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오동명은, 뭐랄까, 무의미한 평범함이 아니라 의미와 감동이 있는 평범함을 좇습니다.



2. 김대중에 대한 오동명의 기본적인 인식은 존경.


나는 김대중이란 사람을 우리 5000년 역사에서 세종이나 이순신 같은 국내의 위인이 아닌, 국제적 위인으로 손꼽을 선인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금 단지 정치-이해적 알력이나 그를 적대시하는 권력자들의 득세로 감춰지고 있을 뿐, 먼 미래의 우리 역사에선 그의 역할이 십분 드러나지 않을까 희망하며 믿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11쪽, <국민과 영원히 함께 하는 대통령을 꿈꾸며>에서)

김대중을 적대시하는 권력과 세력에 의해서 난도질 당해서 그렇지, 김대중은 대한민국과 세계 역사에 남을 위인이라고, 오동명은 생각합니다. 책의 중간 중간에 안타까움을 담은 반문과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오동명의 기본적인 인식은 김대중에 대한 존경입니다. 위인에 대한 존경 그 이상의 존경!

 

 

3. 책 전체에 배어 있는, 오동명이 품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은?


난 그가 ... 죽어서는 국민의 곁을 떠나 박정희와 이승만 사이에 들어가서 쉬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못마땅하다.
(14쪽, <국민과 영원히 함께 하는 대통령을 꿈꾸며>에서)

'가장 작은 자에의 헌신을 우리들의 당신에 대한 충성의 척도로 판단하겠다'던 예수의 유언을 당신의 편지에서 읽었습니다. 그렇게 하시겠다는 다짐의 말씀 아닌가요? 지금 당신은, 당신의 몸은 어디에 뉘어 있습니까? 소위 가장 큰 자들의 곁 아닌가요? 보호받지만 국민과 멀리 떨어져 있는 차갑고 쓸쓸한 땅을 떠나 작은 자들에게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작은 자들에게로 돌아오셔야 희망이 이루어집니다.
(131쪽, <끝내면서, 다시>에서)

오동명은 김대중 대통령이 국립현충원에 누워있음을 안타까워 하고 아쉬워합니다. 그의 말대로 박정희나 이승만과 함께 누워있는 것이 싫은 겁니다. 높은 사람들과 함께 누워 있으면 되겠냐고, 낮은 자들과 작은 자들과 함께 해야 하지 않겠냐고, 안타까워 합니다. 그것이 인간 김대중의 삶과 가장 어울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책 전체 곳곳에 묻어납니다. 때로는 드러나게 때로는 은근히.

 

 
4.
 김대중에 대한 오동명의 어떤 실망, 어떤 반문.


일산 동네에서 상당수 주민이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 살던 집으로 그대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대와 염원이 담긴 말이었다. 욕심을 내다가 다른 전직 대통령이나 그들의 자녀가 그랬던 것처럼, 감옥에 가는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기를 소망했다. ... 그러나 주민의 기대와 달리 김대중 대통령은 ... 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일산집은 임시 거처에 불과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목적을 둔 임시 전입에 불과할 뿐이었다.
(119쪽, <우상화>에서)

이 책에서 군데군데, 오동명은 기자로서 다른 사람들의 입을 빌어 자신의 실망감을 표현합니다. 왜, 그건 처음에 약속했던 대로 지켜주지 못했는가? 왜, 그건 그렇게 서둘러 진행했는가? 하는 류의 물음들인데요. 위에 인용한 대목처럼 (딴나라당의 잘 나가는 정치꾼들이 하는 위장 전입도 아니고 그저 임시 전입일 뿐인데도 그게) 임시 전입이 아니었냐며 투정 어린 질타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대목에서는 (리뷰가 스포일러로 전락하면 안 되므로 세세히 적지는 못하지만^^) 좀더 무게감 있는 비판을 내놓기도 합니다. 오동명은 실망을 전하지만 (제 생각으로) 김대중은 또 김대중대로 자신이 처한 상황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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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사냥꾼 - 유쾌한 과일주의자의 달콤한 지식여행
아담 리스 골너 지음, 김선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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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에 푹 빠진 사람의 과일에 관한 이야기가 종횡무진. 근데 갈피를 잡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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