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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을 사랑한 고양이 ㅣ 단비어린이 문학
전은숙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5월
평점 :
판타지 느낌을 주는 책 제목과 표지가 호기심을 갖게 하는 동화책입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 동화책은 좀더 깊이 있는, 아이들이 꿈, 일, 돈, 도덕성,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로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내용들이랍니다. 이 책은 다섯 가지 주제를 다섯 개의 이야기에 담아내고 있는데, 서로 다른 느낌의 색으로 그려내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네요.
표제작 [신부님을 사랑한 고양이]는 아름답고 예쁜 하얀색 털을 가진 도둑고양이가 화자입니다.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아파트 주차장을 어슬렁거리지 않고, 가정집의 깨진 음식물 쓰레기통에 머리통을 집어넣지 않으며, 가능하면 사람들 눈에 뜨지 않으려고 하는 고양이죠. 이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은 보름달이 뜰 때 성당 지붕에서 먹는 쥐랍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웅크리고 잠자던 비둘기를 덮치다가 성당 지붕에서 떨어지는 탓에 오른쪽 앞다리를 다치고 말았죠. 이런 하얀 고양이를 검둥이가 튀어나와 비웃곤 합니다. 하얀 고양이는 이 검둥이와 말도 섞기 싫은 탓에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했습니다. 하얀 고양이가 성당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신부님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신부님은 하얀 고양이에게 나비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나비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여자가 되어 신부님 곁에 있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사람처럼 공부를 하고, 곱게 화장도 해보고 예쁜 여자가 된 상상을 하면서 요리를 하기도 하지요. 부질없어 보이는 이런 나비의 노력에 응답이 왔습니다. 나비의 꿈에 나타난 사람은 바람의 언덕의 성곽에 누워 천 일 동안 빗물을 받아먹으며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하나라도 나비를 위해 울어 주는 이의 눈물을 받아먹는다면 천 일 후에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죠. 나비는 그렇게 바람의 언덕에서 빗물을 먹으며 신부님을 기다렸지만, 천일이 되었을 때 다가온 것은 신부님이 아니라 검둥이었습니다. 꽤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나를 위해 진심을 눈물을 흘려줄 수 있는 이가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순간, 검둥이의 눈물 한 방울이 내 입으로 떨어졌습니다. 비록 이 세상 마지막 순간이었지만 나는 사랑을 얻었습니다. 검둥이의 눈에서는 계속 붉은 눈물이 떨어졌고, 나는 그 눈물을 닦아 주지 못한 채 눈을 감았습니다. (분문 27p)
[어느 별 이야기]는 먼 은하수 너머에 있는 작은 별에서 글자를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연못가에서 낚시를 하며 글자를 낚는 쇠똥구리, 글자의 주름을 펴서 말리고 글자로 멋진 문장을 만들어내는 염소, 글자를 다림질을 하는 하마, 그리고 글자를 지구로 보내는 비둘기. 이들은 자신이 맡은 바 일을 잘 하고 있었지만, 어느 날 일을 바꿔서 진행하기로 했고, 결국 지구에서는 이 글자들로 이야기를 만들지 못했어요. 지구의 작가들이 먼 은하수 너무 작은 별에서 보내주는 글자로 글을 쓴다는 재미있는 소재를 통해서 각자 맡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어. 너만 그런 게 아냐. 자기 일이 하찮고 보잘것없다고 생각될 때 말이야. 하지만 이 세상에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은 하나도 없어. 그냥 지금 그 모습 그대로 멋지고 소중해." (본문 47p)
[카멜레온]은 그 결말이 너무도 만족스러우면서도 무서운 이야기였어요. 사람보다는 돈을 귀하게 여기는 아버지와 아들이 더러운 것만 먹고 사는 카멜레온에 의해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지요. [별을 버렸다]는 예쁜 메모지가 갖고 싶어 엄마가 아빠의 병원비로 모아둔 돈을 몰래 꺼내어 메모지를 구입한 수인이의 이야기에요. 아빠의 병원비가 부족해 걱정하는 엄마를 보고 죄책감을 시달리는 수인이의 모습이 안타깝게 담겨져 있네요. [할아버지의 선물]은 자전거가 갖고 싶었던 경태에게 자전거보다 할아버지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다섯 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인생의 화두를 던져주고 있어요. 꿈, 일, 돈, 도덕성,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잘 담아내고 있네요. 어떤 이야기는 판타지처럼, 어떤 이야기는 현실감있는 소재로 자칫하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지루함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색감도 예쁘고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신부님을 사랑한 고양이'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