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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ㅣ 단비어린이 그림책
홍민정 지음, 최정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4월
평점 :
얼마 전 시각장애가 있는 김예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안내견의 국회 출입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장애인 복지법이나 국회법에도 안내견 출입을 막는 조항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란이 일어난 것은 안내견에 대한 우리의 인식 탓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안내견들은 무턱대고 짓지 않지만 회의 진행에 안내견의 돌발행동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고, 타인은 안내견을 함부로 쓰다듬으면 안됨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사진에는 안내견을 쓰다듬는 의원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안내견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에서 비롯되었다 볼 수 있겠지요. 나 역시 안내견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고, 이 논란을 통해 안내견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만나게 보게 된 책이 바로 단비어린이 《다녀왔습니다》입니다.
저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안내견은 태어난 지 7주가 되면 자원봉사 가정으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1년 동안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식사 예절, 배변 훈련, 복종 훈련을 하는 '퍼피워킹'을 한다고 합니다. 이 기간에 외출할 때는 '나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라고 적힌 조끼를 입는다고 하네요. 저자는 안내견을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가엾는 개라고 생각했으나 취재를 통해서 안내견은 함께 살아갈 가족이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조금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이런 마음이 담긴 이 그림책이 안내견에 대한 저의 편견도 바꾸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그림책의 화자는 안내견인 '단비'입니다. 누나를 깨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단비는 누나가 대학생이 되던 해에 처음 만나 9년 동안 단 하루도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누나의 출근 준비가 끝나면 단비는 안내견 표시가 있는 노란색 조끼를 입고, 목줄을 매고, 누나와 자신을 이어주는 하네스를 하죠. 그리고 밖에서는 서로에게만 집중합니다. 단비는 누나와 함께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어떤 사람들은 버스나 지하철에 타는 것을 막고, 음식점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이는 안내견은 무엇이든 탈 수 있고, 어디에나 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겠죠.
"단비야……'"
"누나는 단비를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 고마워……."
나는 눈을 꿈뻑거리며 마음속으로 대답했어.
'나도 누나와 함께해서 참 좋았어.' (본문 中)
오늘은 단비가 누나와 출근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누나는 할 일이 점점 많아지는 반면, 단비는 점점 걷기가 힘들어져요. 이제 단비는 태어난지 50이쯤 되었을 때 만났던 그 가족들에게 돌아갈 거에요. 이제 단비 옆에 누나는 없지만 단비는 괜찮습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단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단비는 가족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헤어지던 날 잘 다녀오라고 눈물 흘리던 엄마에게 큰 소리로 대답하면서 말이죠.
"다녀왔습니다!"
나한테는 누구와 걷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함께 걷는 것이 중요하지.
나란히.
함께.
너도 같이 걸을래? (본문 中)
이 그림책은 안내견의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고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아닌 가족이 되어 함께 걷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죠. 우리는 안내견에 대해 많은 편견과 오해를 갖고 있고, 무관심으로 인해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었죠. 짧은 그림책이지만 이 책은 안내견에 대한 많은 것을 일깨우고 있어요. 우리의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아주고, 무관심 아닌 관심을 갖게 하죠. 그들의 아름다운 동행이 가슴뭉클하게 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꼭 읽어보길 강추 또 강추해봅니다.
(이미지출처: '다녀왔습니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