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금파리 한 조각 2
린다 수 박 지음,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 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교포 2세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우리말을 잘 할 줄 모르는 작가 린다 수 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한 역사인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도자기인 청자를 모티브로 동화를 쓰고, 더욱이 <2002년 뉴베리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작가에 대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서구 문학의 전통에 집중하였던 저자가 아이들을 갖게 되어서야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많은 걸 들려 줄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극을 배경으로 삼은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있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매화 꽃병은 원형 음각 무늬가 마흔 여섯 개 있는데, 제각각 바깥쪽의 흰색 동그라미와 안족의 검정색 동그라미로 이루어져, 먼저 무늬를 새긴 다음 뛰어난 솜시로 삼강 세공을 한 것으로, 동그라미들 속엔 우아하게 비상하는 학 (순우리말로 ’두루미’)이 들어 있다. 원형 음각 무늬 사이로는 구름이 떠가고 있으며, 구름 속엔 동그라미 속보다 더 많은 학이 날아다니고 있다. 바탕 빛깔은 옅은 농도의 청자색이다.
이 작픔은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청자상감운학매병)>으로 불린다. 꽃병을 만든 이는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다. (본문 137p)
1,2권을 다 읽고 난 맨 마지막 페이지에 담겨진 글귀이다. 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나서야, 저자가 이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을 통해서 목이와 두루미 아저씨라는 주인공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였나?라는 짐작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청자를 통해서 자신을 보살펴주고, 키워주었으며, 자신을 늘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안내했던 두루미 아저씨를 기르는 마음을 담은 목이의 모습을 생각 해냈던 것 같다.
’귀처럼 생긴 목이버섯’에서 따온 이름 ’목이’는 고아였고, 한쪽 다리가 없는 두루미 아저씨와 다리 밑에서 살고 있었다. 쓰레기 더미를 뒤져 음식을 구해 먹으며 살던 목이가 우연히 민 영감네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도자기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나무를 하고, 진흙을 퍼내는 일만 하던 목이는 물레를 돌리고 싶은 꿈을 가졌으나, 도공은 아들로 대물림되기 때문에 도자기 만드는 법을 알려줄 수 없다는 민 영감님의 말에 좌절을 느끼게 된다.
허나, 목이는 민 영감님을 통해서 장인 정신을 배우게 되고, 가족에 대한 정을 느끼게 된다.
민 영감님이 만든 꽃병 두 벌을 송도 왕실 감도관 나리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된 목이는 중간에 강도를 만나 매병이 깨지게 되지만, 민 영감님의 상감 기법이 잘 표현된 사금파리 한 조각을 들고 감도관 나리를 찾아간다.
그 사금파리 한 조각만으로 민 영감님의 솜씨를 알아본 감도관은 왕실의 주문을 받게 되지만, 목이가 없는 사이 두루미 아저씨가 사고로 죽게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그러나, 목이는 ’형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고, 민 영감님의 아들이 된다.
완전한 아름다움을 이룬 매화 가지가 꽂힌 꽃병. 바로 그 꽃병을 만들고 싶은 열망이 되살아났다. 이전보다 한층 강렬한 바람이었다. 실제로 바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본문 135p)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에는 아마 목이의 바램과 같은 간절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 매병 속에서 도공들의 장인 정신과 도자기를 향한 마음이 느껴졌기에, 저자는 ’목이’라는 주인공을 생각해냈던 것은 아닐런지.
<사금파리 한 조각>을 통해서 외국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의 우수성을 알린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와 더불어, 도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던 목이의 인내와 열정과 용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되어 감동을 주고 있다는 점에도 이 책은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가진 것이 없음에도 옳바르게 살아가는 마음을 전달하는 두루미 아저씨, 도자기 하나를 만드는 동안 온갖 노력과 정성을 아끼는 않는 민 영감님을 통해서 도공으로서 성장해가는 목이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진출처: '사금파리 한 조각' 1,2권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