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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
에드 영 그림, 엘리노 코어 글, 강무홍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막내 이모가 큰 병으로 아파했을 때, 외할머니의 집은 종이학으로 넘쳐났었다. 천마리의 종이학을 접으면 이모의 병이 나을거라는 소망이 담겨져 매일매일 한마리씩, 두마리씩 늘어났다.
종이학은 천마리를 넘겼지만, 이모는 내가 아주 어린 시절 (초등학교 1~2학년인 듯 싶다) 그렇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죽음이 무엇인지 몰랐고, 이모의 아픔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종이학이 천마리가 되면 이모가 나을 거라는 이야기에 나도 고사리 손으로 종이학을 접어 나갔었다.
<<종이학>>을 읽고 있자니, 잠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그 모습이 떠오른다.
사다코의 종이학이 천 마리가 완성되었다면 사다코는 죽지 않았을까? 사다코의 어른들의 지나친 욕심이 가져온 희생양이다.
무엇이 사다코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을까? 아이들의 희망을 송두리채 꺽어버린 어른들은 그 희생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했던 것일까? 전쟁의 최대의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그 절망 속에서도 천 마리의 종이학을 희망을 걸어보았던 아이들.
한 마리를 완성할 때마다 어서 병이 나았으면....하고 빌고 또 빌었던 아이들의 간절한 바램이 느껴지는 듯 하다. 슬프다.
달리기 시합에서 꼭 이기고 싶었던 사다코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달렸으나, 어지럼증으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사다코의 병명은 원자 폭탄 때문에 생긴 병, 백혈병!
단짝인 치즈코가 찾아와 금빛의 멋진 학을 접어 선물한다.
"너, 학에 얽힌 옛날 이야기 생각 안 나? 학은 천 년을 산대. 그러니까 아픈 사람이 종이학 천 마리를 접으면, 신들이 소원을 들어 줘서 병이 싹 낫는다는 거야."
그리고 그때부터 사다코는 종이학을 접기 시작했다. 천 마리를 모두 접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바램을 담아서...
하지만 사다코는 1000마리의 학을 완성하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고, 사다코의 친구들은 미처 접지 못한 356마리의 종이학을 접어 1000마리를 만들어 사다코의 곁에 묻어 주었다. 그리고 사다코의 편지와 글이 모아져 책이 만들어 졌고, 사다코의 죽음을 기리는 종이학 모임도 생겼으며, 원자 폭탄 때문에 목숨을 잃은 모든 아이들을 위한 기념비도 세워졌다.
히로시마에 있는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사다코의 동상에는 아이들의 소원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의 외침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기도입니다.
세계에 평화를 쌓아올리기 위한!
읽는내내 슬픈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사다코의 죽음이 안타깝고, 어른들의 과욕이 화가 나고, 사다코와 같은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들의 마음이 정겨워서...그리고 어린시절 접었던 종이학이 떠올라서...
전쟁의 승리가 어른들에게 힘과 권력을 쥘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으나, 아이들에게 죽음과 삶, 행복과 불행, 절망과 희망을 오가는 힘겨운 싸움이 된다. 어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처 어린이들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지 못한 걸까?
그들의 눈 속에 담겨진 미래를 향한 희망을 보지 못한 것일까?
어른들의 과오로 인해 숨은 거둔 사다코와 같은 어린이들이 학처럼 자유롭게 평화롭게 날 수 있기를....아주 늦게나마 뒤늦게 빌고 또 빌어본다.
앞으로는 헛된 욕심으로 사다코와 같은 죽음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아이들의 간절한 평화에 대한 소망을 지킬 있게 해달라고...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아 간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전해준다. 평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사진출처: ’종이학’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