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의 여행 이탈리아를 걷다 - 맛과 역사를 만나는 시간으로의 여행 시간으로의 여행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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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영화 《로마의 휴일》, 《태양은 가득히》 등을 보면서 그 아름다운 배경에 매료되어 이탈리아로의 낭만적인 여행을 꿈꿨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떠난 현실은 낭만은 1도 없는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우르르 움직이던 패키지여행.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언젠가는 진짜 나만의 멋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리라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그 결심은 현생에 치여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성안당>에서 출간된 『이탈리아를 걷다』를 보며 잊고 지냈던 이탈리아로의 낭만적인 여행이 다시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니 여행에 대해 꿈꾸는 것을 넘어 이미 그곳에 도착해 여행을 다니며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이탈리아 각 지역의 대표 음식과 와인을 소개하는 것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환경, 문화, 역사, 명소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여타 다른 책들이 보여주는 이탈리아의 일부 유명 도시에 국한된 설명이 아닌 이탈리아 북부부터 남부에 이르는 20개 주 각각에 대한 설명이기에, 각 지역이 가진 고유의 독특한 매력과 특징을 전달함과 동시에 그런 다양함이 잘 조화되어 있는 이탈리아에 전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는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지로 이 지역 주민들은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알프스산맥이 북쪽과 서쪽을, 아펜니노산맥이 남쪽과 경계를 지어 타 지역과 구분되며, 이 산맥들에서 발원한 포강을 따라 이탈리아 최대의 곡창지대가 펼쳐져 있다.

북부의 8개 주 중에서도 제일 먼저 소개되는 롬바르디아는 게르만족의 대이동 때 이 지역으로 침입한 롬바르드족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고, 주도는 이탈리아 대표 도시인 밀라노이다.

롬바르디아 지역은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로도 유명한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밀라노 패션 위크'와 '밀라노 국제 영화제'이다.


롬바르디아는 풍부한 맛과 특별한 조리법을 자랑하는 '오소부코'와 '미네스트로네', '리소토'같은 요리로 유명하다. 또한 이 지역은 다양한 지형과 기후 조건으로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한데, '네비올로', '샤르도네' 등을 포함한 고품질의 와인이 생산된다. 특히 북쪽 지역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 '스포르차토'는 매우 유명하며, 샴페인에 비견되는 고품질 스파클링 와인 '프란치아코르타'도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는 중세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이 지역의 주도는 피렌체이다. 피렌체는 오랜 기간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가문이었던 메디치 가문이 다스린 곳으로 14세기에서 16세기 유럽과 전 세계 도시들 중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도시 중 하나였다.


토스카나 요리는 간단하지만 신선하고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대표적 요리는 '리볼리타'와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와 '피치'등이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와인으로는 '키안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노빌 디 몬테풀차노' 등이 있는데, 그중 깊고 짙은 루비색에 과일 향이 특징인 키안티 와인은 좋은 품질과 깊은 풍미로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남부의 자치주로 시칠리아 섬으로 이뤄져 있고, 주도는 시칠리아의 최대 도시 팔레르모이다. 시칠리아는 고대 그리스를 시작으로 로마, 노르만, 아랍 등 다양한 민족에 의해 지배받았기에 그들의 다양한 문화가 교차 발전하여 풍부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자랑한다. 이 다양한 역사는 '팔레르모 대성당'. '노르만 궁전'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섬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과 산악지대와 호수 등 뛰어난 자연경관으로도 유명하다.


시칠리아 요리는 지중해의 풍부한 재료와 다양한 문화가 결합해 이탈리아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른 맛과 향을 자랑하며, 대표적 요리로는 피자, 파스타, 카포나타, 아란치니 등이 있다.

따뜻한 기후와 강한 햇볕,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다양한 토양 등의 완벽한 조건하에 재배된 포도로 제조된 시칠리아 와인은 그것만의 독특한 풍미와 향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의 인기 있는 와인 중 하나는 '네로 다볼라'로 어두운 과일 향과 향신료 향이 나는 풀보디 레드 와인이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다른 주에 대한 정보가 선명한 컬러 사진들과 함께 자세하게 나와 있다. 단순히 여행을 위한 책이 아닌, 이탈리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는다면 어쩌면 일생 동안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할 이탈리아 각 지역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 같은 근본에서부터 요리와 와인 등에 대한 정보들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를 속속들이 깊게 이해하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참고하여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지역으로 그들의 요리와 와인이 지나온 역사를 찾아 여행 계획을 세우면 어떨까? 아니면 그들의 역사를 담고 있는 건축물이나 축제를 찾아 떠나보는 건?

이 책을 통해 단순한 여행 관광지로서의 이탈리아가 아닌, 일상의 모든 것이 역사가 되어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이탈리아를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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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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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돌아온 크리스티안은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거실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아내 릴리를 발견한다. 릴리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전원을 켜지 않은 TV를 마주 보고 있었다. 불을 켠 뒤 본 아내의 얼굴은 어둠 속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창백하고 생기가 없어 보였다. 크리스티안은 그것이 임신으로 인한 피로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릴리는 평소와 달리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며 문단속을 철저히 시킬 뿐만 아니라 잠자는 동안 흐느껴 울기까지 했다.


다음 날 릴리가 평소처럼 출근했기에 크리스티안은 모든 것이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릴리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전신의 피를 들끓게 했다. 릴리의 말에 의하면 어제 퇴근 후 삼림 보호 구역으로 산책 갔다가 동료 교사 니나의 남편 제이크를 만났는데, 그가 릴리를 으슥한 곳으로 유인한 뒤 추행을 했다는 것이었다. 릴리는 그런 제이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의 돌을 주워 그를 수차례 내려쳤고, 이에 피를 많이 흘리며 쓰러진 제이크를 뒤로하고 도망쳐 왔다는 것이었다.

"니나가 오늘 말해줬는데 제이크가 어젯밤에 집에 안 들어왔대. 제이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데다 가슴에 멍울까지 발견되는 등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는 홀로 계신 엄마와 시간을 함께 보내느라 남편 제이크와의 사이가 소원해진 니나는 그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제이크와 크게 다퉜다. 다음날 아침까지 니나와 말도 하지 않은 채 출근했던 제이크는 그날 집에 오지도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자신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라 생각해 제이크 스스로가 화를 풀고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니나는 제이크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그날 오후부터 직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제이크 상사의 전화를 받고는 제이크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음을 깨닫고 곧장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제이크가 실종되었어요."



소설은 '제이크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과 관련된 '크리스티안-릴리'와 '제이크-니나' 두 부부의 이야기를 크리스티안과 니나 두 사람의 시점에서 번갈아 서술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독자들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평한 시선으로 모두를 바라보고 판단하여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도록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를 합리적으로 의심하여 범인을 추리했음에도 소설의 거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엔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소설을 통해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


소설을 어느 정도 읽어 나가기까지 릴리는 분명 겉으로 드러난 피해자가 분명함에도 개인적으로는 거부감이 들었다. 그녀에게서 자신의 외모와 상황, 상대의 마음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은 사람은 나뿐일까? 소설이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그녀의 추악한 진실과 모든 잘못이 밝혀졌음에도 자신의 잘못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서 찾는 모습들엔 어이가 없으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기에 그런 릴리를 사랑하여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서라도 릴리를 지키려 고군분투한 크리스티안의 사랑이 너무 안타까웠다.

또한 릴리의 추악한 진실을 봤음에도 릴리에게 다시 약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호구 중의 호구 같은 크리스티안을 보며 속에서 천불이 나기도 했다. 한 번이 어렵지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열 번 되는 것은 쉽다는 삶의 진리를 모른다면 크리스티안은 인생을 좀 더 구르며 깨달아야 할지도.


그리고 니나는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사실 어찌 보면 모든 문제와 사건의 발단은 니나가 아니었을까? 어머니가 아픈 상황이라 돌봐드려야 했다는 건 공감하지만, 입장 바꿔 제이크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오랜 기간 온종일 매달려 시간을 보내면서 니나를 등한시했다면 니나는 어땠을까?

니나는 능력 있는 남편 덕분에 전문 케어 인력을 고용할 경제적 여유가 충분한데도 왜 굳이 자신이 모든 케어를 해야 했을까? 그러고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남편에겐 이해만 바랐다니….

나는 결혼 생활은 부부가 중심이 되어 서로의 이해와 합의 아래 이루어나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내 남편이 니나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진지하게 앞으로의 결혼 생활 지속에 관해 고민해 보았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와 '그 사랑이 허용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같은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 주었다.

읽을수록 점점 더 긴장과 재미를 더하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가독성 뛰어난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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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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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추락 사고 당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터미널에서 한 여자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가 여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이름, 생김새, 푸에르토리코로 떠나는 항공편을 예약했다는 사실밖에 없었다.

기다림 끝에 그 여자가 드디어 공항에 나타났다. 여자를 발견한 그는 그동안의 자신의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여자의 뒤를 따랐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그의, 그리고 그녀의 새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클레어는 연애 때와는 달리 결혼 초부터 그녀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고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요구하는 남편 로리 쿡으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했다. 하지만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 로리로부터 벗어날 길은 요원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모든 삶을 포기하고 실종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2년 전 우연히 재회한 고교 시절 절친 페트라가 있었기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오랜 준비 끝에 혼자 떠나는 디트로이트 출장일을 디데이로 삼았다.

하지만 출장 당일 아침, 클레어의 출장지가 갑작스레 푸에르토리코로 변경되면서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 클레어는 어쩔 수 없이 공항으로 이동하며 자신의 어그러진 계획을 만회할 또 다른 탈출구를 모색했다.


이바는 버클리 대학 3학년일 때 학교 풋볼팀의 주전 쿼터백이자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남자 친구 웨이드의 부탁으로 마약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 발각되어 학교에서 쫓겨났다. 정작 그녀를 이용했던 웨이드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때 그녀 앞에 나타나 도움 아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 바로 마약조직의 중간 관리자인 덱스였다. 그는 이바에게 그녀가 가진 기술을 사용해 마약을 제조할 것을 제안하며 그녀의 안전과 큰 수익금을 제시했다.

그 후 이바는 마약 조직의 제조기술자로 살아가며 현실에 안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바의 인생에 리즈라는 다정한 인물이 나타나면서, 그리고 마약단속국 요원 카스트로의 미행이 붙으면서 이바는 조직을 벗어나 자유가 있는 평범한 삶을 꿈꾸게 된다.


그런 클레어와 이바가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만나 서로의 사연을 숨긴 채 항공권을 비롯한 옷, 가방 등 모든 것을 바꿔치기한다다. 클레어는 이바가 되고, 이바는 클레어가 되었다.

이바가 된 클레어가 먼저 이바의 행선지인 오클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한참 후 클레어가 된 이바가 푸에르토리코행 비행기의 탑승 수속을 마쳤다. 하지만 이바는 전혀 다른 목적지로 갈 계획을 그리며 탑승 대기 줄에서 슬쩍 빠져나온다.


그로부터 6시간 후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한 이바로 변장한 클레어는 그녀가 원래 타기로 되어 있었던 푸에르토리코행 항공기의 추락 소식을 접하며 경악하는데….



이 소설은 비행기 추락 하루 전부터 추락 후 약 일주일간의 클레어의 상황을, 추락 6개월 전부터 추락 당일까지의 이바의 상황과 교차로 보여주며 진행된다. 거기에는 강한 권력을 가진 남성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두 여인의 절박한 삶과 자유를 갈망하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


클레어는 이바 덕분에 로리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기에 이바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짐과 동시에 무고한 이바가 자기 대신 비행기 추락 사고에 휘말렸다 생각하여 그녀를 연민하고 애도했다. 하지만 이바의 집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이바가 자신에게 했던 거짓말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배신감 또한 느낀다.

그런데 이바는 정말로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까? 그것에 의심을 품고 그 진실을 찾아가는 것 또한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였다.


소설을 읽는 동안 자신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평생을 처절할 정도로 절제하고 노력하며 능력을 키웠던 이바가 오히려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그녀의 인생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일에 대한 억울함을 학교 관계자가 아닌 법에 호소했다면 그녀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아니, 리즈 같은 어른이 그녀의 곁에 있었더라면?

누구보다 자주적인 삶을 살길 원했지만 결코 한순간도 그러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바에게 깊은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한 가지, 소설의 내용 중에서 미국 공항에서 실물과 여권 사진 혹은 신분증 사진과의 대조를 허술하게 하여 전혀 다르게 생긴 인물이 탑승수속을 무사히 넘겼다는 점이 조금 이해되지 않았다. 나와 우리 가족만 두어 번씩 번갈아 보며 대조했던 건가? 그렇다면 왠지 조금 상처가 되는데? 🤔


소설은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적극적으로 노력해 진정으로 원하는 삶과 행복을 찾아가는 여자들의 삶의 극복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정점에 이른 순간부터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반전들이 허를 찌르며 잇달아 드러나 충격에 충격이 거듭되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모든 것이 휘몰아치며 마무리가 되는 듯했던 소설은 모두가 긴장을 푸는 마지막 순간, 반전 아닌 반전의 상황을 보여주며 안타까움과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클레어와 이바는 그들이 꿈꾸던 완벽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반전의 충격과 깊은 여운을 주는 『라스트 플라이트』를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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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저녁의 범죄 가노 라이타 시리즈 2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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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형사 가노의 깔끔한 추리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되겠죠? 후회하지 말고 무조건 고고~
이번엔 어떤 매력적인 모습과 반전의 이야기로 돌아왔을지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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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미카의 거짓말
에미코 진 지음, 김나연 옮김 / 모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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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당시 19세의 대학생 미카 스즈키는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논란 속에서 아이를 낳고는 입양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아이를 바로 입양 보냈다. 그 후 미카는 자신의 꿈이었던 회화 전공을 포기하고 엄마가 바랐던 경영학 학위를 8년 만에 가까스로 취득한 뒤 이런저런 회사를 전전하며 지금에 이른다.


현재 35세의 미카는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수익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해고의 위기에 처했다. 비록 시급제 말단 직원이었지만 집세와 공과금, 식비 등으로 매달 빠듯했던 미카의 입장에서는 나름 만족스러운 직장이었기에 월급을 삭감하더라도 계속 다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회사에서 잘린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마음을 달래줄 싸구려 와인을 고르고 있던 미카에게 발신자 표시가 없는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전화를 받는 순간 문득 엄마가 소개해 주려던 남자일 것이라는 생각에 전화받은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드는 찰나, 전화기 너머에서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통화 대상이 미카 스즈키임을 확인하고는 자신은 페넬로페 캘빈이며 자신이 미카의 딸인 것 같다고 밝혔다.

미카는 순간 충격을 받고 쓰러질 것 같았지만 자신이 낳아 입양 보냈던 딸 페니에게 닿기를 오랫동안 원해왔기에 해고에 따른 충격도 잊어버리고 페니와의 통화에 한없이 행복해했다. 그날 이후 미카는 매일같이 영상 통화로 페니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페니는 구김살 없이 밝고 자신감 넘치는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나 있었다. 그렇기에 미카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페니에게 그대로 보이기가 더욱 부끄러웠다. 그래서 미카는 자신에 관한 것을 물어오는 페니에게 직업부터 집, 연인, 취미 등에 이르기까지 전부 자신이 바랐던 이상적인 모습으로 꾸며내어 말해 버렸다. 어차피 페니와 만날 일은 없을 것이고, 만나더라도 미카가 페니를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 방문할 계획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미카의 거짓말은 페니가 조부모님이 주신 생일선물 500달러로 미카가 사는 포틀랜드행 비행기표를 샀다는 말에 탄로날 위기에 처하는데….



'나는 누구일까? 나는 정말 누구일까?'


이 소설은 이민 1세대 부모와 주인공인 1.5세대 자녀 미카가 그들의 전혀 다른 성장 환경으로 인한 가치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기본으로 강간, 입양, 다양한 인간관계 등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미카와 입양 보낸 그녀의 딸 페니가 그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잔잔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상황 전개로 읽는데 막힘이 없었다.


소설 앞부분에서 보여지는 미카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어린 나이에 임신하고 그 아이를 책임지지 못해 입양을 보낸 데다가, 어른이 되어서까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며 허우적대는 모습이란…. 게다가 16년 만에 마주한 딸에게 자신의 초라한 인생을 거짓으로 한껏 부풀려 이야기하다 못해 그 거짓을 덮기 위해 사기극까지 벌이는 모습에선 왜 그리 화가 나던지…. '부끄러운 것을 안다면 노력하여 제대로 살 것이지'하며 혀를 끌끌 차며 보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미카의 인생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서사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미카에 대한 곱지 않았던 시선은 연민과 동정으로 바뀌었고, 그것은 다시 미카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옭아매던 속박과 굴레를 벗어나 한 아이의 엄마로서든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서든 진정한 자신을 찾기를 바라는 응원으로 바뀌었다.

거기에 덤으로 사춘기 시기 누구나 흔히 겪는 인생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일본인 혼혈로서 백인 가정에 입양 간 자신의 상황과 자신의 뿌리에 대해 깊이 고민하여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려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페니에 대한 응원도.


이 책을 통해 이민 세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이민 1세대 미카의 부모님은 완벽한 일본인이지만, 여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에서 성장한 이민 1.5세대 미카는 겉모습은 일본인일지언정 속은 완전한 미국인이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미카의 부모님이 그들이 가진 일본인으로서의 가치관을 미카에게 강조하다 보니 미카와의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갔고, 미카의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과 반감은 모든 문제의 시작점이 된다.

이민 세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인지하여 서로의 정체성과 가치관의 차이를 인정하여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통해 조율해 나갔으면 미카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오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안타까웠다.


아! 그리고 책에는 미카의 새로운 로맨스도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는 '어? 왜 둘이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이어지니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되었다고나 할까.

뭐 그래도 그들이 좋다니 좋은 거겠지?


미카와 미카 부모님은 그들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종국에는 미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다다를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감사하고 사랑하게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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