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 - 언어학자와 떠나는 매력적인 역사 기행
김동섭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런던, 파리, 도쿄, 베이징 등은 각 나라를 대표한다 할 수 있는 도시인 동시에 그 나라의 수도들이다. 그 도시들은 당연하게도 그 나라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 경제가 발달해있고 규모가 크고 인구 밀집도가 높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간혹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뉴욕, 토론토, 시드니와 같은 도시들은 각각의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도시이기에,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캐나다의 수도가 토론토이며 호주의 수도는 시드니라는 착각을 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착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도인 서울이 명실상부 최대이자 가장 대표 도시인 대한민국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가 궁금해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사에도 고려사 부분에서 단골로 나오는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과 같이 수도 혹은 도읍지를 옮기고자 했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국가와 수도의 관계는 사실상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수도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과거와 현재의 수도들은 어떻게 형성되어 온 것일까?


수도의 정의는 다양할 수 있다. 당장 프랑스어 사전 중 『르 프티 로베르 Le Petit Robert』에서는 "한 국가나 지방에서 제1열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라고 정의되어 있는 반면에, 『르 프티 라루스 Le Petit Larousse』는 "국가나 정부의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장소"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의 수도를 보면 제각기 다른 역사와 수도로의 선정 이유, 현재의 위상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유럽의 경우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곳에서는 근대에 이르기 전까지는 수도는 고사하고 국가 간의 경계조차 모호한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수도라는 개념 자체가 근대 국가의 성립 이후에야 비로소 확립된 것이다.


역사 지리학자인 노먼 파운즈는 중핵 지역이라는 개념을 빌어 유럽을 설명하였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를 차용하여 수도를 네 가지의 분류로 나누었다.

그것은 각각 중핵 수도, 신중핵 수도, 이중핵 수도, 그리고 다중핵 수도이며, 로마, 뉴델리, 마드리드, 베를린이 각각의 유형에 대한 예시이다.

모두 대중들에게 매우 친숙한 이름이지만, 보통은 그 수도의 성격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기에 이와 같은 차이점들을 쉬이 간과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알고 있는 도시들을 구체적 상황에 따라 이와 같은 분류 중 어느 쪽에 속하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 또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해 볼 만한 것일 수 있다.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에는 수많은 유명 도시들과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도시들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몇을 고르자면 카라코룸과 오타와가 어느 정도 독특한 성격과 역사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카라코룸의 경우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과거 대제국 시기의 몽골의 수도로 수십 년을 지내다가 쿠빌라이 칸 대에 이르러서 다른 도시에 수도의 자리를 넘겨주게 된 도시이다.

이 도시의 수도 선정은 조금 특이하다. 애초에 몽골은 유목 민족인 만큼 정착 생활에는 그리 익숙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제국으로 확장해 나감에 따라 고정된 수도가 요구되었고, 카라코룸이 그 수도로 정해진 것이다. 이곳에는 과거 궁전이 건설된 적도 있었다 하나, 몽골인들은 도리어 외부에 게르를 설치해 거주했다고도 한다. 이후 쿠빌라이 칸 대에 이르러 아리크부카와의 계승 다툼 등의 이유로 카라코룸을 벗어나 상도로 수도가 정해졌고, 후에는 현재의 베이징인 대도가 원의 수도가 되었다.



오타와는 캐나다의 수도이지만 토론토, 몬트리올, 밴쿠버 등의 이름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타와는 어떻게 이러한 쟁쟁한 후보들을 뚫고 캐나다라는 지구상 국가 중 면적으로는 2위인 강대국의 수도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일까?

선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과거 식민지 시절 영국령과 프랑스령 지역의 분쟁, 이후에는 이를 계승한 도시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대도시 중에서는 어느 하나를 선정할 수가 없었기에, 당시에는 새로 생겨나는 중이었던 시골 마을 오타와를 수도로 삼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작았기에 수도로 선정되는 데 걸림돌이 없었던 것이다. 당시에 고려했던 것으로는 미국과의 국경에서 거리가 있다는 점, 지리적으로 숲에 둘러싸이고 절벽면에 위치해 방어에 유리하다는 점 등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는 역사와 현재를 연결 지어 세계 여러 국가 수도들의 과거, 변천 등을 집약적으로 이야기하며 추가적으로 관련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역사와 지리를 연결 지으려는 시도는 여러 부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나, 이와 같이 수도라는 어떠한 상징적인 지리적 특징을 중점적으로 바라보며 이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접근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참신하고 의미 있는 접근이었기에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관점과 깊이 있는 직관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내용들은 세계사나 세계지리에 관심이 있다면 꼭 보아야 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교양으로 알아두기에는 매우 유용한 것들이기에 반드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녀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 1
아사미 유 지음, 휴우가 나츠 원작, 신이시 치호 캐릭터 원안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맨스 판타지 만화 장르에 많이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가 성녀인데요. 초기 만화에선 성녀를 단어의 의미 그대로 신의 선택을 받아 종교에 귀의해 살신성인하는 착한 인물로 많이 그렸는데, 요즘에는 알고 보니 악녀였다거나, 신이 아닌 악마의 하수인이었다거나, 혹은 흑마법을 쓰는 흑막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아요.

어쨌든 그러한 성녀들은 대부분 신성력 혹은 신성력을 가장한 마력을 써요. 그리고 이 신성력이라는 것은 밝은 빛을 뿜는 치유력 혹은 악마나 마물을 없애는 힘 같은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성녀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에선 성녀가 기존 만화의 성녀와는 조금 다른 존재로 묘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녀가 가진 힘도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데요. 그게 무엇이고 또한 이 책이 내용이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나요?



마녀로 내몰린 자들이 도착한 땅 뮤토스 왕국에는 마법과는 또 다른 힘인 '기프트'를 가진 사람들이 가끔 태어나는데요. 나라에서는 10년에 한 번씩 기프트를 가진 사람들끼리 경합을 시켜 나라를 대표하는 두 명을 뽑았어요.

그렇게 뽑힌 사람을 '신자(神子)'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프트를 가진 사람들 중 대부분이 여성이다 보니 신자로 여성이, 그중에서도 미녀들이 많이 뽑혔어요. 그래서 그들은 '성녀'라고도 불렸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기프트'란 것은 지금껏 우리가 만화에서 봐왔던 성녀가 가진 힘인 신성력과는 차이가 있어요. 지나치게 운이 좋은 것, 보기 드문 미모와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 동물과 마음이 통하는 것 등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능력을 '기프트'라고 하고, 기프트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면 누구나 신자 후보가 될 수 있었어요.



뮤토스 왕국 변방 작은 교회의 견습 신관인 주인공 클로에는 밤이면 밤마다 거의 백전백승하며 도박판을 휩쓸고 다니는데요. 그녀에게 붙은 별명은 '호운의 성녀'.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유서 깊은 빌츠 백작가의 자제이자 성기사인 에랄드가 찾아옵니다. 클로에에 대한 모든 뒷조사를 마친 그는 클로에에게 '신자(神子) 선발 시험' 참가를 제안합니다.



이에 클로에는 자신은 어떠한 기프트도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임을 밝힙니다. 도박판을 휩쓸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아닌 오로지 반복적인 훈련과 노력에 의한 '뛰어난 기억력'과 상대의 습관을 단시간에 읽어내어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일뿐이라는 거죠.


하지만 에랄드는 클로에의 기프트 보유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가 클로에에게 접근한 진짜 목적을 밝힙니다.

클로에가 신자 후보로 대교회에 잠입해 2년 전 빌츠가의 추천으로 신자 후보가 되었다가 살해된 치로의 살인범을 찾아 달라는 것을요.



처음엔 거절하려 했던 클로에였지만 거금의 보수 앞에 본능이 냉큼 에랄드의 제안을 수락해 버리고 마는데요. 😂

그리하여 클로에의 신자 후보가 되기 위한 수행이 시작됩니다.

과연 클로에는 무사히 신자 후보가 되어 치로를 살해한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뒤에 다른 에피소드가 더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만화는 성녀가 되기 위한 후보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살인 사건 추리가 주요 이야기지만 코믹 요소가 군데군데 적절히 섞여 있어 이야기가 결코 무겁거나 칙칙하지 않고 무척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어요.


이 책의 제목처럼 성녀, 즉 클로에에겐 거짓말이 통하지 않아요. 초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예리한 수사관이나 탐정처럼 상대의 동향을 살펴보고 미세한 변화를 파악하여 거짓말을 간파해 내거나, 논리적으로 상황을 분석해서 거짓을 간파하여 진실에 접근하기 때문이죠.


여주인 클로에는 도박과 돈을 좋아하는, 아니 돈에 환장하는 캐릭터로 나오는데요. 단순히 개인의 안위를 위해 돈을 좋아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돈을 벌어야만 하는 무슨 속 사정이 있는 것일까요?

그런 클로에를 돈으로 공략하는 남주 에랄드는 어찌 보면 가볍고 단순한 졸부 같아 보이지만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자신의 아버지를 언급할 때는 무언가 비밀을 가진 사람처럼 그가 짓는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궁금증을 유발해요.


1권에서는 치로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왜 치로를 죽였는지 윤곽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아 모든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렇기에 너무나 무해해 보이는 성녀 후보자 15살의 견습 신관 모니크가 언뜻 보인 싸~한 분위기와 경고가 너무 꺼림직해요. 설마 모니크가 범인인 것은 아니겠죠? 😥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대교회 안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클로에는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처럼 살인사건을 멋지게 해결해 낼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성녀로 뽑히는 것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이 궁금한 상황에서 에랄드가 클로에에게 본격적인 사건 해결을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도록 요구하는 것이 예고되는데요.

2권에서는 범인에 대한 좀 더 많은 단서가 주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클로에와 에랄드의 러브 라인도 사알~짝 기대해 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년의 여성 소설가 앞으로 한 여인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30년간 이어져 온 세 친구의 관계에 소설가가 흥미를 가질지도 모르겠다며 췌장암에 걸린 나머지 친구 중 한 명이 죽기 전에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요청이 적혀 있었다.

소설가는 처음엔 그 편지를 그냥 무시하려 했지만 '세 명의 관계'라는 말에 마음이 걸려 발신인을 만났고, 그녀로부터 그녀와 친구들의 얽히고설킨 인연과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토츠카 유리는 학교, 병원을 비롯한 모든 생활 인프라가 다 갖춰져 도보권 외로는 나갈 일이 거의 없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사연에 언급된 친구 중 한 명인 히노 사토코 역시 단지에 살았던 친구 중 한 명으로 언제 처음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렸을 때 만나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이미 단짝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2학년 무렵, 그런 사토코와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유리 집에 놀러 온 사토코는 유리의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엄마가 여자애는 할아버지랑 같이 자는 거라 했다며 자신은 할아버지랑 한 이불을 덮고 같이 잔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로 인해 유리의 할아버지와 부모님은 언성을 높이며 논쟁을 했고 그 뒤로 사토코와의 관계가 미묘하게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중간한 사이를 유지하다 4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을 때 어딘가 변한 사토코가 유리를 아파트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가 자신이 할아버지와 같이 잔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고는 "만약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죽여 버릴 거야"라고 속삭이기에 이른다.

그렇게 사토코와 완전히 멀어진 유리는 5학년이 되어 성교육 시간을 통해서야 할아버지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정확한 의미를 알게 되었고, 자신이 학대받는 사토코를 외면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중학생이 되는 시점 유리의 아파트 단지에 사카자키 마호라는 여자아이가 이사 왔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를 따라 도쿄에서 오사카로 오게 된 마호는 발레를 배워서 남들과 달리 꼿꼿한 자세와 혼자서 유일하게 구사하는 반듯한 표준어로 인해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이를 알게 된 유리는 마호의 친구를 자처하며 둘은 단짝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호가 유리의 집에서 늦게까지 숙제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단지 내 공원에서 괴한을 만나 납치당할뻔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 마호를 배웅하러 나왔던 유리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괴한에게 달려들어 마호를 구한다. 그 과정에서 유리는 남자가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식칼을 주워들고는 남자를 힘껏 찌르게 된다.

그렇게 괴한으로부터 무사히 도망쳐 나왔지만 유리는 남자를 칼로 찔렀다는 두려움에 떨며 다음 날을 맞이한다. 하지만 엄마는 유리에게 사토코가 남자를 찔러 죽여 체포되었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하는데….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안타까운 삶에 대해 착잡하고 무거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유리, 사토코, 마호 세 여인들의 인생은 전부 기구했지만 그중 주변에 휩쓸려 자신의 삶을 충분히 살지 못했던 유리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연민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부모가 묵인하는 상황에서 친족인 할아버지에게 어린 나이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사토코에게는 처음에는 가여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유리의 죄책감을 자극하여 유리의 인생을 옭아매는 것과 동시에 자신과 똑같은 곳으로 유리를 끌어내려 자신과 똑같은 지옥을 걷게 한 시점부터 사토코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 학대라는 개념이 잡히지도 않은 시기의 초등학교 2학년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있었을까? 왜 어린 유리가 사토코에게 죄책감을 느껴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유리가 마호를 구하기 위해 괴한을 한 번 찌르긴 했지만 과연 그것으로 괴한이 죽었을까? 정당방위에 단순 상해였는데 사토코가 그 뒤 여러 번 더 찌름으로 해서 죽은 것이 아니었을까? 책에서도 사토코는 여러 번 찌른 과잉방위로 소년원에 다녀온 것이니 유리 대신 형벌을 산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아야 할 당연한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유리를 옭아매는 모습을 보니 사토코가 끔찍하게까지 느껴졌다.


마호 또한 거짓으로 유리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려놓고 자신이 모두를 지키려 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유리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사람을 찔러 심적 고통을 겪는 것을 봤으면서 어떻게 다시 그 고통 속에 친구를 밀어 넣을 수 있을까?

그러한 사토코와 마호를 과연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읽는 내내 가슴을 졸이며 그들이 유리의 인생에서 사라져 유리가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

과연 유리는 우정을 가장한 질긴 악연의 고리를 끊고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책을 덮고도 이야기의 여운이 오래가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이 들리는 동물병원
타케무라 유키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와 둘이 살던 아키는 아빠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자 유일한 혈육이 된 할아버지와 살게 되었다. 하지만 아빠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아키는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는 학교에 가지 않고 할아버지 집에도 가지 않은 채 아빠와 함께 살던 집에 홀로 틀어박혀 한 달이란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구도 믿지 못할 신기한 일이 아키에게 갑자기 있어났고, 그 일을 계기로 아키는 아빠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수의사라는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할아버지와 함께 다시 따뜻한 나날을 살아간다.


아키는 괴짜라 불릴 정도로 동물들을 각별하게 돌보았고 동물들도 아키를 이상하리만치 따랐다. 그들 간의 의사소통은 아키가 사람들을 대할 때와는 달리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동물들에게 애정을 쏟고 공부 또한 열심히 한 아키는 자신이 목표했던 수의사가 되었고, 할아버지의 '사쿠라이 동물병원'을 물려받게 된다. 그리고 아키의 동물병원에는 매일같이 수많은 환자들이 찾아왔다.

동물들의 보호자들은 경력도 얼마 되지 않은 햇병아리 수의사인데다가 의사와 보호자 간의 소통이 어려운 아키의 동물병원엔 왜 끊임없이 찾아올까?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 대부터의 단골이라는 이유 외에도 동물들의 증세에 대한 아키의 정확한 진단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아키를 '동물과 말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이라 말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키가 실제로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동물들을 치료하며 바쁘고 알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아키의 일상에 데즈카라는 젊은 청년이 나타난다. 쇠약한 상태의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 사쿠라이 동물병원으로 데려온 데즈카는 치료 중 새끼 고양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아키를 우연히 보게 된다. 의미심장한 모습을 보이며 병원을 나선 데즈카는 그 후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동물행동학에 참고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며 사쿠라이 동물병원에 거의 매일 찾아와 아키와의 인연을 이어가며 아키의 일을 돕는데….



이 소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4개의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야기로 구성된 힐링 판타지 소설이다.

이야기 속에서 아키는 동물들이 가진 고민과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그들의 속마음을 읽고 저마다의 사연들을 파헤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 문제를 해결한다. 그것은 비단 동물들에게만 한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데즈카가 곁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다.


소설은 에피소드 하나하나 완벽하게 독립적인 이야기여서 틈틈이 읽기 좋을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내용이 아닌 동물들의 사연을 통한 따뜻한 위로와 때로는 교훈적인 감동의 이야기여서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힐링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동물들의 사연을 알아가기 위해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미스터리 추리소설처럼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기도 한다. 아! 등장인물들 중 간호사 유키에 관해서는 궁금증을 몹시 유발하는 설정만 주어져 지금도 열심히 유키의 정체를 파헤치려 머리를 굴리고 있는 중이라는….

또한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러브러브 로맨스도 빼놓을 수는 없겠지?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람을 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던 아키가 데즈카와의 교류로 조금씩 변화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이 소설의 장르는 미스터리 추리 로맨스 힐링 판타지 성장 소설이 되려나? 🤔


소설은 초반 데즈카가 말한 어릴 때 키우다 잃어버렸다는 개 리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며 이야기를 마친다. 그렇다면 조만간 2권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인데 빨리 뒷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른과 청소년들에게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지만 묵직한 위안과 힐링을, 어린이들에게는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 유발과 재미 등을 얻을 수 있는 무지갯빛 보석 같은 소설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가의 첫 문장 - 나의 고전 필사 노트
김대웅 엮음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의 경우 글쓰기를 할 때 항상 오랜 시간 고민하는 것이 도입 부분입니다. 어떻게 하면 주목을 끄는 것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할까 고민하는 것에만 과장을 조금 섞어 하루 종일 걸려요. 😓

글쓰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집니다.

그렇게 고민 끝에 글을 썼지만 다시 읽어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다르게 다시 써보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짧은 글을 쓰는 것도 정말 긴 시간이 걸린답니다. 그렇게 해서 쓴 글들이 마음에 쏙 들거나 멋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


저는 그것이 글쓰기에 미숙한 저만의 고민인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소설가의 첫 문장』이라는 필사 책을 접하면서 그러한 고민이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의 저자는 '글의 첫 문장을 쓰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아! 이 당연한 진리를 내가 간과하고 있었기에 글을 쉽게 쓰길 바라며 조바심을 냈었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자는 우리가 아는 모든 위대한 작가들은 첫 문장을 통해 그들의 의지와 인생에 대한 태도를 표현해 내며 위대한 글을 탄생시켰다는 점을 명심하여 그들의 글에서 단순한 글쓰기 기술이 아닌 그들의 강한 의지와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필사 책은 단순히 글을 예쁜 글씨로 베껴 쓰는 책이 아닌, 위대한 작가들의 첫 문장을 읽고, 쓰는 동안 그들의 의지와 태도를 배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도록 하는 책인 것입니다.


저자는 위대한 소설가의 글들을 시작하는 유형별로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어요.

1장 <어느 소설가를 만나다>에서는 작가가 '화자'인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 첫 문장들을, 2장 <무드를 만들다>에서는 처음부터 소설의 전체적 분위기가 결정되는 소설들의 첫 문장들을, 3장 <이름을 짓다>는 첫 문장에서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는 소설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4장 <작가의 영혼>에서는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어 독자를 설득하는 첫 문장들을, 마지막으로 5장 <소설가의 호밀밭>에서는 작가가 소설 속 공간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첫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창하지만 아직 쌀쌀한 4월의 어느 날, 시계 종이 열세 번 울렸다. 윈스턴 스미스는 차가운 바람을 피해 턱을 가슴에 파묻은 채 재빨리 빅토리 맨션의 유리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문이 닫히기 전에 모래바람이 그를 따라 들이닥쳤다.

복도에서는 삶은 양배추와 낡은 카펫 냄새가 났다. 복도 끝에는 실내에 걸기에는 너무 큰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포스터에는 폭이 1미터가 넘는 거대한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마흔다섯쯤 되어 보이는, 콧수염을 기른 다부지고 잘생긴 남자였다. 윈스턴은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는 기대할 수 없었다.'


무미건조하게 다가오는 조지 오웰의 『1984』의 첫 문장은 작가의 의도처럼 소설의 디스토피아적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첫 문장을 2장에서 소개하고 있어요.

하지만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니 3장에서 소개해도 되었을 것 같아요.


'그해 늦여름, 우리는 강과 들판 너머로 산이 보이는 한 마을에서 지냈다.'로 시작하고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는 첫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가 화자로 등장하고 있기에 1장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95명의 위대한 소설가가 쓴 고전 151편의 첫 문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문장을 쓰는 것은 하나의 언어를 습득한 것이고, 하나의 언어를 습득한 것은 하나의 기술을 익힌 것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문장을 쓰는 것은 결국 하나의 기술을 익힌 것이라는 거죠.

우리는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의 첫 문장을 반복하여 읽고 따라 쓰는 중에 자연스럽게 위대한 소설가의 글쓰기 기술을 익힐 수가 있습니다. 이 책의 필사를 통해 우리의 글쓰기 스승이 바로 위대한 소설가들이 되는 거죠.

멋지지 않나요?


저는 욕심내지 않고 긴 문장이든 짧은 문장이든 하루에 한 작품의 첫 문장을 필사하려구요.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들만의 기술이 체화되어 자연스럽게 멋진 글이 써지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어요.

거기다가 요즘 거의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느라 글씨 쓰는 게 어색한데 글씨를 많이 쓰다 보면 글씨체도 예뻐지겠죠?

우리 그 여정을 같이 하지 않을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