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평점 :
이제는 많이 식상해진 단어인 '무한경쟁'이지만 어쨌든 현대사회는 무한경쟁 사회이고 경쟁의 범위도 넓어져서 옆 나라 중국, 바다 건너 미국 같은 큰 나라가 아니어도 우리보다 작지만 강한 인프라를 갖춘 나라와도 경쟁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뒤쳐질 것 같고,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배움을 멈출 수 없고,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을 시기. 질투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생활이 팍팍해지고 온갖 비극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힐링책을 열심히 읽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것은 아니어도 국가 안에서 피터지게 싸우던 때가 있었으니 바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입니다. 넓은 중국 땅을 가지기 위해 조그마한 능력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 틈만나면 온갖 명분을 만들어 전쟁을 하고, 그로 인해 백성들은 사람들을 믿을 수 없고 전쟁에 차출되는 등 여러가지로 고통받았습니다. 그런 현실에 회의를 느낀 노자가 '5천 자'에 자신의 생각한 바를 적은 책이 바로 도덕경이라고 합니다.
제가 도교, 노자에 대해 아는 것은 '무위자연' 정도여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설파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다른 성인에 비해 호감도가 좀 높았었습니다. 하지만 도자가 말하는 '위'라는 것은 '인위적인 것'이지 열심히 살지 말라는 뜻은 결코 아니었습니다.(탱자탱자 놀자는 책이 아니었어?!) 노자 본인은 인,의,예,지,신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는 체면치례를 위해 행하는 것 - 맛있는 것을 먹고 높은 자리에 올라 사람들 앞에서 으스대며 사람들이 자신을 칭송하는 소리에 기뻐하는 것 (어쩐지 재미있게 읽었던 <유한계급론>도 생각나는) - 을 부정하는 '무위'였습니다.
호화로운 것에 눈을 사로잡혀 삿된 마음이 들어 남의 위에 군림하려 하면 그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고, 사회가 혼란해지며, 효와 충을 강조하게 된다 - 기본적으로 인간은 본성에 내재된 효와 충을 발휘하기 때문에 강조할 필요가 없는데, 인위적인 것을 좆다가 사람들이 효와 충을 지키지 않아 비로소 효와 충을 지키는 것에 가치가 생긴다 - 는 노자의 말은 많은 현대의 사회문제, 특히 노약자를 대하는 현대사회의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인위적인 것,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허영에 가득차 허명을 세상에 널리 퍼트려 헛된 힘을 추구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며, 진정한 도를 깨우친 자는 자신의 공명을 알리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에 비로소 뜻한 바를 이룬다는 자신감 수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레와 그릇, 방(집)이란 공간은 비어있기에 가치가 있으며 인위적인 것을 좆아 그 안을 채우려 하면 결국 쓰임새를 잃고 만다는 쉬운 비유로 1일 1개 버리기, 비움의 미학을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진정한 미니멀리즘의 선구자)
어제는 친숙한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인위적이고 공허한 명예욕에 빠져 다툼하는 것을 멈추고 '나는 나로 사는' '타인에게 무해한 사람이 되는'것의 중요성을 설파하였습니다.
3천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도덕경!
아주아주 옛날에 나온 책인데도 현재 서점사의 베스트셀러에 올라 온 책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도덕경. 요즘 나오는 책들처럼 쉬운 말로 쓰여있지는 않지만, 읽고 또 생각할수록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원문과 그 원문을 가급적 알아듣기 쉽게 번역한 역자의 노력 덕분에 여러 권을 읽지 않고 이 한 권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 번에 깨달음을 얻을 정도로 쉬운 책은 결코 아니지만(아무리 역자분이 노력하셨다고 해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겁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지금 살아가는 현실을 보는 안목이 달라지고, 생각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빨리 완독하려고 욕심내기 보다는 하루 한 문장이라도 꾸준히 읽다 보면 노자의 깊은 생각과 도와 덕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사상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게 되어 더는 힐링책을 사두고 정작 읽지는 않는, 혹은 읽어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본 서평은 디지털감성 e북카페에서 진행한 <도덕경>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