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책 펴고 두 페이지 만에 가슴이 먹먹해 지더니, 책 다 읽고 나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네요.자주 접한 가이드버스 세계관이고 그저 가이드와 센트릴의 일주일을 덤덤하게 적었을 뿐인데 어째서 마음이 이렇게 아프고,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각인 한 가이드가 죽으면 센트릴도 죽는, 하지만 역은 성립하지 않는 세계에서 이미 두 명의 센트릴을 잃은 나이 차 많이 나는 가이드 정우민을 택한 백승연이 가이드의 죽음을 일주일 앞둔 시점부터 죽음까지의 짧은 시간을 그리는데, 이상하게 내용이 알차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장 하나하나에 정우민을 향한 백승연의 감정이 꽉 차있기 때문일까요?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으면서 글의 진행에 막힘이 없어 정우민의 감정에 몰입해 읽다가 마지막 장에서는...아...완급 조절이 정말 엄청나십니다. 앞에서 그렇게 얘기하다 여기서 이러시면 반칙이에요. 어떻게 눈물이 안날 수 있겠어요. 단편도 새드엔딩도 선호하지 않는데, 이미누 작가님의 작품은 좋아할 수밖에 없네요. 함께 구매 한 눈가리기도 싫어할 구석이 없었는데 세계가 무너지기 일주일 전 역시 단편으로 이정도 이야기를 끌어가신 저력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2월 마지막 날,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선후배로 직장마저 같은 질긴 인연으로 엮인 민서윤과 진은조는 서로를 신경쓰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낸 적은 없는 사이이다. 그러더 어느 날 지하 3층 자료실에서 차지운 이사와 이시연의 뜨거운 결합에 몸이 달아올라 선을 넘고 마는데...딱 여기까지는 제 취향이었습니다. 문체도 간결하고 씬도 화끈하고, 서윤을 좋아하는게 눈에 보이는 진은조와, 그런 은조를 감상하는 서윤이 타인의 결합에 불타 올라 이성도 내려 놓고 서로를 막 탐하는게 그냥! 심금을 울려서! 진짜 즐겁게 읽었습니다...만, 진은조가 이직을 하면서부터 글이 산만해지더니 갑자기 미드번역체가 된 글에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1장을 쓴 작가님과 2장부터의 작가님이 같은 분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자연스럽게 당당한 매력을 뽐내던 서윤이 갑자기 스컬리가 되고, 주변 사람들이 작위적으로 스컬리의 매력을 설명해주는 그런...스컬리,가 아니고 서윤이 걸크러시인거 꼭 이시연 입으로 말해야 했던 건가요. 그냥 대사만으로도 충분히 당당한 매력을 알 수 있었는데, 주입식으로 서윤은 당당한 사람 대사 읊는 주변인물들 덕분에 오히려 매력에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좋아했다는 은조의 집착이 명확히 드러나기엔 분량이 짧았고(전 약혼녀랑 계모만 빼도 분량은 나왔을지도...) 티격태격 밀당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 커플인데 밀당할 시간 역시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제일 처음 본 결합이 제일 마음에 들었고 그 기세 그대로 흘렀다면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 즐거웠을텐데 중반부터 집중을 못하고 읽어서 둘의 매력을 잘 느끼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