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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학원
배명은 외 지음 / 빚은책들 / 2023년 6월
평점 :
월영시 학원은 현실 공포다.
최근 사교육 논란으로 학원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입시대비를 위해선 필수로 생각한 학원이 학생들에게는 즐겁지 않은 곳이기도 하겠지요. 학원과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소설집이라 기대되었습니다.
"나를 구해줘"에서 지혁은 명문 대학을 가기위한 수학 보충을 목적으로 월영시의 학원을 찾아요. 지방이고 외딴 곳이라 불편해하던 지혁은 혜진과 친해집니다.
월영시에서 돌아온 후 혜진의 연락을 받고 학교를 빠져나온 지혁의 앞에 낯선 아이가 나타납니다. 아이는 거침없이 지혁을 이끌고 자신이 바로 이혜진이라고 해요. 지혁은 혜진으로부터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어요. p.32
"특별 수업"은 특별한 내용의 논술수업이에요. 선생님은 말에 담긴 기호와 상징들의 의미 등 기존에 몰랐던 새로운 말에 대한 수업을 합니다. 완전히 빠져들어 학업을 등한시하고 단톡방에서 자신에서 나쁜 말을 남겼던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줍니다.
예전에 물리적인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많았다면 요즘은 단톡방 왕따나 괴롭힘이 더 많다고 해요. 자신이 피해자가 되면 견디기 힘든 말들을 너무도 쉽게 하고 있어요. 이 소설에선 약간의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더했지만 현실에서 가능한 결말입니다. p.64
괴롭혔던 가해자나 방조자는 "얽힘"에 나오는 영서처럼 십대때 흔히 일어나는 일로 여기고 잊어버리게 마련입니다. 은혜가 좋아하던 동현과 사귄다는 이유로 유민을 괴롭혔고 동현 아빠의 일자리도 잃게 만듭니다. 영서는 동현을 돕지 못한 자신이 비겁했다고 생각해요. p.100
과탐을 가르치는 원장 매싸는 마술사처럼 둘을 홀리고 신비한 약을 이용해 유전적으로 얽혀있는 경쟁자들과 접속하는 방법을 알려줘요.
작가의 말에서 ADHD치료제가 강남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되었다는 내용을 보니 얼마전 마약음료 사건이 떠올랐어요. 경쟁에서 이기기위해 약물의 도움까지 받으며 위험을 감수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책에선 호의를 베풀면 호구가 되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됩니다. 평범한 학생이 살인자가 되고 배신이 난무해요. 여고괴담 이후로 학교는 꾸준히 괴기물의 소재가 되어왔어요. 오랫동안 학생들의 슬픔과 괴로움이 고인 장소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여름에 잘 어울리는 내용이에요.
* 이 리뷰는 몽실북클럽을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